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d_ piper
w. 달 월
-이 Pied_ piper 위에 움짤이 안보이면 나갔다가 들어와주세요 이게 위에 움짤이 안보이면 아래 있는 움짤이랑 비젬도 다 안보이는것 같더라구요 ㅜㅠㅠ
번거롭더라도 해주실꺼죠? 그래도 안보이면 말씀해주세용 제 글은 움짤이 다하기떄무네... ㅠㅠ
-브금 꼭 들어주세요! 브금이 글을 살립니다!
09.
“나 알고 있었어요. 누나가 나 좋아하는거. ”
앞 뒤 문맥도 없이, 뜬금없는 고백이었다.
그의 감정에 대한 고백이 아닌, 나도 잘 몰랐던, 부정하고 있었던 내 감정에 대한. 도대체 언제부터?
생각치도 못했던 그의 말에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답해야할지 어디서부터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좋아해줘요.
내가 곁에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내가 전부가 될 정도로. “
그 다음을 잇는 말들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금만 기다려줘요, 시간을 줘요, 도 아닌 조금만 더 좋아해줘요. 라니.
거기에다가 미안하긴 커녕 오히려 당당하고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는, 머지않아 내가 그렇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다.
내 모든 생각 회로가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참 동안의 정적 후에, 내일 집 앞으로 갈게요, 잘자고 내일 봐요, 하고는 툭 끊겼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궁금하다 거나, 이 말을 왜 꺼내는지 이런 것 보단 그냥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내 전부를 다 들킨 것만 같아서.
내일은 또 어떻게 봐야하나.
“누나. “
누나? 뭘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속도 없이, 전정국을 만나러 나왔다. 이미 그의 말대로 된 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우리집 앞으로, 날 보러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좋아서, 복잡한 생각들은 전부 접어두고 나왔다. 물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건 여전하지만.
전정국도 여전하다. 어색하게 행동 한다던가, 어제 일을 언급한다던가,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늘 그래왔듯 해맑은 웃음을 띄고는 날 쳐다본다.
“갈까요?”
고개를 까딱하며 내 팔을 잡아 이끄는 그의 손에 다시금 콩콩, 뒤는 심장이 원망스러웠다.
참 자존심도 없지. 그저 이렇게 옆에서 나란히 걷는것 만으로도 좋았다. 처음으로 단 둘이서 영화를 보러가는 이 길이, 별 것도 아닌 이야기에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맑은 호수같은 하루에 돌을 던져 파동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여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다.
뭐 볼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정국이 대신 상영 영화들을 쭉 둘러보았다. 로멘스? 액션? 뭐가 좋을라나. 고민도 잠시, 기다렸죠, 하곤 티켓 두장을 흔들며 오는 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예매 해놨었어? “
“응, 자리가 없을까봐서요. 인기 있는 영화라.”
꽤나 뿌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하는 모습에 웃음이 번졌다. 어서 들어가자며 앞장 서는 정국을 따라가다 잠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몇 걸음 앞서 나가던 정국이 뒤돌아서 나를 발견하고는 작게 웃으며 다가왔다.
“사줘요?”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끄덕였다. 영화관 하면 팝콘 아니겠나. 씩 웃고는 카라멜 팝콘 하나요, 하곤 내 품안에 가득 안겨주는 정국이다.
“이럴땐 참, 나보다 더 애같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팝콘을 한 주먹 쥐어서 정국의 입에 밀어넣었다. 그 많은 양이 한 입에 다 들어간다. 어때, 맛있지.
“응. 진짜 달아요. “
한가득 입에 넣고는 연신 달다고 말하며 살풋 웃어대는 모습에 몇 주전 그 일이 생각나서 열이 확 올랐다. 얘 일부러 이러는거지, 지금. 더는 전정국에게 놀아나고 싶진 않아서 홱 뒤돌아서 앞장서 걸었다.
아, 같이 가요. 몇 관인지도 모르면서.
하고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내 손을 잡아 돌려세우고는 저 쪽이에요, 하곤 성큼성큼 걸어간다. 손을 여전히 살짝 잡은 채로. 그에게 붙잡힌 손은 나의 아주 일부분일 뿐인데, 왜 인지 모든 것을 붙잡힌 느낌이었다. 정말 이젠 어쩔거야. 벗어나려고 발 버둥 칠수록 더욱 그에게 갇혀버리는것 같았다.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이고는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 앉고는, 정국이는 그제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금새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아, 공포 영화다.
당연히 액션이나 로맨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크린에 비치는 제목을 보니 한숨이 절로났다. 요즘 무섭다고 난리인 그 영화였다. 큰일이네. 공포 영화라면 치를 떠는 나였다. 무서운 얘기만 들어도 그 날 잠을 설치는데 공포영화라니. 전정국이 모를리가 없었다. 분명히 저번에 동아리방에서 다같이 무서운 영화보자는 한 선배의 제안에 아 진짜 안된다고, 정말 못본다고 했을때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고. 애도 아니고, 하고 놀려댔던 전정국이다.
슬쩍 그에게 눈을 흘겼지만, 영화가 시작한지 일분도 안되서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가 내 눈길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치곤 재밌겠죠, 하곤 속없이 웃는다.
“ 무서우면 잡아요. ”
시선은 스크린에 고정하고는 손을 내 쪽으로 툭 내미는 정국이었다. 내가 이 손을 잡나봐라. 네 계획대로 따라가나 봐. 아무리 무서워도 절대로 안 잡아, 는 무슨.
갑작스럽게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정체불명의 형체에 눈을 질끈 감고는 거의 정국에게 안기다시피 하는 모양이 연출됐다. 민망해, 하나도 놀라지 않았던 정국이가 웃기다는듯이 큭큭거리며 웃는 것이 느껴졌다. 창피함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움직이니, 내 어깨를 잡고 다시 자신의 품에 기대게 하는 정국이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니 스크린 불빛에 비춘 정국의 얼굴이 보인다. 여전히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어차피 계속 놀랄거 같은데, 그냥 이러고 봐요. ”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직 내 어깨를 감싼 정국의 손에 모든 감각이 쏠렸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넘어서 멈춘 것 같았다.
이 순간만은, 정신없이 장면이 넘어가고, 무섭고 시끄러운 영화 배경음 소리에 감사했다. 이 떨림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가지로 정신 없었던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왔다. 아직도 가슴 속을 울리는 심장소리가 느껴졌다.
“ 누나, 진짜 무서운거 못보네요. “
무서운거 볼꺼라고 말은 해주고 끊었어야지, 근데 볼만 했어. 별거 아니네.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겁쟁이 라는 듯이 놀려대는 정국에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려봤다. 거의 안겨서 봤으면서, 하곤 눈을 맞추는 그 모습에 슬쩍 눈을 피하고는 너가 그러고 보라며, 하고 입을 뗄라는 찰나에, 작게 읊조리는 그의 말이 목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키게 만들었다.
괜찮아요, 귀여웠어요.
얜 진짜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저런 웃음을 띄고 말하면 설레지 않을 수가 없잖아.
어, 저기 갈까요?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가 가르킨 손 끝을 따라가니 화려한 볼링장 표지가 보였다. 역시 전정국. 그냥 지나칠리가 없지. 똘망똘망하게 눈을 반짝이며 서있는 정국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갔다.
간만에 오는 볼링장 이었다. 작년 겨울에 과 친구들이랑 왔었던거 같은데. 그땐 전정국을 알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단둘이 볼링장을 오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볼링공을 쓱 살펴보고 있었다. 몇 번 공을 써야하지? 그냥 색이 마음에 드는 공을 잡아 들었다. 핑크색 공.
“어, 누나 그거 들면 안될텐데. 무거워요. 이거 들어. ”
어느새 옆에 서서 갈아 신을 슬리퍼를 내 앞에 놔주곤, 가벼운 공을 나에게 건네는 정국이다. 그러고는 내가 골랐던 공의 구멍에 손가락도 끼워봤다가, 손바닥으로 몇번 톡톡 쳐보더니 난 이거, 이러고 자리로 향하는 정국이다.
“내기해요, 내기. ”
“어떤? “
소원내기, 점수 높은 사람이 이기는거. 봐주는 거 없으니까 그런줄 알아요.
단호하게 말하고는 공을 들고는 저벅저벅 앞으로 나간다.
나이스, 라고 외치고는 한껏 어깨가 올라가선 자리에 팔짱을 끼고 앉는 정국이다. 아니 뭔 처음부터 스트라이크야. 이걸 어떻게 이겨.
“아, 좀 봐줘. 나 못친다고.”
“ 안돼요. 빨리 쳐봐요. 한번 볼테니까.”
단호하게 짝이 없는 외침을 뒤로 하고는 자신없게 볼링공을 굴렸다. 역시나 도랑으로 빠졌다. 시무룩 해져선 자리로 향하니, 와, 진짜 대박. 이라며 일어나는 정국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나 하는거나 잘봐봐요, 하고 내 머리를 톡톡 가볍게 쓰다듬고는 볼링공을 들고 앞으로 나간다.
결과는 뻔했다. 3:0.
터무니 없게 차이나는 점수에 너털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내기라도 그렇지, 안 그래도 질게 뻔한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던 정국이 참 미웠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하려는지 살짝 겁이 났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나란히 걷다가 입을 열었다.
“뭐 해줄까. “
“뭘 해줘요?”
“내기. 이겼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어. 무섭게. ”
아, 하고 깨달았다는 듯이 작은 탄식을 하고는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연다.
“누나 진 것도 불쌍한데, 내 소원권 누나한테 줄게요. 이게 소원. ”
뜬금없는 전개에 놀란 눈을 하곤 야, 그런게 어딨어, 하니 그럼 그냥 나 쓸까요? 나 소원 진짜 말도 안되는 어마어마 한거 할건데, 자신있냐는 말에 아니, 미안. 내가 쓸게. 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뭘 소원이라고 말해야하나. 내기 하자고 했을때부터 이미 내가 진거나 마찬가지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물론, 평소에 전정국한테 바라는 소원같은거 생각 해본적도 없었고. 뭘 해야하나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역 앞에 다다랐다.
“지금 안쓰면 없어지는 거에요. 빨리 말해요. ”
아, 잠깐만. 모르겠는데 어떡하라고. 일단 내려가자, 하곤 정국이와 함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어느새 개찰구 앞에 도착했는데도 도무지 모르겠다.
“야, 나 진짜 모르겠어. 그냥 없었던 걸ㄹ... “
안아줄까요?
또 한번 뜬금없는 말과 함께,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망설임 없이 다가와 나를 품에 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버버하고 내 목소리가 바보같이 그의 품속에서 웅얼거렸다 .
“야, 내 소원인데 왜 너가 정해. “
누나가 빨리 말 안했잖아요. 그리고 원래 내꺼였고.
하고는 더 세게 품에 안는다. 이제는 익숙한 비누향이 훅, 끼친다. 오늘 몇 번이나 이렇게 뛰어대는지. 쉴새없이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전해질것만 같았다. 개찰구에서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갔다를 몇 번 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세대 정도의 지하철이 지나간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보면 무슨 사이라고 생각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때 쯔음, 슬며시 품에서 날 떼어놓고는 이제 갈게요, 소원 끝, 하고 웃어보이고는 개찰구로 향하는 정국이다.
그의 뒷 모습이 사라질때 까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긴장이 풀려 주르륵, 하고 주저앉았다. 여전히 쿵쿵대는 심장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정말 이젠 어떡해. 정말이지 이젠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집에 어떻게 돌아온지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힘 없는 다리를 한걸음, 한걸음 겨우겨우 옮겨 도착했다.
화장대 앞 의자에 힘없이 종이 인형 마냥 걸터앉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새빨갛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아득하다. 도대체 오늘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건지, 마냥 꿈만 같다.
같이 걷고, 품에 안겨 영화를 보고, 마지막엔 길고 긴 포옹까지.
아, 진짜 모르겠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 인지. 뭘 원하는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풀썩 침대에 누워 벽면 쪽으로 몸을 돌려, 멍하니 눈을 꿈뻑였다.
카톡, 하고 멀리서 휴대폰 알림음이 방을 울렸다. 누구지, 전정국인가. 느적느적 일어나서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화면을 켰다. 두통의 카톡이 화면에 비친다.
‘ 야, 이여주. ‘
‘ 오빠 전역했다. 어디야. ‘
의외의 인물이었다. 정말 간만에 보는 이름. 거의 일년 반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김태형. 김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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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어찌저찌 이끌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1,2편 보다 짧은거 기분탓 아닙니다. 사실이니까요 (찡긋)
그래도 금방 다음편 가져올테니 이해해주실꺼죠?ㅎ.ㅎ
쓰면서도 저도 대체 전정국의 마음을 모르겠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나쁜데 안좋아 할수가 없죠 정말!
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죠. 김태형.
태형이 많이 응원해주세요...흡 ㅠㅠㅠ
늘 감사하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그리고 신알신해주셔서 감사해요...
30넘었다구 알림이왔어요 ㅎㅎ
모든독자분들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아그리고 궁굼한게 있는데 글 읽을떄 움짤 잘나오나요? 잘 안뜰때도 있어서 정상적으로 나오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