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헤어졌어요.
w.알았다의건아
지이잉- 지이잉-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모닝콜로 해놓으면 나중엔 그 노래가 제일 싫어진다는데, 그래서 내 모닝콜은 진동이고, 그래서 난 진동이 제일 싫어졌다. 촤락! 반틈 잠긴 눈으로 알람을 끄고서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도 잠시, 시원하게 걷어올린 블라인드 뒤로 보이는 창밖의 날씨는 아주 나이스했다. 밝고 맑은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나는 이제는 찬물로 씻는게 추워서 보일러를 켜고 화장실로 향했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올리고서 재빠르게 미스트를 뿌려댔다.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20분. 아직 충분하다. 오늘은 다니엘을 만난다. 남자친구가 아닌, 저스트 프렌드로. 나는 아직 다니엘을 비워내는 중이라 친구라는 명분이 없으면 연락을 할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다. 사실, 비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일상적인 안부를 물으며 지내왔다. 다니엘은 학교와 헬스를 왔다갔다하며 지낸다고 했고 최근엔 카메라에 취미가 생겨 장학금 받은걸로 카메라를 샀다고 했다. 나는 뭐, 일 다니면서 여전히 네 생각을 하며 지냈다. 물론 말하진 못했지만. ** "오, 셔츠 이쁘다?" "큰 맘먹고 샀다." "연애 안하니까 투자 잘하네." "뭐래." 이젠 다니엘이 남자친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다니엘이 좋아했던 박시한 체크셔츠를 하나 장만했다. 캐주얼하게 입은 반팔과 치마, 스니커즈와의 조화는 나름 매우 만족스러웠다.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커피거리를 가자는 말이 나와서 종로에서 만난 우리는 파란 하늘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걸었다. "날씨 엄청 좋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흘리듯 말을 내뱉은 다니엘은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하늘을 찍었다. 큰 키로 손을 올려 하늘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멋있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고개를 돌려 앞서 걸어나갔다. 서울 올라와 지내면서 종로는 올일이 없어 처음 와봤는데 구경거리가 굉장히 많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재미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경하기에 정신이 팔렸던 나는 불쑥 내 허리를 잡아채는 손길에 흠칫하고 다니엘을 올려다보았다. "사람 많아. 바보야. 보면서 걸어." "어..응." 곧바로 손을 뗀 다니엘은 덥다면서 얼른 들어가자고 나를 이끈다. 어깨에 메고 있던 에코백을 손으로 꽉 쥐고 다니엘을 쫒아갔다. ** "와, 진짜 예뻐." 저거 내가 한말 아니다. 다니엘이 한말이다. 평소에 예쁜 카페와 예쁜 음식점, 예쁜 거리를 좋아했던 너는 카페가 늘어선 골목골목을 다니며 진짜 예쁘다 라는 말을 연신 내뱉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쁘긴 진짜 예뻤다. 좁은 골목에 한옥의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진 카페와 음식점들은 우리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에 충분했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기 들어갈까?"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선 카페는 이미 만석. 유명한데는 사람들이 오지게 많다라는 너의 SNS말을 새삼 떠올리게 만들었다. 좀 더 걸으면서 구경하다가 빈자리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라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골목골목을 누비며 걸었다. 좀 더 걸으니 하얗고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카페가 보였고 나와 다니엘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 카페로 발걸음을 향했다. 밀크티 전문 카페여서 커피를 직전에 마셨던 우리는 각각 취향에 맞게 밀크티를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햇빛이 비춰 들어오는 창가에 자리를 한 우리는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올렸네?" 언제 올렸는지도 모르기 좀 전에 찍은 하늘 사진을 SNS에 올린 다니엘은 무심하게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곤 카페 인테리어가 꽤느 맘에 드는지 자꾸 이리저리 훑어본다. 뒤이어 밀크티가 담긴 병과 조그만 컵을 가지고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돌아서는 직원을 보고 나도 사진 하나 찍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오호, 이제는 구도도 잡을 줄 아네?" "덕분에 좀 배웠지." 연애할 땐 사진 담당은 늘 다니엘이었기에 어깨너머로 봐왔던걸 네 앞에서 하고 있는게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후다닥 사진을 찍고서 나도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배우러 다음주에 간다구?" "응. 토요일에 가기로 했어." "배워서 나 찍어주는거다?" "생각 좀 해보고." "남자가 쪼잔하게." "뭐." 장난스럽게 웃으며 밀크티를 컵에 쪼륵 따르고 한입 마시는 다니엘을 보고 나도 덩달아 웃으며 밀크티를 한 잔 했다. 달달하니 맛도 있고 기분도, 좋다. 생각했던것보다 어색하지 않고 편했던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시간이 좀 흘렀겠다 싶어서 시계를 확인한 다니엘이 이제 가봐야겠다고 한다. 물론 아쉽지만, 우리는 친구니까. 붙잡지않고 다음을 기약해야지. "다음번엔 카메라 들고와." "알겠어." "조심히가고." "명절 지나고 보자." "알겠어." 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으며 잘가라고 말해주는 다니엘을 보며 기분 좋게 웃고 손을 흔들어보였다. 덩달아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다니엘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섰다. 다니엘과 헤어지고 조금 걸어가자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다니엘이다. [조심히 들어가고] [가면 저녁 챙기고] [오늘 재밌었어] [사진] 연달아 오는 메세지에 확인을 해보니 다니엘이 하늘을 찍을 때 먼저 앞서나가 걸어가고 있는 내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나 진짜 짧긴하네. 그래도 하늘 뿐만이 아니라 내 모습도 한 번 담아줘서 고마웠고 기분 좋은 마음 한번 더 일렁이라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나를 감쌌다. [나 왜케 쪼끄매] [엄청 귀엽네] [나도 재밌었고 나중에 보자.] 나는 아직 널 기다리고 있지만 예전처럼 표현하진 않을거야. 혹여나 내 마음이 불편해서 네가 날 떠나게 된다면 우린 친구로도 남을 수가 없잖아. 네 손을 잡고 싶었던 거, 네 품에 안기고 싶었던거 엄청 잘 참았어. 나중에 이 마음 알게 된다면 너 나 엄청 칭찬해줘야해.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우린, 친구가 되었다. 여전히 내 마음은 ing인건 계속 비밀. ***본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투박하기만 했던 제 이야기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프롤에서 접을까도 했지만 당시 제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보자 하는 마음에 써내려간 글이였는데요. 이입해주시고 잘 읽어주신 모든분들 감사드립니다. ***@불가사리님 옹스더❤님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 ***읽어주신 모든분들 머리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