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황민현/김재환] 민현아, 제발 헤어지자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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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아, 제발 헤어지자 01

알람 소리가 울린다.

여주는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얼른 핸드폰을 들어 쳐다보지만 이내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여주가 내려 놓은 핸드폰에는 1주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오빠가 설정해 놓은 알람이잖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그리고 또 한번 핸드폰으로 울리는 소리에 여주가 다시 핸드폰을 들어 쳐다보지만 한숨을 푹 쉬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 안자고 있네

"응. 왜 전화했어"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술 마시고 전화 하지 말라고 했지"

-어? 어떻게 알았지, 보고싶은데 너가 안만나주니까 마셨다 왜

"재환아"

-나 지금 너네 집 앞이야, 나올 수 있어?

"......"

-보고싶어. 잠깐만 아주 잠깐만 보고 갈게.

재환이의 통화에 망설이던 여주는 겉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내려온 여주는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재환에게 다가갔다.

확 풍기는 술냄새에 여주는 인상을 한번 찡그리고는 실실 웃고있는 재환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

"너 얼굴 봐서"

"내일 또 후회할려고?"

"그러게, 아 친구로 지내기 너무 힘들다"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걱정해주는 거야? 와 여주가 나 걱정해준다"

좋다며 그 자리에서 한바퀴 빙그르르 돈 재환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여주가 얼른 재환의 두 팔을 잡았다.

그런 여주를 재환이 빤히 쳐다봤다.

"예쁘네"

"......"

"맨날 봐도 예쁘냐"

"뭐라는 거야, 나 들어간다."

여주가 집으로 들어 갈려고 하자 재환이 여주의 팔을 잡았다.

"왜"

"민현이형 기다린다고 안자고 있었냐"

"......"

"뭐, 1주년 챙기러 오긴 온데? 1주년인건 알고는 있고?"

"......"

"그럴 줄 알았다. 그런 새끼가 뭐가 좋다고 사귀는건지"

"......"

"야, 아 왜 울어"

"......"

"아씨, 미안해 내가 말실수했어"

"...가, 들어갈게"

나도 헤어지고 싶다.

정말로 헤어지고 싶은데, 나도 이런 내가 한심하고 비참하고 짜증나는데 보고싶다, 황민현이 너무 보고싶다.

"여주씨, 이거 오늘까지 마감이거든? 해줄 수 있지?"

"아, 그럼요"

"그럼 부탁 좀 할게"

"네, 대리님"

바쁜 회사일에 정신없는 여주는 울리는 핸드폰에 입술을 꽉 깨물고는 전화를 받았다.

아씨, 바빠죽겠는데.

"나 바뻐"

-하여간 까칠하기는

"왜"

-야, 나 머리 깨질 거 같아

"그렇게 술을 쳐먹었으니까 머리가 아프지"

-뭐냐, 나 어제 술 먹은 거 어떻게 알아? 어? 아......꿈인줄 알았는데

"그럴리가"

-아씨, 야 내가 했던 말 다 진심 아니다 알지?

"네가 실수한 게 말인지 행동인지 어떻게 알아?"

-뭐, 뻔하지

"알면 됐네요, 바쁘다 끊어라"

-아이고 머리야

"끊는다"

- 아, 이러다가 머리 아파 죽는 거 아니야?

"아씨 진짜, 알겠어 일 끝나고 약 사갈게"

-끊을게

전화를 끊은 재환은 씨익 웃다가 이내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는 침대 옆 서랍 안에 있는 두통약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하, 친구로 지내기 힘드네.

"아저씨, ㅇㅇ동 ㅇㅇ아파트로 가주세요"

여주는 일을 끝마치고 회사에서 나와 가까운 약국과 죽집에 들러 약과 죽을 사들고 택시에 올라탔다.

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내 쳐다보지만 역시나 사라져 있지 않는 1에 다시 주머니에 폰을 넣으려 하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여주야

"응"

-오빠가 많이 좋아하는거 알지? 미안해 어제 연락도 못하고 요즘에 일이 너무 바쁘네

"아니야, 괜찮아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오빠 일 끝나면 만날까? 시간 돼?

"만날 수 있어?"

-당연하지, 우리 자주갔던 가게에서 보자. 아, 또 팀장님이 부르시네 이만 끊어야 겠다. 이따 보자"

"응, 알았어"

전화를 끊은 여주의 입꼬리가 내려 올 생각을 하지않았다.

"아저씨, 여기서 내려주세요"

택시에서 내린 여주는 얼른 가까운 빵집으로 들어갔다.

택시기사는 그대로 놓여져 있는 약과 죽에 여주를 부를려 하였으나 이미 뛰어가버린 여주에 택시는 그냥 자리를 떠났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셨어요?"

"아니요, 근데 이따가 1명 더 올 거에요"

"저쪽으로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종업원이 안내해준 자리에 앉은 여주는 사온 케이크와 선물상자를 놔두고는 바깥을 쳐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친 여주는 기분 좋은 미소로 시계와 바깥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여주는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민현에 결국 전화를 걸었다.

두 세번 걸어도 받지 않는 전화에 여주가 핸드폰을 내리자 진동이 울렸다.

[회의중이니 이따 전화 하겠습니다.]

여주는 주먹을 꽉 쥐며 눈물을 참아 보지만 이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 이거 안 가져가셨어요"

종업원이 뛰어나와 여주에게 케이크와 선물상자를 보여주자 여주는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돌아서 걸어갔다.

"그냥 버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