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카페 사장님 X 열아홉 고삼
A_
독서실 가기 싫은 날이었다. 왜인지 오늘 하루는 쉬어도 될 거 같아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 문득 시계를 봤을 때 시침은 11시를 향해 있었다. 내가 미쳤지. 벌떡 일어나 대충 모자를 눌러 쓰고 가방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하품을 하며 독서실 아래층에있는 카페 문을 힘차게 여는데 평소와 다르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원래 이 시간에 사람이 많나. 하며 카페 안을 둘러보는데 몇 빼고 죄다 여자들뿐이었다. 그 사이에선 독서실에서 몇 번 마주쳤던 여자애들도 보였다.
항상 카페가 오픈하는 시간이나, 카페가 거의 문을 닫을 때 즈음에 오는 편이라 낮 시간대에는 손님이 얼마나 오는지 몰랐기도 했지만 이 카페 사장님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거느리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는 사장님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고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카페 사장이라니.
" 주문하시겠, …아, 망고 스무디? "
사장님도 자기 덕에 카페 운영이 잘 된다는 걸 아는지 대부분 알바를 쓰지만 여기는 사장님이 직접 주문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알바생인 줄 알았고.
늘 먹는 메뉴로 주문을 하려했는데 먼저 선수를 쳐버리는 사장님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특유의 잇몸 미소를 지어 보였고 뒤에 서있던 여자들의 너무 잘생겼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사장님도 들었을 텐데 무덤덤한 표정으로 거스름돈을 건네어준다.
오늘따라 독서실에 가기 싫다 했더니 갑자기 일기 예보에 나와있지 않던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독서실이 아무리 집하고 가깝다 한들, 이거 맞으면서 집에 갔다간 다음 날 감기가 걸릴 게 뻔했다. 그칠 줄 모르는 소나기는 하염없이 내렸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짐을 챙겨 나오려는데 의자 뒤에 걸어 두었던 가방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설마.하며 가방 지퍼를 열었을 땐 달랑 공책 한 권만 들어있었다.
오늘은 김여주 인생 최악의 날이 될 것 같다.
- 삼촌한테 CCTV 확인해달라고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후 8시 38분
다행히 같은 반 친구 김재환의 삼촌이 운영하는 독서실이어서 범인은 금방 잡을 수 있을 테지만 그때까지 내 문제집들은 어쩔 거며, 같이 없어진 지갑도 문제였다.
도대체 언제 도난당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까 화장실에 갔을 때? 아님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였을지도 모른다. 문제집 밖에 없는 가방을 도대체 왜 털어간 건지도 의문이었다.
" …으, 진짜 짜증나. "
독서실 계단을 내려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원래 혼잣말은 절대 안 하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너무 화가 나고 분통해서 한숨을 푹푹 쉬며 짜증을 토해냈다. 3층의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발목이 꺾여버렸고, 찌릿한 느낌은 종아리까지 퍼져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엎친데 덮치고 그 위에 폭탄 하나를 더 떨어트리는, 그게 바로 내 기분이었다.
눈물이 났다. 도대체 얼마 만에 우는 건지 눈물을 닦는 손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바보같이 계단에 앉아서 우는 꼴이람.
새빨간 코와 퉁퉁 부어버린 눈은 안 그래도 미운 얼굴을 더 밉게 만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내일부터 독서실에 오지 못했을 거다.
아직도 비 오네. 계단을 내려오며 창 밖을 봤다. 30분이 넘게 계단에 앉아 있던 것 같은데 밖의 빗소리는 여전히 거셌다. 우산도 없고, 가방도 털리고 발목까지 접질리다니. 오늘은 역시 독서실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데 익숙한 옆태가 보였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어서 못 알아볼 뻔했지만 카페 사장님이 분명했다.
" …안녕하세여. "
" 안녕, 이제 집 가요? "
" 네. 사장님도요? "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안에서 자주 얘기를 나누곤 했지만 이렇게 밖에서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 괜히 어색해져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 …아. 그렇구나, 전 우산이 없어서 조금 있다가 가려구요. 먼저 가세요. "
" 쓰읍, 비 안 그칠 거 같은데. "
이제 보니까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사장님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ㄲㄲ |
제가 뭘 쓴 건지 모르겠어요8ㅅ8 정말 노jam이네요........ 그냥 카페 사장님 옹을 보고 싶었을 뿐이고...... 뒤에 생각해놓은 이야기가 있긴 한데 다 못 적어서 A라고 붙이긴 했는데 B를 가져올지는 저도 몰라요ㅠㅠ. 그렇게 저는 망글을 두고 튑니다......ㅎㅅ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