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김동혁...아씨... 양 한마리. 양두마리. 양세마리. 김동혁...김동... 아 나 뭐하는거야
찜질방에서 일요일 점심때쯤 나와서 집에서 노곤한 몸으로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있는 동혁은 요즘들어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많아진듯한 기분을 느끼며 준회가 배달음식을 시킨건가 하며 늘어진 몸을 일으켜. 누구세요-
동혁이 문을 열자 보이는 처음보는 남자들에 당황하고, 또 그 사람들은 자신을 보고 반갑다는듯이 인사를 건내서 한번 더 당황해.
"니가 동혁이구나? 착하게 생겼네"
"안녕. 구준회! 야- 어딨냐?"
동혁이는 자신에게 악수를 건내는 순하게 생긴 한남자와,그 남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다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한남자를 멍하니 보다가 방에서 나오는 준회를 보며 눈만 도르르 굴리고 있었지. 준회는 자기를 향한 동혁이의 시선을 한번 보고는 "애 겁먹잖아. 진환이 형이야 착하게 생겼어도, 형이 갑자기 들이 닥치면 애 놀래"라고 하고는 앉으라며 손짓해.
자신과 악수를 한 남자도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가고 동혁이만 되게 뻘줌한거야. 보니까 준회랑 친한사이인것 같은데 자기한테는 낯선사람들이고, 또 사이에서 뻘줌하기도 해서 준회한테 방에 들어가 있겠다고 하려는데 준회가 짐짓 엄한 목소리로 "여기와서 앉아." 라고 하고 준회의 말에 다른사람들까지 자신을 빤히 쳐다보니까 슬그머니 준회옆에 가서 앉아.
"푸하하- 얘 진짜 귀엽다. 안절부절 못하는것봐. 강아지같아"
"변태야? 안절부절못하는게 귀엽게?"
"아, 소개해줘야지. 방금 너보고 귀엽다고 한 사람은 김진환이고. 나보다 나이많아. 똑똑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의사."
진환이 동혁에게 안절부절하는게 귀엽다며 웃자 변태냐고 받아친 준회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있는 동혁에게 한명씩 소개를 해줘.
"그리고 여기 좀 무섭게 생긴 인간은 나보다 늙은 김한빈. 웃으면 바보같으니까 너무 겁내지는 말고."
"야, 너 진환이형이랑 나랑 소개할때 약간 어투가 다르다?"
그러면서 또 투닥거리는 준회와 한빈의 모습에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대부분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던 준회만 보다가 준회가 자기 또래 사람들이랑 이러고 노는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 노는 모습이 자기가 친구들이랑 노는거랑 별 다른게 없어서 신기한거지. 근데 그러다가 친구생각이 나니까 윤형이 생각이 나는거야. 화해해야하는데..
"얘기 많이 들었어. 준회가 남얘기 잘 하는애도 아니고, 또 남때문에 도움 청하는 애도 아닌데. 그 두개 다 너한테는 해당사항이 안되길래 되게 궁금했는데."
" 도움? 구준회 너 진환이형한테 뭐 부탁했었냐?"
"아 그런게 있어. 뭘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고 그래"
진환이 챙겨주고 한빈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준 덕분에 동혁이도 어느샌가 웃기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준회대학시절 얘기부터, 술버릇 등등 자기가 몰랐던 준회에 대해 알게되는게 좋은거야. 뭐 어떤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은 아는데 자신이 모르는게 있으면 샘난다고도 하는데 그런거 하나도 없이. 준회의 과거에 자신이 없었지만 벌어져있는 그 틈을 매워나가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했다고나 할까.항상 여유로워 보였던 준회였는데 한빈,진환과 있으니 안절부절하는 모습도 보고, 욱하는 모습도 보는게 너무 재밌었어. 당황하는게 귀엽기도 하고.
물론 콩깍지가 씌인걸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준회가 차였긴 한데 다른사람들은 다 준회가 찬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거지. 준회가 여자친구한테 너무 무심했었으니까. 아 저 여자애도 결국엔 지쳐서 스스로 나가 떨어지는구나- 하고"
"자자. 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술마시면서 해야지"
"..술은 무슨 술이야. 다들 내일 출근안해? 그리고 얜 미성년자야"
한참 진환에게 준회의 흥미진진한 연애사를 듣고있는데 한빈이 주섬주섬 맥주캔을 꺼내들었고, 그걸 본 준회가 무슨 술이냐며 말렸지만 동혁의 앞에도 맥주캔이 놓여. 동혁에게 맥주캔을 주면서 "원래 술은 어른들한테 먼저 배우는거야. 그리고 고3인데 설마 술을 안마셔봤겠어?" 라고 해. 근데 동혁이는 진짜 태어나서 한번도 술을 마셔본 경험이 없어. 친구들이 마실래? 라고 하거나 수학여행때 몰래 술들고와서 마시는데 동혁인 그냥 옆에서 음료수만 마셨거든. 자기 주량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또 술버릇이 뭔지도 모르니까 그냥 겁나는거야. 그래서 한번도 안마셔봤다고 하니까 한빈은 물론이고 그 순하게 생긴 진환까지 놀래.
"정말? 나도 고등학생때 스트레스때문에 마셔봤는데. 진짜 단 한입도?"
"네.."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준회가 옆에서 "학생때 술마신게 뭐 자랑이라고 그렇게 얘길해. 얘가 얼마나 착한데." 라고 하면서 동혁의 앞에 놓인 캔을 치우려는데 동혁이 그 캔을 딱 잡아.
"..마셔볼래요."
생각해보니까 언제까지나 자기 술버릇모르다고 안먹을수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마셔봐야지 자기 주량이나 그런걸 알수있을거아냐. 그리고 준회랑 같이 있으니까 준회가 알아서 해줄거라는 그런 믿음도 있었고, 한빈의 말처럼 친구들이랑 마시는것보다 일단은 어른들한테 먼저 배우는게 나을수도 있다고 판단한거지. 또 자기혼자 음료수를 마시면서 준회랑 자신의 나이차이에 대한 그런 선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고.
"나중에 마셔. 나이되면 내가 사줄게."
"뭐 이제 몇달남았다구요."
"그래. 마시는거지. 구준회 쟤도 고등학생때 마셨어."
준회가 자신을 쳐다보더니 "진짜 마실거야? 분위기 휩쓸려서 그러는거면 굳이 안그래도 돼. 어짜피 많이 마시지도 않을건데" 라고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보는데 동혁이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여. 그런 동혁을 보고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너 때문에 내가 선생님 자질이 없는것 같잖아" 라고 해.
그래서 동혁이 "선생님이랑 마시는 게 아니라 전 가족이랑 마시는거니까 괜찮은거 아니에요?" 라면서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니까 주회가 피식- 웃고는 동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둘의 그런 모습을 진환과 한빈이 흥미롭게 보고있고.
"야, 근데 너네집에 안주거리없냐?"
"아.. 없을걸"
"어이, 막내가 안주거리 골라서 사와봐."
"형이 갔다와. 왜 얠 .. 아니다. 김동혁. 편의점 가서 오징어랑 그런것좀 사와"
왜 동혁을 시키냐고 한마디 하려던 준회는 갑자기 말을 바꾸어 동혁에게 다녀오라며 돈을 쥐어줘. 동혁은 알겠다며 별 생각 없이 신발을 신는데 "조심해서 다녀와. 위험하니까 골목으로 가진말고." 라는 준회에게 알겠다고 해준 후 집을 나서.
문이 닫히는걸 확인하고 준회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향한 진환과 한빈의 신기한걸 발견했다는 듯한 초롱초롱한눈빛에 당황해. 뭐..뭐!
"제자한테 원래 그렇게 다정해?"
"아니라니까? 나 저번에 구준회 학교찾아갔는데 학생들이 인사하는데 완전 무표정을 고개만 끄덕이고 그랬었어"
"..살 부대끼는 정인건지 뭔지는 몰라도.. 아무튼. 내가 형들 부른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사실 준회가 진환과 한빈을 부른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밖에서 만나도 되긴하지만 찜질방에서 동혁이랑 얘기하다가 윤형이랑 싸운걸 듣고는 혼자두면 괜히 우울해할것 같아서 집으로 불렀던건데 그 얘기거리가 동혁이가 들으면 좀 그런 얘기라서 일부로 동혁이를 심부름 보낸거지.
"저번에동혁이랑.. 같이 살게된 이유 말했었잖아. 근데.. 빚쟁이들이 이젠 동혁이를 찾아와"
"..너네 집으로?"
"아니..그건 아닌데 학교로 왔더라. 아마 동혁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행방불명이고 친척들은 연락도 안하고 하니까 동혁이 찾아오는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 학생인데 돈을 어떻게 갚겠어 쟤가."
준회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던 진환이 "그럼 어떻게 할건데" 라고 물어. 그러니까 준회가 살짝 망설이더니 "엄마아빠가 나 장가갈때 쓰려고 저축해둔 통장 깰거야. 내가 개인적으로 저금하고 있는 통장도 깰거고. 그럼 원금은 어떻게 갚겠는데.. 이자가.." 라고 해.
통장을 깰거라는 말에 한빈이 준회에게 부모님은 아시냐고하니까 준회가 고개를 저어. 한빈은 한숨을 푹 내쉬지. 물론 자기가 보기에도 동혁은 착하고 좋은애긴 한데 아무리 자기랑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친동생만큼 아끼는 동생인 준회가 친가족도 아닌데, 솔직하게 말하면 진짜 보호자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줘야 하나 싶으니까 답답한거지. 한번 정을 주면 티는 많이 안나도 그 사람을 알게모르게 챙기는 성격인건 알지만 속상한거야.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하게."
"..지금 당장은 말고 나중에 얘기해야지. 그리고 난 지금 결혼 생각도 없고.. 큰 돈 나갈일도 없으니까 괜찮아. 돈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거니까"
"..그래서 이자때문에 돈 빌려 달라는 거야?"
"....어"
아무말없이 캔을 비워낸 진환이 "얼마면 되는데?" 라고 하니까 준회가 작은 목소리로 "칠천만원정도.." 라고 해. 준회가 고개를 숙이고 소심한 목소리로 말하니까 진환도 마음이 불편해. 항상 당당했던 준회가 저렇게 기가 죽어서 말하니까.
"빌려줄게.차차 나중에 원금만 갚아."
진환이 준회의 어깨를 두드리며 빌려주겠다고 하는데 캔만 만지작 거리고 있던 한빈이 "일단 통장 깨지마. 그거 법적으로 대응할수있는 방법 있을거야. 내가 알아볼게." 라면서 준회에게 "우리 사이에 돈얘기 때문에 그렇게 얼버무리냐" 라고 준회를 복돋아줘.
준회가 고맙다고 함과 동시에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동혁이 들어오고 진환이 밝게 동혁을 맞아주며 다시 분위기를 밝게 하려 애쓰자 아무것도 모르는 동혁은 눈치채지 못한채 제대로된 술판이 벌여지게 되.
얼마지나지 않아 술을 처음마시는 동혁은 한 캔 때는 꽤 마시는가 싶더니 두번째 캔을 버티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져. 동혁이 쓰러지며 머리를 바닥에 박으려는걸 순간적으로 간신히 머리만 받혀낸 준회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다리에 동혁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뒤척이는 동혁을 토닥여.
"애도 쓰러졌고, 내일 출근도 해야하니까 그만마시고 우리도 가자 진환이형."
그러면서 동혁의 머리가 자신의 허벅지에 있으니 일어나지도 못하는 준회에게 "앉아있어, 임마. 애 안깨게 제대로 눕혀주고." 라고 하고는 진환과 한빈. 둘이서 현관으로 가.
"너무 걱정말고. 내가 법적구제방법 알아보고 내일 연락줄게. 정안되면 돈은 빌려줄테니까." 라고 한빈이 말하며 문고리를 돌리고 나서고, 진환이 문을 닫기전에 준회에게 "보기 좋다 준회야. 너 사람냄새 물씬풍겨. 확실히 사람이 옆에 있고 없고 차이가 나네" 라고 하고는 문을 닫아.
마지막 진환의 말에 순간 멍- 하던 준회가 동혁을 한번 내려보고는 동혁을 안아올려 침대에 눕히고는 거실을 치우러 다시 나와. 준회는 거실을 치우면서 진환과 한빈에게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을해. 자신에게 좋은 사람들이 동혁에게 호의적이고. 또 자신에게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한빈이랑 진환 덕에 자기가 인생 헛산건 아니구나. 자기 주변에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마운거지. 그러면서 준회 자신도 동혁에게 좋은사람으로 남고싶어. 준회가 진환이랑 한빈을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생각나고 자신을 생각해주는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것처럼 동혁이 힘들거나 좋은일이 있을때 자신을 떠올리면 좋겠는거야.
한편 대리기사를 불러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아무말도 없던 한빈은 "준회한테 내 예상보다 훨씬 큰 존재인가봐. 그 학생이."라는 진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내가보기에도 둘이 너무 자연스럽게 가족같아서. 그래서 뭐라 화내지도 못했어. 걔가 너한테 뭐 그리 큰존재라고 니가 빚까지 갚아주냐고 하고 싶었는데 너무 당연하게 구준회 그새끼가 자기한테 소중하다고 인정할것같더라. 걔가 그렇게 다정하게 챙겨주고 안으로 싸고도는거 오랫만이잖아"
"혼자가 익숙할것같던 준회 옆에 그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여자도 아닌데 너무 잘어울리는거야. 나 솔직히 깜짝놀랐잖아."
그 뒤로도 한참을 준회와 동혁이 얘기를 하다가 진환이 문득 의아하다는 듯이 " 근데 너 법조인 아는 사람있어?" 라고 물었어.
"아니? 없는데"
"근데 니가 법적으로 어떻게 알아본다는거야? 사무소 찾아가게?"
"귀찮게무슨. 전화로 해. 그냥 형이 아는 법조인 꽤 있으니까 물어봐 전화로."
"..내가 하라고?"
"어. 형이 그쪽으로 인맥 넓잖아 난 연예계인맥이 넓고."
"근데 왜 니가 하겠다는 듯이 말하냐?"
"에이. 형이 하는게 내가 하는거고. 내가 하는게 형이 하는거지. 우리사이에"
능글맞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한빈을 보던 진환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려. 그러고는 한빈이 하트를 날린다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진환의 앞에서 뿅- 뿅- 거리자 진환이 "징그러" 하더니 한빈의 양 손을 하트를 못만들게 떨어트려놔. 그러자 한빈이 툴툴대는데 진환의 눈꼬리는 이미 호선을 만들고 있지.
거실을 대충 다 치우고 방에 들어온 준회는 자신도 자야겠다며 침대에 누워. 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데 동혁이 몸을 뒤척이다 준회의 몸과 잠깐 닿아. 근데 동혁이 사람체온이 따뜻하니까 날이 춥지도 않은데 무의식적으로 준회 쪽으로 붙더니 준회를 마치 곰돌이 끌어 안듯 준회에게 안기는 거야. 불을꺼도 달빛이 조금 새어들어와 은은하게 비추는데 갑자기 동혁이 자기품에 안기니까 당황한 준회가 눈을 떠 동혁이를 보는데 고르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있는 동혁이가 너무 예뻐보이는거야. 여자마냥 고운 선은 아닌데 왜 자꾸 이뻐보이는건지. 혼란스러운 준회는 동혁이를 살짝 밀어내려다 으응- 하고 더 자기쪽으로 붙는 동혁이때문에 난처해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동혁이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는걸 포기해.
자고있는 동혁이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다가 준회는 자기도 왜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손이 자연스럽게 동혁이의 속눈썹으로 향하고, 코 끝과 입술 호선을 따라 조심스러운 손길로 동혁이를 매만지다가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 입술을 만지다가 자기도 모르게 준회의 입술이 동혁의 입술로 향할뻔한거야. 준회는 "..내가 술이 취했나.. 미쳤어 구준회" 라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결국은 양을 세야만 했어.
+) 이제 3편 남았는데 준회랑 동혁이는 왜 아직도 안사귀는거죠?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