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속의 상관관계
툭, 펜이 떨어짐과 동시에 경수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미친놈, 미친새끼 아무리 욕을 읊조려보아도 소용없었다. 이 상황에서 경수는 지금 제 주변의 아이들이 졸고있다는것에 안도하였다. 흣,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간 신음소리를 누군가가 들었다면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 발이 넓은 백현덕에 경수에 대한 교내의 시선이 좋지않은편이였다. 끼 떠는년. 백현이 경수에게 자주 하는 말이였다. 그리고 전교생 대부분이 경수를 지칭하는 말이기도했다. 경수는 그것에 대해 굳이 변명하지않았다. 누군가가 그랬다. 변명을 하면 그것을 인정하는꼴이 되는것이라고. 네가 아무리 변명해봤자 그들은 귓등으로도 듣지않는다고. 그래서 경수는 변명하지않았다.
종인이 경수를 유린하는것마냥 경수의 중심주위를 돌아다녔다. 경수의 허리가 앞으로 굽어졌다. 종인의 손이 제 것을 문질렀기때문이다. 씨발. 씨발, 개새끼 종인을 밀어내려고 그의 어깨를 밀어보지만 종인은 물러서지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더 깊숙이 경수에게 다가왔다.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종인의 입꼬리가 역겨웠다.
"경수야. "
"그만해. "
"나 하고싶어. "
"닥쳐. "
종인의 나른한 목소리, 나른한 표정까지 모든것이 다 역겨웠다. 미친새끼. 단한번도 수업시간에 이렇게 저를 괴롭힌적은 없었다. 예상치못한 종인의 행동에 경수는 뒷골이 서늘해지는것만 같았다. 한다 하면 하는게 김종인이였고 남의 의사따위는 들을가치도 없다는듯 무시하는게 김종인이였으니까. 그냥 지금 할래? 종인의 웃음끼가 잔뜩 배어있는 목소리가 경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래서 관계대명사 what이 ……. 여교사의 목소리는 경수의 귓가에서 흩어져버린지 오래였다.
"하자 나랑. "
"흣, 미친…. "
경수가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종인의 차가운 손이 허벅지에 닿았기때문이다. 낯설지않지만 이상하게도 낯선 감촉에 경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종인의 손이 경수의 허벅지를 배회했다. 직접적인 마찰에 경수의 고개가 푸욱 숙여졌다. 이건 정말 도저히 ……. 섹스, 종인이 제 것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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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않는다. 다만 그때엔 제가 너무나도 어렸다는것이 기억이날뿐. 그 시절, 백현이 경수 저에게 고백을 했다. 나 사실 남자좋아해. ……. 많이 당황스러울거라는거 알아, 하지만 친구인 너한테는 말해야될거같아서. 백현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끝을 맺었다. 그 시절 경수는 몇톤짜리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것마냥 충격이컸다. 그땐 너무 어렸던것일까 경수에겐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만이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가치관이 성립되어져있었다. 그래서 백현이 말하는 남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여자 동성사이의 사랑은 크나큰 충격이였다. 그렇다고 경수가 호모포비아인것은 아니였다. 제 친한친구가 동성애자라는데 어쩌겠는가. 울먹거리는 백현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처연해보여서 경수는 괜찮다며 백현을 안아주었다. 난 괜찮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
백현이 울음을 그쳤을 즈음, 경수가 백현을 품에서 떼어내며 물었다. 백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어린강아지같아서 경수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 어떤앤데? 경수의 질문에 백현이 눈을 굴렀다. 아마 그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중이였을것이다. 백현의 입가에 이내 곧 미소가 번졌다. 백현에게 그의 존재는 그만큼 벅찬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냥……. 잘생겼어. "
'뭐야, 그게 끝? '
아! 키도 크다. 변백현 외모지상주의, 경수가 백현에게 핀잔아닌 핀잔을 주자 백현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또……. 또? 그냥 좋아. 아 뭐야. 진짜야, 그사람보고만있어도 이렇게 막 웃음이 나온다? 아니지 봐봐 이렇게 생각만해도 웃음이나오잖아, 딱 그만큼, 그만큼 좋아하는사람이야 내가. 오- 변백현. 경수의 눈에는 백현이 교회오빠를 짝사랑하는 중학생 소녀같아보였다. 짝사랑 혹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웃음짓는 소녀.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
그래서 경수는 더욱더 그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경수는 백현을 한순간에 첫사랑에 빠진 소녀로 만들어버리는 이가 누군지 궁금했다. 조심스러운 경수의 물음에 백현이 음- 하고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섣불리 알려주기에는 너무 일렀던 것일까, 백현이 한참동안 고민에 빠지자 경수가 다음에 네가 알려주고싶을때 알려주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백현이 경수보다 더 빠르게 입을 열었다.
'종인이, 나 종인이 좋아해. 김종인. '
'에이, 나 걔 모른단말이야. '
혹시라도 아는 사람일까 하고 내심 기대했던 경수는 백현의 입으로부터 나온 낯선 이름에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종인, 백현의 말대로 그는 잘생긴축에 속했다. 그 축안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그시절 경수는 딱 한번. 종인과 부딪힌적이있다. 교내 대청소시간, 학급반장이였던 경수는 온갖 궂은 일들을 도맡아하곤했다. 반장선거때 솔선수범하는 반장이되겠습니다 하고 외쳤던 경수이기에 학급친구들이 하지않으려는것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없었다. 경수는 온갖 재활용품들이 든 플라스틱상자를 들며 계단을 내려가고있었다. 경수는 작은 체구에 속했기때문에 제 몸만한 크기에 재활용품 덩어리들이 든 박스를 들었을땐 앞을 잘볼 수가 없었다. 끙끙거리며 겨우 계단을 내려와서 재활용장으로 향하던 길이였다. 더운 여름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볼을 타고 흐름과 동시에 경수는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경수는 아픈 엉덩이를 부여잡으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활용품들이 이리저리 나뒹굴어다니고있었다. 저와 부딪힌 이가 누군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쓰레기들을 주워담기에 바빴다. 뭐야 씨발. 상대편쪽에서 욕설이 들려오고나서야 경수는 쓰레기줍기를 멈췄다.
'어? 어, 미안. '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 종인에게 사과를 건냈다. 종인은 이 상황이 매우 탐탁지않은듯한 표정으로 대충 고개를 끄덕인후 말없이 경수를 지나쳤다. 알싸한 담배향이 종인과 함께 경수를 스쳐지나갔다.
읽어쥬세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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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상츄 종수 떡덕후 데미소다 님♥ 전편에 댓글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눈팅하신분들도....☞☜ 이번편은 진짜 똥망 ㄱ망입니당..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ㅜ ㄸ분발하겠습니다 아자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