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zler
(눈에 띄는 사람)
"할머니, 약 먹을 시간이야"
혼자 소란스럽게 떠드는 티비를 등지고 누워계시는 할머니는 답이 없었다. 그새 잠들으신건지 손에 있는 약봉지과 물컵을 구석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약봉지를 확인해보니 2일치가 남아있었다. 지난 달에 병원에 들려 검사를 받고 약을 타온지가 벌써 이렇게 지난건가.. 내일은 알바시간을 잠깐 빼서 같이 병원에 들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교복마이 주머니를 뒤적여봤다. 이만원, 딱 차비에다가 할머니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살 수 있는 돈이였다. 꼬깃꼬깃 잘 접어 주머니에 다시 넣어두고는 히죽 웃어보았다. 오랜만에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백현은 끝나고 바로 여기 오는거예요?"
"네? 아,네"
"근데 교복이 아닌데..?"
"아,집에 잠깐 들려요.."
그리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교에 새로오신 크리스쌤은 자주 내가 알바하는 편의점에 오신다. 학교와 가까운 편의점이라 자주 오신다고 했다. 주스,오렌지주스를 찾으신다. 매일매일. 이젠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까지 정확하게 캐치해 계산대 앞에 매일 오렌즈주스를 올려놓고 기다렸다.
"백현은 내 수업이 재미없어요? 매일 잠을 자던데.."
재미없는게 아니라..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대신해 하하 하고는 웃었다. 그리고 쌤은 먹고있던 주스를 잠시 내려두고는 내머리를 스담아주셨다.
"백현은 귀여워요"
"학생을 앞에 두시고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네요"
"난 정말로 백현이 귀여워서 그러는건데요?"
하하하, 웃더니 쌤은 뒤돌아 음료진열대로 가더니 딸기우유 하나를 가져오시더니
"백현,계산이요-"
"730원주세요"
"여기요-"
"근데 다 큰 남자가 왠 딸기우유예요?"
그리고 쌤은 피식 웃더니 우유를 내려놓고는 다시 주스를 들고서 나갔다.
"백현 줄라고 산거야- 맛있게 먹어요"
나 단거 싫어하는데... 그래도 선생님 성의를 생각해 눈 꼭 감고 우유를 마셨다. 단맛을 싫어하는 뿐만 아니라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흰우유가아닌 초코,바나나,딸기우유는 잘 먹지 못했다. 사줄꺼면 흰우유나 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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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이렇게 힘이 없어?"
"아..어떡하지 백현아..아,아아"
"무슨일인데"
쉬는시간마다 의자를 끌고 옆으로 오던 찬열은 평소보다 다운된 분위기로 말하는 꼴을 보니 걱정이 됬다. 이번엔 무슨일이길래 또 다운이 된건지
"지영이랑 헤어졌어"
"지영이?"
"사진 보여줬잖아, 이쁜애"
역시..또 여자구나 라고 목넘어 까지 나올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찬열은 잘난 외모와 다르게 여자에게 뻥뻥 차이곤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학교에서 보는 사람도 기운빠지게 축 늘어지고서는 그다음 다음날이면 다시 원래의 박찬열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러겠지 생각하고는 예의상 찬열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다음 교시는 영어였다. 종치기 2분전이다. 역시 책상 서랍에서 책3권을 꺼내 잠을 자려는 찰나 편의점에서의 쌤의 말이 떠올랐다.
'백현은 내 수업이 재미없어요? 매일 잠을 자던데..'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애로 기억되는거 아닐까 하고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이상한 기분에 오랜만에 수업이나 듣자, 하는 생각으로 다시 책을 집어넣고는 영어 교과서를 꺼내 펼쳤다. 이거 어딜 펴야하는거지
뚜벅뚜벅, 구두소리가 들렸다. 하필 깨어있는 오늘이 내가 앉아있는 줄을 발표시키는 날이란다. 그리고 내차례가 다가오자 우물쭈물 거리는 나에게 다가오는 쌤이였다. 그리고 쏠리는 애들의 시선에 이상하게 부끄러워져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백현, 몰라?"
쌤에게만 보이도록 입모양으로 '네' 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내가 돌리고 있던 펜을 잠아 교과서 위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벡현, 끝나고 나 따라와요]
"페이지가 여기가 아닌데, 그래서 몰랐던거예요?"
살짝 미소짓고서 내머리를 헝클여놓고 다시 앞으로 가는 쌤이였다. 다음으로 들려오는 하하하 거리며 웃는 애들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더 빨개지는 것 같아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쌤, 저는 벡현이아니라 백현 이라는 말만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오늘은 깨어있었네요?"
"네에"
일어서서 교무실에 있는 냉장고로가 뭔가를 꺼내오셨다. 그리고 손에 들려진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초코우유이다. 딸기우유보다 더 단 우유
"깨어 있었으니깐, 이거 선물"
"하하"
"왜 웃어요?"
"아,아니예요.. 감사합니다"
애써 미소를 짓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또 단거를 먹을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딸기우유도 겨우겨우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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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인간적으로 시련에 빠져 슬퍼하는 친구에게 주는게 어때?"
"슬퍼하기는.. 개뿔..먹을거 앞에서 눈에 불을 키네, 아주"
"너 단거 싫어하잖아!"
"응"
"줘 얼른- 주인한테 반항하는거 아니야, 우리 개새끼"
"안돼, 나한테 준걸 왜 니가 마시냐?"
"저 치사한 놈"
찬열이에기 베시시 웃어주고는 벌컥벌컥 우유를 마셨다. 아, 느껴지는 단맛에 인상을 찌푸리고 마시는데 옆에서 슬금슬금 오는 박찬열은 내 목을 탁 치는 바람에 그만 푸흡 하고 우유를 뱉어버렸다. 앞에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는 콜록거리며 박찬열을 쳐다보았다. 실실 웃는 모습이 아주 얄미웠다. 으..저 개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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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퇴서 끊어주시면 안될까요?"
"할머니랑 병원가는거니?"
"네"
"그래, 그럼 점심은 먹고 가- 조심해서 다녀오고"
"네에"
담임 쌤에게 꾸벅 인사를하고 시계를 보고나서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밥을 먹고 가라는 말이 걸렸지만 이 근처에 없는 병원이라 예약한 시간에 가지않으면 좀 많이 기다려야하므로 그냥 지금 바로 가야해야했다.
"백현..!"
급한 마음으로 뛰어가다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내이름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도 알았다. 백현 이라며 부르는 사람은 영어쌤 뿐이였으므로 분명 크리스쌤이라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거예요?"
"아, 집이요!"
"집..?"
“무슨일 있어?"
"아, 아니요오.. 저 가보면 안될까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신 크리스쌤을 뒤로하고 얼른 뛰어 반으로 갔다. 으으, 늦으면 안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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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메고 얼른 계단을 내려와 빠르게 달렸다. 눈이 내려오고 추운날씨에 얼어버린 운동장때문에 달리다 미끄러질 뻔 하기도 하며 조심조심 달렸다. 운동장을 벗어나 집 방향으로 달리는데 빵빵- 하고 자동차 클랙션이 울렸다. 그냥 차끼리 안비켜서 빵빵 하는소리라 생각하고 무시하고는 달렸다. 그리고 또다시 빵빵 거리며 울렸고, 아무생각 없이 달리던 나는 깜짝 놀라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백현..!"
차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아마도 그 차의 주인이 달려왔다. 아, 크리스 쌤이다 라고 또 생각했다. 백현이라고 부르는 건 크리스쌤 뿐이니깐..
"괜찮아?"
꽤 세게 넘어진건지 엉덩이가 아팠다. 창피해서 뭐라 말은 하지않았다. 이런 내 상태를 눈치 챈건지 쌤은 나를 안아올려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급해보여서 내가 데려다줄라고 했는데.. 백현한테 미리 말할껄 그랬나봐"
"아, 괜찮은데에"
저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았다. 다 큰 성인남자가 교복을 입고있는 남학생을 안아서 데려가는 꼴이라니.. 주위에 사람은 없지만 뭔가 쑥스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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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자 담임 선생님이여?"
"아니요, 영어 선생님이셔"
집으로 가는길도 크리스쌤의 차를 타고 가게됬다. 택시를 타고 가겠다 했지만 할머니도 계신데 데려다 주겠다며 할머니를 먼저 태우시더니 얼른 타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쌤에 못이기는 척 타게됬다고 한다.
"아이고, 키도 훤칠하고 인물이 뛰어나네-"
할머니의 칭찬에 입꼬리를 올려 웃는 쌤이였다. 그러다 침묵이 흐르고 집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를 먼저 들여보내고 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기분좋은 미소를 보이고든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쓰담아 주셨다. 나 역시 쌤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sz 암호닉으로 오미자차,치킨 님 너무 감사합니다ㅜ.ㅜ
클백 분자라 저혼자 만족하고자 쓴거였는데..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