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유선호
"무슨일인데 여기로 부른거야?"
"그게...."
"저기 내가 바빠서 그러는데 조금만 빨리 말해주면 안될까?"
"나.. 너좋아해!"
"어?.."
"나랑 사귀자"
웬 처음보는 애가 할말이 있다고 수돗가근처로 나와달라고해서, 황금같은 석식시간을 쪼개서 수돗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할말이 있으면 아까 얼굴을 봤을때 하지 굳이 두번 발걸음을 하게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으나,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으니 안갈수도 없었다. 선호보러가야되는데 빨리 얘기만 듣고 후딱 가야겠다.
그러나 급한 내 마음과 달리 내 앞에 서 있는 남자애는 두 손으로 바지를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무슨말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건지. 계속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얌전히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말을 해달라고 남자애를 재촉하였다. 선호랑 대휘를 오래볼수 있는 유일한 석식시간이 일분씩 줄어들어가는 걸 보며 마음이 급해져서.
하도 뜸을 들이길래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말하는줄 알았는데 힘겹게 남자애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나를. 나는 얼굴도 오늘 처음보는데, 어떻게 나를 알고 고백을 하는건지,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너의 이름조차 모르는데 말이지.
"저기...좋아해준건 고마운데 나 좋아하.."
"얘 나랑 사귀는데"
고백을 하려는줄도 모르고 빨리 말이나 하라고 재촉한것도 모자라, 수줍게 사귀자는 말에 거절을 하려고하니 너무 미안했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에는 선호밖에 없었기에 결코 고백은 받아줄 수가 없어서 거절을 하려했다. 최대한 기분이 상하지않게.
그런데 타이밍이 기가막히게 내가 거절을 하려는 순간, 어디서 나타난건지 선호가 내 팔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박력넘치는 대사를 내뱉었다. 와 사귄다니 나랑? 갑작스러운 선호의 등장에 고백을 방해받게 된 남자애보다도 내가 더 당황하였다. 선호야 갑자기 그런 대사를 치면 내가 너무... 좋잖아.
내게 진짜냐고 묻는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해주기도전에, 한번 더 나랑 여주랑 사귀는거 맞으니까, 방해그만하고 가지라며 말을 가로채는 선호의 행동에 남자애는 선호에게 미안이라고 사과를 하더니 급하게 자리를 떴다.
"야...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당황했잖아...
뭐 벌칙이냐"
"누가 벌칙으로 사귄다고 하냐"
"그럼 방금 그..건 뭔데? 우리가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맞는데"
"봐 사귀는 사이는 무슨...어?"
"우리 지금부터 사귈꺼니까.
좋아해 김여주, 누나
나랑 사귀자"
와...지금 내가 듣고 있는 말이 사실이 맞나, 이거 꿈은 아니겠지. 나를 누나라고도 생각을 안해주는 선호가 지금 나한테 고백을 하는게 현실맞지. 아니 이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누나라고도 불러주는거 보면 꿈같기도한데, 꿈이라면 그냥 영원히 여기서 살아야겠다. 절대 안깨야지.
이런 행복한 꿈에서 깨면 평생 후회한다 절대로 깨면안돼라고 중얼거리는 내게 선호가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더니
"이거 꿈아닌데, 김여주"
라고 말했다.
"야!! 유선호 너 미쳤냐"
"왜"
"너 내 사진 올렸지?"
"어"
"아 그걸 왜 올리는데, 빨리 내려라, 너는 여친의 그런 사진을 막 올리고 싶냐
올리려면 예쁜사진으로 올리던가"
"그게 그나마 사람같이 나온건데"
평범한 커플들의 대화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나름 잘 사귀고 있었다.
그날, 꿈만 같던 선호의 고백에 정신을 못차리다가 계속 고개만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한 후, 우린 사귀게 되었다. 사귀게 되면 서로에 대한 호칭변화부터 시작해서 달달하고그런 핑크빛분위기가 쏟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변함없이 나를 김여주라고 부르는 선호의 말과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막대하는 태도에서 그런 환상을 날라갔다. 달달은 무슨 매일 전쟁같은 날들을 보내기 바빴다.
"누나, 얘 누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놓고
나한테는 누나얘기를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
"대휘 너한테 내 욕 더 심하게 하는건 아니지?"
"욕은 무슨, 하루종일 누나 칭찬만 한다니까요.
어제는 머리를 묶어서 예쁘다, 오늘은 머리를 풀어서 예쁘다, 잘 먹어서 예쁘다, 이제는 눈치가 없어서 더 예쁘다고까지하면서 말끝마다 예쁘"
"무슨 개소리를..! 설마 김여주 너 저 말 믿는거 아니지?"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선호 너가 당황하면 지금처럼 손을 뒤로 감추는 버릇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단다.
"내가 그렇게 예뻐?응? 오늘은 어디가 예뻐?"
"아니라고, 그만해라"
"아~오늘은 조용히 있는 모습이 예쁜거야? 그럼 입다물고 있어야겠다."
맨날 내가 지기만했는데, 대휘의 말을 듣고 선호에게 붙어서 오늘은 어디가 예뻐라고 묻는 일은 왠지모를 쾌감을 가져다 주었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어디가 예쁜데라고 물으면,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워서 장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호야 넌 왜 이렇게 잘생겼어?
왜 귀여워?
아~ 내가 예뻐서 그런가?"
"하지말라고"
"아 왜에? 오늘은 다 예뻐?"
"난 그만하라고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호에 대한 진심을 담은 농담을 던지며 , 선호의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어느때와같이 볼이 붉어져서 아니라고 부정을 하는것이 아닌, 진지한 목소리로 그만하라고 말을 했다. 사실 정색한 선호의 말에 겁을 살짝 먹어서 좀 심했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입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계속해서 선호를 놀리고 있었다. 자신은 그만하라고 말을 했다고 경고를 한 선호는 내 입술에 짧게 입술을 맞대고는 떨어졌다. 누나 너가 너무 이쁜탓이야라고 말을 하고는 얼어있는 나를 두고 혼자 걸어갔다.
와. 지금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심장아 살아있니.
매번 틱틱거리기다가도 이렇게 가끔씩 훅 들어오는 선호의 행동에, 바라던 달달한 연애는 아니었지만 한번씩 강한 떨림을 느끼는 그런 연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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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노를 생각하며 아무도 읽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는데....
읽어주시는 독자님이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감동...
완결을 낼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완결도 내게 되었습니다
그치만 이렇게 선호를 보낼 수 없는 저는 또 다시 선호글을 쓰게 되겠죠....
혹시 원하는 글이 있나요? 글솜씨가 애기들 그림일기 수준이라 없겠죠....ㅎ
아마 또 선호 글로 돌아올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나아진 글을 가지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