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영민씨
: 피하고 있는 것 같은데.
" 김팀장, 지금 바쁜 건 알겠는데 파일 최종본 확인은 똑바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 ... 죄송합니다. "
야근. 야근. 야근.
아무리 디자인팀의 비애라지만 일주일 내리 하는 야근과 잔업은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하는 나도 두손 두발 다 들 정도로 내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제대로 잠을 못자니 깜빡하는게 잦아졌고, 지금처럼 평소엔 안하던 실수를 연달아 했다. 빨리 자리로 돌아가 짧게 눈이라도 붙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내게 주어진 업무가 너무 많았다. 박상무님께 지적받은 서류들이 끼여있는 서류철을 품에 끌어안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빨리 자리로 가서 일이나 마저 해야지.
" 어, 임팀장. 마침 두 시간전에 올린 홍보자료로 할 얘기가 있었는데─ "
기운이 쭈욱 빠져 몸을 축 늘어뜨리고 걷다가 내가 걷고 있는 방향쪽에서 내 귀를 파고든 호칭, '임팀장'. 임팀장이 저 코너를 돌면 있다. 나는 그쪽으로 걷던 몸의 방향을 틀어 그가 서있을 곳으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일하러 가기 싫어했던 내 마음을 대변하듯 느릿했던 내 걸음이 빨라졌다. 이쪽 방향으로 가면 엘레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비상구로 향했다.
그의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했던 날 이후로 나는 의도적으로 그를 피하고 있었다. 서로 접촉이 많은 두 부서의 특성상 임팀장도 어느정도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그는 내가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거다. 그러나 그를 볼때마다 그날 나를 바라보던 그의 따스하고 다정한 눈길이 계속 그의 눈 위로 겹쳐보였고, 웃으며 내게 했던 달디 단 말들이 내 귀를 떠나지 않아 날 괴롭히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비상구로 거의 도망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내 모습처럼 그때의 임영민에게서 도망칠 비상구가 내겐 필요했다. 그게 비록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라도.
" 이 과장님, 이거 누가 갖다 놓은 거예요? "
" 그거, 글쎄요. 기억이 잘... . "
내 자리로 돌아와 새로 올라온 서류가 있나 확인을 하다가 발견한 건 회사 앞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였다. 그 샌드위치를 바라보며 그제야 내가 오늘 한끼도 먹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는데. 샌드위치를 들어올리며 나와 제일 가까이 앉아있는 이 과장님께 샌드위치의 출처에 대해 묻자, 과장님께선 내 시선을 회피하며 기억이 안 난다는답을 내놓으셨다. 누가봐도 알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게 그의 표정에서 드러났다.
과장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더이상 추궁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보니 뇌가 반응이라도 한 모양인지 거짓말처럼 배가 고파졌다. 망설이다가 샌드위치 랩 위에 붙어있던 카페 브랜드 스티커를 떼고 랩을 벗긴 뒤 샌드위치 한쪽을 입에 베어물었다. 우물거리며 샌드위치 속을 힐끔 확인하는데, 누가 먹어도 취향을 타지 않을 속재료로 꽉 차 있었다. 그러니까, 내 입맛을 확신하지 못한 사람이 나름의 배려와 센스를 발휘했다는 뜻이였다.
" ... 이 샌드위치, 임영민 팀장님이 갖다주신 거예요? "
" ... . "
회사 앞 카페라고 하더라도 유난히 눈에 익는 브랜드 스티커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매번 임팀장 손에 쥐어져있던 종이컵이였다. 딱 이 브랜드의 마크가 박힌 그 종이컵을 쥐고 있었는데. 내 물음에 과장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과장님의 행동은 내 질문에 대해 명백한 긍정적 답변이나 다름없었다. ... 또다시 그의 큰 눈 가득 담겨있던 애정어린 시선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오늘 끝내야 하는 일 많은데... 이렇게 또 시간 뺏기면 안되는데.
나는 아까와 달리 현저히 느려진 속도로 샌드위치를 베어물며 샌드위치를 감싸고 있던 랩을 버리기 위해 책상 밑으로 몸을 숙였다. 벌써 반이나 차있는 쓰레기통을 보며 내일쯤에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쓰레기통 안에 버려져있는 꾸깃한 노란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엔 1+1으로 딸려온 분홍색 포스트잇을 썼기때문에 내가 버린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
끼니는 꼭 챙겨요.
- 임영민 팀장 -
─
그 포스트잇의 주인이 누구인지 은연중에 나는 깨달았던 모양이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포스트잇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판도라처럼 나는 그 포스트잇을 집어 펼쳤다.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처럼 정갈하고 깔끔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끼니를 챙기라는 메모보다도, '임영민 팀장'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그의 이름을 서너번은 더 읽으며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동료로서, 그냥 걱정해주는 거 겠지.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였다. 아직도 저번 이별의 후유증을 옅게나마 앓고 있는 중이었기에 더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선택한 자기 방어였다.
***
" 윤대리님, "
" 네? "
" 저랑... 자리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 "
" 자리요? "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회사 운영방침에 따라 매 회의마다 자리는 직급 상관없이 랜덤으로 선정이 되곤 했다. 특히 자주 만나는 홍보팀하고만 진행되는 회의는 더더욱 자리선정에 자유로웠다. 임팀장과 어떻게하면 회의시간에 접촉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회의실에 나타나니 임팀장 바로 옆자리가 내 자리인 것을 발견했다.
... 틀림없이 어색할게 분명했다. 작정하고 저를 피해다니는 나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고. 물론 그와의 교류를 아예 끊었다고는 단언 할 수가 없었다. 샌드위치를 사줬던 그에게 빚지는 기분이 들어 팀원들과 그 카페에 음료를 사러갔다가 마주친 홍보팀 직원들에게 음료를 쏘는 걸로 (내 나름대로) 갚았으니까. 그의 커피까지 사서 홍보팀 직원에게 그 음료를 쥐어주고 꼭 그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 뒤로 한동안은 서로 아예 마주칠 일이 없었고, 있다해도 내가 아주 갖은 애를 쓰며 피해다녔으니 거의 2주만에 얼굴을 보게 되는 건데 옆자리면 심히 어색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난 그의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테니 괜한 오해를 살 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칠 일이 전혀 없을 자리에 앉은 윤대리님과 자리를 바꿨다. 의아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순순히 자리를 바꿔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 제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네요, 늦진 않았죠? "
" 딱 제시간에 들어오셨습니다, 팀장님─ "
책상위에 배부된 오늘 회의 목차를 확인하고 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감히 고개를 들 생각도 못하고 더더욱 고개를 푹 숙였다. 디자인팀을 이끄는 사람이 나였기에 그와 의견을 꼭 주고 받을 상황이 오리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초조한 사람처럼 목차가 인쇄되어있는 종이 끝자락만 계속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늘 회의 진행을 맡은 홍보팀 직원이 운을 떼고, 설명을 하며 PPT를 넘기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 그러고 있었다. 평소라면 적극적으로 PPT 자료를 보면서 피드백을 하고 있었을텐데.
갑자기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임팀장처럼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별해야하는데, 왜 나는.
" 김여주 팀장님, "
" ... . "
" 김팀장님은 현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애꿎은 아랫입술만 꾸욱 윗니로 짓누르며 자책하고 있는데, 회의를 이끌던 홍보팀 직원의 말소리가 뚝 끊겼다. 뚝 끊기자마자 들려온 임팀장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절로 시선은 그를 찾았다. 눈이 마주치면 어떻하나 아차, 싶었지만 그는 내가 줄곧 그러고 있던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모순적이게도 안심하면서 서운함을 느꼈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은데, 하는 염치없는 생각도 들었고.
임팀장을 제외한 회의실에 앉은 전직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회의 시작 20여분만에 입을 여는 거라 목소리가 갈라질까 작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었다. 솔직히, 온 신경이 그에게 향해있는 바람에 회의 내용엔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의진행때문에 마이크를 쥐고 서있는 홍보팀 직원 뒤로 잘 정리된 계획안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 회의가 끝나고 사본을 받아 꼼꼼히 확인해봐야겠지만, 그 계획안을 빠르게 훑는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좋아요' 혹은 문제를 제기하는 거였다. 문제를 제기할만큼 집중하지 못했기에, 나는 좋다는 대답을 내놓기로 했다.
" ... 좋아요. 이 아이디어에 대해 제가 이의 제기할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임팀장님. "
" ... 그래요? 그럼 됐어요. "
'임팀장님' 이라고 덧붙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덧붙였는데,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그의 표정때문에, 그리고 굉장히 사무적인 그의 말투때문에 나는 차마 눈 돌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회의는 다시 진행되었지만, 그와 나는 계속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눈맞춤동안 나는 그에게 모든게 간파당하는 기분이였다. ... 그날 당신이 내게 한 끝도 없이 다정하고 달았던 행동과 말때문에 내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다 진짜인거 같아서 착각할 것 같다고. 그렇게 다 들킨 기분이였다.
눈을 먼저 돌린 사람은 당연하게도 나였다.
언제나 나를 바라볼때마다 웃어주던 그 얼굴이 옅은 미소하나 없이 냉한 걸 견딜 수가 없어서.
" 그럼 오늘 1차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필요사항 있으면 바로 사내 메일로 보내주시고, 수고 하셨습니다. "
눈 깜짝 할 사이 회의가 끝났다.
삼삼오오 자기 부서 사람들끼리 직원들이 무리지어 빠르게 회의실을 벗어났고, 그덕에 넓은 회의실엔 나와 임영민 팀장 둘만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 그는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내고 있었다. 그틈을 타 나는 최대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회의실을 나왔다. 그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경보하는 것처럼 엘레베이터까지 달리다시피 걸었다. 세 개의 엘레베이터 모두 직원들이 타고 내려간 탓에 어김없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가 오면 어쩌지─ 하는 초조한 마음 반, 그래도 같이 엘레베이터 타고 갔으면 좋겠다는 모순적인 마음 반. 그런 충돌되는 마음으로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결국 그는 내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내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중앙 엘레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렸다. 왠지 모르게 나는 올라타는 걸 머뭇거리다가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래, 그냥 다 잊고 부서로 돌아가자. 닫힘 버튼을 눌렀다.
" ... . "
" ... . "
그리고, 거짓말처럼 닫히던 엘레베이터 문이 다시 양 옆으로 갈라지더니 그가 서있었다. 닫히는 엘레베이터를 보고 뛰어온 모양인지 작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솔직한 마음으론 그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기를 기대했지만, 그래도 정말 같이 타리라곤 예상치 못해서 눈만 깜빡이며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는 사람처럼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정말 염치 없게도, 피로감이 조금 가시고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방이 거울처럼 된 엘레베이터 내부때문에 나는 꼼짝없이 임팀장의 모든 행동을 눈으로 볼 수가 있었고, 그와 동시에 스르륵 닫히려던 엘레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임팀장이, 엘레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렀기때문에.
" 잠깐 얘기해요, 우리. "
" ... . "
" 지금 부탁하는게 아니라, "
" ... . "
" 애원하는 거예요. "
정면을 응시하던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고, 나는 그의 표정을 본 순간 바로 깨달았다.
이번만큼은 피할 수가 없겠구나.
***
" ...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
" ... . "
" 김팀장님 저 피하고 있죠? "
" ... 아니요. "
" 피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우리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임팀장이 내가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덕에 내가 먼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고, 날 따라 들어와 회의실 문을 닫은 그는 문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그는 떳떳했기에 나를 올곧은 시선으로 쳐다봤고, 나는 떳떳하지 못했기에 그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자기를 피하는 거냐는 그의 질문을 예상하기는 했다. 수상할정도로 피해다녔으니까. 저를 피했냐는 그 물음엔 원망도, 서운함도 묻어나지 않았다. 다만 정말, 왜 저를 피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 물음에 대놓고 네, 피했어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기에 (그러면 이유를 설명해야하니까) 부정을 하니, 그가 나지막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한 질문을 되새겼다.
" 지금도. 지금 내 눈도 피하고 있잖아요. "
" ... . "
" 내가, 싫어요? "
" ... . "
" 아니면 내가 잘못한 게 있어요? "
" ... 아뇨, 없어요. "
눈을 피하고 있다고 짚어내는 그에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고, 자기가 싫냐는 그의 질문엔 고개를 저어보였으며, 자기가 잘못한게 있냐는 물음엔 결국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줄곧 짓고 있던 그의 무표정에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심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가 싫은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자기를 피하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 잘못은 내가 했지, 임팀장이 아니라. 살짝 시선을 내가 신고 있는 구두로 돌렸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는 달래는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러면. "
" ... 네? "
" 그러면요? "
확연한 키 차이때문에 나를 내려다보느라 그의 눈 위로 짙게 쌍커플 라인이 드러났다. 그러면. 왜 자기를 피했냐고 내게 묻는 그에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이라고 묻는 목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다정한 음색으로 돌아와있었다. 날 한없이 약하게하는 그 목소리. 그래서 그에게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들킬까봐 그를 피했었다.
내가 계속 외면하느라 혼란스럽던 마음의 이유.
그의 웃는 얼굴을 매일 보고 싶고, 그의 다정한 눈길을 받고 싶고, 그의 손을 잡고 싶은 나는.
나는, 임영민을, 좋아한다.
" ... 계속 생각났어요. 그 날, 뭘하든 내가 예쁘다던 임팀장님이. "
" ... . "
" ... 임팀장님 보면, 착각할까봐. 저 착각 잘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
" ... . "
" 그래서 피했어요. ... 공과 사 구분이 안되니까 마음 정리하고 싶어서. "
거짓으로 둘러대는 것보다 진심을 말하는 것을 택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을 보면 결국엔 거짓말을 할까봐 눈까지 감았다. 내가 말하는 내내 말이 없어서, 감았던 눈을 뜨기가 두려웠다. 온갖 착각을 다한 나를 어색하게 바라보고 있거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임팀장이 나를 쳐다볼까봐. 사랑고백이나 다름없는 고해성사에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부끄러움과 수줍음에 온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의 반응이 긴장되어 손이 덜덜 떨렸다.
" 고민하고 있어요. "
한참 끝에 들려온 임팀장의 목소리는 내내 나를 괴롭혔던 그 다정한 목소리였다. 고민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안아도 될까, 말까. "
" ... . "
" 나 김팀장님 좋아해요. 굉장히 사적인 감정으로. "
" ... . "
" 안아도 돼요? "
천천히 아래로 부드럽게 휘는 눈꼬리와 올라가는 입꼬리.
그게 내가 눈떴을 때 맨 처음 보게 된 그의 표정 변화였다. 그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나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그는 내게 살짝 팔을 벌려보였다. 심장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차마 입이 열리지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여전히 떨고 있는 내 손을 잡고 제 품으로 잡아당겨 날 안았다.
착각이 아니였다.
내가 느낀 감정을, 그도 똑같이 느꼈다.
" 이번 주 토요일, 시간 괜찮아요? "
" ... 네? "
" 고백은 놓쳤으니까, 데이트 신청은 내가 하려고. "
이것마저 내가 못 물어볼까봐 마음이 급해서.
토요일에, 나랑 함께 시간 보내줄래요?
짧은 짝사랑의 끝이였다.
*
주저리 |
안녕하세요, 드래곤 수프입니다. 갑자기 휴재인 <친절한 영민씨>를 올리는 이유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힐링하고 싶어서요. 최애와 차애가 우는 걸 한 회에 한꺼번에 보니까,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애매한 용국씨> 써야하는데, 계속 마음이 울렁울렁 거려서요. 멘탈이 완전 깨져서 탈프듀와 글삭제를 동시에 고민했었거든요. <친절한 영민씨>의 D편이 올라온 이상 연재를 다시 하는 거냐고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우선 이번 편은 다 써놓고도 올릴까 말까를 많이 고민했는데(거의 무턱대고 올리는 거니까요), 가끔 제 글로 힐링하신다는 독자님들이 생각나서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실 분들을 위로하고자 올린, 조금은 충동적인 선택이였거든요...ㅠㅠㅠ 휴재 공지를 한 이후부터 줄곧 영민이가 지속적으로 도 넘은 비난을 받는 걸 보고 아이를 향한 부정적인 멘트들이 거의 사라진 후에 재연재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아이가 끌어올려져서 안 좋게 언급되는걸 보고 싶지 않은게 팬의 마음이기도 하고. (제 글을 보고 그 일들을 떠올리고, 그래서 제 글로 인해 아이를 다시 부정적으로 평가 당할 거리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였기에 휴재 판단을 내렸었지만 여전히 이 글을 좋아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간혹 댓글 달아주셔서 계속 연재시기 언급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친절한 영민씨>가 연재가 된다면, 영민이가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가 있는 시기인 프로듀스101 방송이 끝난 시점이 되지 않을까해요. 다음 편은, 멘탈 제대로 정리한 후에 <애매한 용국씨> C편과 계속 언급만 하고 있는 우진이의 단편 〈 Take It Slow(上&下) >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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