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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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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홍일점] 방탄소년단 홍일점 03-07(재업) | 인스티즈






걱정하지 마. 우리가 해결할게.”

쉬는 시간 끝났어. 들어, 뭐야. 성여주 왜 울어.”




쉬는 시간이 끝났음에도 들어오지 않는 멤버들에 안무가가 문을 열고 나와 말했다. 안무가는 심각한 얼굴을 한 멤버들과 멤버들 사이에서 울고 있는 여주의 모습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안무가가 여주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왜 우냐고. 말해봐. 아까 내가 화내서 그래?”

아닙니다.”




안무가도 여주가 우는 이유가 이것이 아니란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멤버들이 울음에, 슬픔에 주저앉길 바라지 않았다.




근데 왜 울고 있어. 그리고 너네는 우는 애 하나 못 달래서 연습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




그래서 그는 독하고 냉정한 말을 뱉어냈다. 안무가의 말에 여주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다시 눈물을 눌러 담는 행동이었다여주가 코를 훌쩍이자 그가 말했다.




성여주.”

.”

대답해.”

.”

쉽게 눈물 짓지 마라. 어딜 가도 그렇겠지만 네가 발을 들인 세계는 더더욱 여자라는 존재에게 합당하지 못한 세계다. 네가 그 세계에서 성공할 마음이 있다면 무슨 말을 듣던 빨리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연습을 하고 네가 결정 내릴 수 없는 사안은 그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연습을 해라. 네 말 듣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멤버들한테 말하지 말고.”




마지막 말에 고개 숙이고 있던 여주와 멤버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놀람이 가득한 얼굴에 그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소리치는데 안 들릴 줄 알았냐?”

.”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도 무척이나 속이 쓰렸다. 그는 여주가 처음 빅히트에 입사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주를 쭉 봐온 사람이기에 여주의, 아이들의 노력이 스폰이라는 이름하에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 분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할 건데?”

, 방시혁 피디님께 말씀 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안무가의 물음에 남준이 답했다. 남준의 답에 그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길게 뿜었다.




확실한 증거는 있고?”

증거? 누나, 증거 있어요?”

아니. 그냥 말로 들은 것 뿐인데.”

너희 말대로 방시혁 피디님께 말했다 치자. 그래서 여주한테 스폰 제의한 사람을 불렀다고 쳐. 근데 그 사람이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 떼면 뭐라고 할래? 그냥 우길래? 저 사람이 그랬다고?”




안무가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저 피디에게 말하면 다 해결 될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디님이 그 사람을 추궁하면 다 될 일이라고. 하지만 조소가 담긴 그의 말에 멤버들은 제가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로 얻어맞은 얼굴을 한 멤버들에 그가 말했다.




그래.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 너희는 아직 어리니까. 리더가 이제 스물이고 맏형이 스물 둘인데 말 다 했지.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어린 생각으로 해결하려 들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너희가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게 좀 더 많은 생각을 해 봐.”

.”

그리고 얼른 들어와라. 연습은 하고 생각해.”

!”




안무가의 말에 멤버들이 다시 연습실로 들어가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 도중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거울로 비춰졌지만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키는 모습에 누구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연습이 끝나고 멤버들만이 남은 공간에서 남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멤버들의 눈이 남준에게서 여주에게로 옮겨갔다여주는 말없이 손만 만지작거렸다. 무거운 정적 속에서 윤기가 말했다.




너한테 스폰 제의한 사람한테문자 해봐.”

문자?”

진짜 해야 하냐는 식으로 보내면 그 쪽에서 알아서 다 하겠지.”

그래요. 누나 그렇게 보내 봐요.”




지민이 윤기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눈들에 여주가 침을 삼키고 핸드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했다. 둥글게 모여 여주의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석진의 입에서 실소가 흘렀다.




대기실에서 너 불렀던 이유가 스폰 얘기 때문이었어?”

. .”

대기실? 그럼 누나 리허설 때도 스폰 얘기 때문이었어요?”




석진의 말을 이은 호석이 말했다여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웃음에 남준이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해요. 누나. 전 그것도 모르고.”

아니야. 괜찮아.”




미안함에 울상이 된 남준의 어깨를 토닥이는 사이 문자를 보냈던 매니저에게서 답장이 왔다. 답장을 왔음을 알리는 소리에 멤버들의 시선이 여주의 핸드폰으로 집중됐다여주가 숨을 크게 쉬어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할거야?]

[아 여주야 진짜 미안하고, 고마워.]

[네 희생 하나로 너하고 다른 애들 모두 다 잘 될 거야.]

[언제 만날래? 스케줄 없는 날에 만나는 게 좋겠지? 내가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 줄게!]




매니저에게서 온 답장을 보고 멤버들은 할 말을 잃었다여주의 희생 하나로 애들이 다 잘 될 거라. 한 사람의 양심과 정신을 꺾어버리는 희생으로 얻는 대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는 멤버들 속에서 여주가 다시 손을 움직여 문자를 보냈다. 기다리고 있었던지 매니저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 , 그 사람한테 받은 돈. 다음부터는 절대 안 받을게.]




?”

돈 받았대서.”

누구한테? 혹시 스폰서한테?”

. 연결해주는 대가로 받았겠지.”




매니저의 답장을 본 윤기가 말했다여주가 담담한 말투로 말하자 윤기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벌컥 큰 소리가 나올 뻔 한 것을 눌러 참으며 말했다.




넌 화도 안나? 왜 이렇게 덤덤해.”

화는 이 말을 들었을 때 났고 지금은 울어서 좀 괜찮아졌어.”




대답하는 여주의 눈이 어쩐지 내가 뭘 더 해야 해? 하는 말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윤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여주의 말에 멤버들이 조용해지자 여주가 가볍게 웃었다. 항상 신나하던 막내들까지 분위기에 눌려 시무룩하게 있으니 왠지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막내들은 먼저 숙소에 갈래?”

아니요! 여기 있을래요!”

먼저 가도 괜찮아. 분위기도 안 좋은데 뭐 하러 있어.”

그래도 누나 일인데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태형이 먼저 답하고 뒤이어 지민과 정국이 답했다. 막내들의 대답에 여주가 느슨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음만 받을게. 먼저 가. 방시혁 피디님은 나 혼자 만나 뵐게.”

같이 가요!”

괜찮아. 같이 안무 선생님한테 혼나주고 문자 보내는 거 도와준 걸로도 충분해.”




피디를 만나러 간다는 여주의 말에 멤버들도 서둘러 일어났지만 여주는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연습실을 나갔다. 홀로 피디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무서우면서도 가벼웠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여주는 속으로 괜찮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새기며 작업실 앞에 섰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짧은 정적 후에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주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의자를 돌려 저를 보는 피디에 여주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곧바로 매니저와 주고받은 문자를 피디에게 보여줬다. 의문을 갖고 핸드폰을 건네받은 피디의 얼굴이 사납게 굳어갔다. 피디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피디가 붉어진 얼굴로 여주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나한테 문자를 보여준 이유가 뭐니.”

피디님께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해서요.”

내가 할 수 있는 조치? 해고 말하는 거니.”

그것도 있고, 피디님 그거 아세요? 저 사실 눈 한번 감고 스폰 받을까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제가 한 번만 참으면 멤버들이 편해진다고 해서요. 그런데 멤버들이 그럴 필요 없대요. 그래서 생각 바꿨어요. 안 하겠다고.”

그래서 해고하고 또 뭘 해주면 될지 말해 보렴.”

제가, 저희가 스폰 같은 거 받지 않아도 성공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뭐든지 저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세요. 저희가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저희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알겠다.”

, 그리고 매니저는 해고뿐만 아니라 피디님 최대한의 인맥으로 다른 곳에 취업 못하도록 힘 좀 써주세요.”




인사하고 나가려는 여주의 뒤로 피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놀란 듯한 목소리였다.




변한 것 같구나여주야.”

누가 그랬어요.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게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보라고. 흉내 좀 내봤어요.”




웃으며 말하고 나가는 여주의 모습을 피디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다음 날.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방송을 준비하던 때였다. 아침부터 매니저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여주는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 눈동자를 돌리며 매니저의 모습을 찾았다.




여주. 움직이지 마.”




계속 움직이는 눈동자가 거슬렸던지 메이크업을 도와주던 직원이 한소리하자 여주가 움직이던 눈동자를 멈추고 눈을 감았다. 메이크업이 끝을 보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대기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사람들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씩씩대고 있는 매니저가 있었다.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던 매니저가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지!”

뭐가요?”

피디님께 말한 사람 말이야!”




핏대가 서도록 분개하며 소리치는 매니저에 여주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어라 말 하려던 찰나 귀를 울리는 커다란 마찰음이 대기실을 울렸다여주가 앉아 있던 의자가 세게 흔들렸다.




!”

누나!”

너 뭐하는 짓이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한 데 모여 시끄러웠다여주는 욱신거리는 머리와 볼 그리고 웅웅대는 귀를 부여잡았다. 흩어져있던 멤버들이 여주의 곁에 모여들었다. 저마다 괜찮냐는 말을 해왔지만 여주의 귀에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멍했다.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맞은 이유에 대한 정당한 이유조차 찾지 못해서 여주는 실소를 뱉어냈다

그 순간이었다여주의 실소를 들은 윤기가 굽히고 있던 허리를 들고 매니저에게로 돌진했다.




민윤기!”

너 이거 안 놔?”




굵직한 목소리가 얽혔다. 난데없이 들리는 민윤기를 외치는 소리에 여주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눈을 떠 바라 본 소란의 지점에는 매니저의 멱살을 쥐고 있는 윤기가 보였다. 그의 꽉 진 주먹이 당장이라도 매니저의 볼에 닿을 것 같았다.




민윤기! 안 돼!”




여주의 입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나오자 윤기의 몸이 멈칫했다. 그가 고갤 돌려 여주를 바라봤다. 왜 말리냐는 뜻이 함축된 눈빛이었다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필사적인 여주의 고갯짓에 윤기가 잡고 있던 매니저의 멱살을 놓았다. 매니저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구겨진 옷을 피고 성난 발소리를 내며 대기실을 나갔다. 대기실이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언니, 미안한데 저 메이크업 좀 다시 해줘요.”




그 정적을 깬 건 여주가었다여주의 말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에 얼빠져 있던 직원들이 주춤거리며 제가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붉게 부어오른 볼을 다시 만지던 직원의 손이 조심스러웠다여주는 저를 보는 시선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은 채로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일로 해요. 알겠죠? 그것도 정 힘 드시면 그냥 잊어버리세요. 여러분은 아무 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거예요. 부탁드립니다.”




말끝에 울음이 섞인 것 같았다. 대기실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한 위로의 말도 전할 수가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도 알지 못했고 위로랍시고 한 말이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여주가 한 말 그대로 아무 일 없던 사람들처럼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방탄소년단 대기하세요.”




여주는 적당한 시기에 저들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대기실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였다여주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뒤 따라 오는 멤버들은 그렇지 않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그렇게 반응할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변명이 불과했다. 애초부터 매니저가여주에게 갔을 때, 매니저와 여주를 떨어트려 뒀어야 했다. 멤버들의 고개가 점점 무거워졌다.




팬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여줄 거야?”




무대 뒤편에서까지 축 쳐져 있는 모습에 여주가 한숨을 쉬어내며 말했다. 멤버들의 눈이 여주에게로 몰렸다. 하나같이 울상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망울에 굳어있던 여주의 입가가 느슨하게 풀어졌다.




팬들 앞이니까 잘 하고 오자. 알았지?”




유독 울상인 정국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하자 정국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여주가 다른 멤버들도 보며 동의를 구하자 마지못해 끄덕이듯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침내 무대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자 팬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남준이 마이크를 들어 인사했다.




둘 셋 방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인사가 끝나자 감독의 신호가 들어왔고 곧이어 반주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대 위에 서면 항상 최선을 다했다. 자신을 봐주는 팬이 적다해서 대충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열정은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팬들의 응원소리가 커졌다여주는 자신과 멤버들의 여주를 외치는 팬들을 보는 순간 다행이다, 하는 안도가 들었다. 스폰 받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이 사람들 앞에 떳떳이 설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이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이 끝나고 건물을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몇몇 팬들이 멤버들을 향해 다가왔다. 멤버들은 반사적으로 여주를 보호했다. 자잘한 말을 건네는 팬들에게 인사를 해주며 차로 가던 중에 한 팬이 소리쳤다.




여주야! 얼굴이 왜 그래!”

맞아요! 언니 얼굴 왜 그래요!”

다쳤어?”




처음 소리친 팬의 뒤로 여러 명의 물음이 날아왔다. 화장으로 잘 가렸다고 생각했는데 티가 난 모양이었다. 살짝 입술을 깨문 여주가 앞으로 가던 몸을 돌려 팬들을 바라봤다. 멤버들도 덩달아 몸을 돌렸다. 몸을 돌려 바라본 팬들의 눈에 걱정이 담겨 있었다여주는 그 걱정이 고마워 저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여주가 헤실 웃으며 말했다.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졌어요. 안 아프니까 걱정 말아요.”

그래도 조심해!”

조심해요! 언니!”

. 아미 여러분도 잘 때 조심해요.”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제 가야한다는 매니저의 말에 멤버들이 차에 올라탔다. 멤버들이 모두 차에 타자 차가 출발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멤버들이 괜찮냐고 물어왔다여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윤기를 바라봤다. 모두 여주를 걱정하는 틈에서 윤기만이 이어폰을 끼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여주가 윤기의 귀에 꽂힌 이어폰 한쪽을 빼냈다.




지금 삐쳤다고 시위해?”

.”

아까 매니저 때리려고 하는 거 말려서 그러는 거지?”




여주의 말에 윤기의 시선이 여주에게로 향했다. 무심하게 내리뜬 눈 안에 알면서 왜 말렸냐는 타박이 담겨 있었다여주가 윤기의 이어폰을 제 귀에 꽂으며 답했다.




내가 한 대 맞고 끝내는 게 나아. 그러면 내가 뭐 어찌하지 않아도 그 매니저는 제 분에 못 이겨 사람을 때리는 사람으로 각인 될 테니까. 근데 네가 거기서 매니저를 때렸어봐. 입단속 했어도 알음알음 저 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주먹 휘두르는 예의 없고 개념 없는 아이돌이라고 소문났을 걸.”

아니!”

그건 여주 말이 맞아.”




여주의 말을 거드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윤기가 입술을 늘리며 입을 다물었다. 윤기의 표정에 여주가 가볍게 웃을 때 백미러로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매니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무슨 말이야.”




잔뜩 화가 난 목소리였다. 전에 없이 화난 모습에 여주가 눈을 굴렸다. 이실직고 했다가 더 화를 낼 것 같았다. 하지만 또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멤버들에게 누구라도 좋으니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다 여주의 시선을 피했다. 옆에 앉은 윤기도 마찬가지였다여주가 인상을 찌푸리자 매니저가 다시 말했다.




안 말해?”

, , .”

, , , .”

그 매니저가 저한테 스폰을 제안했어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뱉은 말을 용케 알아들은 매니저가 핸들을 돌려 도로변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반동으로 흔들거렸다. 멤버들이 서둘러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걸 왜 이제 말해!”




놀란 정신을 잡기도 전에 매니저가 상체를 돌려 소리쳤다. 아까보다 더 화난 모습이었다여주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피디님이 말씀하실 줄 알고.”




움츠러든 모습이 보기 안쓰러워 매니저가 깊은 숨을 뱉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차 안이 조용했다. 다들 매니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와중에 매니저가 말했다.




성여주. 오늘은 애들하고 같이 있어. 이참에 피디님께 너네 다 같이 숙소 생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번 여쭤봐야겠다.”




여주는 매니저의 말이 먹힐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꾸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여주와 멤버들을 숙소로 데려다 주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매니저 혼자 여주의 집에 들렀을 때였다. 매니저는 제가 지금 보고 있는 문이 항상 봐왔던 문이 맞나 싶었다.




돌겠네, 진짜.”




해고당한 매니저가 단단히 이를 갈고 있었던지 여주네 집 문이 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머리 아프다는 얼굴로 인상을 쓴 매니저가 우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두고 다시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는 이미 여주의 일을 들었는지 방시혁 피디가 매니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디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대체 해고된 매니저가 대기실엔 어떻게 들어간 거야?”

방송국 측에서 여러 번 얼굴을 봐서 그냥 들여보내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송국에선 그 사람이 해고 됐단 사실을 모르니까.”

여주는 어때.”

티는 내지 않는데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

다른 회사에 그 매니저에 대해 말한 건?”

전달할 수 있는 회사는 다 전달했고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수고했어.”

그런데 피디님, 이 사진 좀.”




매니저가 내미는 핸드폰을 본 피디의 얼굴이 굳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흘러 나왔다.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피디는 자신의 선택을 다시 생각했다. 선택지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키고 좀 경과를 지켜본 후에 여주를 솔로로 데뷔 시켜도 되는 일이긴 했지만 여자 연습생들도 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같이 연습한 애들마저도 데뷔하게 되면 혼자 남게 될 여주가 걱정 되어 같이 데뷔시키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하게 되었다. 답답함에 연신 숨을 내쉰 피디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지금 여주는 어딨어.”

멤버들하고 같이 숙소로 보냈습니다.”

그래.”




멤버들과 같이 있다는 말을 들은 피디가 눈을 감았다. 해고된 매니저가 여주의 숙소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운 이상 여주를 혼자 둘 순 없었다. 그렇다고 멤버들과 같이 지내게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안 좋은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회사 재정이. 피디가 고개를 저으며 눈을 떴다.




빠른 시일 내로 여주 숙소 알아 봐. 멤버들이 사는 곳하고 같은 곳으로. 같은 층이면 좋지만 안 되면 같은 라인이라도. 그것도 어려우면 숙소 전체를 새로 알아보고.”

알겠습니다.”

숙소 정해지기 전까지 여주는 멤버들하고 같이 지내게 하고.”

.”




회사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숙소에서는 오랜만에 숙소에 들어온 여주를 맞이하는 일로 분주했다. 태형이 새로 생긴 물건들을 보여주며 자랑했고 석진은 새로 산 요리도구를 보여주며 성능을 자랑했다. 귀에서 종알거리는 목소리에 여주가 푸스스 웃었다.




한 사람씩 말해. 귀에 다 들어오지도 않아.”

그럼 나부터!”




여주의 말에 태형이 재빨리 손 들며 말했다. 눈을 빛내며 하는 말에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의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차며 말했다.




피곤 할텐데 좀 쉬게 둬라.”

! 아파요!”

아프게 차지도 않았거든성여주. 먼저 씻을래?”




윤기의 말에 여주가 멤버들을 둘러보고 고개를 저었다.




난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제일 마지막에 씻을게.”

그래. 그럼. 나 먼저 씻는다.”




윤기가 말을 마치고 화장실로 들어가자 태형이 뒤로 작게 혀를 내밀고 여주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여주의 옷을 보며 말했다.




누나! 나 안 입는 옷 줄까요?”

, 그러고 보니 나 여기서 자고 가?”

매니저 형이 아직까지 안 오는 거 보면 그렇지 않을까요?”




지민이 시계를 보며 답했다. 시계가 꽤 늦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민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좀 빌려줄래?”

! 누나한테 어울릴 것 같은 옷으로 갖다 줄게요!”




태형이 옷을 가지러 방으로 들어가자 정국이 같이 일어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정국이 두 팔에 무거운 이불과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지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건 왜?”

누나 왔으니까 거실에서 다 같이 자는 거 아니에요?”




정국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정국의 대답에 지민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 정국을 따라 이불과 베개를 들고 나왔다. 지민과 정국이 거실에 가지런히 이부자리를 펼쳤다. 꼼꼼히 멤버들이 누울 자리까리 만든 지민과 정국이 뿌듯하단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석진이 거실에 펼쳐진 이부자리를 보고 기특하단 얼굴로 지민과 정국의 머리를 헝클었다.




이야, 다 컸네.”

? 뭐야?”

이불이다아~”




뒤이어 나온 남준과 호석이 이부자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부자리로 뛰어들었다. 남준과 호석의 행동에 가지런했던 이부자리가 엉망이 되자 지민과 정국이 짜증 가득한 소리를 내며 인상을 썼다.




누나! 이거요! 갈아입고 와요~”




웃으며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는 여주의 옆으로 다가온 태형이 옷을 내밀었다. 태형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와 입어 본 옷은 컸다. 작은 걸 가져온다고 가져왔겠지만 기본적으로 키 차이가 있기에 헐렁한 소매와 바지 단은 어쩔 수 없이 걷어야했다. 몸에 맞게 옷을 걷고 나오자 여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지 태형이 여주를 보며 활짝 웃었다.




누나 귀여워요!”

.”

? 진짜다! , 진짜 작아요, 누나.”




남준이 뒤이어 말했다. 진심으로 말하며 웃는 통에 쏙 들어간 보조개가 여주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너 진짜 작구나.”




언제 씻고 나왔는지 모를 윤기도 지나가며 한소리 덧붙였다. 윤기의 말에 여주가 속으로 자기도 작으면서 누구더러 작대. 하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꺼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저를 위해 몸을 움직인 정성을 봐서라도 너도 작다는 사실은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멤버들이 다 씻을 때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정국이 나오며 여주에게 폼클렌징을 내밀었다.




이거 화장 잘 지워져요.”

고마워, 정국아.”




정국이가 건넨 폼클렌징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들어온 여주가 여태 짓고 있던 웃음을 거뒀다. 가늘게 떨리는 손이 아까 맞은 볼을 건드렸다.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에 여주가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자주 깨무는 입술이 아팠다. 거울 속으로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제 모습이 보였다여주가 고개를 숙였다.




, 부었네.”




화장을 지우고 나니 붉게 부어오른 볼이 선명하게 보였다. 얼음으로 찜질이라도 할까 생각하던 여주가 고개를 저었다. 보이고 싶지도 않고, 걱정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주는 그냥 얼굴에 계속해서 찬물을 끼얹는 방법을 택했다. 찬물에 볼의 감각이 사라질 때가 돼서야 얼굴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여주는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

아직 안자요! 누나 자리는 맨 가운데~ 얼른 와요.”




얼굴을 닦고 화장실을 나오자 캄캄한 거실이 여주를 반겼다여주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태형이 명랑한 목소리로 답했다여주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비어있는 제 자리로 가 몸을 뉘였다여주가 눕자 석진이 말했다.




모두 오늘 수고했고 꿀잠자라. 특히 우리 셋째.”

~”




어린아이들같이 대답하는 모습에 여주도 웃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멤버들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양 옆으로 온기가 전해졌다. 막을 새도 없이 눈 옆으로 눈물이 흘렀다. 어둠을 맞이하자 그제야 눌러뒀던 슬픔이 터져 나왔다. 너무도 긴 하루였다. 슬픔을 눌러두기엔 너무도 길었다. 그저 당당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꿈 하나만 보고 달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른들의 놀이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는데.




, 흐읍.”




달려들 듯이 바라보던 눈빛, 볼에 닿던 커다란 손, 날카로운 화끈거림, 비명 그리고 바라보던 시선. 무엇 하나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 더 서러워지는 울음을 조금이라도 참아보려 몸을 웅크리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 여주의 등 위로 따뜻한 손이 여주를 토닥였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웅크린 몸 위로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목소리가 안정감을 전해줬다여주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태형의 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편히 울라는 듯 여주가 등을 토닥였다.




흐으, .”




서러움이 가득한 울음은 밤새 계속 되었고 지칠 법 한데도 태형은 여주가 그칠 때까지 여주를 달랬다. 기나긴 밤이었다. 아픈 일을 겪은 여주에, 그 일을 목격한 멤버들에게, 밤새 눈물 흘린 여주에여주 몰래 눈물을 훔친 멤버들에게 몹시 긴 밤이었다.






성여주. 얼굴이 왜 그래?”

? 왜요?”

얼굴이 아주 탱탱한데?”

.”




스케줄을 위해 멤버들을 데리러 온 매니저가 말했다여주는 놀리는 투로 말하는 매니저에 입술을 말아 넣고 시선을 피했다. 뒤이어 나온 멤버들도 여주의 얼굴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하며 한마디씩 했다.




, 누나 얼굴.”

풍선?”

누나가 아무리 풍선 같아도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야!”




여주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민 태형이 먼저 말하자 뒤를 이어 정국이 말했다. 지민도 여주의 얼굴을 보고 웃긴 했지만 애써 웃는 얼굴을 감추며 태형과 정국을 타박했다여주는 태형과 정국의 말보다 지민이 하는 말이 더 부끄러웠다여주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멤버들도 다가와 여주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여주야- 냉찜질 좀 할래?”

숙소에 얼음 있어요, ?”

마지막 얼음 남준이하고 제가 쓰고 안 얼려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네성여주. 그냥 가는 길에 멀쩡해지길 바라야겠다.”




석진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말하자 남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남준의 말에 전에 제가 쓴 얼음이 생각난 호석이 뒤이어 말하자 가만히 여주의 얼굴을 보던 윤기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매니저와 멤버들을 포함해 8명에게 한소리씩 들었는데 정작 해결되는 것은 없음에 여주가 짜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차에 올라탔다.




오늘 팬 사인회 있는 거 알지?”

! 기대돼요!”

무대 잘 하고 가자, 알았지?”

!”




차에 올라타는 멤버들을 보며 매니저가 말했다. 팬들을 직접적으로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멤버들 모두 신난다는 얼굴을 하며 몸을 들썩였다여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방송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진행됐다여주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여주는 그들을 못 본 척하고 지나쳤다. 얼마 남지 않은 팬 사인회 시간에 매니저가 서둘러 멤버들을 이끌었다. 녹초가 된 몸으로 차에 오르자 노곤함이 밀려왔다여주가 입을 가리고 하품했다.




졸려요?”

아니, 그냥 나오네.”

그런 것 치곤 오늘 계속 하품 하는 것 같은데.”




호석의 물음에 여주가 고개를 저었다. 졸리진 않았다. 그냥 어젯밤의 여파로 하품이 연이어 나오는 것 같았다. 아니라는 여주의 대답에 호석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여주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줄 뿐이었다.




머리 만져주면 졸린데.”




하지만 호석은 머리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여주는 졸리지 않다는 말이 무색하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성여주.”

?”

팬 사인회 해야지.”




깊은 잠에 빠진 여주를 깨운 건 윤기였다. 무뚝뚝한 성격과 다르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여주의 어깨를 흔드는 행동에 여주가 몸을 살짝 떨며 일어났다. 제가 자는 동안 멤버들은 메이크업을 다시 받았는지 말끔한 모습이었다. 뒤늦게 여주도 메이크업을 다시 받고 팬 사인회 장소로 입장했다. 멤버들이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던 팬들의 비명소리가 커졌다. 우렁찬 소리에 여주가 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에요?”

나미요!”

나미? 예쁘네요.”

언니가 더 예뻐요.”




사인회는 늘 했던 대로 진행됐다여주는 제 앞에 앉은 팬들의 눈을 마주보는 것이 행복했다. 쑥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제게 편지를 내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언니 오늘 찐빵 같아요!”

여주야, 너 오늘 좀 낯설다?”

우와여주 오늘 컨셉 호빵이야?”




사인회는 무탈하게 진행됐지만 여주 차례만 오면 얼굴을 보고 놀리는 탓에 여주는 일부러 심통난 얼굴을 지으며 팬들을 맞이했다. 여러 사람이 지나가고 멤버를 거쳐 자신에게 온 팬에게 사인을 해줄 때였다. 사인 연습도 많이 하고 실전으로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어색한 사인에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팬이 여주를 불렀다.




여주야.”

?”




제 이름을 불러오는 팬의 목소리에 여주가 사인을 하느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 팬의 눈을 마주했다.




고마워. 데뷔해줘서.”

? 하하- 좋아해줘서 저야 고맙죠.”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에 홍일점으로 들어오는 선택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방탄소년단이 되어줘서 고맙고 뭐든지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

.”




여주는 팬들이 자기를 조금 미워할 것이라 생각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저만 혼자 여자이다 보니 질투하는 마음에 미움도 생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을 하는 팬에 여주는 어떠한 대답도 못하고 그저 팬을 바라보기만 했다여주의 멍한 얼굴에 팬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모두가 준비한 선물이야.”




선물이라는 말에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팬이 가방을 뒤적이며 종이를 하나 꺼내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앉아있던 팬들이 하나 둘 종이를 꺼내 머리 위로 들었다. 종이에 쓰인 문구를 읽자 여주는 순식간에 고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성여주! 넌 우리의 보물이야. 사랑해!’






찰칵-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 카메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여운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은 호석이 잘 나온 사진을 골라 SNS에 올렸다. 호석의 옆에 앉은 여주가 몸을 빼 호석의 핸드폰을 훔쳐봤다. 화면에는 입술을 쭉 내민 호석과 역시 우리 아미가 최고!’ 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호석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있자니 여주도 뭔가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화면에 평소 사진을 찍지 않아 어색한 표정의 여주가 보여졌다. 최대한 예쁜 표정을 지으며 여러 번 사진을 찍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하나도 없음에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만 찍게요?”

더 찍어 봐요~ 누나!”

내가 도와줄까요?”




핸드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호석과 태형, 지민이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열심히 표정을 지어가며 사진을 찍고 있던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워 여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여주의 얼굴을 보고 있던 호석이 핸드폰 카메라를 켜 여주와 자신이 나오게 각도를 조정했다. 입술을 끌어올리는 호석의 볼에 작은 보조개가 생겼다.




얼른! 누나 웃어요!”




렌즈를 보고 뚱한 표정을 짓던 여주에게 호석이 말했다여주가 어색하지만 호석을 따라 입술을 끌어올렸다여주의 뒤로 태형과 지민도 렌즈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




찍는다!”




하나, , 찰칵- 이상하게 나왔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핸드폰 화면에는 예쁘게 나온 사진이 떠있었다. 호석이 핸드폰을 여주에게 건넸다. 뭐 때문에 그토록 사진을 찍었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여주가 호석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SNS에 들어갔다. 멤버들 모두 공통된 계정을 쓰고 있기에 따로 로그인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게시물을 올리기 전 흘긋 본 호석의 게시물에 계속 답글이 달리고 있었다여주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사진을 올리고 글을 적었다.




여기. 잘 썼어.”

뭘 이런 걸로.”




호석에게 핸드폰을 건네고 여주가 눈을 감았다. 심장이 콩닥거렸다. 약간 긴장되기도 했다여주는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걸 꺼려했기에 데뷔 때 인사 목적으로 올린 이후로 처음 올리는 게시물이었다

호석이 게시물만큼 내 게시물도 좋아해줄까? 별로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 게시물이 뭐라고! 이제는 손에서 식은땀까지 날 지경이었다

여주는 이런 자신이 어색했다. 다른 일에서는 남들 시선에 무신경하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하니 온 신경이 핸드폰으로만 쏠렸다. 불안정하게 다리를 떨던여주가 결국엔 눈을 뜨고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침을 삼키고 SNS에 들어갔다.




우와.”




호석과 여주 그리고 태형과 지민이 웃고 있는 사진 아래 아미, 고맙습니다. 정말로. 더 열심히 하는 여주 되겠습니다. 그리고 오래 봐요. 우리. 오래오래.’ 하고 적힌 게시물 아래로 많은 답글이 달려 있었다여주는 답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나도 고맙습니다여주! 오래 봐요. 우리.’

언니 너무 예뻐요! 오래 봐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는 여주인!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해!’

사랑해요 언니!’

잊지 마. 넌 우리의 보물이야!’

항상 응원할게!’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데도 얼굴과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녹초가 되었던 몸에 다시 힘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연습 시작이다. 알았지?”

~”

괜히 놀지 말고 다들 자라. ?”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주는 지금 방 구하는 중이니까 조금만 더 멤버들하고 지내고.”

.”




팬 사인회를 마지막으로 N.O의 활동이 끝났다. 하지만 바로 컴백 준비를 해야 하기에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매니저의 말에 다 같이 숙소로 들어온 멤버들과 여주가 밀려오는 피로감에 저마다 이곳저곳에 몸을 뉘였다. 어딘가 푹신한 곳에 눕고 싶었던 여주는 옷더미 위로 몸을 뉘였다. 등 위로 푹신함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눈을 감자 졸음을 밀려왔다. 잠에 들락날락 하던 여주를 깨운 건 정국의 손길이었다. 씻고 나왔는지 뽀송한 얼굴을 한 정국이 여주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대로 자면 여드름 나요.”




저번부터 피부 걱정을 꽤나 해주는 정국의 말에 여주가 귀엽다는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을 얼굴에 때렸다. 얼굴에 닿는 찬물에 잠이 깨는 기분이었다. 잠이 깨니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이 화장을 지우고 나온 여주가 거실을 둘러보다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윤기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옆으로 다가온 여주에 윤기가 눈을 찌푸리며 용건이 뭐냐는 시선을 보냈다여주가 베시시 웃었다.




윤기야.”

안 해.”

아직 말도 안했거든!”

. 그래도 안 해.”

아 좀!”

들어는 줄게. 뭔데.”




윤기가 선심 쓴다는 얼굴로 말했다. 윤기의 얼굴에 여주가 이를 뿌득 갈고 심심할 때 써둔 가사를 윤기에게 내밀었다. 핸드폰을 받은 윤기가 찬찬히 가사를 읽고 웃었다.




귀엽네.”

?”

가사 귀엽다고.”

그치!”

근데 난 안해.”

!”




아직 같이 하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안한다는 윤기의 대답에 여주가 발을 동동 거리며 성질내자 다시 가사를 읽은 윤기가 말했다.




. 아무리 봐도 정호석하고 어울리는 가사구만. 이걸 나한테 가져오면 어떡하냐.”




윤기가 호석을 가리키며 말하자 잠깐 잠에 들었던 호석이 몸을 파르르 떨며 일어났다.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어벙한 얼굴이 웃음을 자아냈다. 윤기가 호석에게 손짓하자 호석이 작게 인상을 쓰며 여주와 윤기에게로 다가왔다.




왜요.”

얘랑 같이 이것 좀 해줘.”

뭔데요.”




졸린 눈을 비비며 윤기에게 핸드폰을 받은 호석이 눈을 끔뻑이며 가사를 읽었다. 몇 줄 안 되는 가사를 다 읽은 호석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두 눈이 접히도록 환히 웃은 호석이 여주를 보며 말했다.




누나가 썼어요?”

.”

흐흥- 귀여워요.”

미안해. 자고 있는데.”

아니에요. 나 만들어 둔 거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어울릴 것 같은데.”

. 난 좋아!”




어느새 잠이 완전히 깬 호석이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을 켜 여주에게 들려줬다. 작업하면서 여주의 가사를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딱 어울리는 음악이었다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호석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녹음하러 가봅시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호석의 뒤를 따라 들어간 여주가 목을 풀고 있는 호석을 따라 목을 풀었다. 여러 번 가사를 반복하던 호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누나.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요?”

? 아니?”

에이! 거짓말!”

진짜야!”

근데 이 가사는 누가 봐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는 가사인데요?”

아미한테 고백한다. .”

- 근데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하는 것 같아요.”

아니거든. 내가 박력 있게 고백하는 거거든.”

그래요. 그렇다고 할게요. 박력 있지~ 우리 누나!”




얄밉게 여주를 놀린 호석이 삐딱해지는 여주의 표정에 제대로 자세를 잡고 녹음을 시작했다. 음 이탈과 박자 실수, 발음이 뭉개지는 것을 다 골라내고야 마침내 녹음이 종료됐다. 호석과 여주가 의자에 앉아 녹음 파일을 키자 방 안에 둘의 목소리가 울렸다. 좀 유치한 가사이긴 해도 괜찮은 것 같았다여주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호석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들어보니까 진짜 유치하다. 그치?”

? 아니에요. 괜찮음! 귀엽고 좋아요!”




자꾸 의기소침해지는 여주의 모습에 호석이 여주의 등을 두드리고 자신들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여주는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SNS에도 글을 올린 호석이 여주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누나! 팬들은 어떤 노래여도 다 좋아해줄 거예요! 그리고 진짜 누나 가사 좋아요!”




호석의 응원에 여주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석의 뒤로 블로그 제목이 보였다. [여주,호석 beautiful] 처음 내보이는 비 음원이었다.







P.S. 오래된 글임에도 다시 읽어주고 고마운 댓글을 남겨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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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208
작가님 오랜만에 돌아오셨네요!!! ㅎㅎㅎㅎㅎ 역시 재밌어요. 계속 연재하는건가요?
7년 전
비회원196.172
와 ㅠㅠㅠㅠㅠ 작가님 ㅠㅠㅠㅠㅠㅠ 하루에 한 번씩은 2화 보면서 살았는데 진짜 이렇게 올라와서 너무 기쁘고 눈을 의심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이케 돌아와주셔서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56.172
재업된거 오늘 봤어요!!! 연재하실때도 재미있게 봤는데 이런 재미있는갈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작가님!!!
7년 전
독자1
작가님 너무 잘봤습니다 다시봐도 너무 좋은거 같아요..
7년 전
독자2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재밌어요!!
7년 전
독자3
여주 계속 자존감도 높아지고
사랑 많으 받았으면 좋겠다ㅠㅠ
다 멀리 나아갔으몀뉴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
너만보여에요!!매니저 빨리 나가게해서다행이고 이제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5
너만볼래♡예요!
어휴ㅠㅠ 보면사 얼마나 눈물나던지... 진짜ㅠㅠㅠㅠㅠ 탄소ㅠㅠ 넌 정말 소중한 보물이야ㅠㅠㅜㅜ 방탄은 소중한 보물이야ㅠㅠㅠ 다시읽어도 정말 감동이고 재밌어요 그리고 매니저(비속어) 진짜!!! 너가 뭔데!!! 뭘 잘났다고 때리냐? 니가 사람이야? 어휴... 진짜 그냥 그 직업에서든 어디서든 매장시켜야 정신차리지!!!

7년 전
독자6
보물~ㅎㅎ 이제 꽃길만 남았나봐요ㅎㅎㅎ 진짜 그매니저 진짜 화난다
7년 전
독자8
으아 마음이 촉촉해요ㅠㅠ 애들 너무 예뻐 좋은 세상만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9
여주가 잘이겨내려고 힘을 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너무 다들 좋은거같아요 행복하자
7년 전
독자12
다시봐도 진짜 재밌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또 보러가야겠어요 ㅣㅎㅎ
6년 전
독자13
오랜만에 다시 보네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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