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u - 다른 별
브금을 꼭! 들어주세요 꼭이요!
서울 너 탄 X 부산 불알친구 박지민 조각 上
- 3부작 미니 조각 시리즈 -
부산 태생이지만 근 18년을 서울에서 살아 온 나에게는 단 한명의 불알 친구가 존재한다.
아, 불알 친구라고 칭하기엔 함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으니 '이름만 아는 남사친'이라는 타이틀이 적합할지도.
아무튼, 내 단 하나 뿐인 불알 친구는 우리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 박지민. 나이, 나와 동갑인 열여덟. 사는 곳, 부산. 이 뿐인데 ...
아, 미안 미안. 업데이트가 안 된 정보가 하나 있다.
사는 곳
그가 사는 곳은 바로,
우리집이다
* * *
내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부산 분들이신데, 생계를 위해 우리가 태어나기 전 서울로 함께 이사를 오셨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부모님은 서울에 완전히 정착을 하셨고, 박지민네 부모님은 오년만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셨다.
아, 그런데 말이다.
우리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은 서로 없으면 죽고 못 사시는 분들인 사실을 내가 간과했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부산으로 내려가셨기 때문이지.
결론은 지금 박지민이 머물고 있는 우리집엔
나, 김탄소.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
왜 갑자기 박지민이 우리 집에 살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4주 전, 한가롭게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던 내게 한통의 전화가 화근이었지.
발신인
' 엄마 (하트) '
" 어, 엄마 왠일이야. "
[ 딸, 오늘 지민이 늦게 도착 한다니까 저녁 시켜 먹어! ]
" ... ? "
" 지민이가 누구야? "
[ 어머, 아빠가 말 안 해 줬니? ]
" 아빠랑 최근에 통화한 적이 없는데 .. "
[ 이 인간이... ]
" 무슨 일 있어? "
[ 왜, 있잖아. 너 어렸을 때 친구 지민이, 박지민. 아빠 친구 아들. ]
[ 기억이 나려나 모르겠네... ]
" 근데 걔가 왜? "
[ 당분간 너네 집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서. ]
[ 음, 오늘 도착한다네? ]
" 우리 집에 ...? 하필? 왜? 왜 나야? "
[ 사정이 있대, 사정이. 머물 곳이 없다길래 .. ]
" 안돼, 나는 싫어. 저어얼대 안돼! 그런건 내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결정 했어야지! "
[ ... 그런 말이 나올까 봐 엄마가 우리 딸 통장에 돈을 조금 더 넣었지! ]
[ 우리 딸 치킨 좋아하잖아, 그 정도면 치킨 두마리는 먹을 수 있을... ]
" 아니, 엄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
" 세상에 어느 집 엄마가 자기 딸 더러 모르는 남자 애랑 같이 살라고 해. "
[ 지민이가 언제부터 모르는 남자애가 됐어? 우리 딸 어렸을 때 친군데. ]
[ 아무튼 지민이네랑 그렇게 말은 끝났으니까, 집 더러우면 청소 좀 하고. 알았지? ]
" .. 이건 아닌거 같은데... "
[ 어, 금방 가! ]
[ 딸, 아빠가 엄마 부른다! 조금 이따 통화하자! 사랑해! ]
... 이렇게 된 사연이다.
이때만 생각해도 눈 앞이 이렇게나 캄캄한 데...
지금 내 눈 앞에 웃통을 까고 돌아다니는 박지민을 보고 있자니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다.
* * *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너가 갑작스레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말에 지금 내 상태는 완전 초긴장.
아니, 십삼년 동안 아무런 왕래도 없던 남자애가 갑자기 우리 집에서 살겠다고 하는데 누가 긴장을 안해.
긴장하는 게 정상이야 탄소야, 심호흡 하자.
어느덧 시계 바늘이 저녁 여섯시를 가르킬 즈음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띵동 - 하는 경쾌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물고 있던 손톱을 입에서 빼고 후다닥, 현관 문을 열어 제끼자 보이는 낯선 사내 아이.
" 안녕. "
" ...어, 안녕... "
" ... "
" ... 어, 일단 들어 ... 올래? "
가벼운 옷차림에 자기 몸집의 반 정도 오는 캐리어 두개를 끌고 온 너는 내가 들어 오라며 몸을 비켜주자
실례하겠습니다 - 하고 낮게 읊조리고는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우리 집에 들어왔다.
들어 오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 너에게 나는 황급하게 소파에 앉으라고 했고,
너는 그런 나를 한번 쓱 보더니 고개를 끄덕, 하고는 조용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
아무래도 우리 집에 온 손님이라 마실 것이라도 내 오는게 예의인 것 같아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네 시선도 자연스레 부엌 쪽으로 옮겨 갔고, 나는 오렌지 주스를 한 컵을 너에게 건네며 네 앞 쪽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너를 마주 보았다.
" 어... 나는 김탄소. "
" 내는 박지민. "
" 어, 그래 지민 .. 반가워. "
짤막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기억은 안 나지만 반가워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너에게 악수를 청하니
너는 피식, 하고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 서울 아들은 다 이리 인사하나. "
" 어어, 그건 아닌데. 아, 이상한가.. "
" 오랜만에 보니까 ... 악수는 해야 할 것 같아서... "
" 아이다, 이상하진 않은데. "
" 간지러워가. "
간지럽다는 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손을 빼내자, 너는 손등으로 네 입을 가리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악수 한번 했다고 그렇게 크게 웃는걸 보니, 간지럼을 잘 타는 아이인가..
괜히 멋쩍은 마음에 콧잔등을 슥, 긁적이고는 너에게 사과를 했다.
" ... 어, 미안! "
" 간지럼을 잘 타나 보.. "
" 하.. 아이다, 내 간지럼 안 탄다. "
" 니 진짜 웃기네... "
" 그럼 왜 웃 ... "
" 됐다. "
" 근데, "
" 니 내 기억은 나나. "
" 어? 음, "
" 기억이 날락 말락 ... "
갑작스레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더니 고작 묻는게 자기가 기억이 나냐고 묻는 박지민. 정말, 정말 미안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사실 대로 말하면 분위기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이상해질 것만 같아서 애매한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 대답을 들은 박지민은 제 앞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더니...
" 내는 니 기억 나는데 "
" 어, 어? 정말? "
" 아.. 이거 정말 미안해서 어쩌지 .. "
" 니가 내를 기억 몬 할리가 없는데 ... "
... 미안해 친구야...
아니, 근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얘랑 나랑 당장 오늘 밤부터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건데..
이렇게 넋이 빠져 있을 수는 없지.
일단 내 입장을 얘한테 당당하게 밝혀야겠어.
" 근데 있잖아... "
" ...? "
" 내가 이 말은 꼭! 하고 넘어 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인데, "
바보 김탄소. 왜 거기서 뜸을 들이고 그래! 소심해 보이잖아! 당당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아니 근데 박지민 넌 왜 갑자기 날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 보는건데, 마음 약해지게 ...
" 그 ... 나는 너가 우리집에서 머문다는 걸 오늘 알았거든. "
" ...근데? "
" 근데 나는, 그래 난 여..자고? 너는... 남자잖아? "
" 응. "
" ... 안 불편할까? "
" 으으음... 내는 괘안타."
" 아니. 괜찮다는 말로 끝! 할게 아닌 것 ..."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고는 단호하게 도리질을 해 보이자 박지민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갑자기 내 손을 맞잡았다.
응? 손을 맞잡아? 손? 손을? 내 손을? 맞잡아?
" 야, 손은 왜...! 손, 손을 왜 잡아! "
" 니 내랑 사는게 싫나. "
" 아니, 그게 아닌데 손! "
" ... 손 좀 놓고 이야기 할까 우리? "
" 싫다. 안 놔 줄끼다. "
" 어, 아.. 진짜. "
" ... 니 내랑 사는 거 싫으면, "
" 내가 나가 줄 수도 있다. "
내 손을 꼬옥 붙들고는 내가 나가라고 말만 하면 나갈 수 있다고 하는 박지민의 발언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박지민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지민도 내 눈을 지긋이 맞추고는 입꼬리를 씨익, 하고 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진짜? "
" 너 막 잘 곳 없어서 우리 집 왔다고 하던데 ... "
" 뭐, 내랑 못 살겠다 카면. "
" ... "
" 저 - 앞에 지하철 역에 신문지 많아 뵈던데, "
" 길바닥에서 생활하는 것도 ... "
" 아, 지하철... 지하철 ...?
" 얘가 얘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 노숙을 어떻게 하냐! "
" 그럼 우야는데, 니가 싫다 카면 ... "
" 내는 갈 곳도 없고 ... "
내 손을 더 꽉, 잡고는 갑자기 불쌍한 척 고개를 푹, 하고 숙이고는 개미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는 박지민을 보자니...
이런 애를 어떻게 내치냐 .. 어떻게 지하철 역에서 재워, 그게 사람이야? 하는 동정심이 물씬...
꽉 잡은 박지민의 두 손을 내가 더 꽉 잡아주며 결심했어! 하고 콧바람을 흥, 하고 불자 박지민이 숙인 고개를 들고 날 바라 봤다.
" 그래, 네가 정 그렇게 갈 곳이 없으면... "
" 한 일주일, 아니다 한 이주 정도는 같이 살아도 좋아. "
" ... 진짜가? "
" 니 방금 내 니랑 평생 같이 살아도 된다 캤제? "
" 뭐? 아니, 영원히 같이 사는 건 아니 ... "
" 니도 내 맘에 든거 맞제. "
?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당분간만 같이 살아도 좋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 어느정도만 같이 살자'를 '영원히 함께 살자'에서 또 '난 너가 맘에 들어'로 바뀔 수가 있는거지?
" 아니, 맘에 드는 건 아니고..! "
" 영원히 사는 건 더더욱 아니고! "
" 안다 가시나. "
" 농담이다, 농담. "
" ... "
" 아무튼 고맙다, "
" 그럼 일단 내 샤워부터 좀 하고 올게. "
" 어? 어, 그래. "
" 치킨 시켜 도. "
"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무 마이. "
앞으로 주먹이 올라갈 일이 늘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다소 어이가 없는 우리의 첫날을 뒤로 하고 지금은 너와 내가 산 지 4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분명히 2주만 같이 살자고 했는데 왜 아직도 같이 사냐고?
그야 .. 뭐, 딱히 남녀가 한 집에 산다고 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
아, 아니 일어나긴 한다.
일어나긴 해.
근데 나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거든.
남녀가 아니, 박지민과 한 집에 같이 살면 일어나는 일 첫번째,
박지민은 혼자서 잠을 못 잔다.
... 어떡하냐고? 내가 옆에서 자장 자장 재워줘야 하냐고?
물론 그건 아닌데, 그냥 한 방에 누가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잠을 잘 수 있다나 뭐라나.
개뻥 같기는 하다만...
아무튼 그래서 박지민은 내 방에서 잠을 잔다. 물론 한 침대는 아니... 아, 한 침대인가.
바닥에서 자라고 침낭을 휙, 던져 주기는 하는데
아침에 뭔가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면
나를 꼭 껴안고 자고 있는 박지민이 눈에 들어와...
" ... ? 뭐가 이러케 무거 .. "
" 드르렁, 드르렁... "
" ...? "
" 지져스. "
" 저기, 지민아? "
통통하게 올라온 네 볼을 꾸욱 - 하고 눌러도 깰 생각을 안 하고,
그렇다고 내 상체를 두르고 있는 손을 치우자니 힘이 없고,
이럴 때는 뭐다? 소리 지르기다.
" 야 !!!!!!!!!!! "
" 박지민 !!!!!!!!!!! "
" 우으 ...음, "
" 아 ... 왜에 ... "
물론 효과는 직빵.
" 야... 야, 너 왜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 "
" 너 분명히 바닥에서 자고 있었잖, "
" ... 아아. "
" ... 5분만, 5분만 더 자자. "
" 아니, 이 미친 5분만은 무슨. "
" 팔 치워, 안 치워? "
" 무거워!!!! "
" ... 자장 자장 ... 우리 탄소 ... "
" 잘도 잔다 ... "
살다살다 그렇게 음색 좋은 자장가는 처음 들.. 아, 이게 아니라.
이 자식이 은근슬쩍 계속 껴안고 자려고 하네 ..?
다부지게 말린 주먹을 들어 보이며 안 일어나면 때려버린다! 라고 협박을 하면서 다시 잠들어버리는 나 ...
어느 덧 다시 눈 떠 보면 박지민은 이미 양치 중이거나, 아침 밥 준비 중..
... 생각하니까 열 받네?
남녀가, 아니 박지민과 한 집에 같이 살면 일어나는 일 두번째,
스킨십이 잦다.
너무 잦다.
+
이 새끼는 시도 때도 없이 입술을 들이민다.
스킨십, 그래 스킨십.
모태 솔로인 내가 제일 어색해 하는 스킨십.
얘는 그놈의 스킨십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자연스레 어깨동무 하기, 손잡기...
뭐 이런거는 친구끼리 할 수 있다고 빙빙, 도는 정신을 꽉 잡으려 하면 ...
" 와, 니 볼 진짜 말랑하다. "
" 모찌 아이가, 모찌. "
" 모찌는 무슨.. 치워라, "
" 누나 공부한다. "
' 쪽 - '
" ????????? "
" !!!!!!!!!!!!! "
" ... 히히 "
이렇게 뽀뽀를 하고 지 방으로 튀어버린다.
.. 저 새끼는 전생에 뽀뽀 귀신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람은 애정표현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나 뭐라나.
하루는 내가 니 여친도 아니고 왜 그렇게 입술을 들이미는 거냐 소리를 빼액- 하고 지르자
박지민이 뭐라고 했는지 아냐.
" 아, 집주인이랑 뽀뽀할 수도 있는거지. "
" 거 참 - 되게 정 없네 김탄소. "
" 하, 너는 집주인이랑 뽀뽀도 하고 그러세요? "
" ...아인데? 너니까 그러는건데? "
" 아잉데? 너뉘까 그로눈곤데? "
" 지랄하고 있네, 욕구불만이면 여자친구를 사귀던가. "
" 그럼 니가 내 여자친구 함 해볼래? "
" 내 뽀뽀 진짜 마이 해 줄 수 있, "
" 이런 미친.. "
" 와, 싫나. "
" 뽀뽀 헤픈 남자랑 안 사겨요 - "
" 니한테만 헤픈거라니까? "
" 네, 다음 구라. "
" 자 -, 억울하면 니도 함 하던가. "
미친게 분명하다.
남녀가, 아니 박지민과 한 집에 같이 살면 일어나는 일 세번째,
남자는 다 짐승인게 틀림없다.
내가 살면서 남자들은 다 늑대예요, 오빠랑 아빠 빼고 다 짐승이야 - 이런 뉘앙스의 말을 듣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이 말을 내 입으로 내가 직접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유는? 당연히 박지민이지.
아니 집에 처음 들어 왔을 때는 그렇게 밝고 환하고 조용하고 나긋하던 이미지의 소유자시더니
지금 그런 박지민 어디갔나요... 거의 킬미 힐미 급 이중 인격의 소유자인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저 새끼는 변태다.
어쩜 그렇게 확신을 하냐고?
다 이유가 있다 이유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보자.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아찔하네.
* * *
서울 사는 너탄 X 부산 사는 불알친구 박지민 조각 中 편에서 계속 됩니다.
" 다음편에서 봐 자기야 (찡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