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오늘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날씨도 그렇고 어젯밤 마신 술 때문에 뭔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제대로 된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하고 바로 카페로 나와야만 했다. 굶주린 배를 안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맑은 종소리를 울리며 오늘의 첫 손님이 들어왔다. 카페라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해 간 손님이 간 이후로 카페에는 쭉 정적이 흘렀다. 오늘은 유난히도 손님이 없어서 괜히 힘이 빠졌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이라도 제대로 챙겨먹고 나올걸. 딸랑- “어서오세ㅇ…” 한참의 정적을 깨고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사실 어젯밤 그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들은 후, 친구가 내게 한 말까지 뒤섞이니 내 머릿속은 꽤나 복잡해졌다. 복잡한 머릿속을 잠재우려 술을 더 마셨는데 취하기는커녕 기억이 더 선명해지는 탓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잠을 청했던 나였다. 일주일 안 봤다고 다시 낯설어지기라도 한 걸까, 그가 나에게로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눈치 없이 쿵쿵 뛰어댔다. 심장아 나대지마. 난 죽어도 쟤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5천원 맞지?” “어? 어, 어….” 난 계산을 하자마자 뒤로 돌아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노는 그 어떤 커피보다도 제일 만들기 쉽고 많이 만들기도 했던 터라 내게 아무것도 아닌데도 내 손은 조금씩 떨렸다. 아, 나 진짜 왜 이래. “아침은 먹었어? 오늘은 손님이 없네?” “어, 뭐…. 그렇네.”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어제 술 많이 마셨어?” “…….” “해장 못했구나? 그냥 오늘은 카페 문 닫으면 안 돼? 나랑 해장하러 가자.”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여기 커피.” 난 내 떨리는 마음을 강다니엘에게 들킬까봐 빨리 그가 내게서 멀리 떨어지길 바랐다. 그냥 순순히 카페에서 나갈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저 멀리 있는 자리에 앉기라도 해 주라, 제발. 그렇게 입 밖으로 내지는 못 하고 속으로 혼자 외치는 내 말은 그저 마음속에서만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고, 그게 강다니엘에게 들릴 리는 없었다. 내 속을 모르는 그는 커피를 받고서도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내 얼굴을 살폈다. 따지고 보면 그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내 마음이 평소와 달랐다. 진짜 이게 다 친구 때문이다. 괜한 말을 해 가지고…. “어디 아파?” “어, 어? 아니? 왜?” “왜 넋이 나갔어?” “뭐래… 빨리 저리 가.” “아침 안 먹었지? 내가 사 줄게, 그냥 오늘은 문 닫자.” “됐다니까, 헛소리 할 거면 그냥 가.” 난 애써 그의 눈길을 피하며 구석에 있는 간이의자를 펴고 앉았다. 그제서야 창가 자리로 가 앉은 강다니엘은 여전히 눈으로는 나를 좇았다. 카페 안에 흐르는 작은 음악소리와 함께 창문 너머로 투닥거리는 빗소리만 들리는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그와 단 둘이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냥 신경을 안 쓰면 되는데, 내 머리는 알면서도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눈길이 가고, 그가 내는 작은 소리에도 집중했다. 사실 내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친구의 말처럼 다시 강다니엘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그걸 애써 부정하는 건 내 머리가 하는 일이었다. 한참동안 생각을 하다 나는 딱 한 번만 눈 감고 내 심장이 하라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내 감정이 옳을지, 이성이 옳을지 시험을 한 번 해 보기 위해서. 강다니엘이 들어온 후로 아무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고, 오늘 하루 남은 시간에도 손님은 그다지 올 것 같지 않았기에 그의 말대로 오늘 영업은 여기서 끝내기로 마음 먹은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야.” “어? 나 불렀어, 지금?” “…나랑, 밥 먹을래?” “…….” 내 말에 적잖이 놀란 듯 강다니엘은 두 눈만 끔벅이며 멍하니 날 바라봤다. 그의 반응에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며 웅얼거렸다. “아, 아니… 배고프기도 하고, 오늘 장사는 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싫음 말고.”
작가의 말 + 암호닉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녤루입니다. 저 이번엔 지인짜 빨리 왔죠? ㅎㅎ헤 사실 이번에 제가 이만큼 빨리 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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