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하성운
안녕하세요 '홍차화원'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무색 하게도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고, 날은 제법 선선해 졌다. 초록잎이 무성하던 아파트 단지와 학교 교정은 색색의 옷을 입었다.폭염에 지쳤던 나는 가을이 되자마자 다시 살아났고, 하성운과의 연애는 익숙함 속에서 시작된 설렘이라 그런지 늘 나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래서인지 하성운과의 데이트를 위해 나갈 준비를 하던 중 올 봄에 잘만 입고 다녔던 바지는 허벅지에서 끼기 시작했고, 나는 억지로 입으려다 단추가 침대 바닥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신 거울 속에 비친 나는 걸어 다니는 이유가 없었다. 왜냐면 굴러가면 더 빠를 것 같았다 내 몸은. 팔뚝에는 언제 이렇게 살이 붙은건지 손이 닿는 곳 마다 말랑말랑하기 그지없고, 여름이 지난지가 두달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허리 춤에 튜브를 끼고 있었다. 한숨을 푹푹 쉬며 대충 주워 입고 하성운을 만나러 나갔다. 저 멀리 서있는 하성운은 바라보니 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우리는 같이 먹고 같이 노는데 왜 살은 나만 찌는가.. 매끈한 턱선과 적당한 발목 오늘따라 슬림한 바지가 잘 어울리는 그런 하성운을 보고 있자니 내 모습이 더 초라해지기 짝이 없었다.
“ 나 요즘 너무 먹는 것 같아 ”
“ 그러게 여주 요즘 볼살이 엄청나 ”
그래서 귀여워. 하성운은 오물오물 움직이는 내 입술을 따라 빵빵해진 볼을 쪼물딱 거리며 웃어보였다.
나는 하성운을 째려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먹던 땅콩크림빵을 내려 놓았다. 하성운은 내 움직임에 의아 한 듯 쳐다봤고,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 주었다.
“ 나 다이어트 할거야. ”
“ 안돼 ”
“ 왜! ”
“ 귀엽다니까? ”
“ 너 내 볼살이 장난감인 줄 알지! ”
“ 어떻게 알았어? ”
“ 이씨! ”
하성운은 내가 내려놓은 빵을 다시 입에 넣어 주었다.
여주 너는 잘먹는게 제일 예뻐 라는 말과 함께. 나는 바보 같이 그걸 또 받아 먹었고, 하성운은 여전히 내 볼을 쓰다듬으며 웃어보였다.
“ 김여주 또 말 안듣고 몰래 살 빼고 그런거 하기만 해 진짜. 오빠 화낼거야~ ”
하성운은 나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 말에는 정말 뼈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김여주가 아니지!
하성운 눈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는 무던히 살을 빼기 위해 노력 했다. 심지어 그 좋아하던 버블티 마저 끊어내었다.
눈물을 머금고 공차 앞을 지나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 또 바나나? ”
“ 일주일째 바나나만 먹으니까 내 몸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바나나가 나올 것 같아.. ”
“ 김여주 다이어트 한다더니 진짠가보네..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운동을 해. 그렇게 빼면 몸 망가져 ”
“ 몰라..나 운동 못하는거 알잖아. ”
“ 성운오빠한테는.. ”
“ 대환장파티가 일어나는거다 하성운이 아는 그 순간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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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인데 아직도 덥네 ”
“ 더워? ”
“ 응 오늘 좀 덥다 ”
“ 여기 잠깐 앉아서 기다려봐 ”
“ 어디가는데? ”
“ 잠깐만 기다려봐~ ”
교수님의 자체휴강으로 인해 학교가 일찍 끝난 나는 하성운의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놀러왔다.
하성운은 캠퍼스 안에 돌아다니고 있는 나를 용케 찾아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며 입이 귀에 걸렸다.
가을 치고는 날이 아직 더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성운에게 손부채질을 하며 덥다 하니, 나를 저번 그 그늘 아래 벤치에 앉혀 놓고는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나타난 하성운의 손에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 자 여주야! ”
“ …이게 뭐야? ”
“ 뭐긴~여주가 나 다음으로 좋아하는 버블티! 내가 이제 여주 너 없이도 이거 주문 잘한다? ”
“ 하..하…잘 했네? ”
“ 그치! 빨리 먹어~덥다며. ”
“ 고마워 잘 마실게.. ”
망할 하성운. 역시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니까. 내가 어떻게 끊어낸 버블티인데 이걸 떡 하니 사오냐고..
나는 하성운에게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울며 버블티 먹기로 한모금 쭉 빨았더니 두꺼운 빨대를 타고 펄이 동글동글 입으로 굴러들어왔다.
그래..이거거든..나는 잠시나마 이성을 놓고 원샷을 하려 했지만, 금새 정신을 차리고 입에서 빨대를 떼어냈다. 그러자 하성운은 나를 의아한듯 보며 물었다.
“ 왜 더 안먹고? ”
“ 으응..내가 오늘은 어..배가! 배가 좀 아파서 차가운건 별로…미안.. ”
“ 배아파? 그럼 그냥 밥 먹으러 가자. 나 오늘 한끼도 못먹었어~ 여주 너도 배고프지? ”
“ 밥…? ”
버블티도 모자라 밥이라니.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로 아침 저녁을 굶고 낮에 겨우 바나나를 먹으며 버티는 난데, 갑자기 저녁식사라니..
이래서 한동안 하성운과의 저녁 시간대 데이트를 피한건데.. 하성운은 간만에 받은 장학금으로 맛있는걸 사주겠다며 등갈비 집에 나를 데리고 왔다.
갈비라뇨..하느님 살려주세요. 제발 하성운을 멈춰 주세요..
“ 여주야 여기 방송에도 나온 맛집이래. 많이 먹어! ”
이런 맛집은 어디서 찾아서 오는 건지..말그대로 맛집이였다. 정말 맛이 대단한 맛집. 내 앞 접시에 정성스럽게 놓여진 등갈비 한쪽을 한번,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먹어보라는 말을 대신 하는 하성운의 얼굴을 한번. 나는 마지못해 놓여진 갈비를 들고 맛을 보기 시작했다. 육질은 어쩜 이렇게 부드러운건지..사장님 복받으세요.고기느님을 앞에 두고 다이어트를 하는 저를 용서하세요.
한끼도 못먹었다는 하성운은 정말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웠고, 나는 밥알을 세어가며 깨작거리고 있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물을 들이키던 나는 가만히 팔짱을 꼬고 나를 노려보는 하성운과 눈이 마주쳤고 그대로 물을 뿜을 뻔 했다.
“ 왜..왜 그렇게 쳐다봐 ”
“ 김여주 너 배아픈거 거짓말이지 ”
“ 어..? 내가 거짓말은 무슨..! ”
“ 고기 먹으면 아픈 것도 낫는다는 애가 왜 이렇게 깨작깨작 거려. 버블티도 안먹고. ”
“ 아니 그냥..입맛이 조금 없어서.. ”
“ 나 화낸다고 했었다 그때 ”
“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데. 그냥 입맛이 좀 없다고. 내가 밥 먹는거 까지 너 눈치 보면서 먹어야돼?! ”
“ ... ”
“ 아 됐어 나 집갈래. ”
괜한 심술이었다. 못났다 김여주.
요 근래 바나나 말고는 음식을 냄새도 맡아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오늘 하성운과의 식사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마지못해 마주 앉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등갈비를 보고 있자니 그 동안의 애써 외면한 내 식욕은 불 타오르기 시작 했고,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려니 스트레스가 장난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하성운에게 이렇게 심술 부리면 안되는건데.. 하지만 이미 몸은 가방을 챙겨 계산까지 하고 나온 상태. 마침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나는 있는 힘을 짜내 뛰어 버스를 탔다.
하성운은 내 뒤를 쫓아 오지 않았다. 내심 서운 했지만, 여자친구의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남자친구로 찍힌 하성운이다.
가뜩이나 밥도 며칠 못 먹고 힘이 없었는데 버스를 타겠다고 뛰었더니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떨려왔다. 나는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속이 메스꺼워 게워내고 싶었지만 게워 낼 것 조차 없었다. 이래서 청하가 무턱대고 굶는 다이어트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했구나.
한 30분 그렇게 기운없이 앉아 있던 내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졌고, 눈을 떠보니 내 앞엔 김재환과 윤지성이 있었다.
“ 이 정도면 그냥 나 여기에 있으니까 찾아와주세요~ 하는거 아니냐 김여주 ”
“ 사람 참 귀찮게 하는 재주가 있어 ”
“ …하성운이 시켰지 너네 ”
“ 이거나 마셔 웬수야 ”
윤지성이 내민 손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우유가 정성스럽게 빨대까지 꼽혀 있었다.
김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옆에 앉았다. 아무말 없이 나는 받아 들고 마시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좀 당이 충전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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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운이형이 정말로 모를거라고 생각 한 건 아니지 너? ”
“ 정말 티 안났는데 ”
“ 진짜 우리 여주 보기 드문 병신이구나 ”
“ 죽고싶다고? ”
“ 너 오늘 당 떨어져서 하나도 안무서움 ”
“ 집에 그렇게 바나나를 쌓아두고 있는데 누가 모르냐. 우리도 딱 보니까 각 나오더만. ”
“ 성운이형한테 괜한 꼬장 부리지 말고 가서 잘못했다고 애교나 부려 빨리 ”
“ 너 삐져서 도망 갔다고 너 여기에 있을거라고 이거 주고 가버렸어. ”
“ 우리 간다. 빨리 가봐. 너네집 앞 놀이터에 앉아 있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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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걷다보니 우리집 앞 놀이터 앞에 도착했다.
놀이터 앞을 기웃거리다 그네에 앉아 모래만 발로 차고 있는 하성운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한 마음에 살금살금 옆으로 다가갔으나 하성운은 그네 줄을 꼭 잡고 여전히 죄 없는 모래만 파고 있었고, 내가 뒤에 있다는건 눈치를 못 챈 것 같았다. 퍽이나 귀여운 그 모습에 검지 손가락을 피고는 어깨를 톡톡 치니 내 예상대로 고개를 돌려 내 손가락에 볼살이 폭 하고 찍혔다.
“ …그네 재밌어? ”
우리집 아파트 놀이터에는 분란을 불러 일이킬 의도인지 그네가 하나밖에 없다. 어느새 나는 그네에 앉아 있었고 하성운은 내 그네를 조용히 밀어주고 있었다.
“ 성운아 ”
“ … ”
“ 화났어? ”
“ … ”
“ 많이 났구나 화… ”
그네를 밀어주던 하성운은 앞뒤로 흔들리던 그네를 멈추고는 내 앞으로 왔다.
“ 화 안났어. ”
“ 너 운동 해서 뺄거 아닌거 너무 잘아는데, 이렇게 굶어 가면서 사람 걱정시킬거 아는데 내가 어떻게 다이어트 한다는 말에 그러라 그러겠어. ”
“ 그리고, ”
“ 자꾸 더 예뻐지려 하지마. 안그래도 너 누가 채갈까봐 몇년을 불안해했으니까.”
그렇게 김여주 인생에 몇 없는 다이어트 소동은 하성운의 몇마디에 종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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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여 여러분! 홍차화원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돌아왔나요..(쭈굴)
저 요즘 다시 남들 잘때 자고 일어날때 일어나서 새벽에 쓰던 글을 언제 써야 할지 방황하다 이제 들고왔네여...주륵
그나저나..또..또오!!!!!!!!!!
으허허어어어어우우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모야모야 ㅠㅠㅠㅠ넘 감동이자나요...저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봐요 알림뜰때마다 진짜 바로 들어가서 입틀막 하고 읽는다구욧...
암호닉 이렇게나 많이 신청해주실지 몰랐는데 되게 기뻐요 저 지금...
저번 화 비회원 독자 두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던데 그게 아직 저한텐 비공으로 떠서 그게 공개로 바뀌면 암호닉 확인하고 목록에 추가 해드리도록 할게요!
혹시나 암호닉 누락 되신 분들은 꼭 댓글로 알려주세요!
이로서 암호닉 신청은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이 올라간 시간 이후로 신청해주신건 목록에 추가되지 않습니다.
다음편은 완결이 되겠구요..흑흑
차기작은 조금씩 준비 중이니까 우리 독자님들 저를 떠나면 안되는거 알져...?
메일링 공지는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정말 고마워요 우리 러블리독자님들!!!!!!핫트핫트!!!!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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