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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Begin Again _ 01 | 인스티즈

Begin Again

1

w. 휴먼








"어, 그러니까…."

"…."

"나랑 사귀자."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사겨라 짝, 사겨라 짝. 캠퍼스 한가운데에 서있는 남녀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 중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지랄하네. 공개 고백이 제일 민폐라는 것도 모르나 저년은. 발그레한 볼을 하고서 슬쩍슬쩍 웃어보이는 귀여운 여자애 앞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한 손을 청바지 주머니에 꽂고있는 전정국이 서있었다. 수줍어하는 그 여자애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면서. 아이들의 환호가 잦아들 때 즈음, 전정국은 마스크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에이, 설마. 아니지? 설마.





"미안."





 그렇지. 내가 왜 전정국이 저 여자애를 찼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기분은 좋으니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황한 여자아이의 두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슬슬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새어나고 있었다. 그러게, 왜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할 일을 자초해선. 쯧쯧, 혀를 차며 뒤돌아 그곳을 뜨려 했을 때, 이어지는 전정국의 말에 등을 돌린 상태로 걸음이 뚝 멈췄다.





"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

"미안하다."





 …뭐가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 누가, 전정국이? 잔잔하던 바다에 폭풍이 휘몰아치듯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하는게 느껴졌다. 잠자코 둘을 지켜보던 이들 마저 귓속말을 한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다시 뒤돌아섰을 땐, 또렷한 전정국의 눈동자와 커질대로 커진 내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놈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었다. 그래서 걔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그런데 그 애는 내가 싫단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나를 거절하며 개망신을 줬다. 이 상황에서 난 같은 그 놈이랑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해서도 그 자식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렇게 창피한 꼴을 맛보고도 그 놈한테 더 떨어질 정이라도 남아있을까?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대답은 정해져있다. 당연히 그럴 일 없지. 세상에 깔린 게 남자고 대학에 널린 게 남잔데 왜 굳이 그 한놈을 순애보마냥 바라보고 있겠냐고. 전정국도 똑같은거다. 그래, 아쉬워하지 말자. 네가 찼잖아 미친년아.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나는 방금 내가 본 장면과 똑같은 일을 겪었다. 그 귀여운 여자애 역할은 전정국이었고, 여자애를 시크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전정국 역은 나.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전정국이 나한테 사귀자고 매달렸을 때가 있었다는거다. 그때도 학생들이 온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구경하고 있었지, 학교 뒤뜰에서 마주보고 서있는 전정국과 나를. 나 너 좋아해. 사귀자. 수줍게 미소짓는 녀석의 눈동자에 무표정한 내 얼굴이 담겨있었다. 


 그때의 전정국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외모부터. 고등학교 때에는 동그란 안경을 끼고 교복도 적당히 줄인 핏이 아닌 통 큰 아빠 바지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그리고 항상 정독실에 짱박혀 책만 보는 공부벌레였다. 수능때 미끄러져서 원하지 않는 우리 학교로 오게 됐지만, 뭐 아무튼. 성격도 내가 보기엔 많이 바뀐 거 같다. 내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쭈뼜대던 놈이었는데, 이젠 나를 아주 쌩까다 못해 가끔은 한심하단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괜히 걔 얼굴보기가 찔려서 착각하는 걸 수도 있다만. 


 그 쑥스러워하는 얼굴에 나는 대놓고 침을 뱉었었다. 난 싫은데? 정중한 태도도, 미안해하는 말투도 아니었다. 엄청 딱딱한 어조에 인정하기 싫지만 녀석을 약간 비웃는듯한 모션을 취하기도 했던 것 같다. 팔짱을 끼고서 도도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내 앞에서 전정국은 괜히 뒤통수만 멋쩍게 긁어댔다. 난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놈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원래 이런 건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하면 안 되는 거야. 내 긴 손가락이 창문마다 가득차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훑고 지나가자 놈의 귀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그런 그를 등지고 돌아서던 내 마지막 모습까지, 몇 년 전 일이 너무도 생생히 기억나 오히려 내가 더 미치겠다. 





"생각해보니까 나 진짜 나쁜년이었네…."





 난 더 이상 전정국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아니었다. 이젠 놈이 나를 끔찍해한다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나를 쳐다보던 눈빛도 그랬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야,라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화살을 날린 것이다. 난 또 거기에 찔렸으니 이렇게 그 자식 생각만 또 되풀이하고 있는거겠지. 그래, 나를 싫어하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누가 그런 취급을 받고도 바보같이 헤실거린단 말인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이제 와서 이러는거다. 그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말쑥해진 외모에 이젠 여자애들이 알아서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며 난 입술만 깨물어댈 뿐이다. 그런 놈을 마주칠 때마다 나를 외면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 깊게 느껴지는 건 미안함이 아니다. 그 감정이 후회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꺾어마시면 벌칙주 한 잔 더어!"





 하, 이 짓도 한두 번 해야 그나마 재미라도 있지 밤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대체. 우리 과는 그냥 '애주과'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술과 연이 아주 깊은 학과다. 정확히는 선배들이 그 인연을 억지로 이어붙여 가려는 거지만. 마지못해 술잔을 쥐고 울상이 된 1학년 새내기들만 죽어나갈 뿐이다. 그 중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내일 또 창백한 얼굴로 교수님을 만나뵈게 되겠구나. 암울한 눈빛으로 내 앞에 놓인 폭탄주를 내려다봤다. 이 수분에 내 말짱한 정신을 팔아넘겨야 한다는 사실보다 더 좆같은건, 당장 마주보고 앉아있는 전정국이다. 그 많고 많은 과 애들 중에 하필 얘랑…. 과거 일이 아직도 너무 미안해서 놈 얼굴을 못 보는게 아니다. 그냥, 그냥 너무 부담스러울 뿐이다. 번번이 이렇게 얼굴을 맞대야할 상황이 올 때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녀석과 난 제대로 눈을 맞출수가 없었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어떤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지 그걸 알게 되는게 너무 무서워서.





"자, 내가 왕이다아! 7번! 7번 누구야. 원샤앗!"





 아 시발. 여기서 한 잔만 더 마시면 이대로 갈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이미 알딸딸한 상태로 접어든지라 잔으로 향하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안 마시면 또 존나 지랄할게 뻔하니 그래도 꾸역꾸역 밀어넣어보려고 하는데 꾸물거리는 내가 답답한건지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넣고 마이크삼아 사회를 보던 선배가 버럭했다.





"뭐야! 못 마시겠다는거야? 뭐, 흑기사 붙여줘어?"





 흑, 흑기사요? 눈알을 또르르 굴리니 다들 애처로운 내 눈빛을 피하고만 있었다.





"내가 왕이니까 내가 흑기사하라믄 해야대!"

"…."

"야 거기! 7번 마주보고 있는 검은색 후드티! 잔 들어."





 헉, 시발. 비틀거리면서도 꿋꿋하게 전정국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선배를 황당하게 쳐다봤다. 얘보고 지금 내 흑기사를 하라구요? 퍽이나 좋다고 하겠네요.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봐가며 전정국을 힐끔거리니 다행인건지 뭔지 표정에는 딱히 변화가 없다. 입술을 한 번 앙 다물다 말 뿐. 그래도 녀석의 두 팔은 꿈쩍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진한 밤색 눈동자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 나는 깨달았다. 그냥 내가 마시고 뒤져야겠구나. 그래, 오늘 하루쯤이야 정신줄놓고 달리는것도 나쁘진 않지.





"야아! 검은색 후드 너 흑기사 하기 시러? 안 할 꺼야?"





 하겠어요, 얘가? 전혀 진전이 없자 하나 둘 지루해하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대로 가다간 나만 더 민망해질 것 같아 눈 딱 감고 잔을 집어드는데, 차가운 내 왼손 위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





 순식간에 내 손에서 잔을 뺏어든 전정국은 내가 말릴 틈도 없이 그 독한 술잔을 말끔히 비워냈다. 녀석의 목울대가 울렁거리며 우리 주변에 앉아있는 몇 명은 추임새를 넣어댔고 곧 텅 빈 잔이 테이블 위로 올려졌다. 뭐,뭐라고 해야하냐.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하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멀뚱멀뚱 앞만 보고 있었더니 손등으로 입가를 슥 닦던 전정국이 더 진득한 눈을 하고서 나를 주시했다.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그 눈빛에 기가 죽어 난 고개를 숙여 멀쩡한 내 두 허벅지만 내려다보게 됐다. 언제쯤 난, 전정국의 저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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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2.188
재밌어요!!!담편 너무 기대되욮ㅍㅠㅠㅠ
6년 전
독자2
대박... 정국이는 무슨 생각이고 어떤 감정일까요 신알신하고 다음 글도 읽으러 올게요!
6년 전
독자3
신알신 했습니다 ㅠㅠㅠ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흐긓ㄱ
6년 전
독자4
재밌어요.. 신알신하고 갈게용 ㅎㅎ
6년 전
독자5
너무재밌어요...신알신하고갑니당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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