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406호 프로젝트 - 좋아하면 원래
황제 흥신소
EP . 7
"어, 음… 여, 영화, 나름 재밌…었죠?"
재미 있기는 뭐가 재미 있어. 생각했던 대로 감동 스토리가 아니라 그냥 헐벗은 배우들이 나와서 어? 막, 이렇게 저렇게 하는 영화였구만. 애써 아닌 척 하며 '네, 사장님?' 하고 되묻자,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웃는 사장님이다. 아니, 갑자기 왜 웃으세요?
"거짓말 하면 다 티나는 타입인가봐."
아…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 부터 거짓말을 잘 못했었는데 오늘은 더 안 되는 기분이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든 건지, 안 든 건지. 사장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며 그저 웃고 있다가는 혼자 중얼거렸다. '밥 먹고, 영화 보고 또….' 어지간히도 일 하기가 싫나보다.
"사장님 그렇게 일 하기 싫어요?"
그래도 사장인데…. 내 말에 사장님이 대수롭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니.' 아니, 그럼 일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열심히 놀 계획을 짜고 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 보면 볼 수록 좀 이상한 부분이, 아니 대충 봐도 이상하기는 한데. 이런 내 내적 고민을 아는 지, 모르는지. 사장님은 혼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왜 이렇게 계획 짜고 있는지,"
"…."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의 눈꼬리가 예쁘게 접히더니 곧 눈웃음을 만들어 내고서는 말했다.
"집 가서 꼭 생각해봐."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 아, 죄송. 오늘은 들어가보지도 않았어요.
"…."
"…."
"…음, 음료가 되게 맛있네요!"
다들 한다는 그거.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오는 그 루트 그대로 우리도 영화관 밑에 있던 카페로 들어왔다. 웃긴 게, 들어 올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들어 온 건데 막상 들어오니까 괜히 또 어색해 졌다는 거다. 어색함을 무마하려 애써 던진 내 말은 아주 곱게, 아-주 곱게 사장님이 씹어버렸고. 아, 이럴 거면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겠어. 울상을 지었다.
"응, 그러게."
"…."
"예쁘다."
네, 네엑?
아, 쪽팔려. 사장님의 예쁘다 발언에 놀란 내가 네? 라고 삑사리 까지 내가며 답하자, 뭐가 그렇게 웃긴 지 소리 죽여 끅끅 웃던 사장님이 말했다.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그렇게 놀라?' 아, 인테리어. 그 말 그대로 이 카페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건지 예쁘긴 예뻤다. 남은 건 내 쪽팔림 뿐이었으니까. 하. 사장님은 내 한숨 소리에 더 함박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응? 무슨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놀라.
"저도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요?"
"거짓말 못 하는 거 티 난다니까."
"되게 웃긴 분이시다. 사장님 보는 눈 별로 없으시네요."
저 거짓말 되게 잘 해요. 뻔뻔하게 내 뱉은 말에 사장님이 허, 하는 웃음 소리를 내뱉고서는 '이래야 흥신소 직원 답지.'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에 빨대만 만지작거리자, 사장님이 제 볼을 긁적이다가 말고 내게 물었다. '혹시, 정서불안?' 사장님, 혹시 강냉이 필요 없으세요? 내 말에도 그저 허허허. 오늘따라, 아니 요즘따라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서 그런가, 사장님이 미쳐가는 것 같다.
"사장님 진짜 왜 그래요?"
"뭐가."
"아니 무슨 어부도 아니고 사람을 홀릴려고 작정한 것 처럼 웃어요?"
솔직히 사장님 잘생겨서 그렇게 작정하시면 여자분들 다 반할 것 같은데. 내 뜬금없는 질문에 눈만 깜빡이던 사장님이 곧 음흉하게 웃더니 내게 얼굴을 훅, 하고 들이밀었다. '떨려?' 네, 방금 좀 놀라서 주먹이 떨렸어요. '나 아무나 안 홀리고 다니는데.' 사장님의 말에 코웃음 쳤다.
"허, 그럼 누구를 홀려요?"
아무나 안 홀린다니. 그거 꼭 홀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들려, 가자미 눈을 뜨고서 묻자, 다시 몸을 뒤로 빼, 제 자리로 돌아간 사장님이 자기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있어, 눈치 더럽게 없는 애.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도 진짜 안타깝네요. 어쩜 그렇게 눈치도 없는 사람을 좋아하게 돼서는.' 내 말에 사장님이 그러게, 라며 나를 바라봤다. 뭘 봐요.
"진짜 눈치 없는 애 한 번 꼬셔보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혀를 내어 제 입술을 축이고서는 내게 물었다. 팁 같은 거 있어? 팁, 팁이라… 나름 또 진지하게 생각해본다고 마시던 음료도 내려 놓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눈치 없는 사람을 꼬시는 팁. 그런데 눈치 없는 사람을 꼬셔봤자 어차피 바위를 종이 칼로 베는 건데. 차라리, 그럴 바에는 솔직하게 말하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팁. '뭔데?' 하고 물어보는 사장님이 조급해보였다.
"팁이라고 할 것도 없죠. 눈치 없는 사람한테는,"
"사람한테는?"
"솔직하게 직방으로 말 하는 게 답이죠."
솔직하게? 그래, 솔직하게.
사장님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을 짓고서는 내게 말 했다. '여주야.' 이제 두 번 불렸다고 깜짝 놀라지도 않는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러더니. 내가 네? 하고 대답하자, 큼큼하며 목을 다시 가다듬은 사장님이 말했다.
"요새 세상이 무섭대."
"? 네, 맞아요. 요새 세상 무섭죠."
"그러니까,"
이 사장님은 대체 아침부터 말을 왜 이렇게 끊어서 하는 지 모르겠다. 또 다시 그러니까, 하고 끊긴 말에 답답한 내가 그러니까! 뭐요! 라고 다그치듯 묻자, 제 뒷통수를 긁적거린 사장님이 다시 말했다.
"오늘 집 데려다 줄게."
그래, 집 데려다 줄까? 도 아닌, 내 거절을 사전에 방지 한 집 데려다 줄게였다.
황제 흥신소
"아니, 진짜 괜찮다니까요?"
"내가 안 괜찮아."
"저 이래 보여도 태권도 배운 여자인 거 아시잖아요."
"태권도는 나도 배웠어."
"저희 집 멀어요."
"나 차 있는데."
"차 탈 정도는 아니고요."
"오랜만에 산책 좀 한다고 생각하지, 뭐."
안 진다. 한 마디도 안 져. 내가 사장님께 '사장님 걷는 거 완전 귀찮아 하시잖아요!' 하고 말 하자, 나를 앞서서 걷던 사장님이 발걸음을 뚝하고 멈추고서는 고개만 돌려 뒤에 있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가 그래?' 아니, 누가 그러긴요. 사장님이 맨날 사무실에 붙어만 있으니까 알죠. 툴툴거리는 내 대답을 듣던 사장님이 아, 하며 웃었다. 그거 움직이기 귀찮아서 안 움직인 거 아닌데. 그럼 대체 뭔데요?
"너도 맨날 사무실에만 있잖아."
"에이, 그래도 저는 일 할 때는 나가요."
"나도 일 할 때는 나가는데."
일이 없어서 그렇지. 사장님이 웃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대체 사장님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잘 모르겠는 의도에 그저 눈만 느린 속도로 깜빡이는 내게 사장님이 '눈치 없는 사람한테는 솔직하게 직방으로 말 해야 한다면서.' 라며 앞서가던 자리에서 멈춰 이제는 아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 그렇죠. 묘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어서 오라며 손짓하는 사장님이다.
그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걷자, 이제는 나와 발 보폭을 맞춰서 걷는 사장님이다. 이거는 내가 남자친구 있을 때도 안 이랬는데. 괜히 조용해진 상황에 사장님 발과 내 발 크기를 쓸데없이 비교하며 걷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서는 얼떨결에 앞장을 서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사장님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나 좀 이상하지 않아? 그에 내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상한데요.
사장님이 말을 꺼낸김에, 궁금한 것 좀 물어보자 싶어 아까 사장님이 했던 것 처럼 몸을 뒤로 돌려 사장님을 바라봤다. '진짜 저 아침부터 되게 궁금했거든요.' 내 말에 사장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폼이 꼭 응, 물어봐 라고 말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사장님 오늘 왜 그래요? 내 물음에 사장님이 눈웃음을 지었다.
"내가 왜 이러냐고?"
"…."
"너 진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그 물음에 입을 다시 다물었다. 정정해야겠다. 지구 온난화가 와서 사장님이 이상해진 게 아니라, 사장님이 이상해져서 내가 덥다고 느끼는 걸로. 사장님의 물음에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어 더워지거든. 예를 들자면, 그 눈치 없는 사람이 나라는, 그런 이상하고도 또 이상한 생각말이야. 사장님은 대답 없는 나를 보다 허, 한 번 웃었다.
"진짜 곰이네, 이 여자는."
"…어."
"나는 네가 눈치 챌 만큼 열심히 티 낸 것 같았는데, 오늘."
자꾸 그러면 제가 또 오해하잖아요. 뭐를 그렇게 티 내셨는데요. 침을 꿀꺽, 한 번 삼켰다. 이거는 웬만한 눈치 고자가 와도 알아챌 만한 상황인데. 설마 하며 물었다. '사장님 이거 되게 웃긴 상상이라는 거 잘 아는데요.' 내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신이 없는 상상이기는 한데요, 혹시. 정말 설마.
"사장님 저 좋아해요?"
"…."
"어, 아, 아니, 되게 뜬금 없죠. 아, 죄송해요, 저도 그, 웃긴 이야기라는 거 아는데…."
횡설수설. 되게 이상해진 분위기에 양 손까지 휘둘러가며 못 들은 거로 해달라고 비려는데, 사장님이 허공에 휘휘 저어지고 있는 내 팔목을 잡더니 물었다. '그게 왜 웃긴 이야기고, 내가 못 들은 체 해야하는 이야기야?' 네? 손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사장님은 내 팔목을 잡고서 한번 후,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응."
"…네?"
"나 너 좋아하는데."
네?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건가 싶어 눈을 깜빡이며 되묻자, 내 팔목을 놔준 사장님이 내 머리를 약하게 헝클어뜨리더니 웃었다. 그럼 왜 그동안 미지근한 거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넣어 먹고, 같이 먹으면 체 할까봐 혼자 그 먼 거리까지 밥을 먹으러 가고, 남들 다 간다는 데이트 코스를 너랑 갔겠어? 전생에 래퍼였나 싶을 정도로 우다다다 뱉어지는 말에 내가 당황해 자, 잠시만요! 하고 외치자, '나 지금까지 되게 충분히 기다렸어.' 라고 답한 사장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소개팅 같은 거 안 나갔으면 좋겠고,"
"…."
"아까 그 데이트 코스도 다른 사람이랑 안 갔으면 좋겠다고."
크리티컬. 사장님의 고백 아닌, 고백에 내가 입을 뻐끔거리며 어, 어, 하자, 한숨을 푹 쉰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지금 바로 답 주라고 하는 거 아니야, 진짜로. 그런데 왜 지금 말하셨어요, 나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내가 고개를 들어 사장님을 바라보자, 힘이 다 빠진 듯 웃던 사장님이 말했다.
"네가 날 자꾸 조급하게 만들잖아."
"…."
"지금 바로 답 안 줘도 돼. 그 대신,"
그 대신…? 아마 내일 사무실 못 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란건지, 설렌건지 아무튼 쿵쿵거리는 심장을 애써 추스르고서는 되묻자, 나를 내려다보던 사장님이 웃었다.
"잠수타면 혼난다."
아… 내일도 출근 확정이다.
ⓥ0ⓥ
응 진짜 별로다. 응 진짜 싫다. 응 진짜 진짜 진짜 제일 별로다;
이 와중에도 이제는 유산균을 샌드로 초코로 즐겨요~ (이거 맞나) 이거 너무 중독성 있어서 귓가에 맴돌아요....
오늘은 황제님의 OH 고백 OH 데이~!~! 사실 황제님이 제대로 설레게 고백한 건 아니지만요, 황제님은 소개팅 나가려고 했던 날 너무 예뻤던 여러분들을 보고 조급해져서 던지듯 자기 마음을 고백한거랍니다.
여러분들 : 여주 너무 답답해요! 왜 한 번에 대답을 못 해요?
자까 : 왜냐면 저렇게 잘생긴 킹 황제 황민현씨가 갑자기 돌직구로 고백을 해 오니까 상상도 해본 적 없던 울 예쁜이들은 얼떨떨한거예요! 아마.......
여주가 답답한 게 아니라, 그냥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임니다...!
그리고 저번화에 사장님이 했던 '…난리야.' 이거는 사실 팝콘 먹다가 자기랑 눈 마주친 여주가 너무 예뻐서 한 말임. '예쁘고 난리야.' 이거랍니다! 혼자 여러분들을 씹어 먹을 듯이 좋아해.... 진짜....... 부럽다.
암호닉은 언제나 받습니다!!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아가베시럽님, 짝소부님, 빈럽님, 옹스더님, 0713님, 1232님, 털없조 알파카님, 유팜님, 슬님, 멍귤님, 황제뿡뿡이님, 무기력님, 미망님, 돌멩이님, 르래님, 강낭콩님, 수파루파님 감사합니다 ♡
혹시 제가 멍청해서 까먹구 누락이 되어버리신 분은 꼭 말씀해주세요.... 때찌때찌..
이 와중에 놀라서 컴터로 캡쳐해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세상 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