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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샤샤L 전체글ll조회 1875l 3

#1

 

 

"탑 쌓냐"

도서관 한켠의 널따란 책상 하나를 독차지 하고 양옆으로 참고할 책들을 한가득 쌓아놓은 모습이 꼭 탑 쌓아 놓은 양 보인다. 내 목소리에 놀라 고갤 든 이성종이 검지손가락을 입앞으로 가져다 댄다.

"뭐 어때. 주말이라 사람 없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 했더니 인상을 써온다. 입모양으로 '아 쫌!'하는 듯했지만 뭐, 하고 대꾸했다.

'밥. 먹자'

손으로 수저질 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며 뻐끔 거리니 고갤 주억 거린다. 그대로 일어나 겉옷을 입고 '가요'하고 뻐끔거리는 입모양을 보여준 녀석이 베시 웃는다. 웃는것도 습관이라던데. 보고 있다가, 책상위의 핸드폰과 지갑을 들었다. 하여튼 칠칠이.

"칠칠아"

소리내 뱉은 말에 또 눈이 동그래졌다가 인상을 쓴다. 으이그. 챙겨버릇했더니 나쁜 버릇이 들었다. 나 없으면 어쩔래. 두손에 든 물건을 들어보이니 민망한지 또 웃는다.
'가요,가요' 재차 입술을 움직인 녀석이 손을 잡아왔다. 그래, 가자.

 

 

"손시려.."

"장갑 챙겨 나오랬지"

나오자마자 쨍알거리는 목소리에 잔소리를 붙여주니 앞서 걷던 성종이 획,소리나게 돌아본다. 제법 무서운 눈매로 보던 얼굴에 뭐, 하니 하는 말이

"안 챙겨둬서 그래요!"

"어쭈"

내가 왜, 하고 앞지르니 씨이, 거리며 뒤쫓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종종종 거리는 걸음이 추워보인다. 따라오자마자 너무 일찍 나오느라 그랬다는 둥, 도서관 안이 추웠다는 둥의 소릴 늘어놓는다. 도서관에서 얌전히 글씨를 써내려 갈땐 참 예뻤는데. 입여니 참새가 따로없다.

"뚝"

걸음을 멈춰 마주보고 검지로 입앞에 갖다 대니 꾹, 일자로 다문다. 이게 다 형때문이라구요... 하고 말하고 싶어 보이지만 눈치를 살핀다. 쫄아서 목구멍 뒤로 넘기는냥 보이는 모습이 애같다. 치치, 하는 되도 않는 반항의 소리가 들리지만 또 다시 앞질러 걸었다.

 


"나빠.."

아침엔 같이 나가자고 했는데 먼저 가고, 지금은 또 그새 앞질러 가고. 차마 크게 소리내진 못하겠고 낑낑 거리다가, 흡, 하고 숨을 삼키고 꽤 멀어진 성규의 뒤를 쫓는다.

"같이 가요~"

끝을 늘려 부르니 걸음을 멈춘 성규가 돌아본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추우니까 빨리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답한 성종이 뛰어가 옆으로 섰다. 옆으로 왔다는게 기분이 좋아 히히 거리는 성종이다.

"가요, 가요 뭐먹을 까요"

달렸더니 손이 더시려 비비대며 성규를 올려다본다. 표정을 읽을 수 없어 응?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릴 낸 성종을 보다가 성규가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내 성종의 손을 잡아채 내린다. 그리고 다시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가자. 따뜻한 거 먹자"

턱으로 앞을 가르킨다. 손만 주머니에 들어갔을 뿐인데 몸 전체가, 특히 얼굴이 따듯해지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웃는 성종이다.

"네!"

 

 


그만할래요.

답지 않게 단호한 목소리와 말투에 조금은 놀랐고, 조금은 알것 같던 예상했던 일에 담담하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지는 몰랐었던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올게 왔구나.
말투와 목소리랑은 달리 모습은 아파보이기도해서 안타깝다.

그만..해요..

첫마디랑은 달리 망설이듯, 늘어진 말투로 재차 말한 성종이 고갤 푹 숙인다.
잡지 못하고 그냥 바라보는 내모습에 점점 더 울상이 된다. 더 아파보이고 더 안쓰럽다.

"그래"

그렇다는데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너랑 삼년, 난 그래도 꽤 좋았는데, 너는 아파만 보여서 그냥 좀.. 미안하다.

"그러자"

그럴 수 있다. 한편으론 괜찮다. 이제 끝이다. 그랬던것 같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한 끈이 이런식으로, 이따위로 이어져 있을줄은 몰랐더랬다.

"형, 인사해. 내 애인"

애인이라던 명수의 얼굴이 쪼금은 상기되 있어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다.

"네.. 안녕하세요, 김,성규입니다"

내 대답에 한번 웃은 이성종이 네, 처음 뵙겠습니다. 해온다. 몇년전 헤어질땐 물어볼 수 없던 물음이 입술끝까지 차오른다. 왜 헤어지자는 건데. 그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던게 왜 지금 궁금해졌는지 알 수 없는데, 그냥 궁금 해졌다.

 

 


#2

회사 같은 부서 신입인데, 형 학교 후배던데 완전 신기하게 고등학교, 대학교 다 동문이더라 인연인가봐
본인 관심사에 속한 두 사람이 맞물리니 확실히 말이 많아진 명수가 떠드는걸 듣고 있으려니, 저도 몰랐어요, 하고 덧붙이는 성종 까지 더해서, 밥이 안넘어간다.

"그래?"

입으로 옮기려던 반찬을 밥위로 내려놨다.

"신기하긴 하네, 그럼 진짜 후밴데"

그니까, 하고 맞장구 치고 물을 마신 명수를 한번 보고 이성종을 보니 둘이 나란히 앉은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듯해 식탁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젓가락을 놨다. 신기하다. 작업중이라 예민하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몇년 전 일 갖고 이런다는게.

"더 안드세요?"

이성종이 물어온다. 그 멀쩡한, 걱정하는 듯한 얼굴이 어이없어 대답도 않고 보고 있자니 어디 안좋아? 하는 명수의 목소리도 들린다.

"형, 이거 성종이가 형 뭐좋아하냐고 물어보고 결정한거야, 이쁘게 봐줘"

뿌듯한 표정을 얼굴에 담아 얘기하는 얼굴에 다시 젓가락을 들지만 역시. 밥맛은 없다.

"나 사실 작업 다 못 끝내서. 먼저 들어간다"

어쩐지, 하고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인 명수가 이따봐, 한다.

"들어가세요"

더 넣었다간 제대로 체할것 같ㅌ다. 들어올렸던 젓가락을 그자리에 그대로 내려놓고 물만 한번 마시고 나왔다. 따듯한 물이 속을 댑히며 내려가고 얹힐것 같던 음식물도 함께 내려가는 것 같아 후, 하고 심호흡을 해봤다. 계산하고 나가니 찬공기가 알싸하게 얼굴에 맞닿는다. 좀.. 살것 같다. 작업실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오늘 아침 작업이 미치도록 안풀렸던게 떠오른다. 오후에 목소리 제대로 못내던 가수라는 타이틀이 아깝던 녀석도. 오늘 어쩐지. 일이 안풀린다 했다.
이것저것 연결 시키던 제가 어이 없어 허, 하고 숨을 뱉고 걸음을 빨리했다.

 

"밥 잘 먹고 왔어?"

"어어"

들어가자마자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남우현이 말을 걸어온다. 손을 휘휘 젖고 대충 답하니 동생 애인 만나고 왔담서. 하고 말을 잇는다.

"어어"

자리에 앉아 작업중이었던 곡들을 화면에 띄우는데 옆으로 의자를 끌고 앉은 남우현이 쫑알 쫑알 말을 계속 쏴댄다. 총알이야.

"여기 이부분이요, 프리 코러스. 거기 생략해봐도 될것 같은데"

싸비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내 눈엔 컴퓨터 작업창이 아닌 나올때 마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세요, 하던 썩 괜찮아 보이는 얼굴이 자꾸만 시야에 잡힌다. 아씨. 미친거 아냐.

"..형?"

"어어. 프리싸비. 그래 그거 넣어"

"..내말 어디로 듣는거야"

빼자니까? 하고 못마땅한듯 한쪽 눈썹을 올린다.

"아. 그래"

"뭐가 아 그래야. 쓸데 없는 소리 했는데"

형 오늘 상태 이상하네, 라며 내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댄다. 그냥 멀뚱히 있으니 인상을 쓴다.

"미쳤네"

콱 그냥. 고갤 흔들어 손을 털어냈다.

"까분다"

"안 까불었는데"

안 까불었어요~ 남우현 말대로 미친것 같다. 이젠 환청도 듣는구나. 작업창을 다 꺼버렸다.

"형?"

"나 잘래. 너도 들어가봐"

그대로 일어나 벗었던 외투 껴입고 책상위에 던졌던 핸드폰도 들었다. 컴퓨터 종료시키고 의자까지 다 집어 넣으니, 왜그래 왜그래 형 어디가. 계속 쫑알댄다.
무시하고 돌아서 문으로 향하니 형 내일은 정상으로 와! 내일 작업있다!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손을 훠이 훠이 저어주고 작업실을 나섰다. 아. 이번달 까지 곡 내주기로 했지. 모르겠다. 될것도 안되겠어. 집으로 가야게싿. 집에 들어가니 안쪽에서 형 벌써왔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오늘 일찍 접었어"

신발을 벗으려 허릴 숙이니 낯선 신발이 한 켤레.

"..누구 왔어?"

왠지 누군지 알것 같지만 물어봤다. 어어~ 허릴 드니 조금 난감해보이는 명수가 신발장앞으로 섰다.

"형 늦게 올 줄 알았지. 아깐 바쁘게 나가놓고"

신발장에 기대선 명수가 숙였던 허릴 피고 눈을 맞추니 왜? 한다.

"안녕하세요"

따라 나온 이성종이 다시 한번 인사해온다. 아... 씨.

".. 어 그래"

마저 신발을 벗고 들어오니 영화보고 있었는데, 같이볼래? 하고 묻는다.

"아니. 됐어. 니들끼리 봐"

빨리 거절하려다 보니 조금은 급하게 대답이 나갔다. 의아하게 내 얼굴을 들여다 본 명수가 어, 그래. 하고 거실로 향한다.
방으로 들어오니 영화소리가 방문 너머로 작게 들린다. 아마 공포영화이리라. 책상위로 겉옷을 벗어두고 침대로 엎어졌다. 그냥 좀 쉬고 싶다. 그대로 눈을 감으니 깜깜해진 머릿속으로 이성종이 떠오른다.

"아.. 씨"

 

*

비가와서 조금은 짜증이 난다. 비오는 날 자체는 좋아하는데, 오늘은 우산이 없다.

"아.. 씨"

학교 건물 현관에 서서 그냥 막연히 떨어지는 빗물만 보고 있자니 명수를 부를까, 싶다가 아 유학 갔지. 하고 저번주 일요일. 그저께 떠났던것이 떠올랐다.
교복 젖는것도 싫고 머리 젖는것도 싫은데, 뛰는건 더 싫다. 아- 짜증아. 왜 야자를 하겠다고 깝쳤지. 종래 할때 동우가 안가냐고 했을때 우리 고삼이거든, 하고 잘난척 했던게 후회된다. 안되겠다. 그냥 뛰어가고.. 내일은 체육복 입고 와야지 뭐.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데 아까부터 멀리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옆으로 와 선다. ?
우산이다.
왜 쳐다보세요, 하는 듯한 표정을 달고 있는 이 어려보이는 애새끼는.. 진짜 어리네. 명찰을 보니 일학년. 나와 비를 번갈아 보던 녀석이 같이가실래요,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꼭 내가 종용한것 같은 분위기 만들지 말래.

"그래도 되?"

그말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웃으며 물으니 고개만 크게 두번 끄덕인다. 새끼, 아까부터 반응이.. 날 무서워 하나. 남자새끼가. 우산을 핀 녀석이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아직 덜 자랐는지 작은 모습에 노란 우산, 어울린다. 내가 우산을 들려고 줘 봐, 했더니 들수 있어요.. 하고 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내가 불 편해"

쬐끄만 놈이 반항은, 하고 우산을 들고 들어오라는 턱짓을 했다. 현관 구조상 계단 밑에서 올려다 보니, 아까 우산 때문에 미처 신경쓰지 못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 진짜 어린얼굴이다. 잘못하면 여잔줄 알겠네. 눈은 예쁜데 어딘가 모르게 어린 남자애 같긴하다. 피부도 하얗고. 운동 안하나, 몸 선도 어리다.

"안갈꺼냐?"

아. 하고 멍한 소릴 낸 녀석이 우산안으로 들어온다. 확실히 몸집이 작아 둘이 쓰기에 무리 없을것 같다.

"야, 너 어디로 가냐"

한참 걸어 내려가다 큰길이 나오고 길이 나뉘어 물었다. 내 말에 잠시 생각하는 모습이다.

"집 어디냐고"

참지 못하고 재차 물으니 그제야 입을 연다.

"이쪽으로 가면 되요"

이러면 날 더 무서워하려나.

"나돈데. 잘됐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었다. 이게 비 안 맞아 좋긴한데.. 어색하다. 어색해 앞만 보고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봤다. 까맣네 그냥.

"저,"

의외로 먼저 말을 건다. 고갤 돌리니 올려다보고 있다. 말해 보라는 뜻으로 턱을 한번 드니 "저," 하고 다시 말을 이어 온다. 저 뭐.

"이성종 이에요"

이게 뭔 말이야.

"..뭐?"

"제 이름이요."

...근데. 무슨 반응을 보여야 좋은건지 헷갈려 고갤 끄덕일까 하고 턱을 들었다가 다시 당겨 느리게 끄덕였따.

"..그래 이성종"

뭔가 만족한 표정이 요즘 남자애 같지 않게 귀엽다.

"난 김성규다"

그 모습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답했다.

"네, 성규형"

친근하게 형, 하고 붙여 불러온다. 이거 갈수록 귀엽네.

 

 

 

 

잠깐 잠들었었다. 옷 갈아입고 씻고.. 자야지. 시계를 보니 11시. 갔겠네. 조용해진 밖에 고갤 한바퀴 돌려 목을 풀었다. 잠이 깬것도 같은데.. 방문을 열고 나가 거실 부터 확인하니..

"..아직 안갔어요?"

이성종이 소파에 앉아 있고 그 무릎을 벤 명수가 소파위로 길게 누워 있다.

"왜 존댓말 해요?"

소파에 앉은 자세 그대로 내 쪽은 보지 않고 말을 건낸다. 그  모습이 꼭 피하려는 것 같기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조금은. 사실은, 많이, 화가 났다.

"오늘 처음 봤으니까요"

일부러, 나도 아무렇지 않게. 나는 이런데에 익숙하니까.
내 대답에 고갤 떨군 이성종이 잠깐 그상태 그대로 있다가 다시 고갤 들어 내 얼굴을 마주 본다. 나도 피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 보니, 먼저 시선을 밑으로 깐다.

"잘 지냈어요?"

언젠가 들어봤던, 오래전엔 꽤 익숙했던 목소리로 물어본다. 물어보는게 아닌 꼭 중얼 거리는것 처럼 들린다.

"너는"

내 말에 다시 고갤 돌려 나를 원망스레 쳐다본다.

"나는요,"

말을 더 하려던 것 같았는데 말을 짧게 귾는다.

"나는.."

눈을 마주치다가 다시 시선을 떨어뜨린다. 여전히 소심하고.

"나는. 보고 싶었어요"

여전히 솔직하구나.

 

 

#3

 

 

곁으로 다가가니 올려다 본다. 성숙해진 목소리, 굵어진 선, 어떻게 보일지 아는듯한 표정. 많이 자랐다. 별로 오래전도 아닌것 같은데, 오래전이었다.

"일어나 명수야"

이번엔 내가 먼저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허릴 굽혀 명수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얘 돌려보내야지"

어엉. 하고 소릴 늘리며 일어난 명수가 곧 정신차리고 미안미안, 하며 서둘러 일어나 옷을 챙긴다.

"데려다줄께"

시계를 확인하고 급히 손을 잡아끌어 일으킨다. 그에 맞춰 느릿히 일어난 이성종이 갈 채비를 한다.

"형 나 얘 데려다주고 올께"

팔을 잡아 당겨 데려가더니 곧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나도 좀 보고 싶었다.

 


*

"이거요"

"..이거?"

내 표정에서 황당함을 읽었는지 민망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어떡해요. 몰겠는뎅.."

"제발. 니네 선생한테 가서 물어봐라 쫌."

삼학년 반에 뺀질나게도 잘 돌아다닌다. 소심한 놈이.

"봐봐"

내 노트에 문제를 옮겨 적고 꾹꾹 눌러가며 문제를 설명하니 꼬닥 꼬닥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와.."

"와 같은 소리한다"

샤프로 풀이를 쓰며 입으론 왜 그런지 설명하니 이게 알아 듣는건지, 척하는 건지 고개를 크게, 느리게 끄덕인다.

".. 알겠냐?"

".....네!"

"방금 마가 떴는데"

이해 못했구만 이거.
내말에 히히, 하는 얼척없는 소릴 낸다.

"아니, 수업시간에 뭐 듣냐. 일학년 수학 이거 미쳤네"

또랑또랑히 책상에 턱을대고 올려다 보는 이성종의 표정이 솔직해 결국 져준다.

"...그래라. 점심시간에 다시와"

"넹네엥"

말꼬리를 늘린 녀석이 혀를 쏙 내밀고 쑥쓰럽다는듯 웃는다. 그 모습에 결국 웃어버렸다.

"꼭 와라?"

"넹"

종종종 앞문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내 문제집을 넘겼다. 하여튼.

"야야야야 김성규. 이리와봐 이거 이거 뭐냐 뭐야이거"

"몰라"

이어폰을 꺼내 양 귀에 꽂아 버렸다.

"야! 야!!"

"모른댔다"

 

 

"실용 음악과?"

"네"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낀 담임이 내손을 잡아온다. 반사적으로 뺴내니 인상부터 쓴다.

"성규야"

"네"

니 성적이면, 으로 시작한 설교는 어디부터 어디 무슨과 까지 쭉 늘어 놓는다.

"됐어요"

응? 하고 묻는 표정에 그리 딱 자르니 울컥해 보인다. 그래도 누르는 것까지 보인다.

"전 실용음악과. 가요"

더 이상 들을 것도 말할 것도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겠습니다"

교무실에서 나오니 레몬사탕이 불쑥.

"...뭐"

우와, 이 반응봐. 과장스레 답한 이성종이 내 손을 잡아끌어 꾹 쥐여준다.

"생각 많죠"

기특하긴 하네. 부모님의 걱정스러움은 부담이 되고 짐이 된다. 친구들은 같은 처지라 손 빌리기 힘들고 서로 여유가 없다.

"아닌데"

"에이, 뻥치지 말아요"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이성종이 다시 꺼내 쫙 핀다.

"사탕 장사하냐"

"생각 많을까봐요"

올려다 보며 웃는 모습에 결국 웃었다.

"기특하네"

덤으로 칭찬도. 손을 뻗어 머릴 쓰다듬으니 다리가 휘청, 한다. 빠르게 다시 곧게 선 이성종이 정수릴 디민다.

"더. 더요!"

"싫어"

그 모습에 괜한 심술을 부렸다.

"에이"

 

 

 

 


눈이 부셔서 일어나기는 오랜만이다.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잤구나. 눈을 뜨고 나서야 알았다. 작업실에서의 호출도 없었다. 상체를 세워 침대에 앉아 기지개를 폈다. 또 아침이다.

징- 징-
음악하는 사람이 벨소리도 없고 컬러링도 없어. 밍밍해라..
들으라는 듯이 말했었더랬다.
"취향이지. 그런거 정신없고 안 좋아"
내 말에 어이구, 재미없는 사람~ 했던 장난섞인 목소리도 떠오른다.
진동소리 하나에 다시 이 생각 저생각 떠오르는 걸 보니 아직 잠이 덜깼구나. 고갤 흔들었다.

"여보세요"
-어, 형 일어났네
"어어"

이불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방문을 열고 나가 부엌으로 가 물을 따랐다.

-일부러 전화 안했어

잘했어, 대꾸하고 컵을 든채로 소파로 가 앉았다. 녹음 하기로 했던 누가 어떻고, 어디가 펑크가 났고.. 우현이의 보고를 들으며 어제 여기에 이성종이 앉았었지, 하고 떠오른다.

-형, 형?

"아, 어"

-어제부터 진짜.... 하긴 요즘 스케쥴 많긴 했지

"어어"

보고싶었어요.
나는요, 를 반복하던 조용하고 소심한 목소리에서 그런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을 할 수 있는게 참, 신기하다.

-오늘 어떻게.. 쉴래?

"아니 나가야지"

일을 해야 좀 잊혀지지.

 


.

"수고하셨습니다~!"

구십도가 넘도록 폴더 인사하는 걸 보니 역시 신인답다.

"그래"

수고 엄청했지. 아이돌 곡 주는게 돈은 되는데 너무 힘들다. 그런데 심지어 얘네는 신인이니.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힘들긴 너무 빡세.
한참을 인사하던 가수들과 그의 스탭들이 나가니 이제 좀 조용해진다.

"우리가 수고하긴 엄청 했지"

의자에 털썩 앉은 우현이가 의자를 굴려 가까이 오며 말을 던진다.

"그니까"

동감을 표하며 파일들을 정리했다.

"그래도 한 고비 넘겼네"

"어어"

쟤네들 잘되야 하는데, 덧붙이고 파일들을 모아 맨 위 책장에 싹 꽂았다.

"그니까"

격하게 끄덕인 우현이가 아, 하고 소리를 뱉는다.

"뭐"

"작업들어가서 정신 없었는데, 아까 사무실에 전화 왔었어"

"누가"

이성종이라던가, 또 신인이면 받지 말아야지, 하고 신예 프로듀싱 팀주제에 지키지도 못할 다짐하는 데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이성종?"

"어. 맞아. 확실해. 형 전에 학교 다닐때 붙어다니던 애 이름도 이성종이잖아. 맞지"

익숙하더라니, 혼자 수긍하고 끄덕거리는 머리통을 멍하니 보다가 물어봤다.

"뭐라디"

"가로등에서 기다리겠다던데"

가로등이 뭐야, 술집이야? 카페?

하고 잇달아 말하는 소리가 멀어지듯 들린다. 오늘 하루 작업 덕분에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흔드네. 흔들리는 내가 우스워 헛웃음이 나온다.

"어디냐니까?"

"너는 모르는데"

나 들어가본다.하고 오늘도 먼저 갈 채비를 했다.
형, 내일 기획본 보내야 하는거 알지! 겉옷을 집어들고 나오니 끝까지 뒤에서 비서 노릇에 충실한 우현이다.

 

 


*

"이게 뭐야"

"뭐긴요, 딱! 붙으라고 엿이랑~ 떡. 집중 잘되라고 초콜릿. 술술 잘 풀리라고 휴지. 정 안되겠으면 찍으라고 포크"

새초롬히 나를 올려다보고 이것 저것 준비해 온것들을 나열하던 녀석이 웃는다.

"잘 볼거죠"

그 솔직한 표정과 말투에 어이가 없다.

"그게 내 맘대로 되나"

"수시로 가요, 쉽게~ 쉽게"

"쉽게 같은 소리 한다"

두살 차인데 이렇게 어리다.

"너 어쩌냐 진짜"

내 말에 뒷통수를 긁적이다가 또 웃는다.

"계속 같이 있어주면 되죠"

그말에 쿵, 하고 뭔가가 가슴에 떨어졌다.

"그쵸"

동의를 구하는 모습에 멀뚱히 바라보니 기가 죽는게 보인다.

"아닌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그 안쓰러운 모습에도 쉽게 원하는 답이 안나온다. 고개를 깊이 숙였다가 갑자기 반짝, 하고 들어 쳐다본다.

"형"

"..왜."

"시험 끝나고요, 산터공원이요, 정자 있거든요.."

여전히 끝을 흐리는 말투에 괜히 미안해진다.

"그리 오면요, 나 할 말 있어요"

이번엔 제법 똑부러지게 말을 끝낸다. 그대로 뒤돌아 슉슉, 가버리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기도, 고민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또 괜히 미안해진다.

 

 

 


그때 어땠더라. 그래. 이제 곧 사회 나가는 나이인데, 잠시면 끝날 줄 알았던 것이 그토록 계속 남아 있어서, 당황스러웠었다. 계속 같이 있자, 는 말이 어렵고 무서워 피했었다.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꾹 넣고 목을 움추리며 공원앞의 카페로 들어갔다. 찼던 밖과 달리 따뜻해서 나가기 싫다. 그래, 피했었다. 지금도.

"뭐 드릴까요?"

"아메리카노요"

-그게 맛있어요?

-나 할말 있어요

-그만할래요

전부 과거에서 돌아온 기억인데, 다 느낌이 달라 혼란스럽다.

"초코..들어간것도 한잔 주세요"

계산을 하고 나니 정신이 든다. 어쩌려고. 가려고?

"형?"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트니,.. 명수다.

"왠일이야, 여기까지? 작업 없어 오늘?"

이 시간에 여기 있는게 의아한듯 이것 저것 물어본다. 저녁 여덟시.. 아.

"아메리카노와 초코라떼 나왔습니다."

"..아, 네."

받고 있으려니 얼굴을 쑥 내민다.

"왠 코코아"

아.. 뭐라고 답해야 좋을 지 알 수 없다. 코코아 제티 타먹으면 되지 했던 사람이 왜 이걸 샀냐, 하는 표정에 당황스럽다. 성종이 주려고? 형이 왜? 내가 왜?

"..형?"

"명수형!"

익숙했던 목소리가 들린다. 내 앞에 서있던 명수의 고개가 돌아가고 곧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왔어?"

고갤 따라 돌리니 놀란 눈으로 날 보는 이성종이 서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내니 굳어있떤 고갤 살짝 숙여보인다.

"..네, 안녕하세요."

"이거 드세요"

여즉 한쪽 손에 들려있던 코코아를 줘버렸다. 어차피 살때 너 주려고 샀던것 같다. 어쨌건.

"..감사합니다"

"나 먼저 들어간다"

"어. 집에서 봐"

난 또. 계속 기다리는 줄 알았네. 씨발.

 

 

 


#4


나가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침대에 누워 생각해본다. 처음엔 날 보고 쪼는 모습이 어이 없어서, 집이 같은 방향인걸 알고 나선 같이 다니다 보니, 나중엔.. 익숙해져서. 그냥 얘가 날 먼저 찾아오는게 당연해서.
그래서 수능 이라는 큰 시험과 내 감정의 틀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 함께 일어나서 이 지경까지 왔나. 꾹 감았다가 눈을 바로 떴다.

-시험 끝나고요. 산터 공원이요

처음에 말고는 볼 수 없었던 소심한 모양새에 당황스러웠다. 아마, 알았었겠지. 예상했던 일이 닥쳤는데도 당황스러웠다. 예상하고 있는 내가 더.

"성규야- 밥 안 먹니?"

"네, 나가요"

아마도, 이젠 멀어질 것 같은데.
공원 안나가는 내가 좀, 나쁘다.

 

 

 


그 뒤로 기말고사를 보러 학교를 나가는 둥 마는둥 했고, 오늘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끝났지여~ 고딩이 시험이 끝났지여~"

앞에 앉아있던 동우가 획, 돌아 리듬을 타며 자축한다.

"그렇네"

아직도 그날 공원에 나가지 않은 내가 나빠서 당황스럽다. 복잡해.

"어디갈까, 이젠 갈 곳도 없어 무슨. 진짜 알바나 ㅁ알아봐야지"

기지개를 쭉, 피고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들쳐 멘 동우가 멀뚱한 내 얼굴을 들여다 봤다.

"김성규씨?"

"미안, 나 가볼데가 있다"

"에이.. 오케이, 너없이도 우린 잘 논다"

브브, 하고 손을 눈앞에 대고 흔들더니 뒷문에 몰려있던 녀석들에게 야, 얘 안간대, 하고 크게 말하고는 섞여 사라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짐을 허겁지겁 쌌다. 나 지금 뭐하는 거야. 싶다. 그래도 그날의 내가 나빴다는 게 자꾸 걸려서. 안되겠어. 가방을 걸치고 급한 발걸음을 뗐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공원 입구까지 빠르게 와 놓고도  입구에 서서 이게 뭔 짓인가, 싶어진다. 그 '시험 끝나고' 가 지금이 아닌 거 아는데. 난 지금에 와서야 여길 왜 왔지. 돌아갈까. 발을 돌려 몸을 틀었다. 진짜, 병신도 아니고. 수능 점수가 아깝다.

 


.
.
.

 

 

#5

처음부터 내가 많이 불리한, 사실 따지고 들자면, 서로 불필요한 사이였더랬다. 처음부터 나만 좋아했고.

 

일년의 시작인 봄날, 한 학년의 시작인 3월에,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 시작하는 1학년에, 하루의 시작인 아침. 다 시작이라 기분이 괜스레 좋다. 크게 기지개를 피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처럼 설레하는 애들 반, 시큰둥한 애들 반이다. 하긴. 요즘 어떤학교가 개학 첫날 춥게시리

"학생 대표, 김성규"

운동장에서 하나 싶긴 했다.
단장 위에서 상 받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성적 탑은 아니구나, 싶어진다. 왠 빨간 머리.

".... 선서합니다. 학생대표, 김성규."

선서 내용은 못들었지만 이름은 알것같다. 김 성규. 구나. 빨간머리.
뒤돌아 인사하고 내려오는 모습을, 시선으로 쫓으며 손으로는 새콤달콤을 까려고 굼지럭 거렸다. 손이 얼었나봐, 잘 안까진다. ...어? 눈으로 쫓던 김성규,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더니 시선을 내려 내 손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한쪽눈썹을 크게 찌푸렸다. 뭐야.
획, 고갤 돌리고 그대로 제 갈길을 가버린다. 뭔데요.
설마.... 이거 까먹었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얼굴은 뒷모습과 달리 선하게 생겼다, 고 생각했더니, 인상 찌푸리는 얼굴을 대하자니 꼭 그렇지 만도 않구나.
그래도, 난 친하게 지내볼까- 싶었는데.

 

 

 


"같이 살자"

"네?"

마주 앉은 명수형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식겁했다.

"난 그러고 싶은데."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그것도 엄청. 얼마전에 별 생각 없이 놀러간 그의 집에서,

-보고 싶었어요.

그를 다시 만나는 바람에, 너무나도 곤란하다.

"저.."

"지금 답 안해도 되. 근데 나는 나랑 했으면 좋겠어"

또다.
소유욕 강한 눈에 또다시 이끌려간다.

"..네, 생각, 해볼께요"

"응. 기다릴게"

기다릴게, 하고 웃는 자상한 입매가 좋아 따라 웃어버렸다.

-보고싶었어요.
어쩔수 없었더랬다. 옛날과 같이 다시 빨갛게 염색한 형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말 어쩔수 없었다. 늘 솔직하지 못한 형이였어서, 나는 솔직한데에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일어나, 명수야.
반응은 정말 형 다워서, 너무 당연해서. 많이 씁쓸했지만.
-처음 봤으니까요.
처음 봄날 처럼 무뚝뚝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쫄아 나마저 처음으로 돌아가버렸다. -나는요, 하고 몇번이나 반복한 것도. 처음처럼 너무 떨려서.

"어디갈까"

형제, 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정 표현이 정말 많이 다르구나. 성규형은, 성규형은.. 어땠더라. 그래도, 마냥 차가운 사람은 아녔는데.-우리 집에 오면 되지.
그런데도  처음부터 그 끝까지 전부 나는 지고 들어간 게임이라서, 그래서. 정말, 어려웠다.

 


*

"...! -..야! 야!"

이어폰 한쪽이 쑥, 하고 뽑힌다. 아.

"아.. 그"

"는 무슨, 어젠 성규형~ 잘 하더만."

이름 기억 안나? 하고 덧붙인 형이 교복에 붙인 이름표를 당겨서 보여준다.

"어젠 고마웠다. 이름이, 이.."

"이, 성종! 이요!"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가 세게 나가버렸다. 잠시 벙쪘던 형이 고갤 느리게 끄덕였다.

"어어, 그래."

어젠 정말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른다. 형 하는 모습 보고 야자했고, 나가는거 보고 따라 나갔는데, 비가와서 학교 건물 현관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한참을 뒤에서 보고만 있었다. 가서 말 걸어 볼까, 싫어하면 어쩌지. 하고.

"되게 학교 일찍 오네. 왜 오는길에 못 봤지"

그냥 툭, 던진 말에 숨을 훅, 하고 들어 삼켰다. 사실, 그 동네 어제 처음 가봤다.

"거..걸음,이 빨라서?"

자신없이 말끝을 올리니 대충 수긍한듯 그런가, 하고 고갤 크게 끄덕인다. 휴.

"가끔 보면 불러, 길도 같은데"

진짜, 올해 초만 해도, 생각도 안했고, 바라지도 않던 일이다. 친해질 수 없을것같았고, 그렇다면 굳이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고. 그럼에도 이렇게 됐던건, 황사 지독했던 그날 때문이다.

 

 

황사 부는 운동장에서 잘도 뛰어들 노신다. 싶었다. 왜 저런 고생 사서하지 싶고. 그 와중에 유독 띄는 빨간 머리가 이쪽 저쪽 헤집고 다니느게 보였었다. 아. 그 선배네. 용케 머리 안 잡혔네. 심부름 중이었던지라 안내물들이 박스에 가득 있어 딱, 팽기치고 교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건물 오고 가는게 귀찮아 이동수업도 싫어 죽겠는데, 문제 못 푼 저를 꼽아 심부름 시킨 수학선생이 원망스럽다. 괜히 한번 욕을 중얼거려보고 가던길을 재촉하려던 그때, 훅, 하고 모래 바람이 불어 눈에 들어갔었다.
-악
놀라서, 아파서 박스를 소원대로 팽겨쳤다.
-으
눈물아. 근데, 이놈의 바람이 계속 온다.
-뭐야. 씨..
바람이 불어오는 족을 힐끗, 보니 일났다. 축구하던 무리들이 공을 몰고 뗴지어 온다.
-악...
망했다.
이거 벌이었는데. 문제 못푸는 새끼가 이것도 못옮기냐고 혼날게 뻔한데.. 수학 겁나.... 나 또 잡겠지. 눈을 꾹 감고 고갤 돌렸다. ?

-야이 새끼들아. 쫌 보고 공 몰아. 하여튼 소떼 소뗴. 야, 일어나 괜찮냐?

 


"아무튼 뭐, 같이 가게 되서 보면 불러. 같이가자"

툭, 던지듯 말하고 걸으며 앞을 내다 보던 형이 아는 누군가를 발견했는지, 야, 나 먼저 간다?하고 앞으로 튀어 나간다.
우와. 와.

 

 

"이거 드세요"

정말 많이 놀랐다. 작업실에 메세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명수형한테서 문자가 왔고, 공원이라고. 공원입구 카페에서 보자고 답했다.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승산 없는, 뻔한 상황에서 뭔가 실수 한듯 해, 분하다. 전적이랑 다르잖아.
나 먼저 들어간다, 하는 형의 표정이 당황 스럽도록 기분 나빠 보인다. 이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우리 형, 가끔 작업 안 풀리면 여기 오거든. 앉자"

명수형이 테이블을 턱짓으로 가르키더니 그쪽으로 걸어간다. 여길, 왔댄다.

 

*

일부러 눈에 띄려고 열심히 몇달을 삼학년 반 심부름은 다 도맡아 했다.

"누구?"

그런데도 나를 ㅁ르는 눈치라 좀 속상하다.

".. 장동우, 선배요."

"아. 야, 장동우!"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갤 반 안으로 돌려 누가 너 찾는다! 하고 크게 이름을 불러 제끼더니 반 안으로 쑥 들어간다.

"오~ 예쁜이네."

가끔, 골 때리는 사람들이 있다.

".. 최송현 선생님이 전해주래요"

빨리 끝내야지, 싶어 볼일 부터 말하니 받아들고 너 왜 자꾸 우리반와. 란다.

"네?"

"이쁜이, 뭐. 좋아하는 사람 있어?"

보통 사람들은 남고에서 저런 말 하나?

".."

"에헤이, 이것봐라~"

괜히 찔려 꾹, 입을 다무니 큰소리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 있어? 하고 놀린다. 아니 그게.
빡.

"애 괴롭히지 좀 마라. 괴롭힌다고 뭐 나와?"

지나가는 길이 였는지 교실 문 앞에 서있던 동우를 밀고 나온다.

"넌 뭘 보고 있어. 가봐"


나는 꽤 인상에 남는 이미지라 생각했는데, 아닌지 그 뒤에도 몇번을 못알아 봐서 그냥 끝나는구나. 싶었었다.

 

 


.


"어디 갈까?"

"네?"

물음에 갑자기 정신이 든다. 전구에 불 들어오듯 팟, 하고 드러온다.

"뭐야. 왜 자꾸 멍때려"

"아.. 미안요."

엄한 표정을 짓다가 내 사과에 다시 풀린 얼굴을 해보인 명수형이 그래, 어디갈래, 하고 재차 묻는다.

"어어... 형 집이요"

"어?"

내 말에 예상 못한듯 얼빠진 소릴 낸다. 아. 나. 진짜, 뭐라냐.

"아. 아뇨 아니아니,"

"아니 난 괜찮은데, 형 집에 있을건데. 괜찮아?"

수습하려 말을 바꾸려는데 이어준다. 그 반응에 쳐다보니 마주보고 웃는다.

"괜찮으면 뭐. 가고."

그 눈이 다정해서 피해 버리고 고갤 끄덕 거렸다. 역시, 보고싶다.

 

 

 

*

"할말 있어요"

마음이 급해졌다. 형 시험 봐야하니 참자고. 생각했는데. 시험 끝나면 볼 수 없을 것 같아, 떠나면 못 볼거란 생각에 마음이 너무 급하다.
내말을 듣고만 있다가, 할말 있다는 말에 표정이 안쓰럽다는 듯이 바뀐다.
그게 꼭, 거절 같아 할 말만 빨리 하고 뒤돌아서 빨리 자릴 떴다.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사실 지금 굉장히 소란 스럽다. 머리랑, 마음이. 너무 소란스럽다. 제발 내 모습에서 그런 여지가 보이지 않았기를.

떨려서 잠을 못잤고, 하루 종일 기도했고, 이젠 기다린다.
이제 해가 져 가는데, 안보인다. 여기가 공원 중턱이라 그런가. 입구에서 보자고 할걸 그랬나. 교문으로 가볼까. 엇갈리면 안되는데.

"추워.."

그래도 자신 있었는데, 떨리고 긴장타도, 자신은 있었는데. 그래서 말한건데.

"나빠."

땅 밑만 보다가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새 해가 마저 져버렸다.

"나빠 진짜"

춥고, 화도 나고. 좀.. 슬픈것도 같다.
어제 봤던 형 표정이 떠올랐다. 미안해 보이던.

"나빠.."

어제 말해주지. 시계를 확인하니 시침이 8을 향해 달려간다.

"진짜 나빠"

알겠는데도, 자릴 못 뜨겠다. 너무, 급했나봐.

 

 

 

 

"갈데가 없디"

문을 열고 들어온 나와 명수형을 보고 방에서 나온 형이 꺼낸 첫 마디다.

"여기가 편하지 따듯하고"

멀뚱한 표정으로 신발을 벗은 명수형이 턱짓을 해온다. 들어가자.

"아, 네. 실례하겠습니다"

눈치 보여 재빨리 고갤 숙였다. 현관 신발장에 삐딱히 기대선 형이 그러던지, 하고 획 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딱딲해. 너무해. 그 반응에 괜히 눈물이 핑, 돈다. 근데 왜 아깐 공원 왔는데요.

"뭐해?"

안 들어오는 내가 이상했는지 명수형이 다시 현관으로 나온다.

"아.. 네"

그래도 울진 말아야지.

"배고프다. 뭐 먹을까. 시키자"

거실 쇼파에 앉아 있으려니 스티커가 잔뜩 붙은 전단지 파능ㄹ 들고와 내민다. 중국집, 피자 전문점, 분식점.. 알록 달록한 판을 보고만 있자, 신기하지, 하고 웃는다.

"우리 형, 심심하면 괜히 이런거 모아놓고 붙여놓고 하거든. 이상한데서 정갈해. 그러니까 음악하나?"

웃기다는듯 웃으며 말하다가 끝엔 수긍한듯 고갤 끄덕거린다.

"그러게요"

진짜, 알 수 없다.

"이상해"

또 웃어버리는 나도 참, 속 없다.

 

 

 

*


감기에 걸렸다. 하루 푹 앓아 눕고 며칠을 통원하고, 일주일 만에 나온 학교는 좀 어수선 했다.

".. 그래서! 이번 학교 탑이 누구냐, 별 탈 없이 김성규형이란다"

니 김성규 좋아하잖아, 하고 킥킥대며 그간 이야기를 해주는 병헌이의 얼굴을 멍하니 보다가 밀어버렸다.
앞자리에서 뒤돌아 앉아있던지라 훅, 하고 밀린다.

"아... 아, 야!"

오랜만에 듣는 형소식에, 그것도 꽤나, 엄청, 잘 지낸 듯한 소식에 배알이 꼴린다. 나는.. 되게 아팠는데.

"아직 열 있는거 아냐?"

반 장난, 반 걱정 섞인 목소리로 손등을 이마에 갖다 댄 태민이 아니네, 하고 머릴 쓰다듬는다.

-기특하네,

더 해달라고 해도 안해주고. 진짜 나빠.

"더 해줘"

"뭘?"

"머리"

뭐야, 싱겁다는 듯이 크게 웃은 태민이 옛다, 라며 헤집는다. 나쁜 김성규 형.

 

.
그래놓고 난 왜 또 여기 왔는가, 하면.
혹시 모르잖아... 수능이 아니라 기말인 줄 알았을 수도 있잖아.
머릿속으로 중얼 거려본 변명이 너무나 변명 스러워서 내 자신이 어이가 없다.

"추워.."

정자에 털썩, 앉았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악. 차가워.
그냥 여기 저기 걸어다니며 발로 땅을 툭, 툭, 치다가... 다리 아프다. 해가 또 진다. 그날의 데자뷰가 떠올라 눈물이 다시 돈다. 싫다. 울기도 진짜.. 전봇대에 기대 주르륵 미끌어져 쭈그리고 앉았다. 불쌍하게 있어야지.

"배고파.. 추워"
무릎에 팔을 얹고 그 위로 얼굴을 묻었다.

"오라고요"

 

 

 

 

"그만 할래요"

그만 하겠다는 내 말에도 큰 미동이 없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워낙, 남은 잘 읽어내면서 본인은 잘 안 비추는.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러니까... 나 혼자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만.. 해요.."

안 지칠 것 같았는데. 그날 오기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이 지경이 난 내가 밉다. 이 지경이 나게 한 형이 더 밉다.
고갤 숙이고 발끝에 눈을 집중 시켰다. 안 울꺼야.

"그래"

머리 위로 들린 대답에 결국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자"

이제, 진짜 끝났다.

 

 


.
"형! 배달 시켰는데, 형도 먹을래?"

음식이 오고 받던 명수형이 고갤 방쪽으로 향하게 하고 크게 형을 부른다. 그래 봤자, 나 있어서..

"괜찮겠어?"

방문을 열고 나온 형의 모습에 나도, 명수형도 벙찐다.

"와, 이 반응 봐"

"알면 빠지든가,"

뭐가 안 괜찮아, 나와 빨리. 장난스레 받아친 명수형이 음식들을 옮긴다.

"넌 애인이랑 중국음식 먹고 싶냐"

랩을 벗겨내며 형이 툭, 던진다.

"얘 괜찮다던데"

"괜찮아요, 진짜?"

갑작스레 마주친 얼굴에 한번 더 벙쪘다.

"..네?"

"왜그래, 애한테~"

아직 어색하단 말이야, 웃으면서 젓가락을 돌리는 명수형이 그러지마, 하고 덧붙인다.

"좋아해요!"

"..네?"

이번엔 두사람이 벙찐다.
아.

"아, 중국, 움식이요."

"아...네"

알겠어요~  특유의 장난어린 말투로 답한 형이 한번 웃고 젓가락을 쪼갠다.
왜 난 맨날 형 앞에면 긴장하고 난리지. 명 수 형에게서 젓가락을 받아 음식을 내려보다가 힐끔, 형을 올려다 봤다. 괜찮아... 보이는 구나 역시.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

"..."

"...안먹어요?"

잠시 서로 쳐다만 보다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뀐다.

"먹어요."

뭔가 방금 반가운 느낌이었어서.. 또 실없이 웃었다.

 

 

 


#6


웃는 모습에 쓸데없이 혹한다. 낯익은 느낌에 또 다시 혹해버렸다.

"많이 먹어"

"네"

입에 탕수육을 쏙, 넣고 한볼에 몰아 꼭 꼭 씹는 걸 보다가, 옆 얼굴로 닿는 시선에 고갤 틀었다. 응?

"아냐"

고갤 살짝 흔들고 젓가락을 놀리는 명수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 먹는데에 집중했다. 이 정도까지만. 이정도만.

 

 

 

 

 

 

 

 : )

 여기 규쫑러들 있나요ㅠㅠ??

 아, 근데 규쫑을 규쫑이라고 해도 되나.. 규현이 종현이. 도 규쫑 아닌가.. 모르겠네요ㅠ;

 규쫑러들 있나요ㅠㅠ??? 쫑수니들있나요ㅠㅠ??? 응답하라ㅠㅠ?

 제가 취향이 박규 우현이 성종이 수. 요로케라..ㅠㅠ 성우러들은 좀 있던데 규쫑이들도 있어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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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앙 성종이수 너무 좋아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규쫑규쫑!!! 넘 조아유ㅠㅠㅠㅠㅠㅠ 쫑수니라서ㅓ... 다음 커플링도 기대할게요 신알신이요!!ㅎ
11년 전
독자2
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여ㅠㅠㅠㅠㅠㅠㅠ규쫑ㅠㅠㅠㅠ엉엉엉 ㅡㅜ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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