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치마! 치마 어디있어?"
지각이었다. 나는 스타킹 바람으로 온 집안을 들썩여놓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의 엉덩이를 찰지게 때리며 살 좀 빼란다. 지금 그게 중요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언니가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줄기차게 입고다니던 짧은 치마를 꺼냈다. 이 치마를 입는 순간 나는 지나가는 모든 학생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러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패기가 생길 것만 같았다. 나는 엉덩이조차 넣기 전부터 다리를 죄여오는 치마를 입으며 새삼 느꼈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체육복의 소중함과 간신히 들어간 대학에서 이미지를 관리하겠답시고 조신한 척 하는 언니의 위선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는지를 말이다.
"똥꼬 다 보이겠다, 이년아!"
"내 치마 찾아놔!!!!!"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우렁차게 답하며 집을 나섰다. 나는 꽤나 한산한 거리에 안심하고 뛰었다. 누군가 나의 치마 속을 들여다본다해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 손해일테니까. 나는 길거리에 모여있는 비둘기 무리들을 몇 번이나 날려보내고나서야 학교 교문 앞에 도착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교시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있지 않았고, 그 덕에 학주에게 걸려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도는 일은 모면했다. 나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교실에 들어갔다가는 이 창피한 치마를 반 아이들 모두에게 보여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내고 소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교무실에서 봐도 내가 소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틈을 타 친구 자운이에게 톡을 보냈다.
[야ㅠㅠㅠ1교시 끝나자마자 내 체육복 가지고 벤치로 와줘..♥]
톡을 보낸지 얼마 지나지않아 진동을 울리는 폰에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ㅇㅇ야 근데 전학생 옴ㅋ존잘ㅋ선덕선덕해 미친 존나 심장어택임ㅋㅋㅋㄱ으엌ㅋㄱㄱㄱㅋ]
왠만해서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않는 자운이었다. 가끔 이상한 취향을 고집하지만 잘생겼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지금은 공학을 다녀도 여중 3년의 경험덕에 아직도 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물론 우리 학교 찌질이들 말고. 남자는 키만 커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나였기에 그 다음 말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키큼?]
[작아도182ㅇㅇ내가장담함 헠헠]
카톡을 보내자마자 모습을 감추는 1에 혀를 찼다. 자습시간에 충분히 자두었는지 1교시인데도 불구하고 자지않고 칼답을 하는 자운이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내가 얘한테 물들어서 성적이 점점 떨어지지.
[야 종쳤다 지금감ㄱㄷ]
자운이에게 답장이 옴과 동시에 숨 죽이고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내가 앉아있는 벤치까지 들려왔다. 나는 혹여 학교 밖으로 나온 학생이나 선생님이 나의 치마를 볼까싶어 다리위에 가방을 얹었다. 매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소나무에 몸을 딱 붙이고 있는데 자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너 치마 뭐냐? 돈 좀 빌려드릴까요?"
자운이는 나의 체육복을 건네주며 내 모습을 보더니 언니,언니 거리며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체육복 바지를 치마 위에 입고서 바로 자운이의 팔을 이끌고 교실로 향했다. 치마 때문에 허리부터 허벅지부분이 울퉁불퉁해보이기는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옆에서 전학생에 대해 쪼잘쪼잘대는 자운이에게 맞장구를 쳐주며 교실문을 열었다. 필통과 지갑밖에 들지않아 가벼운 가방을 내 자리에 올려놓았다.
"OO아, 앞으로 지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인 내가 보면 너무나도 안타깝단다."
침을 튀기며 입이 닳도록 얘기하던 전학생을 의식한건지 자운이의 말투가 조신해졌다. 병신, 저런다고 전학생이 널 봐줄 것 같냐? 나는 전학생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얼른 울퉁불퉁한 체육복부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일어나 체육복을 조금 내린뒤, 안에 가득 뭉쳐있던 치마를 꺼내고는 단추와 지퍼를 풀었다. 엉덩이에 꽤 많이 달라붙는 치마였기 때문에 체육복을 입은 상태로 벗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이 일찐 언니 치마는 입고 벗는데에 크나 큰 문제가 있었다. 문득 나의 항아리 치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내가 도와줄게!"
"닥쳐."
역겨울 정도로 오그라드는 자운이의 말투를 들으니 슬쩍 짜증이 났다. 이 치마만 다 벗으면 너 입 한대 맞을 각오해라. 나는 계속 낑낑대며 치마를 잡고 내리고 있었다. 허벅지의 고비를 넘기고나니 치마는 저절로 내려가 바닥에 안착했다. 나는 치마를 들어올려 탁탁 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귀를 파고든 한마디는 자운이의 가식섞인 말도, 우리반 찌질이 남자애들이 나의 지각을 놀리는 말도 아니었다.
"까진 년."
까진 년. 나보고 까진 년이랜다. 너는 여자가 항아리 치마만 입고다니냐? 라며 놀림을 받는 나보고, 심지어 비비는 커녕 스킨 로션만 바르고다니는 순수결정체인 나를 보고. 나는 머리 뚜껑이 확 열리는 듯한 느낌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그리고 원래 비어있던 나의 뒷자리에 앉아있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보는 녀석이었다. 설마, 니가 그 존잘남 전학생이냐?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나의 눈을 피하지않는 그 자식한테 짜증난다는 눈빛을 쏘아댔다. 전학생과 나의 신경전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지 자운이는 내 허벅지를 콕콕 찌르기를 반복했다. 나는 나에게 이 자식에게서 받은 이 똥을 어떻게 저 자식 얼굴에 예쁘게 문질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너, 지금 나보고 까진 년이랬냐?"
응. 들려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아주 단단한 단호박이었다. 단호한 단호박이 아니라 단단한 단호박. 내가 살짝 찬다고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자식 명찰에 눈을 돌렸다. 우지호. 그 자식의 이름이었다. 그 순간 나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열을 내봤자 뜨끈뜨근한 똥의 열기만 불타올라 내가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똥을 하루동안 잘 묵혀두었다가 내일 예쁘게 포장해서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이름이 우지호? 이름 멋있네. 잘 부탁해."
우지호는 내가 시비를 걸며 어느 일찐과 다름 없이 반응할 줄 알았는지 놀란 눈치였다. 그렇게 쫙 째진 눈을 크게 뜬다고 세상이 더 넓게 보이겠니? 너는 사람 잘 못 건드렸다. 예상 외의 나의 사근사근한 말투에 흥미가 떨어진건지 나를 바보로 아는건지 그 자식은 나에게 둔 시선을 거두며 책상에 엎드렸다. 나는 옆에서 나의 눈치를 보는 자운이에게 꿀밤을 먹였다.
"아, 왜 때려!!! 내가 동네북이냐?"
"내가 니 말을 믿는게 아니었다. 역시 너는 취향이 좀 독특한 것 같아."
내숭은 그만 떨기로 했는지 이제서야 편안하게 말하는 자운이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내게 똥을 준 전학생 놈을 절대로 의식하지 않고 지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 OOO! 너 왜 오늘 지각했냐?"
이제서야 나를 봤는지 나와 자운이를 부르는 우리반 친구들의 목소리었다. 나는 자운이와 함께 친구들에게 갔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친구들에게 가면서 슬쩍 본 우지호의 다리는 되게 길어보였다. 예상외로 엄청 마르고 긴 다리었다.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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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는 처음 글 쓰는거라 지금 되게 소금소금 콩닥콩닥 초조초조.. 길이가 너무 짧은가ㅠㅠㅠㅠㅠㅠ분량 어때요?ㅠㅠㅠㅠㅠㅠ
독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댓글 남겨주시면 더 열심히 쓸게요♡.♡ㅠㅠㅠㅠ아 떨려ㅠㅠㅠㅠ반응 안좋으면 빛펑..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