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양아치가 있는데 걔가 요즘 9
그냥 오늘은 딱히 유쾌한 얘기도 아니니까 바로 쓸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가 저 사진이랑 관련이 있을 것 같은 거야.
무서워서 못 받겠더라고, 너무 복잡했어.
나는 왜 저 사진 때문에 서운한 건지, 박지훈 여자친구는 맞는지.
"여주야... 괜찮아? 지금 페북 난리야."
"아니, 나 안 괜찮은 것 같아. 안 괜찮아, 진짜 너무... 복잡해."
"박지훈은 아직 댓글단 거 없거든, 걔 친한 친구들도. 일단 기다려 보자, 응?"
"내가 뭐라고 그래."
"어?"
"내가, 뭐라고..."
친구들이 막 위로해 주는데, 듣다 보니 이상했어.
난 그냥 박지훈 친구일 뿐인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친구.
왜 자꾸 배신감이 드는 건지, 나한테 했던 행동은 다 거짓말이었는지.
그리고 왜, 혼란스러운 나한테 연락이 한 통 없는 건지.
"야, 나 먼저 갈게. 쌤한테 말 좀 해 줘."
"어? 야, 야 김여주, 야!"
"미안, 들을 정신 아니야. 그냥 얘기만 해 줘."
"야! 너 주학년이 찾던데..."
수영이를 두고 막 학원 교실로 뛰어 들어와서 정신 없이 가방을 챙기다가 나가는데, 전정국이 들어오더라고.
아 전정국은 학원 친구, 그래서 대충 부탁하고 나가려는데 주학년 이름이 들리는 거야.
잠깐 멈칫했지. 주학년은 박지훈 친구니까, 뭘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여주야. 잠깐, 얘기 좀 하자."
"어, 어."
"페북 사진 봤지?"
"응."
"사실 그날, 우리 술 마셨거든. 나 아는 형이 하는 호프집이라 뚫기 쉬웠어."
"들었어."
"근데 박지훈도 한 두 병? 했나, 술 취한 다음 찍힌 사진일 거야, 저거."
"박지훈이 술을 마셨다고?"
분명히 나한테는 안 마셨다고, 했는데. 머리가 띵했어.
그러니까 저 말은, 술 먹고 쟤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번호 딴 여자가 찍은 사진이다. 이 말일 거 아니야.
혹시, 정말 혹시 사촌 누나일까, 거기까지 생각한 내가 바보 같더라.
술 취해서 저러고 다닌 박지훈도 밉고, 사실 거짓말이 제일 싫었어.
"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
"그러고 싶은데, 진짜 그러고 싶은데..."
"걔 너 많이 좋아해."
혹시나 했었는데, 진짜구나.
그냥 어쩌면 친구로서라고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이 그 순간만큼은 너무 진심으로 느껴져서
그래서 그냥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 다른 애 입 통해 걔 마음 듣는데 내가 너무 초라했어.
그렇게 그냥 집으로 갔어,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발신인은 다양했지, 배진영. 배주현, 안형섭... 모르는 번호들, 어쩌면 네 번호일지도 모르는.
비가 막 내리는데, 내 처지가 너무 처량해서... 눈물이 막 나오려는 거야.
잘 참고 있었는데, 집 앞에 있는 박지훈을 보니까 눈물이 확 들어가더라. 너무 놀라서.
"김여주."
"뭐냐고 묻기 싫어, 내가 그럴 수 있는 위치도 아니잖아."
"여주야, 그러니까..."
"대충 들었어, 술 먹고 찍힌 거라며."
"아, 어. 그게, 나도 잘 생각이 안나.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니고, 형들 때문에..."
입술 짓이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도 왜 화가 안 풀리는지.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어? 오히려 사람이 화가 나면 침착해진다고.
한참 비 맞으면서 말하던 박지훈한테 우산 기울여주면서 물었어.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
"실망시키기 싫었어."
"왜? 네가 날 좋아하니까? 지훈아,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건, 내가 만약 너랑 다시 친구가 되든 연인이 되든 널 못 믿을 것 같다는 거야."
"여주야, 내가,"
"아니야 지훈아, 나 네 말 안 들을래. 듣기 싫어. 들어도, 나 너 이해 못 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정리가 안 되더라.
그냥 속에 있는 말을 막 했어. 박지훈이 뭐라고 한 마디만 더 하면 흔들릴 까봐, 얘기도 듣기 싫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난, 술 먹고 사진 찍혀 오는 거 별로 달갑지 않거든.
"앞으로 나 무작정 기다리고, 그런 것도 하지 마. 안 달가워."
"미안해, 내가 해 줄 말이 이것밖에 없다."
"너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되게 기대고 싶게 해 놓고, 내가 막, 막 정말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굴어놓고..."
"네 마음 갖고 장난친 거 아니야, 네가 싫어하니까 숨기고 싶었고, 좋아하니까 가까워지고 싶었어. 그게 다야."
"...갈게, 당분간 안 봤으면 좋겠어."
박지훈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
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었어.
뛰어오는데, 박지훈한테 아직도 복숭아 냄새가 났거든.
박수영 01:03
[괜찮아?]
[페북에 글 다 내려갔어]
[괜찮아~]
[박지훈이랑 얘기 다 했어]
[화해한 거야?]
[화해하고 말고가 어딨어]
[그냥 보기 싫다고 했어]
[나 너무 나빴지]
[아니야 이해해]
[너 원래 그런 거 싫어하잖아]
[그치]
[몰라 복잡하다]
[그래 자 ㅠㅠ]
[낼 학교에서 얘기해]
그땐 잠시 잊고 있었지, 학교를 가야 된다는 걸.
나 박지훈이랑 짝이잖아, 완전 망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밤샜어.
사실 애들 시선도 두려웠고, 말했잖아. 나 시선 신경 많이 쓴다고.
"김여주! 여기, 결국 자리 바꾸기로 한 거야?"
"응, 쌤한테 대충 말하니까 알겠대."
"우리 붙어서 좋긴한데..."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결국 주현이한테 말해서 짝을 바꿨지.
우리 반 연예인 준비하는 애가 장기 결석이라 걔가 바꿔줬어.
박지훈 들어올 때 표정이 너무 걱정돼서 막 손톱만 뜯고 있었는데
박지훈이 그때 딱 등교를 하는 거야, 애들은 일제히 나랑 걔 쳐다보고.
원래 그러려고 한 건지, 아님 날 보고 그런 건지는 몰라도
책상 서랍에서 뭐 꺼내는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나가버리더라.
그 뒤로 삼 일인가, 학교 안 왔어.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랑 삼 일째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얘기지.
"저, 저기 여주야..."
"어? 어, 형섭아. 오랜만이네."
"어, 박지훈 아버지한테 걸려서 정학 먹을 뻔 했거든, 아니 이게 아니고 혹시 지훈이랑 연락, 안 되겠지?"
"아 응. 내가 당분간 보지 말자고 했어."
"그렇구나... 걔네 집 갔다간 정말 퇴학 당할까 봐 못 가겠고..."
그렇게 삼 일째 쉬는 시간에 안형섭이랑 배진영이 온 거야, 내 눈치 잔뜩 보면서.
나랑 박지훈이랑 사이 안 좋은 거 알고 있었나 봐.
근데 박지훈이랑 지금 연락이 안 되나 보더라고.
"근데 너 박지훈이랑 왜 그런 거야?"
"야, 야 넌 뭘 그런 걸 묻냐."
"닥쳐 봐, 안형섭. 거짓말 때문은 아니겠고, 여자?"
"그냥... 솔직히 술 먹고 여자랑 사진 찍히고 그런 거 난, 싫어."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걔 술 자기 의지로 먹은 거 아냐. 형들이 먹인 거지. 걔 사이다에 소주 탔거든."
"아..."
"그리고 그 여자, 악질이야. 유명해. 술 취한 애 폰 가져다 그러는 거."
"일부러 그랬단 소리야?"
"나도 당했어. 그래서 까인 거고, 내 번호로 문자 보냈더라."
배진영이 말하는 거 들으니까 괜히 혼란스러운 거야.
그러니까, 박지훈이 의도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는 거잖아.
나한테 실망시키기 싫다고 거짓말한 거고, 그제야 퍼즐이 맞취지는 기분?
배진영이 초코우유 내려놓으면서 한 마디 더 했어.
"이건 박지훈이 부탁한 거, 말하지 말랬는데 그냥 너 주래."
"걔랑 연락 돼? 왜 나한테 말 안 했."
"닥쳐, 안형섭. 그리고 박지훈 그 여자 찾아가서 따졌어. 게시물 보자마자. 그 여자 쪽으로 폰 던지다 망가진 거고."
"그럼 혹시 그 모르는 번호가, 박지훈이야?"
"응,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폰 한 번씩 다 빌렸을걸, 너 안 받았다며."
"아 어, 그냥 좀 복잡해서."
"이것만 알아둬, 걘 할만큼 했어. 운이 없었던 것 뿐이지. 간다."
"야, 야 배진영 같이 가! 갈게 여주야."
배진영 쟤는 침착하게 할 말 다 하더라...
그 얘기 들으니까 박지훈을 찾아야 될 것 같더라고.
걔 핸드폰은 없고, 학교도 안 나오니까 방법은 하나잖아.
걔네 집, 난 그렇게 걔네 집으로 갔어.
"저기, 저 박지훈 친군데요..."
"어머 여주 아니니?"
"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지훈이 만나려고 왔어?"
"아 네. 집에 있나요? 급한데."
"기다려 봐, 얘 곧 비올 것 같은데 잠깐 들어와."
"아, 네? 네, 감사합니다..."
학교 끝나고 야자랑 학원 다 쨌는데 뒷감당할 걱정보다 얘 못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더 앞선 거 알아?
겨우 어머니를 만나고 일 층에 앉아 있는데 오랜만에 박지훈 목소리가 들리더라.
막 그때부터 눈물 나려고 했어, 올라 가래서 이 층 가는데 심장이 너무 떨리더라.
"왜 학교 안 나와?"
"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네가 싫어하는 건 하기 싫어, 이제."
"나와, 지훈아. 내가 좀 오해, 한 것 같더라."
"무슨 오해."
"네가 막, 그렇게 생각이 없고 그런, 그런 애 아닌데. 내가 못 믿어서..."
"울어?"
박지훈이 덤덤하게 얘기하는데, 막 미안해서 눈물이 나오는 거야.
진짜 배진영 말 들으니까 그렇더라고, 쟤 의지로 그런 거 아니잖아. 운이 없었던 거지.
우니까 박지훈이 막 가까이 와서 안아주는데, 너무 설레고 서럽고 미안하고...
"아 진짜, 너는 왜, 변명도 막 안 하고, 진짜..."
"왜 울어, 미안해. 내가 잘못한 거 맞아."
"아니, 너, 바보 같아. 진짜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
"먼저 와 줘서 고마워."
박지훈이 토닥토닥 해 주니까 눈물이 멈추더라고.
근데 멈추고 나니까 쪽팔림이 몰려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내가 뭐라고 막 화를 내고 안 볼 거네, 마네.
"근데 좀 웃기다. 내가 뭐라고..."
"왜, 넌 그래도 돼."
"왜?"
"내가 좋아하니까."
"...지훈아 너 귀 되게 빨개진 거 알아?"
내가 저 말하니까 자기 귀 손으로 감싸고 웃더라.
이 날 고백 받았어. 뭐 사귀자, 뭐 하자 이런 건 아닌데, 그냥 박지훈 마음?
별로 안 놀란 거 보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잘 풀어서 다행이지? 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얘기 다 했니?"
"아 엄마 왜 막 들어와."
"미안, 십대남녀를 한 방에 두니까 엄마가 막 불안해서..."
"아 좀."
"우리 여주 위험해서 안 돼. 내려 와, 아줌마가 피자 사 줄게."
"진짜요? 감사합니다. 빨리 와, 빨리."
아줌마 덕에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박지훈네 집에서 피자 먹었어.
그 뒤로는 뭐, 평소랑 같은 일상이지.
다음엔 또 학교 얘기랑, 아 진영이 여친 생긴 거 알아?
그 얘기도 들고 올게 ㅋㅋㅋㅋㅋㅋㅋ
그때까지 다들 안녕!
헤헤 금방 온 진빵입니다 ^ㅁ^
이니스프리 가느라 일찍 일어났어요,,, 그 김에 하나 올리고 갑니다!
여주와 지훈이의 갈등!과 해결! 전 사실 고구마를 갱장히 좋아한답니다.
뭔가 되게 거창할 것 같이 해 두고 별거 없는 ㅋㅋ...
다음 편엔 다시 귀요미들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아 언제 사귀냐구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ㅎㅎ
앞으로는 자기 마음 고백하고 더 적극적인 후니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아마)
독자님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하는 나의 예쁜 독자님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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