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째 친구인 정재현과 사랑둥이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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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여주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정말 그냥 저스트 프렌드로 지낸 세월만 9년 째인, 그야말로 친한 친구에 불과했음.
인터넷에 '남녀 사이에 친구 없다'는 글이 그렇게 올라와도… 주위에 소꿉친구였다가 사귀게 되는 사람들을 두 눈으로 목격해도…! 그저 여주는 그러려니~ 내 일은 아니겠거니~ 하고 관심도 없음.
그렇다고 둘이 막 티비나 어디에 나오는 그런 부랄친구처럼 의형제 같은 느낌의 그런 우정을 뽐낸 건 아님.
어려서부터 침착하고 점잖은 면이 있었던 재현과 달리 여주는 어리광도 많았고 툭 하면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재현은 고작 열 살 밖에 안 됐던 그 나이에 제 한 몸 건사하랴 칠칠맞은 여주까지 챙기랴 처음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음.
하지만 갈수록 이게 습관이 된건지는 몰라도 재현에겐 여주를 챙기는 일이, 여주에겐 재현이 자신을 챙겨주는 일이 서로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됨.
아무래도 이런 이유로 둘 다 비뚤어지지 않게 사춘기 시절을 무사히 잘 넘겨보낼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음.
어쨌든. 재현의 성격은 예전부터 여주에 의해 단련받은 탁월한 인내심과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으며 생겨난 헌신으로 인해서 누구에게나 굉장히 다정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음. 아무래도 그런 인내심과 헌신의 대상은 김여주 한정인 것 같음.
재현의 수려한 외모에 관심을 가지고 잘 해볼까 하는 심산으로 다가온 여학생들 중 백이면 백은 겉보기에 착하고 다정할 것만 같던 성격과는 너무 다른 재현의 모습과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는 성격 탓에 금세 힘에 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음.
가끔 몰래 재현의 책상 위에 마이쮸와 쪽지가 올라와있을 때면, 재현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쪽지를 손에 꼭 쥐어 구겨버린 후 여주에게 그 마이쮸를 건넴. 여주야, 너 먹어. 하면서. 재현이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알고 인기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아는 여주가지만 그 마이쮸가 누군가 재현에게 두고 간 것일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그럴 때마다 여주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거절하는 법이 없음. 여주가 마이쮸를 건네 받으며 돌아서면, 재현은 '하...' 하고 한숨을 내쉬며 도대체 또 누구야 생각하면서 손에 구겨 쥐고 있던 쪽지를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림. 이러는 것 까진 좀 너무한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전에 당당하게 재현의 얼굴 똑바로 보며 선물이나 마음을 전하려던 뭇 여학생들에게 이런 선물 필요없다, 어차피 안받을거 선물이든 고백이든 찾아오지 말라며 선전포고한 게 벌써 열손가락으론 셀 수도 없을 정도였음. 안그래도 여주 말고는 귀찮은게 여자, 싫은게 새로운 여자와 알아가는 것이었던 재현은 내가 분명히 말했지, 하는 심보로 선물과 편지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직행시키는 것이었고. 물론 때때로 여주에게 쥐어줄 때도 있지만. 특히 여주가 좋아하는 마이쮸라면 더더욱.
여주는 유난히 사랑이 많은 아이임. 사랑을 많이 주기도 하고,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기도 함. 게다가 특유의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그런 사랑스러움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반에서도 굉장히 귀여움을 받는 편이나, 그럼 뭐하나? 아무 그런 여주라도 그 옆에는 항상 정재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서말했듯이 윤오는 정말 최강 까칠한 성격 탓에 이미 여학생들에게는 기피대상 목록에 올라와있는 재현이였고, 남학생들에게는 그래도 좀 낫지 싶어도 이제 좀 친해졌나 싶으면 은근히 쎄하고(예를 들어 여주하고 대화를 한다거나 할 때) 선을 긋는 느낌(역시 여주하고 좀 친해보인다거나 할 때)이 드는게 확실히 모두에게 은연중에 어려운 아이이기는 함. 이렇다 보니까 반 아이들이 여주한테 말 한 마디 거는게 쉽겠냐고 어렵겠냐고.(물론 말 거는 건 쉬운데 두 마디 이상 주고받기 어려운게 현실...)
"여주야! 우리 매점갈건데 같이 갈래?"
"응? 어 좋아 나도,"
"여주야, 가게? 나 두고?"
"...응?ㅎ"
"너네 여주 데리고 갈거라고?"
"...ㅇ▽ㅇ... 아니 금방 다녀올게! 5분컷 어때?! 아 너 뭐 마시고싶어서 그렇구나?ㅎ 그래 알았어 내가 피크닉이라도 사올게(쫑알쫑알)"
"말 해. 김여주한테. 안가겠다고(속닥속닥)(미소유지)"
"...(ㅠㅅㅠ)"
"아아아앗 여주야! 내가 오늘 지갑 가져오는 걸 깜빡했어!! 미안 다음에 같이 가자...ㅜㅜ"
"응 갑자기...? 니 손에 들려있는 거 지갑 아냐...?"
"응 아냐... 아니 맞아...! 이거.. 이거 그냥 카드지갑이야...ㅎ"
"ㅇ▽ㅇ...?!(놀라움) 응 어쨌든 알겠어ㅠㅠ 그럼 다음에 가자!"
"ㅎㅎ응 미안해...!"
"그래 여주야 다음에 가면 되지~"
.
.
.
.
다음에 가자!
다음에 가자!
다음에 가자!
다음에 가자!
다음에 가자!
"......."
.....되겠냐...^^
9년 째 친구인 (조금 무서운)정재현과 사랑둥이 썰
1 흔한 김여주 친구 없는 이유
END
COMMENT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이라 기쁜 마음에 서둘러서 데려왔슴다. 재현쓰 글. 처음 생각하던 글 컨셉이랑은 좀 다르긴 한데... 좋은게 좋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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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쉬 체리 피치도 곧 데려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