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늑대의 사이: 03
w. 숑숑
1. 반인반수는 일반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3. 반인반수는 주인이 있어야한다.
4. 반인반수와 인간이 결혼할 경우 자식은 100% 반인반수가 나온다.
7. 연구의 변화가 없는 반인반수는 사살 당한다.
그날 이후, 뷔와 드디어 말이 트이게 되었다. 윤기의 말로는 뷔가 인간과 대화한 건 내가 처음이란다.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더 쌓이게 되었다.
" 나 살기 싫어 "
뷔가 내게 건넨 첫 번째 말이었다. 어쩌면 이 아이는 전부터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이런 메세지를 보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인 뷔의 행동은 단지 살기 싫어서였다. 살기 싫었기에 사람을 공격했고, 반항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표현해 오고 있었다.
뷔는 나를 볼 때마다 자신을 죽여달라며 부탁했다. 더이상 이런 연구를 받기도 싫고, 이곳에서 생활을 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면서. 뷔의 행동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다. 자해를 하여 자신의 몸에 상처를 생기게 만들 거나, 심할 땐 머리를 이리저리 박으며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가 그런 행동을 보일 수록 더 교감했고,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다.
" 뷔, 오늘은 발을 다쳤네. "
" 응. 손으로 할퀴었어 "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뷔의 발등에 상처가 나 있었다. 전보다는 자해하는 상처 부위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피가 보일 때까지 자해를 하곤 했다. 상처 부위에는 바로 연고를 발라주어야 했는데 뷔는 아직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싫어했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줄 때 가루약을 살짝씩 뿌려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뷔는
" 안 먹어. "
" 약 넣은 거 다 알아. 냄새 나. "
귀신같이 알아차리고선 밥을 엎어버렸다.
어느날 구석에서 웅크린 채 끙끙 앓는 뷔를 보았다. 정말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 뷔에 놀라 얼른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뷔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는데 열이 40도를 향하여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였지만 얼마나 아픈 건지 내가 코 앞에서 자신을 만지는 것을 보고 느끼고서도 뷔는 가만히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뷔에게는 반항할, 그럴 힘조차 없었다.
" 나 너무 아파. 온 몸이 뜨겁고 기운이 없어. "
" 응, 나도 알아 뷔. 내가 얼른 약 가져 올게 기다리고 있어 "
일어나려하자 뷔가 나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 가지 마 "
" 얼른 놔. "
" 나 이제 처분 당할 수 있는 거지? "
" ... "
" 그냥 못본 척 해 줘. 아무것도 해주지 말고 이 상태로 죽게 내버려 둬 "
힘겹게 눈을 뜨고선 내게 입을 연 뷔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죽는 게 무섭긴 한데, "
" ... "
" 이제 이런 곳에서 연구를 안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 "
곧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뷔를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내가 지금 생각하는 모든 이 감정들을 뷔에게 전달하였다. 그저 온기로만. 그리고 뷔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내 감정들을 모두 이해함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 ... "
(눈치) 대답이 없네...
" 으으으음~ 부야!!! 오늘 밥 넘무 맛있다 너두 한번 먹어 봐 "
(해석본: 뷔야 오늘 밥 너무 맛있다 너도 한번 먹어 봐)
" 지미니 고양이 아닌데... "
" 야옹이인데... "
지민이는 뷔를 친구로 좋아했다. 아침 인사도 해 주고, 밥도 같이 먹고, 말도 계속 걸어주었다. 뷔와 지민은 한 공간에서 24시간을 매일 함께하였다. 처음에는 지민이를 귀찮아하며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나름대로 잘 지내는 듯 보였다. 심했던 우울증도 좋아졌고, 자해하던 행동도 멈추었다.
뷔는 변화했다.
뷔의 변화는 날이 갈 수록 연구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나만을 따랐지만 사람을 따른다는 자체가 연구원들에게는 대단한 발전이었다. 뷔의 상태가 좋아지자 연구원들은 뷔를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뷔를 다시 연구한다면 다시 마음이 닫힐 게 분명했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을게 확실했다. 그렇기에 나는 연구를 하면 안된다며 소리 쳤지만 이 잔인한 세계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뷔는 아직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완벽한 교육이 안 되어 있었고, 아직 연구를 다 마치지 못했으니까. 문밖으로 뷔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반인반수의 울부짖음은 곧 연구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지금 쯤 쇠사슬에 묶여서는 실험 되고 있을 것이다. 뷔는 반항을 할 때마다 그의 몸에 부착 된 전기 충격을 받는다.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지금 당장 들어가 뷔를 안심 시키고 이 잔혹한 연구를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난 지금 뷔를 위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뷔가 잘 버텨주기만을 신에게 빌어 볼 뿐이었다. 연구가 시작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연구실 안이 조용해졌다. 연구가 벌써 끝났나...? 10분, 20분, 30분을 계속 기다려도 안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고 조용한 정적만이 흘렀다. 나는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다.
연구소 문을 떨리는 손으로 조심히 열었다. 연구소 문을 열자마자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유리창이 깨져있었고 쇠사슬이 부자연스럽게 끊겨있었다. 이 뜻은 뷔가 케이지 안을 나왔다는 걸 의미했다. 잘못됐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았었다. 뷔는 연구원의 목을 물고 있었다. 정확히는 숨구멍을 송곳니로 찔러 넣고 있었다. 연구원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 뷔... "
" 뷔, 얼른 놓아."
생각외로 뷔는 내말을 곧바로 들었다. 목을 놓았고, 천천히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이순간만큼은 뷔가 무서웠다. 입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나를 응시하며 한발짝, 두발짝 내게 점점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벽에 다다르자 뷔는 막을 틈도 없이 내 쇄골을 천천히 피가 나도록 할퀴며 이야기 하였다.
" 선택해. "
" ... "
" 지금 나랑 같이 죽던가, "
" 날 데려가 키우던가. "
ㅡ
암호닉 계속 받습니다 ♥
다음편부터는 정국이도...! 많이 나올 거예요 (아마도)
[암호닉]
꾹화 / 쫑냥 / 혜향 / 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