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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볶는꿀벌 전체글ll조회 3622l 8

 

 

 

[짧은치마 03]

 

 

 

 

  "야, 밥먹으러 가자."
  "으응, 이것만 마저 필기하고."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바로 전 교시였던 세계사 선생님이 칠판에 가득 써놓으신 것들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적고있는 중이었다. 나를 본 반애들은 얼른 쓰고 오라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곧 나는 필기를 끝내고 나를 기다려준 자운이에게 팔짱을 끼며 급식소로 향하려던 참에 우지호가 보였다. 우지호는 아직 친구를 못 사귄건지 혼자 폰을 만지며 앉아있었다. 니 성격에 친구를 사귄다는게 말이 안되긴 하지..괜히 혼자 있는거 민망해서 핸드폰에 푹 빠져있는 척 하지마..나는 괜히 연민의 감정이 샘솟기 시작하는 바람에 우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야,우지호.밥 먹자."


아,내가 생각해도 너무 터프한 한마디였어. 마치 해적이 배를 타고 항해를 하던 도중 마주친 갈매기에게 매운 새우깡을 권하는 것과 같은 익살스러움이랄까. 우지호는 내 제안을 받아들인건지 나한테 나는입냄새때문에 도망을 치는건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자운이와 함께 우지호의 뒤를 따랐다.


  "어,ㅇㅇㅇ안녕!"


박경이었다. 방학때 내가 예쁘다고 칭찬했던 홍당무색 머리는 어느새 흑발로 변해있었다. 아쉽다,그 머리 예뻤는데.


  "오 박경! 너 살빠졌냐? 병든 고릴라같아 너 지금."
  "조용히 해라. 너네 밥 먹었어?"


아니. 지금 먹으러가는중. 나의 대답을 들은 박경은 잘 됬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나와 자운이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야,우지호! 기다려! 같이 가!"


나는 깜짝 놀랐다. 박경이랑 우지호랑 아는 사이야? 다른 반인데 어떻게 친해진거지? 나는 박경에게 우지호와 아는 사이냐며 물었다. 그랬더니 박경은 어깨를 털며 초등학교때 부터 친구였다고 대답했다. 나는 박경에게 우지호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박경이 입이 가볍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왜 우지호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였다.


  "오,맛있겠다. 내사랑 잡채♥"


내사랑 잡채를 시작으로 랩을 하기 시작하는 박경을 따라 급식소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나는 자운이와 박경, 그리고 우지호와 함께 급식을 받고는 우리 반 아이들이 있는 식탁에 가서 앉았다. 우지호를 본 우리반 아이들은 우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우리반 새끼들은 착해도 너무 착해. 내가 조금 놀란 것은 우지호도 재치있고 착하게 대답해줬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착한 것 같기도 하네.


  "아,ㅇㅇㅇ. 진짜. 너 내가 편식 그만 하랬지? 너 이럴꺼면 잡채 먹지말도 나 줘."
  "아,싫어!!!!! 건들지마!!!!"
  "편식하면 안좋다고 말 했어 안했어!!!!!"


했던 안했던 내가 안먹겠다고!!!!!하여튼 매일 나만 보면 잔소리하는 것이 우리 엄마와 흡사했다. 방학동안 마주칠 때 마다 뽀글이머리에 두건을 둘러쓰고 있는 폼이 범상치가 않더니만 천부적인 아줌마의 끼가 있는 듯 했다. 그렇게 나의 잡채를 약탈해가려는 이태일과 재빠르게 야채를 골라 면만 먹으려는 나는 한참 씨름을 했다. 안되겠다싶어 이태일의 등짝을 갈기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어디서 난 소린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운이의 시선이 가는 곳을 따라가보니 나의 식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지호의 식판이었다.


  "..뭐냐?"
  "아무것도 손 안댔어. 너도 잡채만 건드렸길래 식판 바꿨다."


우지호의 식판에 있는 잡채에는 모든 야채와 버섯이 골라져있었다. 우리 엄마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친절을 베푼 우지호가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예뻐보였다. 나는 우지호를 보고 정말,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어보였다. 얘 천산가봐. 육개장에 있는 고사리도 대신 먹어줄 위인이었어 이새끼! 대단한 새끼! 나는 기쁜 마음에 수저로 밥을 한 숟갈 크게 떠서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잡채를 집어먹었다. 내가 와구와구 먹는 것을 한두번 본게 아닌 내 친구들은 날 신경쓰지도 않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따위 할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먹어라. 체한다."
  "음!!!!거마어."


나를 계속 챙겨주는 우지호를 보며 입안에 밥을 가득 물고 고맙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그 때. 우지호의 손이 나에게 가까워졌다. 나는 내 뺨을 때리려나하고 눈을 크게 뜨고 우지호의 손 끝에 집중했다. 우지호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닿은 곳은 나의 입술이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입안에 있던 밥과 잡채를 씹는 것을 멈추지않았다. 우지호는 나의 입술에 붙어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밥풀을 떼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의미로 휴지를 건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 휴지를 가지러가려는 순간 우지호는 자신의 손가락에 있던 밥풀을 먹었다. 그래. 먹었어. 그것도 혀로 확 옭아매서 입에 넣었어. 파리를 잡아먹는 개구리처럼. 내 입술에 있던 밥풀을. 나는 예상치못한 우지호의 행동에 몸이 굳었다. 아무도 이 상황을 보지 못한건지 지네들끼리 먹고 떠들기에 바빴다. 나의 앞에 앉아있던 우지호는 피식 웃더니 한마디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맛있네."


..칠칠맞은 년이라고 안한 것이 다행이기는 했지만..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박경은 식판을 싹싹 비우는 것도 모잘라 애들 밥도 훔쳐먹고난후에야 우지호의 부재를 깨닫고는 교실로 뛰어갔다. 나와 자운이또한 식판을 갖다놓고 교실로 향했다. 같이 가던 도중 자운이는 재수 없게도 담임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하러갔다. 아마 세계사시간에 휴대폰 만지다가 걸린 일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걔 행동의 의미는 뭐지? 지가 뭔데 잡채에서 야채를 골라줘? 그건 착해서 그런거라고 치자. 그럼 왜 내 입술에 붙어있던 밥풀을 떼서 지가 먹어? 다시 그의 행동을 곱씹어보니 얼굴이 후끈해졌다. 그걸 먹더니 또 맛있다는 걔는 뭐야. 뭐지,뭐지..설마 아까 바른 림밤에서 나는 망고향이 맛있다는건가.. 나는 그의 행동에 분석하느라 앞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와 부딪혔다. 이마를 벽에 갖다박은 것 같았다. 분명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딱딱한거야?


  "아,미안..우지호?"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가슴팍이 눈 앞에 있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우지호였다. 자운이가 우지호 키가 작아도 182라더니 진짜 그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랑 대체 몇 센티미터나 차이나는거야? 한 발자국 물러선 뒤 고개를 빳빳히 들어 우지호를 바라보는 나와는 상반되게 우지호는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ㅈ..지금 나 깔보는건가..싶을 정도로 낮게 눈을 내리 깔고서는 말이다. 나는 우지호를 보자마자 나혼자 생각했던 것들을 묻고싶어졌다. 괜히 가슴이 던두근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것은 머리를 높이 들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근거는 없지만.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궁금해서 죽을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말문을 열었다.


  "야,우지호."
  "....."


우지호는 대답없이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참, 아이컨택 엄청 좋아하네.


  "아까 왜 그랬어?"
  "뭐가?"


정말 모른다는 듯이 물어오는 우지호에게 나는 하나하나 낱낱이 설명해주었다.


  "음,그니까. 왜 잡채에 있던 야채 골라서 식판 바꿔준거고 왜 내 입술에 묻어있던 밥풀을 떼서 너가 먹었냐고. 지금까지 밥풀 떼준 애가 너가 처음인건 아닌데 그걸 먹은 애는 너가 처음이어서. 게다가 넌 나보고 까진년이라고 하고 웃긴년으로 등업도,아니,어쨌든 날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단 말이야. 내 말은 콩닥콩닥 막 그렇게 좋아하는게 아니라 친구로서 날 마음에 들지않아 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왜,읍!"


내 말이 듣기 지루했는지 우지호는 나의 입술을 막았다. 물론 그의 입술로..가 아닌 그의 집게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나의 입술을 콕 집었다. 나는 아직 할말이 남았어 이새끼야!!!!!! 읍읍거리며 버둥대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우지호가 저번의 그 모습 그대로 활짝 웃었다. 나는 다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


내가 고개를 푹 숙이는 바람에 나의 입술을 잡고있던 우지호의 손가락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나는 내 이마를 그의 손가락에 내리 꽂았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우지호 손톱에 이마를 갖다박았다.
이 말이다.


  "ㅇ,야!괜찮아? 고개 좀 들어봐!"
  "으으..괜찮아.."
  "이마가 빨개!"


아파하는 나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 우지호의 모습은 꽤 귀엽게 느껴졌다.나는 이마를 살살 문지르며 어느새 나의 머리통을 잡고있는 우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지호는 나의 손을 떼더니 빨개진 나의 이마를 살살 만져주었다. 심지어 입김을 호호 불기도 했다. 그러면 나을줄 아냐?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왠지는 모르겠는데,그냥 우지호만 보면 시선이 갔다. 나의 이마에만 집중하던 우지호도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내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눈빛만 주고 받았다. 오랫동안 고개를 올리고 있던 탓에 통증이 느껴졌다. 내가 우지호의 눈을 피하고 고개를 내리려는 순간 우지호가 나의 얼굴을 잡고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아파!"


졸지에 나는 그의 손에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까부터 계속 저려오는 목에 인상을 쓰며 우지호를 노려봤다. 우지호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는 관심도 없는지 나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눈만 마주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나의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섹시모델 얼굴 닳는다, 이 새끼야! 나는 속으로 온갖 욕을 우지호에게 퍼부으며 얼른 나의 얼굴을 고정시키고 있는 이 손에 힘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야."
  "..?"


아, 쪽팔려. 이 새끼도 알고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이었다. 고로 복도에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그 많은 년놈들은 나와 우지호 적어도 한번씩은 쳐다보고 갔다. 지금 너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듣고싶지도 않아 이 웃긴 새끼야.. 제발 내 쪽 좀 그만 팔아줘.. 너가 쇼호스트의 기질이 있는 것은 내 인정할테니 제발 이 손 좀 놓아주게나..

 

 

 


  "까졌다는 말 취소."

 

 

+

 

드디어 까졌다는 말 취ㅋ소ㅋ

이런 말 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암호닉 받아요..마음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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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꺅♡ ㅠㅠㅠㅠ작가님이런폭풍업댓좋아요 ㅠㅠㅠㅠㅠ작가님금손이세요 짱♥
11년 전
깨볶는꿀벌
금손이라뇨ㅠㅠㅠㅠ댓글 감사해요 힘이 됩니다ㅠ.ㅠ♥
11년 전
독자2
헤헤너무 좋긔♥♥ 드디어!!!
11년 전
깨볶는꿀벌
이제부터 러브라인이 시작될거라고는 했는데 안설레는 것 같아서 소금소금..★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3
헣.....폭붕얀재 사랑해여.........헣헿흫힣......저 화이트에요!!!!신알신보자마자 달려온 나란 잉여......☆★ 아 우지호 행동ㅇ 저거 너무설레 어떡하지766?!!?!?!?!!?아 징짜 너무설레옇ㅇㅎㅎ흐히힣 모솔ㄹ이라1....ㅋ......다믐편도 기대할게여 작까님!!!!
11년 전
깨볶는꿀벌
댓글 감사해요♥화이트 기억하고 있씀다!!!!!!!!!!
11년 전
독자4
허렁허ㅣㅓ이ㅠㅠㅓㅣㅏㅎ러ㅣ아ㅓ리 정말 오ㅑㅏㄴ전 많이 지호가 진짜 제 남친인 것 같아..영..ㅎㅎ
11년 전
깨볶는꿀벌
우리의 남칞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5
까진독자에요ㅎ 앜ㅋㅋ 지호가!!밥풀ㄹㄹㄹ설래요ㅠ 나도붙이고먹을수있는대여ㅠㅠㅠㅠ 흑 담편도기다릴게용~
11년 전
깨볶는꿀벌
기억해요 까진독자님..♥
11년 전
독자6
아ㅘ하아트ㅡ낭 핳 하투하튜..완전 사랑해요ㅜㅜㅜㅜ
11년 전
깨볶는꿀벌
♡♡♡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깨볶는꿀벌
기억할게요!!!!!!!!!!!!
11년 전
독자8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11년 전
깨볶는꿀벌
감사합니다 댓글도 신알신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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