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파음 전체글ll조회 718l 1

아마 단편일걸요...그럴 걸요...( 이거 읽는 독자님 신기하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W. 파아란 음표






--쾅.

몸이 붕 뜨는 것 같다가 이내 차가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그저 점점 눈 앞이 언젠가 봤던 새까만 먹물처럼 점점 어둡게 암흑으로 덮어오는 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 살 이유가 없으니까.
.
.

.


눈가로 쏟아지는 환한 빛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마지막 기억은 사고였으니 병원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 병원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익숙한 천장에, 그리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통증에 의아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뭐야, 내 방이잖아. 분명 사고가 났던 것 같은데 다 꿈이었던 건지 너무 멀쩡한 몸으로 익숙한 내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책상에 있는 달력에 눈이 갔는데.

7월.

지금은 10월인데. 왜 7월 달력이 펼쳐져 있는 거지...? 다급하게 집어든 달력이 내 손을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빨리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자 10월이라기에는 무더워보이는 햇살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작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팔을 꼬집어보고 뺨을 때려보고 별별 방법을 다 사용해봤지만 통증도 그대로였고 무엇보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너무 생생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대체 왜 이 시간으로 돌아오게 된 걸까. 더 미치겠는 건 사고의 휴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로 돌아와서인지 이 시점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의 기억이 대체로 불투명하고 기억이나질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건 사고를 당하기 나는 김아미와 격렬하게 싸웠다는 건데.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해...너 그만할 때 됐어"
"니가 무슨 상관이야"
"너 지금.... 하는 거잖아"
"내가 알아서 해"
"박지민"
"..."
"박지민이 이러는 거 좋아할 거 같아? 제발...한여주 이제...어?"



드문드문 끊기는 기억 속에서도 딱히 단서가 될만한 건. 박지민. 이라는 이름 뿐이었다. 박지민....박지민. 한참을 생각해봐도 대체 박지민이 누군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날아가버린 기억 속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거. 그거 하나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었다. 박지민이라는 사람이 분명 내가 경험하는 이 이상현상의 키가 되어줄 것 같은데... 근데 대체 어디서 찾지. 흥신소라도 고용해야하나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쯤.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야, 어디야. 빨리 안 나와? 너 우리 만나기로 한지 30분 지났다. 진짜 죽을래?"
"...만나기로 했어?"
"미친 거 아니야?"
"아, 알았어. 미안해. 어디로 가면 되는데"
"집 앞 맨날 가던 카페로 와. 10분 내로 안 오기만 해봐"



통화를 마치자마자. 급히 준비를 하고 약속장소인 카페로 향했다. 나를 보자마자 저와의 약속을 어떻게 잊을 생각을 하냐고 타박을 하는 김아미에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를 할 뿐이었다. 김아미는 내가 지금 1년 후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이 정도 원망 쯤이야 내가 감수해야하는 부분이었다. 한참을 잔소리를 하다가 제 얘기를 하는 김아미의 말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박지민. 그 사람을 대체 어떻게 찾아야할지 감도 오지 않아서 김아미의 말을 대강 흘려듣다가 박지민...하고 중얼거리자. 김아미는 나를 살며시 노려보고는 또 그 사람 얘기야? 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아닌척하긴, 요새 맨날 박지민.박지민 아주 달고 살았으면서"
"...그, 그랬나?"



눈치를 보며 어설프게 마치 다 생각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김아미는 어휴. 하고 한숨을 쉬다가 입꼬리를 올리고는 살짝 웃어보였다. 너, 진짜 나한테 고마워해야된다. 이 언니가 또 어느 과인지 알아냈지. 마치 큰 일을 해낸 사람 마냥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거만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니가 너~무 간절하게 찾길래. 내가 알아봤지"



김아미에 말에 따르면, 나는 얼마 전에 캠퍼스에서 꽤 꼴사납게 넘어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웃거나 지나가기 바빴는데. 왠 남자가 다가오더니 짐을 정리해주며 내 상처를 살폈다는 점이었다. 다정한데 심지어 내 취향을 저격한 남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나를 일으켜주고는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며 가버렸다고 했다. 그나마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 때 남자의 친구가 저 멀리서 박지민, 뭐해 빨리 와. 라고 소리치자 남자가 어. 하고 대답하더니 가는 걸 듣고 이름을 확인했다는 점이었다.



*




적당히 김아미에게 장단을 맞추며 알아낸 박지민의 과 앞에서 박지민이 나오기를 한참을 기다렸다. 수업이 끝났는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박지민을 찾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는데, 과거로 돌아온 나는 박지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멍청하게 앞 뒤 안가리고 바로 찾으러 온 내가 한심해서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어? 맞죠? 그 때 그"
"...네?"
"얼마 전에 넘어지셔서... 지민이가 도와드리기도 했는데..."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다가와 환하게 웃던 남자는 제 뒤에서 냉한 눈빛을 하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기억이 나지 않는 거냐며 친근하게 굴었다.



"...아, 알아요"



그쵸? 얼마 안 됐는데.라며 베싯 웃던 남자는 박지민은 아닌 듯 해보였다. 뒤에서 조금은 삐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 남자. 저 남자가 박지민인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제가 그 때 감사해서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서 여기서 기다린거예요..."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남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뒤에 있는 남자를 불렀다.



"지민아, 이 분이 저번에 고마워서 너한테..."


박지민이라는 남자는 제 친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큼성큼 내 앞까지 다가왔다. 다 지나칠 때 나를 도와줬다길래 부드러운 인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니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냉한 표정을 한 그에 겁이 나서 눈치를 보며 살짝 올려다보자.



"괜찮아요. 그런 거 받으려고 도와드린 거 아니니까"


내 말을 칼같이 거절하는 탓에 창피함이 밀려와서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것 같았지만. 나는 을이었다. 원하는 쪽도, 필요한 쪽도 전부 나였으니까. 내가 먼저 매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럼 번호라도..."
"하..."



거절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를 묻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지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김태형 가자. 라는 말을 하면서. 아니, 저렇게 머리를 쓸어넘기면 그래. 내 취향인 건 맞는데. 아니 무슨 거절을 또 저렇게 하고 그러냐. 내 취향과는 별개로 아주 까칠한 박지민에게 그러니까...또 까였다.

그런 박지민에 당황한 건 나, 그리고 저 남자. 베싯 웃으며 먼저 말을 걸었던 박지민 친구는 자신이 더 안절부절하면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지민이가 원래는 저렇게 까칠하지 않은데...오늘,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요"
"..."


위로를 하려는 건지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던 남자는 자신의 이름은 김태형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와 펜을 꺼냈다. 잠시만요. 라는 말을 하고는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더니 내 손에 종이를 쥐어주었다. 왠 번호들이었다.



"이거 지민이 번호, 이건 내 번호. 혹시 지민이가 전화 안 받으면 저한테 하세요"



내 손에 종이를 쥐어주고는 환하게 웃던 남자는 어느새 저만치 걸어간건지 저 멀리서 김태형 안 와? 하고 소리치는 박지민에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는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나는 손에 쥐어진 종이만을 세게 움켜쥘 뿐이었다.





*




만남 처음, 아니 두번째부터 매우 심히 까칠했던 박지민에게 다가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김태형으로부터 번호를 받은 후, 먼저 문자를 보내도 짤막한 답, 그마저도 아니면 아예 답이 오지 않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저 저번에 넘어졌던 한여주라고 합니다]
[아...근데 내 번호는 어떻게...]
[친구분이 알려주셨어요]



몰랐는데 나중에 들으니 저 날 김태형은 박지민에게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김태형이 약간 과장해서 말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초반에 박지민이 내게 보였던 태도들을 생각하면 김태형의 말이 영 거짓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기...시간 있으세요?]
[보답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정말로]
[그래도...]
[괜찮다니까요. 그리고 시간 없습니다.]

.


[오늘은 시간 있으세요?]
[없습니다]

.


[오늘도 없으신가요?]
[네]

.


[오늘도...없겠죠?]
[네]

이런 패턴으로만 몇번을 얘기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하여튼 철벽인지 뭔지 나를 아주 열심히 밀어냈던 건 확실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왜 과거로 돌아온 건지 그걸 알아야만 했으니까. 박지민이 재학 중인 과 앞으로 꾸준히 찾아갔다. 나를 도와줬던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문자와 다름없이 냉랭하게 대하는 박지민에 여러번 자존심도 상하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꿋꿋이 버텨낸 이유는 비밀을 알아내겠다는 의지와 어느새 친해진 김태형이 옆에서 도와준 덕분이었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박지민을 찾아가거나 연락을 하고는 했는데. 전혀 소용이 없는 거 같다는 처음 생각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함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
"...저기, 그...안녕?"
"...반말..."
"아...저 태형이가 동갑이라고 말 놓으라고..."



처음 찾아가서 인사를 건냈을 때 박지민은 나를 의아한 듯 바라보다가 이내 반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눈썹을 살짝 올려 표정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이어지는 내 대답에 김태형을 살짝 매섭게 노려보기도 했고.



"...안녕? ...지민아"
"..."



그 다음에부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내 인사에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안녕, 지민아. 오늘도 너는 인사를 안 받아주겠지?"
"..."



매일 매일 당하는 무시에 어느정도 익숙해져가다보니 아예 인사를 안 받겠지. 라는 멘트는 그냥 수식어구처럼 자연스레 뒤따라붙게 되었다. 사실은 그 말은 그래도 약간의 죄책감을 유발하는지 그 말을 들은 박지민은 꼭 내 표정을 슬쩍 살피고는 해서 더 그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건 아니지만.

딱히 대답을 하지는 않더라도 김태형 덕에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붙어있는 친구와도 같은 사이가 되었다. 매번 연락하고 찾아가고 밥도 같이 먹고. 그걸 생각해보니 그렇게 붙어있는데도 대답 한번 제대로 안하던 박지민이 새삼 대단하건 같기도 하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안녕, 오늘도 인사 안 받아줄거야?"
"...응"
"...어? 대답 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말 한마디 없던 박지민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답은 해주기 시작했다. 인사가 되돌아온 게 아님에도 나는 무언가 큰 일을 해낸 것 마냥 자랑스러워지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안녕 지민아. 오늘은 받아줄거지?"
"아니"


그 다음부터는 뻔뻔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사조차도 눈치보고 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거나. 아니면 저 멀리서부터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기도 했다.



"박지민. 오늘도 안녕"
"...안녕"
"...뭐? 너, 너 지금 인사한거지? 인사했지?"
"어...그게 뭐, 별거라고...호들갑이야..."



처음으로 들려온 인사에 놀라서 한참을 되묻자 박지민은 저도 머쓱했는지 한 손으로 제 뒷목을 잡으며 쑥쓰러워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주체없이 차오르는 행복감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끌어안았다. 내게 안녕이라며 인사를 건낼 때도 쑥쓰러운지 못내 고개를 돌리며 작게 헛기침을 하던 박지민은 내가 저를 끌어안자 놀란 듯 어...어 거리다가 나를 제 품에서 확 떼어내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서 손을 떼고 뒤로 천천히 멀어지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넸다. 내 태도에 화가 나 있을 거 같아서 박지민의 얼굴을 살폈는데.



"너...너는 무슨 그렇게 갑자기 막, 어? 좀..."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오히려 당황한 것 처럼 보였달까. 어쩐지 볼이 살짝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거 같기도 했고. 가만, 저게 화난건가...?




*




그렇게 인사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어느새 박지민과 나는 아무렇지않게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되어있었다. 전보다는 한결 편안해진 사이는 분명 좋았지만. 박지민과 지내면 무언가 생각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 추측과는 달리 딱히 무언가 특별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뭘까...박지민과 내가 과거로 돌아온 이유. 분명히 연관성이 있는 거 같은데. 한참을 생각에 빠져 괜히 바닥을 발끝으로 걷어차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툭 쳐왔다.



"뭐 해?"
"아, 지민아"
"왜 넋을 놓고 있어? 바보같이..."



한번씩 이런 생각에 잠기면 쉽게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자꾸만 사고가 나던 순간이 눈 앞에 아른거렸고 내가 미래로부터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계속 떠오르고는 했다. 사고의 순간을 떠올리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몸이 저절로 긴장을 했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여러번이었다. 두려움에 표정이 어두워지고 한껏 우울감에 빠져있게 되기도 했다. 초조감과 불안감이 뒤엉켜 나를 잠식해갈 쯤. 계속 나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피던 박지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여주야, 기분 안 좋아?"
"...아니야"
"아니기는...표정이 이렇게 굳었는데"



바닥을 치는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박지민은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려고 하며 고개를 숙여 제 눈을 내게 맞추었다.



"우리 여주가 기분이 왜 안 좋지? 왜일까?"
"..."
"여주야-. 너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줄까? 그러면 좀 기분 좋아질 거 같아?"



그 차가운 냉기를 폴폴 풍기던 박지민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제는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때아닌 잔망스러운 애교를 부리는 박지민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거지. 내가 아무리 머리싸고 고민해봐도 어차피 안 되는 거. 그냥 자연스레 생각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 한편에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은 기분에 미소가 지어졌다. 싱긋 웃으며 박지민의 팔을 잡아 끌고는 말했다. 



"아이스크림 두개 사줘. 콜?"
"콜"




*




"너 열 있지. 어디 아파?"
"아니라니까"
"근데 왜 요새 박지민 피하는 건데"
"뭐...뭘 피해. 그냥 좀 바빠서 그런거지"
"바쁘긴 퍽이나 바쁘다 니가"
"..."
"아...나 박지민이 자꾸 뭐라한다고 너는 어디다 팔아먹었냐고 귀찮아. 같이 가자 어?"
"안 돼..."



아까부터 계속되는 김아미의 재촉에도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김아미는 대체 뭐가 문제냐며 싸웠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계속해서 물어왔지만 나는 그런 거 없어. 라는 말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답답하다는 듯 나를 보던 김아미는 짜증을 내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난 이제 박지민이 어떻게하든 못 말린다"



그 말을 끝으로 신경질이 난 것을 온 몸으로 표출이라도 하듯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나선 김아미에 콧웃음을 쳤다. 김아미를 박지민이 말렸으면 말렸지 지가 박지민을 말릴 일이 뭐가 있다고.



이렇게 김아미가 짜증을 냄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지민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박지민을 좋아하게 되버렸으니까.

처음에는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목적으로 다가가 온갖 자존심 상하는 일과 망신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박지민에게 들이대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때는 사심이 조금도 없었기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었던거고. 요새는 박지민이 나를 조금만 챙겨도, 다정스레 말을 건네기만 해도 주체없이 빨라지는 심장을 제어하는 게 힘들었다. 박지민은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그렇게 대하는 걸텐데 혼자 설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과거로 돌아와버렸듯이 언제 갑자기 미래로 돌아가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이 세계에서 언제 갑자기 사라져버릴지 모르니까. 내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기에는 두려웠고 미안했다. 내가 생각해낸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서 박지민이 어떤 행동과 말을 하더라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일 같이 하던 연락을 줄이고 학과 앞으로 만나러 가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피해다니기까지 했다.

쌀쌀했던 첫만남 이후로 지금만큼이나 연락하지 않고 만나지 않았던 건 처음이라서 김아미도 김태형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물론 박지민에게서도 연락이 오긴했지만 무슨 일이 있냐고 나를 재촉하고 저들이 먼저 안달이 나서 난리치는 두 사람과는 달리 제법 차분하고 이성적인 반응이었다.




고 생각한 건 내 착각이었다는 며칠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오랜만에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약속도 없어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누구세요. 소리를 치며 문을 열었다. 박지민이었다.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문을 닫으려고 문을 당겼는데 이미 알아채고 먼저 문을 팔로 고정시킨 박지민에 문을 닫으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 말도 없이 눈치만 보는 나를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박지민은 한참을 답답한 듯 앞머리를 쓸어넘기다가 물었다. 화난 게 있냐고. 소리 없이 고개만 좌우로 저어보이자 한숨을 내 쉰 박지민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여주. 너 나 이제 싫어? 안 볼거야?"
"...아니"
"근데 왜 그래"
"아니...그냥 너 귀찮잖아. 매번 연락하고 만나는 거. 그래서 횟수 좀 줄인 거 가지고...그래"
"왜 줄이는 데. 횟수"
"..."
"나는 너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데 왜 니 마음대로 줄이냐고 횟수"




순간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박지민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하씨...라며 제 머리를 털어넘긴 박지민이 내 눈을 똑바로 맞추었다. 올곧게 나를 향해 있는 눈과 마주치자 나는 움직일 수 없는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미동도 할 수가 없어서 그저 눈만 깜빡거렸다. 



"나 너 좋아해"
"...어?"



갑작스레 들리는 고백에 나는 눈만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기만 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박지민은 푸흐- 하고 살풋 웃더니 내 볼 한쪽을 살살 쓸어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우리 사귈까? 한여주"



분명 거절해야된다는 걸 알고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긴장한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던 박지민은 내 끄덕임을 보고 활짝 웃었다. 망했다. 이럴거면 애초에 나는 박지민을 왜 피해다닌 건가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어서 고개를 푹 숙이며 자책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내 두 볼을 제 양손으로 감싸 안은 박지민은 내 눈높이에 맞추어 제 고개를 기울여 짧게 입을 맞추고는 나를 끌어당겨 제 품에 넣어 감싸안았다.



"아, 미치겠다....왜 이렇게 귀여워"

라는 말과 함께. 그래 이왕 저질러진 거 원없이 내 마음을 표현하자. 후회하지 않을만큼 좋은 시간들을 보내자. 그렇게 다짐을 하며 나도 박지민의 허리에 손을 감싸올렸다.




*



그렇게 시작된 연애는 생각보다 휠씬 달았다.


 

가끔씩 쌀쌀하게 나를 대하던 때의 얘기를 꺼내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하다고 한참을 사과를 건넸다. 

박지민의 벽을 깨고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늘 다정하게 말을 건내왔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거나 화가 나더라도 상처주는 말을 하거나 그 자리에서 싸우지 않으려하며 우선 분노를 누르고 차분히 얘기를 하고는 화해했다.


언젠가는 지나가듯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 날 저녁에 갑작스럽게 먹고 싶다는 아이스크림과 간식거리를 사다가 내 품에 안겨주기도 했다.
이따끔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할 할때면 내가 먼저 티내거나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걸 어떻게 먼저 알고서는 나를 달래려고 창피하다며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도 않던 애교를 잔뜩 보여 결국 내가 미소짓게 만들었다.
통화를 하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한 밤중에 만나러 온 적도 있고 밤새 통화를 하다가 다음 날 아침 잠에 들어 하루 수업을 통째로 날려버린 적도 있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을 빈틈없이 달달하게 채워주었다. 

불안함으로 이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을만큼 그 만큼 우리의 시간은 행복했다.




[공원 앞에서 기다릴게. 천천히 나와. 봄이라도 아직 쌀쌀하니까. 따뜻하게 입고]



지민이의 문자를 보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어폰을 챙기려 책상에 다가갔다가 달력을 바라보자 어느새 3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내가 과거로 돌아온지 9개월이나 지나있었다. 이제 4개월 쯤 남았나 시간 되게 빠르네. 더 이상은 사고를 생각해도 두렵지 않았다. 내 옆에 이제는 지민이가 있으니까. 또 알고 있으니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고작 몇개월만에 나를 이렇게 바꿔놓은 지민이와의 9개월 동안의 관계를 생각하자 살짝 웃음이 새어나왔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마무리로 지민이가 선물한 향수를 뿌리려고 집어들었는데 순간 향수가 손에서 미끄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향수병이 산산이 부서졌다. 달큰한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한번에 쏟아지는 향이 너무 달아서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다. 급하게 향수 조각을 치우고 쏟아진 향수를 닦아내었다.

예정에 없던 향수를 치우느라 약속시간보다 늦을 것 같아 더욱 발걸음을 서둘렀다. 빠르게 공원으로 가기 위해 평소 이용하던 사거리 길이 아니라 그 옆의 골목길을 이용해 걸어갔다. 삐용삐용. 골목을 빠져나와 공원으로 가는 길에 눈 앞을 지나가는 구급차가 눈에 띄었다. 구급차는 사거리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사거리를 바라보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게 사고라도 난 듯 싶었다.



"...어떡해. 많이 안 다쳤어야 하는데"



왜인지 사거리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한참을 사거리쪽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약속장소인 공원으로 향했다. 늘 그랬듯 웃으면서 나를 반겨줄 거라고 생각했던 지민이가 없었다. 좀 늦나? 연락 없이 늦은 적이 없던 지민이였던지라 의아함은 들었지만 사람이 한 번 쯤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오면 어떻게 놀릴까 생각하면서.



"아...왜 안 와...진짜. 연락도 없고"



기분좋게 기다리던 것도 잠시 한참 시간은 흐르고, 문자에도 답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박지민에 화가 조금씩 차오르던 참이었다. 기다린지 어느새 한 시간이 되어갈 때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지민이인가 하고 화면을 바라보자. 기대와는 달리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김태형이었다. 가뜩이나 저하된 기분에 기대까지 무참히 깨뜨린 김태형의 전화를 퉁명스레 받았다.



"왜? 나 지금 기분 엄청 안 좋거..."
"...한, 한여주..."



전화기 너머로 느껴질만큼 바들바들 떨리는 김태형의 목소리가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다고. 불안감이 내 온 몸을 감싸왔다. 뭔가 불안했다.



"여주야...박지민이...지민이가..."



나는 우는 건지 숨이 차는 건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는 김태형이 말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손에서 폰을 떨어뜨렸다.




신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 가장 알고 싶은 비밀을 가장 알고 싶지 않은 순간에...




그렇게나 알고 싶던 과거의 기억들이 머리 속에 채워지는 만큼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쏟아지는 기억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에서는 구멍이라도 난 듯 눈물이 멈추지 않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이번에도 너를 살리지 못했어.




미안해.

미안해. 지민아...




제발 딱 한 번만, 단 한 번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는...그 때는.






-------



안녕하세요

수능이 5일 남은 고3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글 쓴게 한 달전인데...자꾸만 들어오는 수입료에 죄책감이 들어서

시간 날 때 끄적여놓은 글들 중에 하나를 들고왔습니다. (독방에서 본 분들도 있을 건데...모두 모른 척 봐주세여...)

(+ 뒷부분이 더 있기는 했던 거 같은데... 쓰다보니 제 필력이 딸리는 관계로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싶습니다.)


빼빼로 데이 기념이기도 하고! (그런 것치고 내용이 어두운 점 사과...)


일단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저도 그렇고 또 다른 고3독자님들도 그렇고 모두 우리 잘 봐서 웃으면서 다시 봐요...제발


수능만 끝나면,

제가 저질러놓았던 글들을 아주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특히, 성적과 연애의 상관관계라던가, 상관관계라던가...


이 글은 조금 제가 창피해서 언제 삭제할지 모른답니다... 그럼 가볍게 봐주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으아ㅠㅠㅠ욀캐 슬퍼요
6년 전
독자2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한번만 제발요ㅠㅠ
6년 전
독자3
그럴 것 같더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흐이ㅠㅠㅜㅜ넘 슬프잖아여ㅠㅜㅜㅜㅠ
6년 전
독자5
이 글 진짜 기다렸어요 !!! 진짜 너무 재밌는데 그러니까 자까님 뒷부분 꼭 이어주세요 꼭 ㅠㅠ 기다리겠습니다요
6년 전
독자6
태형
6년 전
독자7
헐 작가님 ㅜㅜㅜㅜ와 진짜 대박.. 아.. 말도 안돼ㅜㅜㅜㅜ 이건.. 너무ㅜㅜㅜ 슬프네요 진짜.. 여주가 지민이를 살리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왔는데 그걸 기억 못 하고 다시 또 보내버린거네요ㅠㅠ 진짜 맘 아프다.. 글 대박인걸요 부끄러워하지마세여ㅠㅠ 짱이십니다요
6년 전
독자8
아..안돼..ㅠㅠㅠㅠ사실 구급차나왔을때부터 뭔가 불안했은데유ㅠㅠㅠㅠㅠㅠ지미나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9
흐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0
와.... 아니... 헐 ㅠㅠㅠㅠㅠㅠ 작가님 ㅠㅠㅠㅠ 아 진짜 너무 슬퍼요 ㅠㅠㅠㅠㅠ 진짜 다시 한 번만...... 안 돼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 흐허어ㅠㅠㅠㅠㅠ
작가님 수능 힘내서 보시고 꼭 웃으면서 다시 봐요!
다음 글 기다릴게요!

6년 전
독자11
할.....
이게 과거라니....ㅠㅠㅠㅠ 진짜 말도 안돼ㅠㅠㅠ 하필 이럴때 생각나는거야 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2
여주는 사고 전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서 지민이의 사고를 몰랐던 건데..그저 자신의 사고만 생각하고 있었을텐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떠오르는 기억들이 야속하기만 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그 뒷 이야기들이 엄청 궁금해요ㅜㅜㅜ
6년 전
독자13
지민이 살려주세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지민이 시점에서 쓴 글도 보고 싶고 둘이 알콩달콩하다 나중에 지민이가 알게 되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막 그른데 ㅠㅠㅠㅠㅠㅠㅠ 단편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파음
와...이걸 대체 어떻게 찾으셨나요? 제가 글 안 쓴지 꽤 된 거 같은데...
6년 전
독자14
예전에 읽으려고 별쪽지 해놨던 건데 쪽지가 밀려서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어요...😅
6년 전
파음
그런 기능 처음 알았네요! ㅋㅋㅋㅋ 제 글을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6년 전
독자15
저야말로 안 지우고 남겨두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15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36 1억 05.01 21:30
나…3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5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34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42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19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4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7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20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5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2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4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22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8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22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7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5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5 워커홀릭 12.24 01:07
전체 인기글 l 안내
6/16 13:56 ~ 6/16 13: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