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인연으로
w.알았다의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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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아이고 힘들다.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텅 빈방에 나는 내가 누울 자리를 찜해놓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샤워도 좀 하고 그래야 하는데 이놈의 몸뚱아리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조금만 눈 좀 붙일까..
다니엘과 함께 계속 걸으면서 예쁜 것들도 구경하고 많이 걸은 만큼 많이 먹으면서 함께했다. 진짜 나 너 아니었으면 혼자서 되게 멍하게 보내다 들어왔을 것 같은데 고마워. 틈틈이 고맙다는 표시도 잊지 않고 던져주었다. 그럴 때마다 다니엘은 히죽 웃으면서 아니라고 자기도 혼자면 심심했을건데 내가 같이 가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여덟 번짼가 아홉 번짼가.. 그때도 무의식적으로 고맙다고 했을 때는 내 머리를 흩트리면서
“한번만 더 고맙다고 하면 그냥 두고 가버린다?”
그리고 내 입은 다물어졌다.
저녁도 든든하게 먹고 카페에서 달달하고 시원한 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입에 빨대를 물고 쪽쪽 빨면서 숙소로 향한 우리는 조금 쉬었다가 근처 바닷가에서 맥주나 한 잔 하자고 나눈 뒤 들어왔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뭐에 놀란 마냥 화들짝 놀라며 눈이 떠진 나는 핸드폰을 보았고 정확히 40분의 시간이 흘러있었다. 뒷머리를 긁적이고 크게 하품을 하면서 몸을 일으킨 나는 이제 좀 씻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챙겨 온 세면도구를 챙기고 일어섰다.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나가려던 찰나, 핸드폰이 징-하고 울린다.
[뭐해?]
다니엘이다.
[나 잠들었었어ㅠㅠ 이제 씻으려구. 넌?]
[난 오자마자 씻고 좀 누워있었지. 씻으면 연락해.]
[응응 알겠어]
핸드폰을 침대 위에 살짝 던지듯이 내려두고 속으로 맥주~맥주~를 흥얼거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나 씻구왔는데!]
[맥주 콜?]
[콜!!!]
[ㅋㅋㅋ문 앞에서 만나자]
옷도 가벼운 걸로 갈아입었겠다. 가방이고 뭐고 귀찮아서 지갑만 딱 들고서 문을 열고나오니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이 보였다.
“넌 안 피곤해? 나 순간 완전 기절했잖아.”
“여행 왔으면 1분1초가 아깝지. 아,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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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까워서 못 잤다는 다니엘의 말에 강철체력이라고 속으로 박수를 쳐주고 있었는데 잠깐만을 말하더니 방으로 쏙 들어가선 체크셔츠를 하나 들고 나오더니 내 손에 들려준다. 뭐지 하고 뚱하게 다니엘을 올려다보자,
“바다라서 밤에는 좀 쌀쌀할거다. 들고 있다가 추우면 걸쳐.”
“오. 매너- 고마워.”
“가자. 앞에 바다 봤어? 가서 맥주 한잔 마시면 캬-”
바닷바람에 맥주 마실 생각을 하면 신이 나는지 갖고 싶었던 로봇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웃어대는 다니엘이다.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골라 담고 간단하게 먹을 안주거리를 담은 뒤 앞장서서 쿨하게 이건 누나가 살게! 라며 당당히 카드를 내밀고 계산을 했다. 뒤에서 다니엘이 피식하며 웃는 게 들렸지만 말했던 것처럼 쿨하게 계산을 하고 맥주와 안주가 담긴 봉지를 다니엘에게 내밀며 대신 이건 너가 들어. 하면서 편의점 문을 열고 먼저 나왔다.
“캬. 시원하다. 바다도 너무 예쁘고. 기분 진짜 좋다.”
한숨자고 나온 게 그래도 체력 보충이 되었는지 맥주가 기분 좋게 꿀꺽꿀꺽 잘도 넘어간다.
“내일 서울은 몇 시에 가?”
“아, 최대한 늦게 가려고 아직 차표 끊지도 않았어. 나 이렇게 여행하는 거 거의 처음이거든.”
“정말?”
“응.”
처음이라는 나의 말에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마시던 다니엘이 눈이 동그래지면서 되묻는다. 하긴. 이 나이 먹고 여행이 처음이라면 우습기도, 놀랄 만도 하겠다. 몰랐는데 괜히 민망해진다.
“그러는 넌 서울 언제 가는데?”
“아, 나는 내일 바로 안가고 부산 가서 엄마보고 올라갈거야.”
으음.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맥주를 마셔댔고 그럼 우린 오늘이 마지막이네. 라며 괜히 아쉬워져서 내뱉은 말에 다니엘이 조그맣게 웃으며 묻는다.
“왜. 아쉽나.”
“아니 뭐.. 내일 너도 서울 올라가면 또 물 사주는지 알았지.”
“뭐 오늘만 날인가. 내가 서울 올라가서 만나면 되지. 왜 마지막이라 하는데. 서울 가면 내 안볼거가.”
“나 먼저 만나자고 연락 잘 못하는데.”
“그럼 내가 하면 되지. 걱정도 많다.”
눈앞에 파도가 부서지며 시원한 소리를 내고 있었고 오늘 여행에 함께해준 다니엘이 고마우면서도 내심 아쉬워서 무릎을 모아 앉은 나는 한손에 비어가는 맥주 캔을 든 채 발끝만 보고 있었다. 그 때 내 시야에 들어오는 사진 한 장.
“어?”
“어때. 잘 나왔지?”
오늘 숲길에서 다니엘이 찍은 내 사진이었다. 그렇게 안준다고 하더니 이렇게 인화해서 주려고 했나보다. 초점이 나에게로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배경은 흐릿하지만 선명히 보이는 내 모습이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다.
“잘 나왔다. 고마워.”
“내가 나도 사진 잘 찍는다고 했잖아.”
건네주는 사진을 받아들고 곧바로 지갑에 넣고서 몇번 쓰다듬어 준 뒤 옆에 내려놓았다.
“서울 가면 연락할게. 같이 밥 먹자. 그때 가서 바쁜척하면 혼난다.”
개구지게 웃어 보이며 말하는 다니엘을 보며 나는 다시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니엘이 들고 있던 맥주 캔을 내 앞에 흔들어보이자 나도 내가 들고 있던 맥주 캔을 들어 짠-하고 부딪혔다.
바다에는 점점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다니엘과 나는 가만히 파도가 치는 것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정말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알았다의건아 입니다.
주말에 오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어요.
근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조용히 사라지구요...ㅠㅠ
아유, 주말은 왜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진전없는 글을 올리고 답답해지는 마음과 밤입니다...
다 필요없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My Baby♡
♥강낭♥ // ♥0226♥ // ♥녜리♥ // ♥흰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