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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10 | 인스티즈


오월의 소년










10-01







유난히 피곤한 아침이었다. 어제 배운 과목을 정리하고 잠에 들어서인지 평소보다 눈꺼풀이 훨씬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오죽하면 김태형이 너 어디 아프냐? 라고 물었을까. 담임 선생님께서 아침 조회를 하러 들어오시길 기다리며, 힘 없이 책상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아직 선생님께서 들어오시지 않아서인지 반 안은 수다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여주! 아침부터 왜 이렇게 힘이 없어어. 책상 위에 늘어져 있던 것도 잠시, 내 자리를 둘러싸 팔을 잡아당기는 친구들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딱 봐도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친구들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주물 거렸다. 너 어제 늦게 잤지? 그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들은 안되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얼굴이 친구의 손에 잡힌 탓에 벌어져 있던 입속으로 초콜릿 하나가 쏙 들어왔다. 단거 먹고 잠 깨! 방긋 웃으며 하는 말에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우물거렸다.





"하, 나도 공부해야 되는데. 이제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그러니까. 난 김여주처럼 공부 잘하는 애들이 제일 부러워."

"이번에도 여주가 이과 1등 먹어야지."

"야, 아니야. 저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지. 이번엔 힘들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 여주는 항상 잘하니까, 뭐!"





시험이 훌쩍 다가왔고, 학교 분위기 역시 사뭇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항상 엎드려 자던 애들조차 졸린 눈을 비벼가며 수업을 들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우리 학교 애들은 평소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신나게 놀면서도 공부는 또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절대 해이해져서는 안됐다. 나를 추켜세워주는 친구들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친구들은 두 주먹을 쥐고 파이팅 자세를 해 보였다. 여주 파이팅! 밝게 웃으며 응원해주는 말에 나도 미소를 보였지만, 은근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내가 사실 엄청나게 성실한 타입이 아닌 건 허구한 날 보충을 땡땡이치고 병원에서 노닥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데다, 암기력이 좀 좋아서 시험기간에 바짝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아 내심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겁곤 했다. 이번에 성적이 떨어지면 나에게 실망하게 될까 봐, 그게 걱정되기도 했고. 그래도 그 마음을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으니 그저 웃는 거였다. 


대화 주제는 금방 바뀌었다. 빡빡하기 그지없는 오늘 시간표에 대한 불평이 그 주제였다. 오늘 시간표 대체 왜 이래? 나 조퇴할까? 입술을 쭉 내밀고 내 책상 위에 얼굴을 묻는 친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다가, 시간표를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오늘 시간표가 별로긴 해. 나와 같이 시간표를 들여다보던 다른 친구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딱 치고 소리쳤다.





"아, 맞다! 우리 2교시에 문학 프린트 제출해야되지 않아?"

"헐, 맞다. 여주야, 프린트 했어?"

"응, 저번주에 했는데……. 책상 안에 넣어놨어." 

"아, 나도 미리 해놓을걸."





맞다, 문학 프린트. 그때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 남은 시간에 미리 해두었던게 다행이었다. 분명히 접어서 문학 교과서 사이에 끼워놨던 것이 기억나, 책상 밑으로 손을 넣어 교과서를 찾았다. 금방 손에 잡힌 교과서를 책상 위로 꺼내고, 마지막으로 배웠던 단원의 페이지를 펼쳤다. 그런데, 없었다. 분명히 내가 여기에 끼워뒀었는데, 프린트는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페이지를 넘겨봐도, 아예 교과서를 들고 탈탈 털어봐도 프린트는 나오질 않았다. 왜 그래? 친구의 물음에 울상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여기 프린트 넣어놨는데, 없어졌어. 내 말에 친구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같이 프린트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서랍 안을 뒤져도, 가방 안을 뒤져도, 프린트는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교과서에 잘 끼워뒀고, 다시 꺼낸 적도 없는데 왜 없어진 거야. 





"없는 것 같아. 나 여기에 넣어놓고 한 번도 안 꺼냈어."

"제출 안 하면 점수 깎일 텐데 어떡해?"

"실장한테 여분 프린트 있을지도 몰라. 물어보자."





망연자실해 가만히 책상만 내려다보며 있자, 친구는 곧장 돌아서 반 안을 살피더니 소리를 쳤다. 야, 실장! 친구의 큰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실장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혹시 문학 프린트 남은 거 있어? 친구의 목소리에 실장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시만 기다려 보라며 제 책상을 뒤졌다. 이거 못 내면 나름 점수 많이 깎일 텐데, 내 수행평가 점수……. 불안한 마음으로 실장만 바라보는데, 잠시 뒤 실장은 파일 안에서 에이포 용지 몇 개를 꺼내 뒤적이더니, 끝내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남은 거 몇 장 있어!"

"헐, 다행이다!"

"고마워, 실장."

"아냐, 내가 뭘."





진짜 다행이다. 실장의 입에서 프린트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쉬었다. 프린트를 내 자리에 가져다주러 가까이 온 실장에게 고맙단 말을 하자,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쓰는데 오래 걸리는 내용은 아니라서 지금 써도 괜찮지만, 왜 잘 있던 프린트가 없어졌는지가 의문이었다. 펜을 들어 프린트 위에 반, 번호, 이름을 쓰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왜 없어진 거지? 분명 여기 있었는데. 분명히.





"여주야, 진짜 다행이다."

"그러게."

"근데 왜 없어졌지? 네 성격상 이런 거 흘리고 다니는 애도 아니고." 

"야, 누가 가져간 거 아냐?"

"뭐?"





누가 가져간 거 아냐? 그저 우울하게 내 이름의 가장 마지막자를 다 썼을 즈음에 친구가 한 말에 번뜩 고개를 들었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친구들 역시 놀란 눈으로 그 말을 뱉은 친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친구는 당황했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색하게 웃다가 소리쳤다. 아아니! 왜 드라마 같은데 보면 나오잖아. 1등 노트 훔쳐 가고, 교과서 훔쳐 가고 그런 거. 그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왠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하긴, 3학년에선 도난사고 자주 일어난대. 시험기간만 되면 공부 잘하는 애들 노트 훔쳐 간다고."

"안그래도 며칠 전에 학년부장쌤이 방송했잖아. 도난 사고 조심하라고."

"에이, 그래도 내걸 일부러 가져갔겠어?"

"그런가? 그래도 조심해, 혹시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방송을 들은 적이 있었다. 최근 교내에 도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니 교실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사물함엔 꼭 자물쇠를 달라는 방송. 그러고 보니 저번 시험 때 한번 도난 사고가 나서 학교가 왈칵 뒤집어지긴 했었지. 그래도 설마, 설마 일부러 훔쳐 갔겠어. 겨우 프린트 한 장인데.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쓰던 문학 프린트를 마저 쓰기 시작했다. 아무튼, 찝찝하단 말이야.







10-02







"왜 이렇게 멍 때리고 있어."

"아, 인기척 좀 내. 깜짝 놀랐네."

"니가 멍 때리고 있으니까 그렇지."





보충 수업이 있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일찍 보충 수업 교실로 가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는데 또 기척 없이 다가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김태형 쟤는 덩치도 큰 게 어떻게 발소리 하나 안 내고 걸어 다니냐. 마음이 심란해서 멍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고. 괜히 친구들이 했던 말이 신경 쓰인단 말이야. 도난사고. 내 심란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태형은 멀뚱히 자기 배를 문지르다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아, 배고파. 넌 배 안고파? 그 말에 빤히 김태형을 바라만 보자, 김태형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책상 옆에 걸린 제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빵빵한 과자봉지가 김태형의 손에 붙들려 나왔다. 팡, 과자 봉지를 뜯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내 앞으로 들이밀어진 봉지에 눈을 깜빡였다.





"뭐야."

"배고파, 먹어."

"난 별로 배 안고픈데."

"그래도 먹어, 이거 맛있어."

"……그래, 뭐."





뭐냐는 물음에 김태형은 과자를 쥐지 않은 손으로 책상 위에 턱을 괴었고, 한 번 더 봉지를 내밀었다. 무턱대고 과자를 먹으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절대 물러설 기세가 없어 보이기에 과자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초코맛이었다. 아, 달다. 사실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 시간대가 되면 슬슬 출출해지는 건 맞았다. 막상 한 개 먹으니까 더 먹고싶어지고, 그런 거. 내가 과자를 입에 넣고 나서야 저도 하나를 집어먹고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볼을 우물대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김태형은 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쪽으로 밀어져있는 과자를 하나 더 집어먹었다. 





"근데 너 무슨 일 있냐?"

"응? 왜?"

"아까 표정이 영 안좋길래."

"아니, 딱히 별일은……."





과자를 우물거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묻는 말에 고개를 돌리자, 김태형은 여전히 턱을 괸 채로 날 보고 있었다. 내가 아까 표정이 안 좋았나?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확실히 마음이 답답하긴 했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다가 문득 말 끝을 흐렸다. 그냥 김태형한테 한 번 말해볼까? 내 말이 분명하게 끝나지 않자, 김태형은 살짝 눈썹을 움찔거렸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자세를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있잖아, 내가 오늘까지 내야 되는 문학 프린트를 문학책 안에 넣어놨었거든?"

"어, 근데."

"근데, 오늘 내려고 찾아보니까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난 그걸 건드린 적이 없는데."

"응, 결국 찾았어?"

"아니, 결국 못 찾아서 다시 썼지. 근데 친구들이, 요새 도난사고 많다고 누가 일부러 가져간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게 신경 쓰였어?"

"아닐 거라고 하긴 했는데, 좀 찝찝해서."





내가 하는 말을 짐짓 심각하게 집중하며 듣던 김태형은 내 말이 끝나자 괴고 있던 턱을 다시 고쳐서 괴고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으음…….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거 같아 가만히 지켜보자, 김태형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말했다. 얼마 전에 우리 반에도 도난사고가 있긴 있었지.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누가 가져간 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겨우 프린트 한 장일 뿐인데, 내가 괜한 의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 같아도 네 노트는 좀 탐나긴 하겠다. 너 공부 잘하잖아."

"……."

"아닐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더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왜?"

"범인을 잡아야 될 거 아니야, 누군지 알면 내가 확."

"됐어, 과자나 먹어."





너 공부 잘하잖아. 그 말에 머쓱한 미소만 짓자, 김태형은 쩝, 입맛을 다시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한 번 더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대체 왜 자기한테 말하라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어 되묻자, 김태형은 당연하다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범인을 잡아야 될 거 아니야. 그 말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리곤 과자를 김태형 쪽으로 밀었다. 김태형은 과자 한 움큼을 입안에 확 털어놓곤 우물우물 씹으며 덧붙였다. 야, 내가 한 추리력 해. 나 코난 진짜 많이 봤어.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하는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알겠습니다아. 내 시원찮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태형은 의자를 가까이 끌고 와 더 열성적으로 소리쳤다. 아니, 내가 코난 극장판을 다 봤다니까? 그 말을 그대로 무시하려다, 김태형의 발이 나와 김태형 책상 사이에 있는 공간을 차지해 길을 막는 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야,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비좁게."

"지금 아무도 안 지나가거든요."

"아니, 그래도."

"여주야, 안녕!"

"어, 안녕!"





다리를 치우란 말에도 기어이 히죽히죽 웃으며 장난을 치던 김태형의 모습에 슬슬 빡침이 밀려오던 순간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실장이었다. 거봐, 지나다니는 사람 있잖아. 실장은 내 뒷자리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 길로 지나가야 했는데, 그걸 김태형이 막고 있었다구. 내가 눈치를 주자 김태형은 쳇, 콧방귀를 뀌고 마지못해 다리를 제 책상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승리감을 느끼고 만족스럽게 웃자 김태형은 볼을 한번 부풀리더니 과자 봉지를 제 품에 안으며 말했다. 너 이거 안 줘. 와, 아까까지는 먹으라고 들이밀더니 치사하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팔을 과자봉지 쪽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야, 줬다 뺏기 없어!  







어휴, 덥다. 교문을 빠져나와 걷는 사이에 이마 위에 맺힌 땀을 닦아내었다. 상쾌하게 보충 수업을 마치고 나왔는데 바로 땀이 나다니. 한여름답게 후덥지근한 공기가 나를 불쾌하게 했다. 빨리 병원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얻어먹고 쉬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잊고 있던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오늘부터 김태형이랑 같이 카페에서 공부하기로 한거. 하, 내가 바득바득 우겨서 하게 된거라 취소할수도 없고. 기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해야지. 더운 날씨에 제 하복 셔츠를 손으로 펄럭거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태형을 올려다 보았다. 야, 김태형.





"너 공부할 책은 들고 왔지?"

"내가 누구냐, 당연히 들고 왔지."

"뭐 들고 왔는데?"

"응? 보여줄까?"





슬슬 병원으로 가는 골목길에 접어들었고, 곧 있으면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카페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이 지옥 같은 날씨가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손부채질을 하며 묻자 김태형은 날 힐끔 보더니 곧장 등에 맨 가방을 앞으로 돌려 매고 가방을 뒤졌다. 저 가벼워 보이는 가방에 책이 들긴 들었구나. 한참을 뒤지다 끝내 김태형의 손에 책이 하나 잡혀 나오긴 했는데, 표지 위에 커다란 검은색 글씨로 적힌 게 보인다. 미적분.





"어때?"

"……그거 하나 들고 왔어?"

"어. 첫날부터 너무 많이 하면 머리 아플 것 같아서."

"그래……, 그렇지……."





해맑게 웃으며 미적분 책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책을 들고 온것만으로도 장하게 생각해야지. 상대는 김태형이야, 다른 애도 아니고 김태형이라구……. 책을 넘겨 보이면서 하나도 안 쓴 새책이라며 중고로 팔아도 되겠다고 자랑을 하는 김태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주야. 인내심을 기르자, 상대는 김태형이다, 상대는 김태형……. 심호흡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향해 걸었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차가운 에어컨 공기에 금세 미소가 나왔다. 아, 이제 살거 같네. 자리부터 먼저 고르기 위해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폈다. 꽤 오래 있을 것 같으니까 구석이 좋겠어. 기둥 뒤 구석 자리에 책가방을 올려놓고 뒤를 돌아보자, 김태형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채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여기 앉자."

"그래. 주문 내가 하고 올게."

"엥? 내가 뭐 먹을 줄 알고?"





자리에 앉아 짐을 풀자 김태형은 내 맞은편 자리에 가방을 툭 내려놓고는 주문을 하고 오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저 생각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의문이 들어 김태형을 불러 멈춰세웠다. 내가 뭐 시킬줄 알고 자기 맘대로 주문을 하러 간대. 내가 뭐 먹을 줄 알고? 내 물음에 김태형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레모네이드."

"에……? 어떻게 알았어?"

"네가 여기 레모네이드 맛있다며."





레모네이드.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네가 여기 레모네이드 맛있다며. 그래, 내가 그런 적이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거야? 벼, 별걸 다 기억하네. 그럼 주문하고 올게.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서는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다 풀던 짐을 마저 정리했다. 쓸데없이 세심하게 모든 걸 기억하고 있고 말이야. 쓸데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을 마친 김태형이 자리로 돌아와, 제 가방에서 미적 교과서를 꺼내고 샤프 하나를 달랑 꺼내곤 해맑게 웃었다. 자! 이제 시작하자! 비장하게 책 첫 페이지를 펼치며 하는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근데 너……, 수업 듣긴 들었어?"

"음……, 듣긴 들었지."

"근데 책은 새 거고?"

"아니, 내가 수포자라서……."

"언제부터?"

"작년부터……."





슬쩍 김태형이 펼친 책 페이지를 들여다보는데, 목차 부분이다. 목차를 펼쳐놓고 열심히 샤프로 줄을 긋는 모습에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김태형은 급격히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피한다. 아니, 내가 수포자라서. 굳이 말 안 해도 그쯤은 네 행동에서 다 짐작 간단다. 대충 눈치를 채긴 했는데 진짜 수업을 안 들었구나, 보충시간에도 맨날 딴짓하고 졸더니. 게다가 작년부터라고 하면 아직 수투도 제대로 못 익혔다는 거 아니야.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지만, 김태형의 눈빛이 너무나도 초롱초롱해서 차마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저기, 있잖아. 





"앞으로 모르는 거 있으면……, 꼭 나한테 들고 와서 물어봐, 응?"

"그래! 니가 가르쳐주면 땡큐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모르겠다. 책을 뒤적거리며 아무 데나 동그라미를 치고 줄을 긋고 있는 김태형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힘들겠구만.













*

안녕하세요, 티티입니다! 요새 날씨가 엄청 덥네요 하하

하 요즘 따라 너무 할 일이 많이 생겨서 오늘 분량도 그렇고 글이 썩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습니다ㅠ0ㅠ 

이거 올리고 또 한 시간 만에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그래서ㅠㅠ 다음 주엔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화는 딱히 별 내용은 없고 조그만 떡밥 몇 개랄까요 하하

아무튼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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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뜌입니다ㅠㅠ 누가 우리 여주 과제를ㅠㅠ 아무일도 없기를 바라며ㅠㅠ 작가님 이번편도 정말 잘 읽고가요!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부쩍 많이 친해진 게 느껴지는 둘이네요...ㅎㅎ 보기 좋아요 꽁냥대는 거! 그리고 여주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ㅜㅜ 그래도 태형이가 있어서 남모르게 든든하긴 하네용!ㅋㅋㅋ 브금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여름 분위기랑 잘 맞아서 좋은 거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당 작가님❤️
6년 전
독자3
[웅앵웅]
안좋은 일 당했을 때 나오는 촉은 맞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네요 그리고 태형이가 여주가 좋아하는 거 기억하고 여주를 지켜주려는 모습이 이뻐요

6년 전
독자4
핫초코
뭔가 이거 실장....? 뭔가 의심이 가~
뭐지ㅡ뭐지 왜 의심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이상햇

6년 전
독자5
으아 이과1등이면 도둑맞았을법도하지 ! 다음엔꼭태형ㄱ 범인잡아주는걸로 ㅎㅎㅎ 태형이오늘넘나섬세해 ... 엉엉
6년 전
비회원163.196
땅위입니다!!! 흐음... 의심스러운 사건이네요! 여주의 프린트는 어디로 가고 여주가 느끼는 불안한 느낌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여ㅠㅠ
6년 전
독자6
ㅈㅁ입니다!
프린트..뭔가 많이 불안불안 하긴 한데 꺄 여주랑 태형이랑 학교에서 저렇게 서슴없이 말도하고ㅠㅠㅠ으악 너무 좋아요

6년 전
독자7
둘이 막 편하게 지내는거 너무 보기좋다...ㅠㅠㅠ우리 태태 세심해ㅠㅜㅜㅜ
6년 전
독자8
뭔가 실장이 의심가요..! 이쯤 되면 둘이 사귀는 거 아닌가여!!! 넘 달달해요ㅠㅠ
6년 전
독자9
살짝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긴 한데 아닐 가능성도 있으니..허허헣 태태가 너무 해맑아서 여주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걱 같아욬ㅋㅋ
6년 전
독자10
아아 이럴수가 도난사고라니 여주의 물건을 훔쳐간 사람이 누구일까요 뭔가 실장이 의심되는데 진짜 아무런 증거도 없어서... ㅠㅅㅠ 그나저나 태태 ㅋㅋㅋㅋㅋㅋㅋ목챀ㅋㅋㅋㅋㅋ아아 기어워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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