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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국력] 국력 학원물-너의 등 | 인스티즈


나는 네 등을 보는 것이 좋았다.


초록색 칠판 위에 긁힌 분필자욱

배움을 젖혀버린 채 수능 성적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만 역설하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에서 

나는 어떤 작은 반짝거림조차 찾지 못했다.


나는 내가 오염된 물 속의 물고기 같다고 생각했다.

교실에는 등이 구부러진 수십마리의 물고기들이 교과서 위에 연필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봄날의 날씨는 찬란했으나

교실 안은 석유 찌꺼기가 끈적거리는 미지근한 바닷속과 같았다.


문득 창가에서 햇빛이 반짝거렸다.

눈을 간지럽힌 건 블라인드를 비집고 들어온 작은 햇빛 줄기

그리고 빛에 반사된 하얀 와이셔츠.

사십여 명의 남학생들이 똑같이 몸에 걸친 교복셔츠였지만

그 등은 다른 어떤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너는 구부러진 등을 한 물고기가 아니었다.

탁한 바닷물 속에서 네 곧은 등만이 오염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어쩌면 이 교실 안에서 너의 등만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네 등 뒤를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곧게 뻗은 어깨. 짧게 깎은 목 뒤의 머리칼. 영어 수업을 들을 때면 이따금씩 작게 끄덕이던 뒤통수.

목덜미를 긁적거리던 손가락. 유난히 덥던 날 걷힌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마른 팔. 핏줄이 도드라진 손등.

공기 중으로 퍼지던 낮은 목소리. 웃음. 웃음소리...

그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날들을, 나는 너의 등을 바라보면서 의미를 찾았다.


어느 날인가 다들 급식을 먹으러 나가고 텅 빈 교실 안에서 너와 나만이 남았다.

그냥 급식이 먹기 싫었던 건 그날의 기분 탓이었을까.

네가 여느 때처럼 두세 명의 친구와 함께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습관처럼 너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그 때

아주 오랫동안 그러려고 계획해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너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너의 등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대신에 아주 가까운 것처럼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것이 마치 꿈 같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어떤 현실보다 현실적이었다.

곧, 까만 눈동자를 숨기며 눈꼬리가 길게 접혔다.

작게 낮은 웃음소리가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네가 웃었던 건 어쩌면 별 의미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내 귓가에 수만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부딪쳐왔다.

나는 동시에 왈칵 울어버렸다.

죄책감이었을 수도 있고, 부끄러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무릎 위로 떨어뜨리고 있을 때

너는 당황하지도, 비웃지도, 또한 어떤 말을 하지도 않았다.

간헐적인 흐느낌만이 영원할 것 같았던 공기 속에서, 타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왔다.


어깨를 감싸온 건 수없이 바라봐왔던 마른 팔이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셔츠깃이 믿을 수 없을 만치 하얗게 빛났다.

울음을 그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더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은,

네 등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 등이 좋았던 게 아니다.

네 머리칼과 뒤통수와 목덜미와 손가락, 목소리. 웃음소리. 네 주변에 떠다니던,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던 먼지들까지 의미있는 것이었다.

너의 등을 안고 싶었던 건 네 등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것이 의미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네가 좋은 것이었다.


눈물로 뿌연 시야 속에서 너의 하얀 셔츠깃만이 빛나던 그 순간에

나는 마침내 네 등을 감싸안았다.




이게 무슨글이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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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좋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흘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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