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교외 댄스부 부원 박우진X교내 댄스부 부장 너
'와... 언니 저 오빠 봐요. 춤 엄청 잘 춰요..'
누구? 하며 바라본 무대 위에는 의외인 녀석이 있었다. 박우진..? 쟤가 춤을 췄었나..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친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이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더욱이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니여서 박우진과 함께 어울렸던 날들도 있었다.
아.. 근데 쟤 좀 다르게 보인다
"떨지 말고 너네 엄청 예쁘니까 기죽지도 말고 잘하고 와"
박우진이 내려옴과 동시에 내 자랑인 우리 부 후배들이 무대로 올랐다. 일학년 애들만 올린게 걱정되긴 하지만.. 매일 옆에서 봤으니까 불안하진 않았다.
애들도 올렸고 내 무대 준비는 이미 끝낸지 오래였으니 대기만 하면 되는 타임이었다. 그냥 대기나 했어야 하는건데...
박우진이 궁금했다. 그렇게 친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았던 사이라 생각해서 약간 서운하기도 했다.
춤이 좋아서 예고를 준비했었다. 부상으로 입시를 망치고 좌절보다 재활에 열심히였다. 기회를 날린 것도 춤을 추다 그런 거니까 마냥 좋았다.
딱 그 정도였다 나에게 춤이란 건.
나에게 춤이 이 정도 의미를 지닌다는 건 아마 박우진도 알 것이다.
연습실에 나가 레슨을 받을 때마다 구박받아도 버틸 수 있었는데 그날은 춤을 그만두란 말을 들었다. 별로라고
지금 같았으면 더 잘해야지,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겠지만 그날은 유독 그 말이 아팠다
도망치듯 연습실을 벗어나다가 조금 친분이 있던 안형섭과 마주쳤는데 그때 그 옆에 박우진도 있었다.
착하디 착한 안형섭은 이미 울고 있는 내가 마음에 걸렸는지 박우진을 옆에두고 날 달랬고 왜 그랬는지 추하게 울면서 다 털어놨었다.
그러니 그날 옆에 있던 박우진이 몰랐을리 없다는거다.
아무튼 지금 난 박우진에게 많은걸 묻고 싶다.
그중 가장 궁금한건...
"우리 댄스부 들어올래?"
"..."
"아니"
"아.. 아니, 당장 들어오란거는 아니고 천천히"
"네 춤 별로야."
"용건 다 봤으면 간다."
...저거 지금 싸우자는거 맞지?
나. 이능력을 가진 너X나
나에게 너는 항상 높았다. 어릴적에 그저 네 키가 커 높이 올려다봐야 했던 것 뿐인데
이제 성숙해진 넌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도 높다.
올려다보고 올라가 보려 해도 갈 수 없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는 내게 높다.
처음엔 그저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라 그런다고 생각했고
다음엔 네가 너무 착해서 다정히 대해준다 생각했다,
입학부터 주목받았던 넌 어린 나이답지 않게 능력에서 자유로웠고 지배적이였다.
그에 반에 나는 이제는 모두가 제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뿐만일까 너는 몇 없는 아주 귀한 능력, 나는 있어도 나 하나만 지키는 이기적인 능력. 아니 나 하나도 제대로 못 지키는 이상한 능력
명백한 권력 집단인 사회에서 덜떨어진 나는 너에게 밟혀야 하고 무시당해야 하는 건데
어째서 넌 나에게 여전히 따스할까
***
숨이 가쁘다. 고작 이 거리를 달렸다고 숨이 가쁠 내가 아닌데 이렇게도 숨 쉬는 게 힘이 드는 걸 보면 지금 불안한가 보다.
내가 불안해하면 언제나 울상이 되던 너여서 불안감을 누르고 네 병실로 들어섰다.
아.. 너무 사랑하는데 너는 왜 거기에 있어
밤토리.. 불러도 답이 없다. 창백한 네 모습이 무서웠다. 이러다 사라져 버릴까봐. 못 떠나게 할건데 니가 잡혀줄까..
니가 나에게 매일, 평생을 잡혀있어 줬음 하는데 너는 왜 가려고만 할까
"가지마"
손을 꽉 잡았다. 너 또한 날 잡아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