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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07 | 인스티즈



오월의 소년










07-01







숨이 턱턱 막힌다. 억지로 막히는 숨을 삼키고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여전히 내 입 위에 살포시 올려진 손과 쿵쿵대는 심장.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아니, 쟤네들은 왜 굳이 이런 구석까지 찾아와서 수다를 떠는 거야? 들어보니까 별 얘기도 아니구만! 몇 분째 한자리에 숨죽여 가만히 쪼그려 앉아있으려니 온몸이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는 걸 참기에 더 힘들었던 건, 김태형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조용히 하라며 내 입을 막고 있는 데다, 이쪽으로 도망칠 때 잡고 뛰었던 손목을 아직도 꼭 쥐고 있었고 또……, 쓰, 쓸데없이 너무 가까이에 앉아있단 말이다! 얼굴이 이러다 펑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끈거렸다. 이건 그저 저 애들에게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킬까 봐 긴장돼서 그런거다, 절대 김태형 때문 아니다. 진짜로.





"어, 야. 종치곘다. 가자."

"그래, 가자."





이게 무슨 듣던중 반가운 소린가. 담 너머로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이 그대로 김태형의 손에 닿았는지 김태형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는걸 느꼈다. 바로 입을 꾹 다물고 김태형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연신 혀로 입술을 축이며 바깥 상황에 대해 잔뜩 곤두선 모습이었다. 내리깐 눈에 속눈썹이 길게 그늘졌다. 아니, 뭐 저렇게 속눈썹이 길대, 나보다 기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옆얼굴을 보는데,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김태형의 눈이 천천히 나를 향해 움직였다. 놀란 마음에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 쟤네 이제 다 간것같은데 일어나면 안되나? 얼굴 터질것 같다고! 눈을 이리 저리 굴리다 결국 김태형에게 잡힌 오른손을 움직였다. 움직임을 느낀 김태형은 손을 움찔거리더니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이제 그만 놓아달라는 뜻의 눈짓을 보냈다.





"아……, 미안."

"큼큼…….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이, 이제 쟤네 갔으니까 우리도 가자. 조, 종치 겠다."

"그, 그래."





김태형은 인상 쓴 내 눈을 보곤 화들짝 놀라 손을 떼버렸고, 덕분에 나는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묘하게 분위기가 어색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만 마주치던 김태형 눈을 똑바로 못 보겠다. 이만 가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리는 김태형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손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힘을 주는 순간 풀썩 다시 주저앉아버린다. 아아, 쥐났나 봐……. 인상을 쓰고 발목을 만지자, 서있던 김태형은 바로 내 앞에 몸을 숙여 앉아버린다. 왜? 어디 아파?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묻는 말에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래 앉아있어서 쥐났나 봐. 





"일어날 수 있겠어?"

"어, 일어날 수 있, 아야!"

"……잡아."





빨리 일어나서 가고 싶은데 왜 몸이 말을 안 듣는 거야! 억지로 일어나 보려는데 또 발에 힘이 빠져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태형은 제 머리칼을 마구 헝클이더니 잠깐의 침묵 뒤에 제 손을 내밀었다. 뭐냐는 뜻으로 올려다보자, 김태형은 시선을 다른 쪽에 두더니 툭 한마디를 뱉었다. 잡아. 그 말에 선뜻 김태형의 손을 잡지 못하고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곤 그 손을 힘을 주어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자 한결 일어나기가 수월했다. 겨우 일어나 균형을 잡고 잡힌 손을 힐끔 바라보자, 김태형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아버렸다. 아, 이 분위기. 미치도록 어색하다. 김태형에게 잡혔던 손을 등 뒤로 숨기고 꼼지락대다가 한마디 뱉었다. 저, 저기.





"그럼 나는 이제 그만 교실로……."

"아, 어! 그래!"

"가볼게, 그럼."

"어, 조, 좀 이따 보자!"





종이 칠 시간도 다 됐고, 다음 시간 선생님이 무서운 선생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빨리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한 발짝 물러나자 김태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발걸음을 돌려 정원을 빠져나갔다. 아, 화끈거려. 내가 지금 쪽팔린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기분이 이상하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은 이미 녹아 물렁거리고 있었다. 바스락, 아이스크림 포장을 꼭 쥐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난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다. 







07-02






집에 가는 길, 부쩍 더워진 날씨에 온몸을 감싸는 공기가 텁텁했다. 이제 겨우 6월인데 이렇게 더우면 8월쯤엔 얼마나 더울까. 엊그제까지만 해도 오월인 것만 같았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시간은 참 빠르다. 날씨는 더워도, 나뭇잎들이 눈에 띄게 푸르러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 한적한 이 길을 걸을 때, 천천히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나뭇잎이 바람에 스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낼 때. 그게 왜인지 모르게 좋았다. 내 발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문득 뒤에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 무언가에 홀린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면 뒤에 있는 건 너무 당연하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얀색 하복 셔츠 위에 책가방을 비스듬히 멘.





"……김태형."

"어……, 병원 가?"

"아니, 뭐. 갈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름을 부르자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 옆으로 휘적휘적 걸어오는 김태형에 다시 멈췄던 발을 들어 걷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꼭 보면 내가 하교하는 길엔 김태형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예고도 없이, 항상 혼자 걷던 길인데. 병원을 갈 거냐는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김태형은 내 대답에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왠지 묘하게 김태형이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분명 이건 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막 어색하면서도 목 안에 깃털이 들어간 것처럼 간질간질 거리는 게, 이게 뭔지 모르겠다.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그저 조용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김태형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덩달아 나도 멈춰 서 김태형을 올려다봤다. 왜? 어딘가를 바라보며 왜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김태형에게 물었다.





"자, 잠깐만."

"아니, 왜 그러냐니까?"

"거기로 가지 말고, 여, 여기로 가자."

"이쪽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른데."

"진짜 잠깐만!"

"어, 야!"





멍하니 어딘가를 보며 묻는 말엔 대답도 안 하더니 대뜸 하는 말이, 굳이 돌아서 가겠단다. 가던 길로 쭉 가면 금방인데 왜 돌아가겠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어 되물었지만, 막무가내다. 뭐에 홀린 듯 옆길로 빠져 걷는 김태형에, 얼떨결에 나도 다른 길로 빠지게 되었다. 아니, 쟤 뭐 하는 거야?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걸어가는 김태형의 팔을 붙잡고 멈춰 서자, 김태형은 딱히 저항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멈췄다. 숨을 고르고 김태형을 올려다보자, 무언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려있다. 인상을 찌푸리고 김태형의 팔을 흔들자, 막 정신을 차린듯 어깨를 들썩이고 날 내려다보았다. 이거, 왜 이러는진 몰라도 안되겠네. 주위를 둘러보다 놀이터 하나를 발견하고 김태형의 팔을 이끌어 놀이터 쪽으로 걸었다. 순순히 내 손에 이끌려 오는 김태형의 무게가 꽤 무겁게 느껴졌다. 





"야, 김태형. 왜 그래."

"어떡하지?"

"왜, 저기 뭐 있어?"

"나 아빠 차 본 거 같은데."

"그게 뭐가, 아니. 너 오늘 집에 들어가기로 한거 아니었어?"





주변을 둘러보니 마땅히 앉을 데가 없어 낑낑대며 김태형을 그네 쪽으로 밀었고, 김태형은 넋이 나간듯 그네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을 탈탈 털고 바로 옆의 그네에 앉아 묻자, 김태형은 제 볼을 감싸 쥐며 말했다. 나 아빠 차 본 거 같은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굴리다 이내 그 뜻을 깨닫고 큰 소리로 외쳤다. 너 오늘 집에 들어가기로 한거 아니었어? 내 말에 김태형은 그저 발 밑의 모래를 툭툭 찰뿐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아빠한테 걸렸다가 다시 집으로 가게 될까 봐 일부러 피한 거잖아.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뭔데 그러는 거야? 분명히 아까 학교에서 왜 가출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너 부모님이랑 싸워서 가출한 거야?"

"……응."

"왜 싸웠는데?"

"……."

"혹시 치즈 입양하는 거 때문에?"





물어봤자 곧이곧대로 대답해줄 것 같지 않으니,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유도심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장 내가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치즈. 혹시 치즈 입양하는 거 때문에? 넌지시 묻자 김태형은 힐끔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린다. 맞네, 맞아. 침묵이 꼭 긍정의 대답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네 손잡이를 꼭 잡고 천천히 다리를 흔들어 그네를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네 위로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내다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 집에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발로 움직이는 그네를 멈춰세우고 휙 김태형을 돌아봤다.





"너 저번에 그랬었잖아, 집에 털 알레르기 있는 사람 있다고. 그것 때문에 부모님이 반대하셨어?"

"……응, 맞아. 어떻게 알았냐?"

"근데……, 알레르기는 어쩔 수 없는 거고……."

"알아. 그냥 한번 반항해본 거지."





역시 내 추측이 맞았나 보다. 내 물음에 김태형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나를 돌아보곤 피식 웃었다. 힘없는 웃음에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알레르기는 어쩔 수 없는 거고……. 가족 중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히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말 그대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거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김태형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집까지 나와버렸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김태형의 한마디가 툭 빈칸을 치고 들어왔다. 알아, 그냥 한번 반항해본 거지. 반항? 귀에 쑥 박힌 그 단어에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자, 김태형은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밝은 웃음이 아니라 축 처진 웃음. 순식간에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가득 채워졌다. 내가 보던 김태형이 다가 아닌 것 같다, 분명 뭔가 더 있는데 그걸 쉽게 못 물어보겠다. 그냥 가만히 있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에 멀뚱히 그네에 앉아 허공을 바라봤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새엄마."

"어? 뭐라고?"

"집에 털 알레르기 있는 사람, 새엄마라고."

"……."

"나 중학교 때 아버지, 재혼했거든."






새엄마. 순간 정적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한 단어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그저 발 밑 모래에 시선을 꽂고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였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냥, 김태형의 입에서 새엄마니, 재혼이니 하는 소리가 나온다는 게 이상했다. 무의식적으로 김태형은 항상 웃고, 밝고, 속 편한 애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는 게, 그게 더 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한 번도 예상해 본 적 없는 대답이었다, 이건. 무어라 말해야 될지 몰라 손가락만 꼼지락대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뱉었다. 어……, 미안…….





"괜찮아. 네가 왜 미안해."

"말하기 싫었을 텐데 내가 자꾸 재촉해서……."

"됐어, 너답지 않게 왜 그러냐."

"……."





남의 가정사를 함부로 파헤쳐낸 것 같은 기분에 미안하단 말을 했는데, 정작 김태형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그네를 흔들거렸다. 너답지 않게 왜 그러냐.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하긴 그동안 내가 김태형한테 뻔뻔한 척, 아는척하지 말라는 무리한 요구나 했었지 언제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있었나. 하여튼, 김태형이 그렇게 비밀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건데 괜히 내가 자꾸 보채서는. 으이구, 바보야.





"암튼, 원래 치즈 못 키운단 건 알고 있었어. 네 말대로 알레르긴데 뭐 어쩌겠어."

"……."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거지. 가출할 각오하고 물어본 거야, 가방에다 짐도 다 싸놓고."

"아, 그래서……."

"응. 우리 아버지 성격이 워낙 불같으셔서, 예상대로 엄청 화내시더라고. 새엄마 알레르기 있는 거 알면서 그런 말 하느냐고."

"……."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출한 거야. 일종의 반항이지."





나 진짜 대책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이 다 사라지게 배시시 웃는데, 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웃겨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너 진짜 대책 없다. 말 끝을 늘리면서 나도 김태형을 따라 그네를 움직였다.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던 그네는 발을 뻗을수록 점점 더 높게 날았다. 굉장히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린 기분이다. 김태형과 나름 친해지긴 친해졌지만, 친구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먼 사이 같기도 하고. 그런 김태형의 가정사를, 그것도 굉장히 무거운 가정사를 알아버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축 처져버린 기분이다. 그렇게 홧김에 집을 나와버리곤 갈 데가 없어서 병원에 앉아있었구나, 김태형은. 점점 속도를 낮춰가는 그네 손잡이를 꼭 잡고 물었다. 그럼 너, 이제 어떡할 거야?





"뭐가?"

"오늘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응. 하루 만에 들어가면 가오 죽잖아."

"그 놈의 가오는……. 너 어디서 자게."

"음, 선생님 집에서 하룻밤만 더 자면 안 되나?"





저번부터 가오 엄청 따진다, 진짜. 속 편하게 웃는 모습에 왜 내가 다 답답한건지. 하여튼 나는, 다른 사람한테 신경 안쓰려고 노력해도 어느샌가 보면 다 신경쓰고있다. 더구나 김태형은 작은 일도 아니고 가출이다, 가출. 어디서 잘건지 묻는 말에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 집에서 자면 안되느냐고 묻는 김태형의 얼굴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삼촌이 분명 하룻밤만 재워준댔는데. 또 부탁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허락해줄게 분명한 삼촌이기 때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 얼굴을 잠깐 보던 김태형은 고개를 돌리고 그네에서 일어났다. 저절로 내 시선은 일어나는 김태형을 따라 올라갔다. 어딜가냐고 묻기도 전에 김태형은 기지개를 펴더니 날 돌아보며 말했다.





"친구들 좀 만나고 오게."

"네 친구들? 병원 가는 거 아니었어?"

"표정 엄청 안 좋네. 뭐 나쁜 짓 하는 거 아니고, 게임이나 한판 하려고. 병원은 이따 저녁에 가든지 하고."

"……알았어."





친구들을 만난다고?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친구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알다시피, 나는 김태형 친구들 엄청 싫어하니까. 그걸 김태형도 알고 있고. 김태형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덧붙였다. 게임이나 한판 하려고. 김태형이 나쁜짓 하고 다닐 애는 아니란 걸 알아서, 이내 수긍했다. 그럼 나 갈게, 어깨에 걸친 가방끈을 고쳐 메고 돌아서는 김태형에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야 되는데,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네 손잡이를 꼭 쥐고 가만히 앉아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태형이 돌아서더니 뚜벅뚜벅 내 앞으로 다가왔다. 김여주, 그리고 있잖아.





"나 이거, 너한테만 말한 거야."

"어?"

"너 말고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다고."





너한테만 말한 거야. 웃음기를 머금고 날 내려다보며 하는 말에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태형은 한 번 더 말한다. 너 말고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다고. 가만히 그 말을 곱씹다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김태형의 가족 얘기, 그걸 말하는 거였다.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작게 탄식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혀로 입술을 한번 축이더니 말한다. 그니까,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야, 당연하지. 내가 이런 거 아무한테나 말하고 다닐 애처럼 보여?"

"아니. 알지, 너 그런 애 아닌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란 말에 괜히 주먹을 꼭 쥐고 발끈하듯이 말하자, 김태형은 고개를 돌려 소리 내어 웃더니 다시 날 내려다봤다. 그리곤 웃음기를 담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지, 너 그런 애 아닌 거. 그 말에 왠지 모르게 목구멍이 간질 간질거렸다. 아, 알긴 뭘 알아. 본지 얼마나 됐다고. 괜히 이 기분이 이상해서 입술을 쭉 내밀고 오물거렸다. 그랬는데도 괜히 나 혼자 민망한 마음이 드는 거였다. 이상하게. 그래서 어깨 밑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도도한 척 탁 넘기곤 말했다.





"야,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해. 나 입 엄청 무거워."

"그래. 착해, 착해."

"……왜, 왜 이래?"




괜히 거드름을 피우며 오버스럽게 한 말에 김태형은 날 빤히 보더니, 이내 사르르 눈을 접어 웃었다. 그리곤 손을 들어 톡톡,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듯이 건드렸다. 순간 얼굴에 열이 훅 오르는 느낌에 얼굴을 뒤로 빼고 말을 더듬자, 김태형은 그게 또 웃긴지 피식피식 웃었다. 뭐, 뭐야, 진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태형은 진짜로 가겠다며 손을 흔들곤 빨리 뛰어가버렸다. 순식간에 나 혼자 남은 놀이터에 멍하니 서있었다. 아까 뭐였지? 괜히 손이 닿았던 머리를 더듬어봤다. 쟤는 왜 남의 머리를 함부로 만지고 난리래? 아까부터 심장께가 간질간질한 게 이상하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07-03







김태형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길로 와버려서, 덕분에 나는 엄청 돌아가야 했다. 발에 힘을 주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쿵쿵거리고, 가방끈은 손이 새빨개질 정도로 꽉 잡고. 자꾸만 간질거리는 게 이상해서 괜히 툴툴거렸다. 김태형 걔는 정말 대책이 없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와 같은 류의 툴툴거림이었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더워. 김태형을 향한 툴툴거림이 무더운 6월의 날씨로 옮겨갔을 때쯤 저만치 멀리에 병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병원에 가서 동물들을 좀 보다가, 삼촌한테 김태형 하루만 더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지. 날씨가 너무 더운 데다 목도 무지 말라서 병원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근데 저 차는 뭐지? 굉장히 고급으로 보이는 번쩍번쩍한 외제차가 병원 앞에 세워져 있었다. 병원 손님 차인가…….


이내 차를 향한 관심은 떨어지고 열심히 걸어, 24시간 카페를 지나고, 약국을 지나고,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가 막 병원 문을 열려던 찰나, 병원 앞에 세워졌던 차 문이 덜컥 열렸다. 열리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차 안에서 내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찰랑이는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온화한 미소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왠지 그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 문을 열려던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 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미소를 띤 채 천천히 내게 걸어오셨고, 나는 얼떨결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이 김여주 학생 맞죠?"

"네? 어, 맞는데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물으시는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처음 보는 분인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아시는 거지……? 내 대답에 아주머니께선 고개를 끄덕이시며 미소를 지으셨다. 아직까지도 문 손잡이에 올려져 있던 손을 내리고 어정쩡한 자세를 고쳐 섰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 맞는데……. 내가 까먹었나? 어떻게 처음 보는 분이 내 이름을 알고 계시는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찰나,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 태형이 엄마예요."

"네?"

"나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주 학생?"





태형이 엄마?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깜빡였고, 내 앞에 서계신 아주머니께선 변함없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내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아주머니는 한번 더 말씀하셨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 말이 내게는 왠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말처럼 들려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이거 굉장히, 김태형 가출사건에 깊게 연루된 것 같은 기분이야. 그것도 엄청 깊게. 













*

여러분 안녕하세요, 티티입니다! 항상 간당간당하게 일주일에 글 한 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질질 끌다 오늘에서야 밝혀진 태형이의 가출 이유! 혹시 예상한 분이 계실까요. 허허

태형이의 가정사가 이렇게 조금 공개되었답니다. 태형이와 여주가 또 하나의 비밀을 공유하게 됐네요.

다음 화로 빨리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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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웅앵웅]
태형이가 가출하고 반항하는 이유가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아서 그런 거군요 하루 빨리 사이가 회복되면 좋겠어요

6년 전
독자2
뜌입니다ㅠㅠ 우리 태형이 어서 모든 문제 해결더ㅣ기를 바랄게요ㅠㅠ 작가님 이번편도 정말 잘 읽고가요! 항상 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3
복잡한 가정사가 숨겨져 있었네요8ㅅ8 잘 읽고 갑니다!
6년 전
독자4
으어 태형이 엄마라니 뭔가 불길한 징조가...
여주는 점점 태형이에게 마음이 생기겠군요!!
묘한 둘 관계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아요!

6년 전
독자5
워더에요~!~!~!!제방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길;그나저나 병원ㅇ케알구차자왓냐...
6년 전
독자6
ㅈㅁ입니다
헉 여주랑 태형이랑 간질간질하게 무언가가 생기고 있는 찰나에 태형이 새어머님이 등장 하시다니.. 여주에게 무슨 얘길 할지 너무 궁금해요ㅠㅠ 정말 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읽고가요!

6년 전
독자7
헉 태형이가 기출한 이유가 나왓네요어느정도 생각은 하고있엇디만...태태어머니 등장은 좀 놀랫네요...!!!!
6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여주랑 태형이랑 점점더 가까워진것같아서 좋았는데 태형이 새엄마의 등장으로 혹시라도 둘사이가 어긋날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다음화에서 여주에게 무슨이야기를 하실까 기대돼요
6년 전
독자8
으앙 작가님 보고싶숨다ㅜㅁㅜ
6년 전
독자9
핫초코
와...또 어떻게 알았다니 태형이 뒷조사 하고다니는건가 진짜 소름이군
새엄마는 왜 만나려고 하는거지 불안핼랠

6년 전
독자10
새엄마가 여주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겠죠?? 이 일로 태형이와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 태형이의 가출의 이유가 반항이라니... 너무 안타깝네요
6년 전
독자11
역시 울 태형이 .. 아 대책없이 행덩하는데 저 웃음 한번이면 꼴딱 넘어가뿌.. ㅜㅜㅜㅜㅜㅜ 사랑스러미 그나저나 제가 생각했던 이유가 맞았어요!! 아 진짜 기여워.. 재혼 이야기는 상상도 못했지만ㅠㅠ 어머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두근)
6년 전
독자12
근데 태형이 귀엽다..... 가출한 이유를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들으니까 너무 귀여운ㅋㅋㅋㅋㅋ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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