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너, 평범하지 않은 나
글,잎련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
황민현은 여전히 내 옆을 차지해 앉아 있었고, 옹성우라는 남자는 여전히 황민현과 나를 번갈아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왜 우리 셋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이며, 왜 아무 말도 없는지, 왜 누구 하나 움직이지도 않는지 모든게 물음표였다. 그때 황민현이 내가 마시던 커피로 손을 뻗었고, 그 손을 제지하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넌 여기 왜 앉아있는거야?"
"..지갑 주려고."
"줬으니까 가도 돼."
"..."
"가도 된다니까?"
오늘따라 얘가 왜이래. 내 말은 잘 듣던 황민현이, 가도 된다는 말이 똑똑히 들렸을텐데도 꿈쩍을 안 한다. 설마 옹성우라는 사람 때문에 그런건가. 내가 이런 추측을 한 이유는, 아까부터 황민현이 내 앞에 앉은 옹성우라는 남자는 계속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선이 느껴지긴 하는건지 옹성우는 싱긋 웃으며 나만 바라보고 있다.
"사장님은 '전'남친분이랑 굉장히 친하신가봐요."
"알고 지낸 세월이 몇년인데, 당연하죠. 그치 이름아."
옹성우가 유독 '전'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하는 게, 나와 황민현의 사이에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그건 황민현도 마찬가지였는지 함께한 '시간'을 강조하며 더욱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남자들끼리의 기싸움인가? 둘다 웃고는 있지만, 입으로 나오는 말들에는 상대방을 공격할만한 가시가 박혀있다.
"그래도 다 지나간 시간들이니까요 뭐. 그렇죠?"
"그럴리가요, 지금도 같이 보내는 게 시간인데."
"앞으로는 제가, 사장님이랑 같이 보내려구요."
"네?"
"사장님한테 관심 있습니다."
끝없는 반복이다. 옹성우는 여전히 나를 보며 말하고, 황민현은 옹성우를 보며 그의 말을 끊어내듯 대답을 한다. 그러던 중 옹성우의 고백같은 말에 당황해 네? 하는 대답을 하자, 아까의 그 미소를 띄우며 관심 있습니다. 하고 마음을 전해온다. 갑작스러운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내가 아니라 황민현이었다.
"그건 내가 싫은데."
"그쪽분이 무슨 상관이실까요?"
"제가 이름이 좋아하거든요."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조금 느낌이 다르긴 했다. 서로의 마음을 의도치 않게 알게 된 두 남자는, 아까보다 더 살벌해진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왜 내가 자리를 피해야될 것 같지..? 타이밍 좋게 울린 핸드폰을 확인하자, 진상 손님 가셨다며 얼른 오라는 성운오빠의 연락이었다. 큰 고민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두 남자의 시선도 나에게 옮겨졌다.
"어디가?"
"일하러."
"아, 잠시만요."
황민현이 약간 커진 눈으로 어디가냐 물었고, 자켓을 툭툭 털며 일하러 간다고 답했더니 옹성우가 잠시만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뚝 선 모습을 보니 새삼 키가 크구나 싶다. 황민현도 키가 큰 편인데 둘이 비슷할 것 같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옹성우는 나에게 명함을 하나 건넨다. 그 명함에는 파란 지붕의 그림과 경호 옹성우 라고 쓰여있었다.
"..경호원이에요? 대통령?"
"네. 나름 공무원입니다."
오.. 새삼 달라보인다. 내가 놀란 눈치를 보이자 은근 뿌듯해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해서, 살짝 웃고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원래 명함은 주고받는게 예의인데, 성운오빠에게 독촉전화까지 와서 급히 먼저 가볼게요! 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하여간 오빠는 성질도 급해.
"어어 나 다왔다 들어간다!"
야 빨리와- 하는 소리만 계속 하던 성운오빠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전화를 끊는다. 하여간 내가 사장인지 오빠가 사장인지 모르겠다. 저렇게 급 버럭버럭 하는데 키가 비슷해서인지 그냥 귀엽다.
"오늘 안경 썼네?"
"너가 쓰라며."
"응. 바보같아서 귀여워."
"아 야!!"
마른 수건으로 컵을 닦다가 장난스러운 내 말에 또 버럭한다. 역시 하성운은 놀리는 게 제맛. 아유, 귀청 떨어질라. 오빠를 뒤로 하고 라운지를 둘러보러 갔다. 다행히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삼촌들이 없어서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다시 성운오빠에게 다가가 아까 왔던 진상손님에 대해 물었다.
"아까 누구 왔어?"
"예전에 그, 너 한참 찾던 덩치."
"아. 성깔 드러운 삼촌이구나."
"그 놈한테도 삼촌이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냐?"
따지고 보면, 그 삼촌은 가품을 가지고 거래하려다 나 때문에 무산된 사람이니 친근한 명칭으로 부르기엔 좀 그런 감이 있었다. 잡히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고. 다른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식겁하며 겁이 안 나냐고 물어오지만 워낙 흔히 있던 일이라 위험불감증이 생겨버린건지 아무렇지도 않다. 여태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황민현이 알아서 잘 처리해줬기도 하고.
"에이 괜찮아. 맨날 황민현이 다 치워줬어."
"이번에도 해준대?"
"..."
역시 팩폭 장인답다. 그만큼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고보니 아직 황민현에게 그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까먹은건가.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있겠나 싶기도 했고. 태평한 내 태도에 오히려 성운오빠가 역정이다.
"됐어됐어. 괜찮아."
"넌 진짜 겁이 없냐!"
"그렇게 걱정되면 나 집에 좀 데려다 주던가?"
절로 미안. 소리가 나오게 하는 표정이다. 참내, 누가보면 정말 못 할 소리라도 한 줄 알겠다. 오빠 그렇게까지 정색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봐. 아..미안. 야 넌 또 뭐야! 한참 성운오빠와 투닥거렸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바에는 항상 잔잔한 분위기만 가득해서 지루하다. 그나마 오빠를 놀려먹는 시간이 즐겁다.
"아 드디어 마감..!"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매니저님?"
어느새 마감시간인 새벽 2시가 다가왔고, 손님들도 서서히 나가는 중이다.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함이 몰려온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듯 한 성운오빠에 시비를 걸자, 나 지금 예민하니까 건들지 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본다. 나도 한 성격 한다면 하는데, 이상하게 예민미 가득한 오빠에게는 그 성격을 잘 내세우질 못하겠다.
"나 먼저 갈게!"
"내일은 일찍 와라!"
성운오빠에게 힘차게 인사를 하고서 밖으로 나오니, 어김없이 어두컴컴하다. 이렇게 어두운데도 밤을 즐기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반쯤은 정신을 놓은 듯한 사람들을 뒤로 하고, 얼른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차도 별로 없어 금방 도착했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 화장을 지우려는데 귀신같이 황민현에게 전화가 왔다.
"어. 왜."
'집 들어갔어?'
"응."
'그래. 얼른 씻고 자.'
황민현은 내가 바를 언제 끝내고 언제 집에 들어오는지 귀신같이 알고 매일 집에 잘 들어왔는지 묻는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머리를 묶었다. 얼른 씻고 자라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선 끊으려는데 황민현이 다급히 나를 부른다.
'이름아!'
"응."
'너 그.. 아까 그 남자한테 연락 했어?'
"그건 왜?"
왜 궁금하냐고 묻자 아 뭐.. 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황민현이다. 사실 황민현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내가 굳이 그 물음에 대해 답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 좀 너무한가 싶다가도, 그럼 끊을게. 하는 황민현의 목소리에 응 하고 입을 다문다.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어, 화장을 지우며 함께 지워버렸다. 아직은 깨닫고 싶지 않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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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제가 사실 1화를 올릴 때까지는 남주를 못 정했는데, 드디어 어제 정했습니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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