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가 아픈것이 아무렇지 않다는듯, 그저 해맑기만한 햇빛이 지호의 눈 위로 쏟아졌다. 응…. 그의 감겨진 눈꺼풀 위로, 일어나라고 밝게 비추는 햇빛에 웅얼거리며 잠시 뒤척인 지호가 코를 타고 들어오는 기분 좋은 향기에 이불을 끌어안고 작게 미소지었다. 냄새 좋아……. 한없이 나른해지는 기분. 익숙한 냄새. 누구 냄새였더라…. 아직 잠이 덜깬 두뇌를 굴려 한참을 생각해보니, 곧 감겨진 눈앞에 표지훈이 떠오른다. …표지훈?
"아…!"
"…일어났어?"
몸을 벌떡 일으키니 때마침 쟁반에 무언가 받쳐들어 방으로 들어오는 지훈이 눈에 보인다. 급하게 눈을 문질러 눈가에 달라붙었을 눈곱을 떼어내고, 그래도 어쩔줄 몰라 고개를 떨구었다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가. 아예 이불을 푹 뒤집어 써버리니 지훈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 옆, 넓은 책상에 쟁반을 내려놓은 지훈이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두고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아이처럼 이불을 뒤집어 쓴 지호에게 그가 말을 걸자 스르륵 느릿하게 이불을 끌어내린 지호가 민망한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저를 마주한다. 까치집 지었네. 귀엽게 헝크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리자 지호가 얼굴을 붉히고 입술을 오물거렸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차라리 기억이 없으면 좋으련만. 표지훈을 앞에 두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던 일. 냄새가 좋다고 품에 안겨 얼굴을 문질렀던 일. 너네 집에 가면 안돼? 하고 철없이 보챘던 일…. '너네 집'? 지호가 그제야 이곳이 익숙한 제 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둘러본다. 미쳤지, 내가! 자책하듯 눈을 감고 푹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훈이 쟁반 위의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그릇을 잡아들었다.
"…뭐야?"
"죽. 너 다른거 먹지 말고 죽만 먹으랬어."
위염이랑 장염이잖아. 지훈이 수저로 저으며 입김을 불어 식히는 죽이 입맛이 감돌게 만들 정도로 맛있어보였다. …니가 끓였어? 두어번 입맛을 다시고서, 못 믿겠다는 말투로 물어오는 지호의 말에 지훈이 웃으며 아니. 하고 대답해온다. …그럼 그렇지. 얼른 달라는 의미로 그릇 쪽으로 손을 내민 지호의 모습에 지훈이 짧게 혀를 차며 직접 죽을 퍼 지호의 입가에 가져다댄다. 내가 먹을…. 조금 쉬어버린 목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쉰 소리를 내자 지훈이 쓰읍, 아이를 달래듯 다시 수저를 댄다.
"…우, 응. 뜨거."
"뜨거워?"
받아먹은 입안의 죽이 뜨거워 어쩔줄 모르는 지호가 미간을 좁히며 아랫입술을 내밀고 웅얼거리자 지훈이 얼른 물컵을 내민다. 잘 교육받은 아이마냥, 두 손으로 물컵을 쥐고 꼴깍꼴깍 물을 마시는 모습에 지훈이 웃었다. 귀여워…. 찬물로 입을 헹구고 다시 달라는듯 입을 벌리는 지호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지훈이 고개를 갸웃해보이는 그의 의사표현에 급하게 죽을 떠 다시 갖다주었다.
.
.
.
"더 잘거야?"
아니. 죽에 약까지 착실히 다 받아먹고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지호를 가만히 감상하던 지훈이 문득 무언가 떠오른듯 뜻모르게 웃었다.
"지호야."
"……어?"
지, 호? 장난할때를 빼고 저렇게 다정하게 불러온건 몇년만에 처음인데. 당황한 지호가 대꾸하자 지훈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오메가."
콜록, '오메가' 그 한 단어만으로 놀란듯 사레들린 기침을 뱉은 지호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되물었다. 어, 오메가. 왜? 떨림도 없이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대답. 그러나 마주친 눈은 맹수를 마주친 먹잇감마냥 불안하게 떨려온다. 연기 잘하네? 지훈이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싫어해?"
오메가…를 싫어하냐고? '오메가' 인 지호에게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알파였다면 당연히 싫다고 손사레를 쳤을지도 모르지만. 잠시 눈을 굴리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지호를 보며 흥미를 느낀 지훈이 책상에 기대 팔에 턱을 괴며 그의 대답을 기대했다. 오메가. 오메가가 싫다고 대답할까? '알파' 우지호는? 아니면 제 본성 대로 '오메가' 우지호가 절대 싫어하지 않는다고 부정해올까?
"그냥…."
"…응."
"…싫어. 좋아하진 않아."
결국 제 자신을 부정하는 대답을 흘린다. 그렇게 말하는 지호의 얼굴이 더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버릇처럼 짓씹는 아랫입술. 지금의 대화주제가 불편한지 자꾸만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눈을 깜빡인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면 왜 묻느냐고, 표정도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지었겠지. 그동안 잘도 속여왔어요. 참 잘했어요. 지훈이 다시금 지호 몰래 의미가 불분명한 웃음을 만들어보였다. 이제 이걸 어떻게 굴려먹을까. 제 손안에 들어온 장난감. 아이의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부모처럼 완벽히 파악한 지호의 비밀.
"…그래."
지훈이 다정하게 웃었다.
아 재미없다 빨리 씬쓰고싶다....불마크달고싶다 으앙ㅇ러ㅑ매드ㅜ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