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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뮤/문류] 집착 上 | 인스티즈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늘은 시커멓게 흐려졌고, 비가 끝없이 내리쳤다.

'억수로 내리네' 보고있던 TV를 끄고 열려있는 창문을 닫으려고 일어난 세라는 쇼파에서 울려퍼지는 벨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여보세요'
"세라야"
'끊을께'
"아니 잠시만 너 집.."

뚝- 또 문현아다. 폰을 바꿔도 내 번호는 어떻게 아는건지 1년동안 하루에도 빠짐없이 계속 다른번호로 전화가 온다. 이제 조금 있으면 집으로 찾아올 것이다. 서로의 인연을 정리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문현아는 아직도 나를 놓지 못한다. 쥐고있던 폰의 전원을 얼른 끄고 집어던지고서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벌써 10시다. 취업 준비로 한창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나는 스탠드를 켜고 쇼파에 피곤한 몸을 맡겨놓고 잠을 청했다.
띵동-
1시간동안 계속 울리는 초인종에 짜증이 난 세라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예상과는 달리 문앞에는 경리가 세라의 부시시한 머리를 보고 웃고있었다.

"언니 이때까지 뭐하고 있었어요? 나 한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니가 왠일이고'
"나랑 같이 겨울왕국 보기로 했었잖아 그새 잊어버렸어요? 전화기도 꺼져있고.. 걱정돼서 왔는데 자고 있었나보네."
'아맞다 미안해 대신 언니가 밥 살께. 춥겠다 얼른 들어온나'
"응 얼른 옷 갈아입고 와요 기다리고 있을께."

 

 


영화를 다 보고서 작은 술집에 들어온 둘은 바깥풍경이 잘 보이는 창문 쪽에 자리를 앉아 한껏 분위기를 냈다.

'니 밖에서 한시간 동안 뭐했노'
"집앞에 왔더니 문현아가 있더라구. 여기서 뭐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대답도 안하고 그냥 가버렸어요."
'고마워'
"아니에요 계속 그러면 나한테 먼저 연락해요 언니"
'경리야'
"응"
'니 내 좋아하나'
"네?"
'아니다'

뭐라는거야 류세라.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어색해져 버린 공기에 나는 애꿎은 술만 연거푸 마셔댔다. 당황한 표정이 확연히 드러난 경리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울려대는 벨소리에 얼른 전화를 받았다.

 

 

 

 


분명 전화를 하고 있던 경리는 기억이 난다.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어떻게 여기 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보았다. 미쳤다 여긴 분명 문현아의 집이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 한참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얼른 여기서 나가고 싶어 나는 널브러져있던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밥 먹고 가"
'됐어'
"그럼 내 얼굴이라도 보고 가면 안돼?"

내 앞으로 다가오는 문현아의 몸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문현아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예뻤다. 하지만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 나는 문현아의 집착에 점점 그녀를 밀쳐내고 그녀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박경리라는 친구가 너 많이 취했다고 집으로 데려가달라고 전화 왔더라"
'그 집이 여기가 아니잖아'
"한번만 안아주면 안돼?"
'그만해 나 갈꺼야'

그 말에 현아는 신발을 신으려고 앉아있던 세라를 벽으로 밀치고선 억지로 그녀의 입술과 자기 입술을 맞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세라는 화가나 끝내 눈물을 흘렸다. 현아는 눈물을 보자 강하게 세라를 원하던 입술을 떼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주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나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초겨울인데도 날씨는 어제에 비해 많이 따뜻했다. 생각해보니 경리는 왜 하필 자기도,이현주도 아닌 문현아를 불러내서 아침부터 짜증나게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교때 경리를 처음봤을때부터 이 아이는 참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친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나에게 잘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나를 좋아하나? 그런 것이라면 진작 나에게 고백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4년 넘게 경리는 나에게 가장 친한 대학 후배였고 나도 경리와 그런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문현아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난 지금 문현아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녀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1년 전 우리는 커플이었다. 이제는 산산조각이 나버렸지만.
어느 날 문현아는 대학 후배와 술을 잔뜩 마시고는 자기 집에서 같이 잤다고 한다. 이 얘기를 그 대학 후배가 직접 해주었다. 이름이 손성아라나 뭐라나.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제자리에 앉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현아는 아직까지 자기는 마음이 없었다고, 손성아가 일방적으로 해버리고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럼 자기집에는 왜 들여보내줬는데?
세라는 점점 아파오는 머리를 쥐여잡고서는 침대로 돌아가 한참 망설이다가 경리에게 잘 들어갔냐고 카톡을 보냈다.

 

 

 

 

 

 

 

 

 

 

 

 

"언니 나랑 사귀면 안돼?"
"성아야 너 집이 어디야"
"나 많이 좋아해"
"너 많이 취했어 일단 오늘은 우리집에 가자"

미친 왜이렇게 무거운 거야- 성아를 들어올리던 현아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아 쪽팔려' 현아는 다시 성아를 일으켜 세우고는 택시를 타고 자기집으로 향했다.
현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땀을 닦아내기도 전에 뒤에서 전해오는 숨결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성아가 자기 입술을 현아의 입술에 얼른 갖다대었다. 세게 덮쳐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현아는 누워버렸다. 성아는 현아의 옷을 한번에 벗겨버리고 여기저기 탐하기 시작했다. 현아는 성아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가슴에 있던 성아의 입술이 점점 더 내려갔다.

 

 


-언니 정말 나랑 사귀기 싫어?-
-나 애인 있는거 알잖아-
-나중에봐ㅎ-
-아니 당분간은 보지말자 세라가 너 만나는거 되게 싫어해-

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호야모야에게 밥을 얼른 주고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손성아는 온데간데 없고 저런 문자만 주고받았다. 현아는 뭔가 불안한 느낌에 대충 얼굴을 씻어버리고 세라에게 전화를 하려고 폰을 찾고 있었다. 마침 탁자 위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야 니 1시에 학교 도서관에서 보자'
"으응? 세라야 너 오늘 친구랑 만난다고 했지 않아?"
'니..진짜..'
"세라야 울어?"

뚝-
내 예상이 맞았다. 분명 손성아가 세라에게 뭔짓을 했을 것이다. 어젯밤에 내가 손성아를 집에 들인 것이 잘못이었다. 손성아는 취하지 않았었다. 나를 갖기 위해서 이 더러운 짓을 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1시가 되기 한시간 전에 먼저 도서관 앞에서 서있었다. 세라가 오해하면 안되는데.. 나는 너무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이리저리 물어뜯으면서 폰을 만지작 거렸다. 폰을 한참 보고있다가 세라의 몸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껴 고개를 들었더니 갑자기 발로 내 정강이를 차버렸다."아얏!" 너무 아파서 주저 앉았더니 이번엔 내 머리를 쥐고 이리저리 막 흔들어 댔다.

"세라야 얘기좀 해...아앗!"
'됐다 마 얘기는 무슨 손성아랑 자니까 좋더나 어?'
"뭐라는거야 세라야 나 개랑 안잤어...아아!!!!! 제발 이거 놓고 얘기하자 응?"
'니는 이제 내 마음에도 없는거가? 손성아랑 맨날 놀러다니니까 좋냐고!'
"내가 언제 그랬어!!"
'헤어지자 우리'
"..세라야"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하고 세라를 붙잡았다. 순간 날라오는 다리에 나는 또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얼얼해진 정강이를 부여잡고 헤어지자는 세라의 말에 나는 온몸이 얼어붙어 꼼짝않고 있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속이 쓰리고 답답했다. 누구한테 얼른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몸이 내말을 듣지 않았다. 침대 옆에 있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몇시간동안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어버렸는지 눈이 아주 퉁퉁부어서 못생겨졌다. 울면 눈이 자주 퉁퉁 부어버리는 세라가 그리웠다. 하루도 보지 않으면 그리워서 미칠것만 같았다. 세라를 제 품에 안았을 때 느껴지던 달콤한 향기가 맡고 싶었다. 세라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지금 전화를 하면 받지 않을거란 생각에 쥐고있던 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세라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또 눈물이 난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가 세수를 했다. 서늘한 물의 온도에
놀라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얼른 촉촉히 젖어있던 얼굴을 닦고서 거실로 나왔다. 구급상자를 가져다 쇼파에 놓고선 피가났던 정강이쪽에 있는 상처에 약을 발라 반창고를 붙여두었다. 상처가 꽤 깊다.
세라는 괜찮을까. 하루종일 세라 생각밖에 나질 않는다. 보고싶다. 미안하다고 하면 마음을 열까. 아니지 그건 손성아랑 잤다는걸 인정하게 되어버리니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폰을 들었다. 단체톡 몇개와 2통의 부재중 전화. 이현주다. 나는 상단바에 있는 것들을 무시한 채 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ㄹ..-

 

지긋지긋하게 엉켜버린 세라에 대한 나의 집착은 이 전화 한 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내가 나뮤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픽도 써봤어요...나뮤는 마성이야...

과거 회상하다가 과거로 넘어간건 알겠죠..? 모르면 나 우럭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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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야.. 잘쓰셧는데요ㅠㅠㅠㅠㅠㅠ 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께요 신알신누르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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