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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나날이 전체글ll조회 1442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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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생각하는 독립 후의 조선. 정부 선출엔 더 이상 일본의 간섭이 없고, 일어는 찾아보기 힘들며 그 자리엔 익숙한 한글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 그 조선에서 나의 삶은 무엇이 달라지려나. 10여평짜리 상가주택마저 월세를 꾸역꾸역 내는 이 신세가 조금은 나아질까, 아니면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엄마의 건강이 좋아지기라도 할까.


 ─ 아, 미리 말 안 해줘서 미안. 그 놈 성격이 원래 좀 그래. 너 바로 전에 과외하던 애가 우리 학교 신방과 다니는 앤데 걔 말로는 친해지면 괜찮대.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되게 잘생겼다며?


 그래. 잘생겼다. 잘생겼는데, 저보다 두 살 위한테 다짜고짜 꺼지라는 사람이 잘생기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문을 열고 들어오니 강아지에게 사료를 주고 있는 엄마 모습이 보인다. 엄마의 유일한 친구, 강아지 두 마리. 이제는 쟤네들 사료마저 다 떨어져가는 실정이다. 지금 내 모습이 꽤 피곤해보였는지 엄마가 물었다.


 "어땠어?"


 엄마에겐 일본인 유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했다. 거짓말일지언정 차라리 그게 나았다. 나는 애써 웃어보이며 아무 말도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벽이 하나 생긴 느낌이다. 세상과 나 사이에도, 엄마와 나 사이에도.







01. 스가타 쇼지







 센터 시험이 1월. 오늘이 6월 말이니 대강 7개월정도 남아있었다. 사실 내 계획은 돈을 꼬박꼬박 받아내다 두 달 반만 채우고 개강 직전에 과외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강날까지 붙어있을 수나 있을지가 의문이다.
 예고했던 대로, 그는 정말 나를 보자마자 꺼지라고 했다. 만취해 비틀대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제법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검은색 와이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재벌은 집에서도 옷을 저렇게 차려입고 있나. 그는 문 앞에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두고 회색 매트리스 커버가 깔린 침대에 누웠다.
 방에는 책 같은 것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원목으로 된 책꽂이와 책상은 있어도 이상하리만치 모두 텅 비어있었다. 나는 책상 앞에 놓인 의자 두 개 중 하나를 빼서 어색하게 앉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며 말을 붙였다.


 "수업 할게요. 교재는 제가 가져왔어요."


 내 말을 듣긴 하나 싶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자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잠이 든 건지 그의 두 눈이 감겨있었다.


 "스가타 씨."


 정적이 흘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침대 위에 있는 그를 바닥으로 질질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전에 과외하던 사람은 이 답도 없는 놈을 도대체 어떻게 가르친 걸까. 나는 목청을 조금 높였다.


 "스가타 씨. 수업 할게요."
 "과외비 도로 달라 안하니까 후쿠오한테 과외 그만 둔다고 해."


 그가 눈을 감은 채로 신경질내듯 말했다.
 후쿠오는 저택의 총 관리자였다. 이 집에 처음 왔던 날 식사를 대접하며 스가타 쇼지와 관련된 일은 모두 자신이 도맡는다고 소개했었다. 그러나 나를 직접적으로 고용한 건 그의 친엄마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경성대학 신입생 때부터 눈 여겨 봐왔었다는 말도 있었다. 따라서 후쿠오한테 얘기 해봤자, 안주인께 말씀 드리라는 대답만 돌아올 게 분명했다.


 "저를 부르신 건 사모님이세요. 후쿠오 씨가 아니라."


 무시.


 "오늘은 간단하게 진도 확인만 하고 끝낼게요. 앉아주시겠어요?"


 또 다시 무시.
 그는 베개 밑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을 꺼내어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벙찜과 동시에 벌써부터 피곤함이 느껴졌다.


 "난데, 언제 들어와? 다음 주? 그럼 우리집으로 와. 네다섯시쯤으로."


 네시면 과외가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시간을 일부러 강조하는 듯 또박또박 말하더니 곧 전화를 끊었다.


 "수업 듣고 싶으신 맘이 없는 것 같으니까 생길 때까지 있을게요."


 승부욕. 오기. 그런 배부른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실하다는 게 더 맞았다.
 휴대폰을 만지지도,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다. 몇 분이나 지났는 지도 모를 만큼 넋이 반 쯤 나가있는 채로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그는 내가 아예 없는 사람인 것마냥 태연히 시간을 보냈다. 이따금 불도 안 붙인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얼마 안 가 버리기도 했다.
 방 안에 흐르는 정적을 깬 건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며 노크하는 가정부의 목소리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건지 등허리가 뻐근했다. 눈길 한번 안 주던 그가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웃었다. 가짜 웃음이었다.


 "돈이 진짜 궁한가보네."


 그가 어제와 같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조롱하듯 말했다. 어딘가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지금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안까지 모두.
 아닌 척 하고 있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온갖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버티는 이유가 단순히 돈 때문이라는 사실. 나는 고작 그 수표 몇 개에 나를 낮추고 있었다. 엄마가 떠올랐다. 일본인인데 조선인 차별같은 건 전혀 없다고 하는 내 거짓말에 활짝 웃으며 잘됐다고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말은 순 거짓뿐이었지만 엄마에게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사실은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고, 차별이 없기는 커녕 모든 말이 비아냥 투성이라고.
 불현듯 일렁이는 충동에 침대에서 내려와 방 밖으로 나가려던 그를 붙잡았다. 잡힌 손목이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그의 눈썹이 한번 꿈틀대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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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넘 재밌어요.... 담편기대하구갑니다 총총....
6년 전
비회원27.133
브금이 굉장히 세쿠시하네요 .. 분위기 넘나 낭낭해요
6년 전
독자2
재밌어요!! 다음편 기다릴게요 전개가 아예예상이 안가서 더 기대되요!!
6년 전
비회원154.68
분위기가 진짜 독보적이네요....넘나좋은것....
6년 전
독자3
작가님,
얼마 전 초록글에 '경성의 꽃' 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길래 어? 뭐지? 나 경성시대 소재 되게 좋아하는데 싶었는데...!
이거이거 벌써부터 흥미 진진해요 ㅜㅜㅜㅜ
이런 글 정말 사랑합니당 홍홍 ❤️

6년 전
독자4
작가님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ㅜㅜㅜㅜㅠㅠ
6년 전
비회원135.214
브금 알 수 있을까요ㅠㅠ 같이 읽고 싶어요ㅠㅠ 글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경성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능게 좋은글 감사합이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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