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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대휘의 과거(하)-


다음날이 되어도 여자아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그토록 싫어하던 원장을 찾아갔다.

 

"원장선생님. 누나가... 밤 누나가 일어나지 않아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곤 불안한지 원장은 곧장 아이들의 방을 찾았다. 그리고 그자리에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여자아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

보곤 곧 병원에 데려갔다. 온갖 멍과 상처는 보육원 아이들과 장난으로 생겼다는 거짓말과 함께.


남자아이는 저런 자가 자신들의 유일한 보호자라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또한 여기있는 수많은 어른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해도 아무것도 바뀔

것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다. 남자아이가 이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끈은 여자아이 그 하나였다.




여자아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감았다. 영원히 눈을 뜨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느리게 눈을 떴다. 여자아이앞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

이 퉁퉁부은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아, 여자아이에겐 빛이 있었다. 아직 잃을 수 없는 빛이 있었다. 자신이 지켜야할 빛이 있었다.


여자아이가 희미하게 웃었다.


"울지마, 대휘야."


그 한마디에 남자아이는 다시 눈물을 터뜨리며 여자아이에게 안겨왔다.


남자아이가 잃을 뻔한 빛이 다시 켜지고 있었다.




더 입원해있으란 병원의 말에도 원장이 고집을 부려 퇴원을 시킨지 한달 정도가 되었다.


저번에 왔던 중년의 부부는 그날 이후로 꾸준히 남자아이를 찾았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 곁에서 떨어지기 싫었지만 다녀오라는 여자아이의 말을 안들을 수

는 없었다.

 

"대휘야."


"네."


"아저씨 아줌마랑 같이 가는 건 어떠니?"


"..."


남자아이와 중년부부 그리고 원장이 원장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정도 편해진 분위기에 중년의 남성이 운을 뗐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없는 곳이면 그 어디든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부부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리지만 자신에게 큰 호의가 있

음을 모르진 않았다.


"누나ㄴ...."


"대휘야. 원장선생님이랑 더 생각해볼까?"


누나와 함께 가고싶어요. 하려던 말을 탁 자른 원장이 말을 이어갔다. 아직 어려서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제가 설득해볼게요. 두 분은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

어요? 하는 친절한 말과 함께 부부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가. 너한테 좋은 기회야 대휘야."


요근래 갑자기 친절해진 원장이 말했다.


"누나는..."


"밤누나는 원장님이 잘 보살펴줄게."


남자아이는 당연스럽게도 원장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여자아이가 보고싶었다. 여자아이가 같이 가고싶다는 말이 듣고싶었다.


"누나한테 갈래요..."


"대휘야. 이거 정말 좋은 기회야. 너한테도 너네반 친구들처럼 엄마랑 아빠가 생기는 거야."


"...누나 보러 갈래요."


못말리겠다는 듯 순간 싸늘한 눈빛을 하던 원장이 남자아이를 밖으로 내보냈다.


남자아이는 곧장 여자아이에게 갔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네에 앉아 애꿎은 땅만 파고 있었다.


"누나."


"대휘야!"


여자아이의 환한 표정이 남자아이는 마음에 걸렸다. 여자아이가 같이가자고 떼써주길 바랐다. 그러면 마음씨 좋은 부부가 여자아이도 함께 데려갈 것이라고 믿었다.


"누나. 나 오늘 아저씨 아줌마가 같이 가자구 했다?"


여자아이의 표정에 그늘이 스쳤다. 하지만 곧 짐작했다는 듯 원래의 표정을 되찾았다.


"응."


"같이가자. 같이가자 밤누나."


짐짓 진지하게 말하는 남자아이의 말에 여자아이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둘이나 입양해갈 가정은 몇 없었다. 자신이 남자아이의 발목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안돼. 안돼 대휘야."


"...왜?"


분명 기뻐할 것 같았다. 자신과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난 못가. 원장 선생님이 보내주지도 않을거구."


"아냐. 아저씨랑 아줌마가 같이 데려갈거라구 하면...."


"가기싫어. 너나 가."


어떻게 말해야 남자아이가 간다는 선택지를 고를지 여자아이는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이 스쳐지나가며 본 부부의 모습은 마음씨 고운 분들이었으며 당

연히 남자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줄 분들이었다. 남자아이는 무조건 가야했다. 가서 그분들이 주는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했다.


"...너 안가면 너 안볼거야."


"어?"


"....."


".....누난 내가 갔으면 좋겠어?"


짐짓 진지한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발장난을 치던 남자아이가 행동을 멈추고 여자아이를 보자 여자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서운한 마음이 몰려왔다. 누

구보다 같이 가고싶었다. 그래서 자신은 여자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는건데 계속 가라고만 하는 여자아이가 답답했다.


"응."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왜?"


"...내가 언제까지 너 보살펴 줘야하냐! 난 네가 갔으면 좋겠어."


남자아이는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여태까지 자신을 귀찮아 했다는 것 처럼 들렸다. 차갑게 말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은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 결코 그를 귀찮

아 한 적 없었다. 누구보다 의지했고 그가 사라진다면 누구보다 힘들어할 것이 자신이었다.


"...알겠어. 누나가 그렇다면 나 갈게."


남자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장실로 향했다. 그런 뒷 모습을 보며 여자아이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남자아이는 가서 행복하게 살아야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이런 곳에 묶어두고 싶지 않았다.




저 갈래요. 원장에게 말하고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었다. 이제라도 여자아이가 자신을 잡았으면 했다. 자신을 귀찮아하더라도 같이 가고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떠나면 여자아이는 이제 아무것도 없을텐데. 하지만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여자아이의 표정이 떠

오르며 화가났다. 그래, 네가 가라면 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아이가 간다는 말에 부부는 매우 기뻐했다. 일정이 급하다며 입양 절차를 빨리 끝내고 남자아이를 데려가고 싶어했다. 그러다보니 일은 일사천리로 풀려

갔고 그만큼 남자아이도 바빴다. 가는 준비를 하는동안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찾지 않았다. 남자아이를 보면 무너져내릴까봐 그러면 남자아이의 결심이 풀

려 여자아이를 따라 남겠다고 할까봐 찾지 못했다. 여자아이가 찾지 않으니 남자아이는 더욱 서운한 마음에 역시 여자아이를 찾지 않았다.

 

시간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식간에 지나 남자아이가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덜컥 겁이났다. 이 날이 마지막일 것만 같았다.


"대휘야."


"누나."


"잘 가."


여자아이는 두 글자를 뱉는데 그렇게 힘든지 처음 알았다. 원장에게서 학대를 당하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남자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지마. 울보야 이대휘."


"안울어!"


"..."


여자아이의 눈시울도 붉어졌지만 애써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눈을 접어 웃었다.


"누나. 다시 올게. 꼭 데리러 올게."


"나 괜찮아."


"...."


"나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잘 가."


"가라구 하지마..."


"또 봐!"


"...응."


남자아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그런 남자아이를 보며 여자아이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지만 마지막일 것 같아 참았다. 그래도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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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왜이렇게 안써질까요....

독자님들 너무 보고싶어서 얼른 오고싶어서 와버렸어요!!ㅜ

엄청 애잔한 걸 생각하고 썼는데 막상 쓰면 애잔하지 않은....

다 제 능력부족이겠죠ㅠㅠㅠ

노력하겠습니당....

예쁜 대휘 망치지 않게....!

저번에 분명 두편으로 나눠야겠다고 했는데....죄송해요....

3편으로 나누겠습니당....ㅎㅎ

다음편은 밤이의 과거일 것이에요!

ㅠㅠ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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