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야, 다니엘. 내일 아침에 연습실로 올 수 있어?"
"응응, 괜찮을거같아. 몇호로 갈까?"
'어디 비어있을지 모르니까 학교 정문에서 9시까지 보자.'
"알겠어, 그리고 내일 음악편집까지 끝낼거면 노트북 가져갈까?"
'아…그냥 내가 가져갈게. 내일 만나서 바로 이야기하게 서로 할만한거 생각 해보고 오자.'
"응 알겠어, 내일 봐!"
"아이고아이고, 입찢어지겠닼ㅋㅋㅋㅋㅋㅋ"
"말거지마라. 아직 내 귓가에 목소리가 아른거니까."
금요일 마지막 수업까지 끝나고 연습하러 가기전 밥먹으러 가던 길이였다. 번호교환한지 며칠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언제쯤 연락이오려나
아주 피말렸다. 하필 그렇게 여보세요 사건을 일으켜서 민망해서라도 선톡조차 못해 그냥 그림의 떡이였다. 그래도 이렇게 전화가 와서 진짜 행복하다. 만세!
아직도 전화의 여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내 시선 아주아주 끝쪽에 간신히 걸쳐있던 강동호는 딱봐도 장난거릴 찾았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아서라, 나 지금 아무말도 안들어와.
"네네에-. 그나저나 내일 주말이니까 늦게까지 연습 좀 하고가자. 이번 시험 쪽망이야."
"난 적당히 하다가야해. 아쉽게도 우리 녤이가 내일 아침에 보자고하네? 흫헤흫히흫힣ㅎ"
"아씨, 더러워!! 우리 녤?...아오, 정신차려. 지금 연애하는거 아니에요. 시험준비하는거지."
"웅 구래서 어쩌라구. 빠큐."
팩폭을 날리는 강동호에겐 가운데 손가락이 답이지.
내가 괜히 왁킹을 하는게아니에요. 이렇게 곧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올리기 위한 과정이였어.
물론 서비스로 귀여운거라면 아주 사족을 못쓰는 강동호에게 귀척은 덤이당. 뀨우?
"너 여자인거에 감사해해라."
"웅! 구롤껭! **가 배고파염! 얼른 밥머거염!"
"…너 오늘 부모님께 가서 감사절 꼭 올려. 남자였으면 넌 진짜 어휴."
"ㅋㅋㅋㅋㅋㅋㅋ그니까 날 방해하지마. 빨리가자 오늘 저녁학식 제육덮밥이래."
질린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강동호는 제육덮밥이란 말이 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곧장 앞만보고 학식당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강동호 놀리는게 제일 쉬운듯 싶다.
*
평소라면 절때 풀세팅이란 있을 수 없는 아침. 난 화장부터 머리까지 풀세팅했다.
유난히 화장도 잘먹고, 머리에서는 샴푸냄세도 은은하게 퍼져나가고 고데기도 잘됬다.
옷도 평소 다니엘이 잘 입고다는 스트릿브랜드 옷으로 입어 취향을 저격해보았다. 정말 너무나 완벽한 날이다.
분명 정말 완벽한 날이였는데 …, 왜 난 아직 침대에 누워있는거지?
왜 내 침대 옆 탁상시계는 8시 30분인거지?
"시발 *** 미친년!!! "
미쳤어! 상황파악이고 자시고 일단 머리부터 감자 싶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보일러도 켜지않아 얼음장같은 물이 쏟아지던 말던 미친듯이 머릴 감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나오니 10분이 지나있었다.
씻으면서 생각해논 입을 옷을 곧장 꺼내서 티가 머리때문에 젖든 말든 일단 입고 바로 화장대 앞으로가 스킨과 로션을 그냥 얼굴에 들이 부었다.
"이래서 자취를 하는게 아니였는데...흐허...망했어.."
드라이기로 머릴 대충 안쪽만 말리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7분이 지나있었다. 다행히 학교 앞에서 살아서 5분이면 학교 정문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8분. 그와중에 양말은 다니엘 취향저격을 위한 스투시 양말을 꺼내신고, 뛰어가기 편한 힙색을 맸다.
다시 화장대 앞으로가 쿠션을 팡팡 두들기며 눈썹도 슥슥 그렸다. 마스카라는 바라지도 않았고 그냥 갈색 아이쉐도우만 끼얹었다.
신발장에서 대충 연습화를 꺼내 신고, 신발장앞에 달아놓은 거울앞에 서서 마지막 확인을 했다.
여름이니까 가볍게 가려고 흰티에 무릎선 정도에 오는 반바지. 그리고 스투시양말과 반스. 마무리로 힙색.
누가봐도 방금일어난 사람이다. 망했어. 이와중에 시간은 1분 오바되서 급하게 집밖으로 뛰어나가야했다. 결국 틴트는 뛰어가면서 발라야했다.
간신히 9시 정각, 정문에 도착했다. 일단 숨을 고르면서 머릴 쓱쓱 정돈했다. 거울대용으로 핸드폰을 비춰 내 상태를 확인했다.
여름이여서 금방마를것 같았던 머리는, 머리가 긴탓에 아직 좀 덜말라있었고 화장은 그냥 간신히 봐줄만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어딨지?"
"여기."
"악!! 깜짝아.…안녕, 언제부터 거기있었어?"
"방금왔어. 가자."
인사대신 토끼이빨을 보이며 웃는 다니엘을 보니 난 더더욱 내 몰골이 한심스러워졌다.
앞장서서 걸어가는 다니엘의 뒷모습을 보는데 아침부터 잘생겼다.
"뭐해 빨리와."
어차피 이야기하려면 봐야했지만 최대한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싶지 않아,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다니엘 뒤만 졸졸따라갔다.
한참 학교 안으로 들어가 연습실로 가고있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는 듯 손을 펄럭였다. 근데 손 진짜 크네.
"으..응."
갈테니까 제발 나 보지마. 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가 간신히 내렸다.
결국 마지못해 옆에서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머리 끝쪽에 감각이 느껴졌다. 놀라서 다니엘을 쳐다보니 아직 덜 마른 머릴 만지고 있었다.
"너 머리안말렸어?"
"…아니 그 자연바람이 머리카락에 되게 좋다더라구!하하하하!"
누가봐도 늦잠자고 왔는데 최대한 둘러댔다. 내 말을 듣고 가만히 고갤 여러번 끄덕이던 다니엘은 잡고있던 머릴놓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아침에는 말리고다녀. 감기걸려."
…울 녤이 지금 나 걱정한거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데레데레데레 츤데레? 심장아파 흑흑.
안봐도 내모습이 훤히 보인다. 얼굴이 아주 터질듯한 홍시가되어있겠지. 상관없어 시X! 난 존나 행복한 홍시거든!!
한참 헛 생각을 하다보니 금방 지하연습실에 도착했다. 아직 어느 연습실에서도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는걸 보니 아무도 안온듯 했다.
"아직 아무도 않았나보네. 아무데나 들어가자."
자꾸 웃음이 나오려는걸 가리기위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실로 따라 들어갔다.
내려 놓을 짐도 없어서 일단 연습실 가운데에 자리 잡아 앉았다. 다니엘은 연습실 뒤쪽에 가방을 놓더니 노트북하고 공책과 펜을 가지고 내 옆으로 왔다.
아마 공책은 다니엘의 연습노트인것 같았다. 남자애들 보통 연습노트 잘 안쓰는데 역시 우리 녤이. 노력왕 칭찬해!
"생각해 본거 있어? 나도 좀 해보긴했는데 넌 어때?"
"음, 내 생각엔 비보잉이랑 왁킹이여서 이 두개를 연결할만한게 현대무용이 괜찮은 거 같거든?
그렇다고 막 현대무용을 하자는게 아니라 서로 각자의 안무를 넣는데 같이 춰야되는 안무나 두개를 이어야 할 안무를 해야될땐
내가 비보잉은 못해도 현대무용 테크닉은 배워봤어서 가능할거 같거든. 너도 현대무용 괜찮지않아?"
"오. 통했다."
안그래도 둘만 이렇게 마주보고 이야기해서 떨려죽겠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날정도로 얼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커다란 주먹하나가 들어왔다. 치라는 건가 싶어 살짝 다니엘 표정을 살피니 얼른 치라는 식으로 보는것 같아 얼른 주먹을 맞댔다.
"그렇지. 이젠 좀 알아먹네?"
"뭐..뭘?"
"저번보단 말이 좀 통하는 거같아서. 혹시나 가위바위보라도 하는 줄 알까 싶었거든."
우주까지 치솟듯 들떠오르던 마음이 일순간에 지구 핵까지 내려갔다.
그럼 그전까지 날 보면서 참 눈치없단 생각을 했다는 거 아닌가? 미쳐 … 어느정도 맞는 말이여서 더 할말이 없어졌다.
괜히 기분이 울적해져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다니엘이 내 양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으에?"
놀라서 몸을 뒤로 쑥 빼려는데 분명 쌔게 잡은것도 아닐텐데 몸이 망부석이 된것처럼 꿈쩍도 안했다.
뭐냐는 식으로 다니엘을 바라보니 말없이 웃으면서 움추려져있던 내 어깨를 잡아 꾹꾹 누르며 펴냈다.
"넌 꼭 어깨가 말리더라. 춤 오래추려면 펴."
"…고마워. 근데 어떻게 알았어?"
고마움과 동시에 그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져 물었다. 그랬더니 웃고있던 다니엘의 표정이 일순간 당황스러워하듯 보였다.
"아…, 꼭 보려던건 아니였는데."
평소에 친구들이 어깨 좀 피고다니라고 할때 피고다닐껄. 대체 난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눈치없고 어깨 굽은 애로 보였던 거지 싶어 급하게
내가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통모르겠다. 내가 365일 거울만 보고있는 것도 아니고.
"그 같은 조 되고 보니까 너가 어떻게 춤을 추는지 알아야 안무짜기 수월할거 같아서 페북에서 너 영상 좀 봤어."
"영상?"
"어. 그 작년 배틀 영상봤는데 음…"
항상 덤덤하거나 웃는 모습만 보이던 다니엘이 당황하며 뜸들이는 모습을 보니 대체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
내 작년 배틀영상이 어쨋길래 망설이는거지 싶어 머릿속으로 급하게 내 페북 영상들을 되짚어보았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별 문제 없는데?
"봤는데? 왜?"
"아니 그… 너가 의상을 좀 위에 파인걸 입어서 어깨가 좀 잘보이더라고… 그니까"
말이 파인거지 그냥 터틀넥 의상입은걸 가지고 지금 부끄러워하며 귀까지 빨개지는 다니엘을 보자니 귀여워 죽을뻔했다.
지금 내 앞에 사람이 있는건지 대형견이 있는건지. 진짜 어떡하지? 아니 널 어떡하면좋아? 너무 귀엽잖아!!!! 이게 영상이면 좋겠다. 캡쳐해서 매일밤마다 보고 잘래.
괜시리 더 놀리고 싶어져 모르는 척을 했다. 나 변탠가봐, 당황하는게 왜이리 좋지?
"그니까?"
"그니까 오해하진말라고. 그냥 춤보려다가 의도치않게 내가 어깨에 관심이 많아서, 뭐 원래 사람볼때 어깨를 좀 자주보는데…아씨. 뭐라는거야.
그냥 어깨가 말려있더라. 그거 심해지면 너 왁킹한다며 팔까지 영향갈거아니야."
"헐."
경찰에 신고해야되. 빨리 여기 살인자있어요ㅠㅠㅠㅠㅠㅠ 방금까지 귀여워서 사람 죽이려고했는데, 이젠 달달해서 죽을거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말그대로 헐. 아니 어떻게 사람이 완벽해? 매일 아침마다 둥둥떠다니는 서울하늘 미세먼지 같은 존재인 나에게 관심을 주다니.
"아니 그렇게 까지 놀라진 말고"
"아..아니야! 놀라서 이러는거아니야. 그냥 나를 알려고 한게 신기해서 그래. 남자애들이 그렇게 까지 섬세하진 못하잖아 보통."
둘러댈려고 막상 뱉긴했지만 생각해보니 진짜 섬세한것같다. 보통 남자애들이라면 굳이 영상까지 찾아가며 스타일을 알아보려하지도 않을테고
그 와중에 상대방의 몸상태까지. 더군다나 아까 가져온 연습노트. 그러고 보니 아까도 내 머리가 젖어있는것도 알아보고.
그리고 물론 일반화를 하면 안되는건 알지만 그래도 그전까지 같이 시험을 준비해야했던 남자애들은 대게 내가 먼저 연습하자고 해야 그제서야 시작했기때문이다.
설마 … 누군가 그랬다. 사실 누군가는 은정이긴 하지만,
'남자가 너어어어어무 섬세하면 그거일 가능성이 높데.'
왜 하필 난 그런 말을 들어서 이 상황에 그 말이 떠오르게 하는거지?
생각하고 싶지않은데 눈에 보이니 역시 생각을 멈출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니엘의 머리색은 핑크색이다.
"아니 딱히 섬세까ㅈ"
이 모든 정황은 하나의 결론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 녤은…
"너 게이야?!"
"…뭐?!"
DL 이야기 |
좀더 일찍오고 싶었는데 저도 다음주가 종강이라 빨리 못오겠더라구요ㅠㅠ시험 ㅂㄷㅂㄷ 그렇다고 글 양 적게 오고 싶지도 않구 그래도 오늘 짬내서 썼습니당. 야후! 그리고 저번에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려용♡ 말도 안했는데 해주시궁 물론 신알신해주신분들 그 외 댓글달아주신분들 정말 너무너무 힘이됩니당. 전 이제 다시 시험준비하러 사라질게용 총총총. 문제시 댓글남겨주세요! 아참, 우리 녤 투표 잊지마시구용! 암호닉 :) 아기어피치 0226 두분뿐이지만 너무너무 감사합니당 제 사랑 다 가져가세요ㅎㅎㅎ핳하흐하흐핳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