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민아, 오늘 못만날 거 같아…."
"왜."
"친구가 입원해서 병문안 가봐야 할 거 같아. 미안해…."
"…알았다."
만나기 2시간 전, 갑작스레 약속 취소를 하는 여주의 행동에 살짝 짜증이 난 영민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여주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음. 사실 내일은 바로 영민의 생일임.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영민 몰래, 영민의 집에 들어가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려는 계획이었음.
여주는 영민 모르게 며칠 전부터 이벤트를 계획했음. 사실 여주와 영민은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음. 생일이나 100,200일 같은 기념일이 오면 서로를 챙기기보다는 외식을하거나 영화를 보며 일상적이게 보냄. 그래서인지 여주는 더더욱 2번째로 맞이하는 영민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었음.
"남자가 좋아하는 이벤트…."
생전에 이벤트란걸 해봤어야지ㅡ 여주는 한참동안 인터넷에 검색을했고 여주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찾아냄.
[내가 남친 생일때 흰 와이셔츠만 입고 토끼 귀 머리띠 써서 케이크들고 남친 집에서 몰래 기다렸거든? 그날 남친 좋아서 물고빨고 난리나더라ㅋㅋㅋㅋ 다들 남친 생일 이벤트 때문에 고민이라면 이 방법 써보길.]
그렇게 여주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이내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옴. 영민의 집 가는길에 케이크와 토끼 귀 머리띠를 사며 자신의 이벤트를 보고 좋아할 영민의 모습을 상상하며 빠른걸음으로 감. 영민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있던 여주는 능숙하게 도어락을 열고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영민의 옷장을 뒤지기 시작함.
"...뭐야 이게."
그렇게 여주가 찾던 크고 흰 와이셔츠를 찾았지만 어쩐지 자신이 생각한 핏과는 달랐음. 영민은 여주보다 체격이 한참이나 컸고, 여주가 생각했던 아슬아슬한 길이의 셔츠는 무슨, 그냥 아빠옷을 뺐어입은듯한 느낌이 들어 한숨을 쉬는 여주임.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숨을 쉴 때가 아니었음. 곧 있으면 왠지 영민이 올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얼른 머리띠를 쓰고는 거실에 쪼그려 앉아 초를 꽂기 시작했음.
그 시각 영민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한 여주 때문에 일을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음. 아까 전화 끝은뒤로 자신에게 연락 한통조차 없는 여주의 행동에 살짝 짜증이나며 기분이 안좋아진 영민임. 그렇게 한참을 걸어 집에 도착했을까, 영민은 평소와 같이 도어락을 열었음.
"어…,"
"......"
그리고 그의 눈에는 자신의 흰 와이셔츠만을 입은 채 토끼 귀 머리띠를 쓰고있는 여주를 발견함. 정확히 말하자면 영민이 오기전 너무나도 배고픈 나머지, 한 입만 먹어볼까ㅡ라며 케이크 생크림을 찍어먹고 있던 여주를.
영민과 여주는 눈이 마주친채 한참을 굳어있었음. 여주도 생각보다 영민이 너무 빨리와버려 당황했음.
"어, 서, 서프라이즈!"
"…뭔데."
"그니까 그게…, 내일 너 생일이잖아! 그래서 오늘 같이 있고 싶어서…,"
여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민은 얼이 빠진 얼굴로 여주에게 성큼성큼 걸어옴.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이 나오지않자 당황한 여주는 그대로 눈만 꿈뻑이며 셔츠 소매 끝만 매만짐. 그런 여주를 보던 영민은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여주가 쓰고 있던 토끼 귀를 만짐.
"선물은."
"응? 저거 케이크!"
"또."
"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케이크말고 선물은 미처…,"
영민이 선물을 요구할줄 몰랐던 여주는 당황한 마음에 과장된 제스쳐를 하며 횡설수설 함. 그러자 영민은 허리를 숙여 여주와 눈을 맞추며, 아까 여주가 영민 몰래 케이크를 먹었을 때 입술 옆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줌.
"이건 선물 아니가."
"응?"
"토끼. 내 생일 선물 아니냐고."
에…ㅡ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스토리로 흘러가자 여주는 당황한 채 어버버거림. 영민은 미소를 짓더니 여주의 허벅지에 간당간당하게 닿여있는 셔츠 끝자락을 매만지며.
"이것만 입고 토끼 귀까지 쓰고있으면, 내보고 어쩌라는건데."
"......."
"잡아 먹어달라는거가."
선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되제ㅡ 여유로운 미소를 짓으며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 영민을 보니, 왠지모르게 자신이 하려던 이벤트를 역으로 당한 느낌이 드는 여주였음.
2.
"여기가 사거리 근처에 포장마차인데, 영민이가 너무 많이 취해서요."
"아, 진짜요?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전날은 여주와 함께 보낸 영민은, 생일 당일 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감.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밤이 되자 여주는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음. 그리고 영민대신 웬 다른 남자가 받더니 주소를 알려주며 영민이 취했다고 함.
술을 마셔도 자기 몸 못 가눌 정도로 마시는 애가 아닌데ㅡ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디건을 걸친 채 집을 나서는 여주임. 그리고 영민의 친구가 불러준 장소로 도착했을까, 전화했던 친구와 함께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영민이 보임.
"영민아, 정신 좀 차려봐."
"......"
"임영민."
여주는 영민의 친구를 먼저 보내곤 엎드려 있는 영민의 살며시 흔듬. 영민은 감은 눈을 천천히 뜨더니 여주와 눈을 마주침. 그렇게 한참을 꿈뻑이던 영민은.
"…김여주."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술도 안좋아하면서."
"그냥…, 기분 좋아서."
영민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꾸만 피식대며 웃음. 여주야ㅡ 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여주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는 강아지처럼 비비적 댐. 사실 영민은 술만 취하면 평소보다는 조금 더 다정해진다는 거임. 그렇다고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데 그냥 행동이 다정해진다는거임. 그래서 여주는 가끔 영민에게 서운할때면 술을 먹여버릴까ㅡ 라는 생각도 많이 함.
여주는 한참이나 자리에서 영민의 새빨간 머리를 만지더니, 이내 영민을 부축해서는 가게를 나섬.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큰 영민을 부축하는게 쉽지않던 여주는 몇발자국 못가서 근처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음.
"영민아, 술 좀 깨면 들어가자, 우리."
"......."
영민은 말없이 여주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며 여주와 눈을 맞춤. 오늘 뭐가 그렇게 기분 좋았어ㅡ 여주의 물음에 영민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을 거두곤 여주의 손을 잡아 깍지를 낌.
"…어제 오늘 연속으로 니 얼굴봐서 그런갑다."
"왜? 내가 보고 싶었어?"
여주의 말에 영민은 입꼬리를 올려 한번 웃고는, 맞잡은 여주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림.
"보고싶은건, 항상 그렇고."
"술만 마시면 그런 얘기 잘하지. 평소에도 좀 해주지."
"…내가 무뚝뚝해서 니 힘들게하는거 안다."
"......."
"그래서 솔직히 놓아줄까, 생각도 많이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영민의 속마음에 장난끼 넘쳤던 여주도 어느새 차분하게 영민을 바라봄. 자신을 놓아줄까라고 혼자 고민한 영민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드는 여주임.
"근데, 니가 옆에 없는건 상상이 안되더라."
"......"
"내년에도, 그 다음해도."
내 생일은 니랑 같이 보냈음 좋겠다ㅡ 영민의 진심어린 말에 여주는 입술을 꾹 다물며 울컥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함. 당연한 말을 왜 해ㅡ 울먹이는 여주를 보던 영민은, 울릴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ㅡ라며 멋쩍은듯 여주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줌.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손을 맞잡고 벤치에 앉아 있었을까, 살랑거리는 여름바람이 불어옴. 그리고 조금은 술이 깬 듯한 영민을 본 여주는 벤치에서 일어나 집에 가자며 영민의 손을 이끔.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영민과 여주만 있었음.
공원에서 영민의 집이 더 가까운데도 기어코 자신을 데려다주겠다던 영민의 고집을 못 꺾은 여주는, 그렇게 영민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함.
"조심해서 가구,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야해."
"…김여주."
"응?"
영민과 인사를 나눈 여주는 등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고 했을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봄. 그러자 영민은 두 손으로 여주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입을 맞춰옴.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란 여주는 입술을 살짝 떼어냈지만, 또다시 자신의 뒷 목을 감싸며 입을 더 깊게 맞춰오는 영민에 결국 눈을 감음.
한참이나 입을 맞추고 있었을까, 숨이 가빠온 여주는 영민의 어깨를 살짝 치며 그들의 맞닿은 부분은 떨어짐. 그러자 영민은 여주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며 입꼬리를 올림.
"빨리 들어가라. 내도 같이 들어가기 전에."
전 귀가 상당히 얇아요.
그래서 하게되었습니다. 연재. ^v^
앞으로 소재신청은 투표해달라고 한 글에 마구마구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보고 싶은 썰 같은거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