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Egg - Starry Night
브금을 꼭 들어주세요
돌싱 너탄 X 너탄을 짝사랑한 절친 김태형
없으면 죽을 것 같이 사랑하고 물고 빨고, 한 지붕 아래에서 3년동안 같이 산 남편과 어제 이혼했다. 각자 이혼 서류를 품 안에 꼭 안고 가정 법원 앞에서 쿨하게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지. 마음 같아서는 그 새끼의 정강이라도 한 대 차 버리고 지난 3년간의 시간을 저런 새끼한테 퍼 부었던 내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가정 법원이 아닌 경찰서에서 저놈을 볼 것 같아 꾹, 참았다. 우리의 3년 결혼생활의 종점은 결국 법원이구나 ... 괜시리 가슴이 찡 해지는 느낌에 우러러 높은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턱, 하니 잡는게 아닌가.
" 누구, 어? 김태형? "
" 데리러 오겠다고 문자 했는데, 또 무음으로 해 뒀지? "
" 내가 한 두번 네 연락 씹는것도 아니고 ... "
" 근데 니가 왠일이냐, 이 누님을 데리러 오겠다고 친히 발걸음을 옮겨주시고? "
" 안 데리러 오면 또 혼자서 술이나 퍼 마시고 있을까봐 데리러 왔다. "
" 역시 10년지기. 뭐가 좀 다르네. "
큼지막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으며 웃는 김태형을 한번 올려다 보고는 우씨, 하지마라! 라고 소리치니 내 어깨에 제 손을 두르며 어깨동무를 시전하는 김태형. 사실 말이 좋아 어깨동무지 사실상 김태형이 나한테 헤드락을 거는 건거나 다름 없었다. 이 능글거림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네 ... 그렇게 김태형은 제 빨간색 스포츠카 조수석에 나를 던져 두고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 어디로 가는데? "
" 우리 자주 가던 술집. "
" 가서 이 오빠한테 다 털어놓고 술 마시고 새 출발하는거다. "
" 콜, 이 누님이 무지하게 술이 땡기네. "
" 그래서 ... 동창들 중 처음으로 이혼을 경험한 소감은? "
" ... 뒤지고 싶냐. "
" 아 , 야 - ! 나 운전 중인데 주먹을 들이미는 것 좀 봐라. 막 죽고 싶지? "
" 죽고 싶은 건 니 새끼 아니고? "
" 사람 상처만 콕콕 들쑤시는데 뭐 있다니까 진짜. "
그렇게 티격태격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우리가 대학교 때 부터 자주 와서 마셨던 자그마한 술집.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가 ... 손님이 없어 한적한 게 딱 술 먹고 울다가 토 해도 좋을 최상의 장소였다. 김태형의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오뎅탕과 잡다한 안주거리, 그리고 소주와 맥주 각각 3병씩 시키자 김태형이 놀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 6병!? "
" 오늘 그냥 끝까지 가자 이거냐? "
" 야 , 다 마실 수 있어. "
" 내가 누구냐, 우리 학과 자칭 타칭 술고래 아니냐. "
" ... 너 취해서 걷지도 못하고 주정 부리면 바닥에 버리고 가도 되는거지? "
" 아이 오빠 왜 그러세요~ "
" 귀염둥이 탄소가 드리는 소주 한잔 받으세요 ~! "
주문한 음식들이 다 나오고 김태형과 아무말 없이 서로의 잔만 번갈아 채워주며 죽어라 입에 술만 털어대고 있었을까. 발갛게 상기된 볼과 살짝 풀려버린 눈을 한 내가, 아니 그보다 드디어 술기운에 봉인이 해제된 내 입이 주저리 주저리 - 그간의 서러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김태형은 내 앞에서 내가 하는 개소리들을 다 들어주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 아마?
" 아니이 - 그 새끼는 집안일에 어? 집! 자도 모르는 새끼라서 말이야 - "
" 그 새끼가아 말이야, 삼년동안 어? 딸꾹 - ! 청소에 설거지에 하는 꼬오라지를 내가 본 적이 없어요 내가아아 ! "
" .. 안될 새끼네 그거. "
" 허어 ~~ 구한날 술이나 쳐 마시고 들어오고 !! 누구는 술을 못 마셔서 안 마시냐 !!! "
" 내가 어? 너도 알다시피, 딸꾹 - ! 술고래야 술고래 !!!!! "
" ... 하여간 내가 너 그 새끼랑 결혼한다고 나한테 소개해 준 날부터 맘에 안 들었어. "
" 아이, 이 새끼는 또 뭐라는거야아 -!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들었는데! "
" 머리부터 발끝까지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고. "
" 엌, 그건 내가 엄청, 엄청나게 두꺼운 콩깍지가 씌였, 딸꾹 -! 어서 그런거지 ! "
" 그런 놈이랑 결혼한다고 데려온 너도 노답이었던 거 아냐. "
" 야! 그럼 왜 그때 축하한다고 했냐! "
" 차라리 저 새끼 조오온나 이상하니까 결혼 엎으라고 하지, 이제 와서 지랄이네 김태형 새끼.. 딸꾹 - ! "
" .... 너가 좋다는 남자니까 결혼 축하한다고 하긴 했는데. "
" 어, 했는데 - 했는데 뭐 - ? "
" 나 너 결혼식 때 존나 후회 했잖아. "
" 아 - 니가 왜 딸꾹 -! 후회를 하고 그래 .... "
" 이 누나 맘 아프게 말이야 ... 우리 태형이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판사님... "
"... 김탄소. "
" 왜에 - "
" 아, 진짜 니가 취한 것 같아서 말하는 건데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
" 아, 왜에 - 왜 부르냐구우 - 빨리 말해봐라아... "
" 너 나랑 살래 그냥? "
" 뭔 개애 - 소리 ... 으에? "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기분에 흐린 눈을 꿈뻑꿈뻑 뜨며 앞을 바라보자 마른 세수를 하고는 소주잔을 입에 털어넣는 김태형이 보였다. 그렇게 세 잔을 비우더니 결심한 듯 눈을 부릅 뜨며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김태형. 괜히 죄를 지은 마음에 술기운이 달아나지 않은 척, 아직 취한 척 가만히 입을 다물고 손만 꼼지락 꼼지락거리고 있었을까...
" 너 알잖아, 나 너 좋아한거. "
" 어...? "
" 결혼식 때는 왜 그렇게 예뻐서 .. 시발, 내 속도 모르고 ... "
" ... 야 김태형 취했냐 ... "
" 참 이런 말 하는거 아닌데, 너 그 새끼랑 이혼할거라고 나한테 전화했을 때 온 세상이 핑크빛이더라... "
" .... "
" ... 그니까 탄소야. "
" 어.. ? 어 .. 어어 ... "
" 아, 진짜 오늘 이혼한 애한테 내가 무슨 말을 ... "
" ... 어. "
" 나는 너가 전에 누구랑 연애를 했던 결혼을 했던 다 상관 없으니까. "
" 야, 무슨 ... "
" 나랑 살래 아니, 나랑 살자 탄소야. "
* * *
과거, 탄소의 결혼식 날 신부대기실 BEHIND SCENE
" ... 많이 떨려? "
" 그럼 떨리지 안 떨리냐... 나 막 걷다가 드레스 밟고 넘어지는거 아니야? "
" 그런 생각하면 진짜로 넘어진다? "
" 씨 ... 그나저나 어때, 나 오늘 신부 같아? "
" 아니, 완~ 전 못생겼어. 내가 드레스 입는게 더 예쁠 것 같다. "
" 뭐? 하 , 진짜 반박할 수가 없는 말이라서 더 화나네. "
" .... "
" .... 진짜 안 예뻐? "
" ... 뻥이야, 예뻐. "
" .. 진짜 김태형 ... 다행이다. "
" 우리 탄소 ... 결혼하지 말고 오빠랑 살래? "
" 또 개소리 한다, 결혼식날까지 신부 입에서 욕 나오게 하고 싶어? "
" 농담이야, 농담. "
" 나도 싫거든? "
" 얼씨구? 내가 살아준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살아야지. "
" ... 됐어,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탄소. "
" .. 고맙다 짜식. 너도 얼른 결혼해. 여자친구 생기면 이 누님한테 먼저 보여주는 거 잊지 말라고 엉? "
" ... 됐어, 여자친구는 무슨. 난 먼저 나가 있을게. "
" 다시 한번 축하하고... "
" .. 오늘 너가 최고로 예뻐. "
탄소의 결혼식 BEHIND SCENE
- 자, 그럼 신랑의 우렁찬 각오!를 아주 큰!! 소리로 외쳐볼까요!
" 탄소야!!! 사랑한다 !!!! "
" 사랑한다!!! 내 아내가 되어줘서 진짜 고마워!!!! "
" 내가 잘할게!!! 사랑해 !!! "
" 지랄 옆차기를 하네 ... "
탄소의 결혼식 이후, 술집에서 BEHIND SCENE
" 야, 김태형 너 진짜 취했다. 일어나라, 이모 여기 계산이요 ! "
" 형, 형 진짜 취했어요, 집에 가요. "
" 아니 ... 아니 아, 아 진짜 왜 그렇게 예뻐 ... "
" 내 속도 모르고 왜 그렇게 웃어 ... 왜 그렇게 웃어줘 ... "
" 아, 형.. 진짜 이제 그만 보내줘요 진짜. "
" 8년동안 내가 좋아했는데 ... "
" 할 줄 아는건 병신같이 축하한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 "
" 하~~~~ 나도 안 축하해 .. 하나도 안 축하해 탄소야 ... 끄으허... "
" 하 ... 김태형, 이제 잊어. 이제 걔 유부녀야, 탄소도 유부녀라고. "
" 세상에 널린게 여자다, 새로운 여자도 만나보고 좀 그래 이제. "
" 8년이면 호구지, 이 호구새끼야 .. "
" 여자 많으면 뭐해 시바알 ... 탄소는 하난데 ... "
" .... 혀어엉... 우리 형 안쓰러워서 어떡해 ... "
" 아니 넌 또 왜 울고 ... 아 ... 세상 ... "
" 김탄소가 뭐가 좋다고 8년이나 따라다녀, 지 좋아하는 줄도 몰라주는데. "
" 바라만 봐도 좋은데 ... 어으윽... 탄소 욕하면 죽인다 진짜 다 ... "
" 탄소 없이 못 살아 .. "
" 하 진짜.. 김태형 .. 미안하다. "
탄소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탄소의 남편 얼굴을 한번만 더 봤다가는 주먹이 날아갈 것 같다는 태형을 가까스로 말리고 나온 곳은 지금 탄소와 태형이 술을 마시고 있는 술집. 정국과 남준은 태형의 8년간의 짝사랑을 지켜봤던 사람들이라 말 없이 태형의 술잔만 채워주고 있었죠. 2시간 뒤, 산더미처럼 쌓인 눈물 젖은 휴지와 그 옆에서 울고 있는 김태형. 그 옆엔 후배 정국이 태형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위로해주고, 남준이 앞에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던 태형은 오늘 아주 죽어라 술을 부었고, 그리고 지금은 오열을 하면서 탄소만 애타게 부르고 덩달아 정국도 함께 울기 시작했는데요... 앞에서 마른 세수를 하던 남준은 이젠 안되겠다, 하면서 김태형의 뒷목을 탁 - 하고 쳤고, 태형이은 기절을 했더라죠 ... 그렇게 길고 긴 태형과 탄소의 결혼식 첫날밤은 깊어져만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