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와 알바생의 상관관계
06
늦은 밤, 창균씨, 창균씨- 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창균이 고개를 돌렸다. 여주가 발그레해진 얼굴을 창에 붙이곤 방방 뛰고 있다. 조금은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인사를 하는 모습에 창균이 두 손으로 숙인 얼굴을 가렸다. 저렇게 귀여우면 난 어떡하라고-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야했다.
창균이 걸어나가 문을 열려했다. 그러나 술김에 우왕좌왕하던 여주가 먼저였다. 덜컥- 문을 열어젖히곤 그 힘에 못이겨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 낌새를 눈치챈 창균이 간신히 여주 의 두 팔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여주가 입을 꼭 다물곤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창균의 얼굴이 가까이 보였다.
"술마셨어요?"
"어...네에...쪼오금..."
창균의 물음에 대답을 해보인 그녀가 눈치를 보다 베시시 웃어보이자 창균이 따라 웃어보이곤 정돈 안 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누구랑 그렇게 마셨어요. 다정한 물음에 여주가 친구들하고요! 크게 대답을 해보이곤 곧이어,
"친구들한테 창균씨 자랑해써요!"
활짝 웃어보이며 하는 말에 창균이 크게 뜬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붕 떠오르는 기분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곤 물었다.
"저를요?"
"네!"
"뭐라고 자랑했는데요?"
"어, 막 잘생겼다고 했고.."
"또. 옆 집에 산다고 했고..."
"나한테 엄청 예쁘다는 말도 자주 해줘서.."
"너무너무 좋다고 했죠!"
손가락 하나하나를 세가며 재잘거리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창균이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어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요?"
"그럼요!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어요!"
"누나 기분 좋으니깐 나도 기분 좋네요."
우와, 나때문에 창균씨 기분 좋아져따! 이제까지 바라봤던 날들 중 가장 기분 좋게 웃어보이는 여주 의 모습에 창균이 그 얼굴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더없이 예뻤다.
나랑 약속 하나 할래요? 새끼손가락을 내걸며 묻는 창균의 목소리에 여주가 할래요, 할래요- 금세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나도 나중에 친구들한테 가서,"
"옆 집에 연예인이 사는데,"
"이름도 예쁘고,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쁘고."
"나한테 해주는 행동이 제일 예뻐서 너무 좋다고 하면,"
"......"
"그때도 이렇게 좋아해줄래요?"
"..그럼요!"
"막 잘했다고 나한테 칭찬도 해주고,"
"......"
"머리도 쓰다듬어줘요."
창균이 한 걸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대형견 마냥 시선을 맞추어보였다. 그 설레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주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말만해요, 내가 칭찬 엄청 해줄게요!"
-
여주 의 품에 먹을거리가 가득 들려있다. 그럼 누나도 말만 해요, 오늘 내가 다 사줄게요. 기분이 좋을대로 좋아진 창균의 말 덕분이었다.
창균씨는 부자예요? 서로의 집 앞에 도착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 여주 의 말에 창균이 흠- 크게 숨을 내쉬어보이곤 그러고싶은 백수네요- 담담하게 대답을 해보였다. 그러자 여주가 금방이라도 울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럼 이건 어떠케.."
"나 그래도 누나 사줄 만큼의 돈은 있는 사람이에요."
"......"
"그리고 누나가 좋으면 저도 됐어요."
창균이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곤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여주 의 표정은 풀어지지않았다. 창균을 한 번, 자신의 품에 들린 과자를 한 번, 번갈아 쳐다보던 여주가 미안해요- 고개를 수그리며 웅얼거리는 소리에 이번엔 창균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가 또 그렇게 미안해요. 진짜 괜찮아요. 내가 사준다고 한거잖아요."
"그래두..."
"이렇게 미안해하면 나도 속상해요, 누나."
어린아이를 달래듯 조곤조곤 하는 소리에 여주가 잠시 눈동자를 굴리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들어보였다.
"내가 나중에 더 맛있는거 사줄게요!"
당차게 내뱉는 소리에 잠시 창균이 잠시 뜸을 들였다.
"...맛있는거 말고 나 보러 와주면 안돼요?"
"왜요?"
"매일매일 누나 얼굴 보면 기분 좋을 것 같아서요."
매일매일 누나 얼굴 보면 기분 좋을 것 같아서요. 진심이 담긴 창균의 말에 눈을 느리게 깜빡깜빡 거리던 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창균이 좋다는 소리에 기억을 하지도 못할 말에 동의를 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다시금 기분이 좋아진 여주가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여 창균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나 먼저 들어갈게요- 말끝을 어물거리며 하는 소리에 창균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요. 들어가요, 누나. 창균의 인사에 낑낑거리며 여주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곧, 닫힐 듯 하던 문이 다시 열리더니 여주 의 얼굴이 빼꼼히 보였다. 무슨 일 있냐는 듯 창균이 눈을 깜빡거렸다.
"...내 꿈 꿔요."
잠에 거의 감길 듯한 눈을 약간 떠보이며 여주가 푸스스 웃어보인다. 그 덕분에 창균의 얼굴이 달아오른건 금세였다. 얼어붙은 창균을 뒤로하고 탁- 문이 닫기는 소리가 작게 퍼졌다. 굳게 닫긴 문을 가만히 보던 창균이 멍한 표정을 한 채 몸을 돌렸다. 그러나 곧,
진짜 미쳤지, 미쳤어. 웃음을 흘린 창균이 벽에 이마를 쿵쿵쿵 부딪혀보였다. 그러나 소용이 있을리 만무했다. 다시 픽-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창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임창균 제대로 미쳤어. 김여주 한테.
여러분 오랜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