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은 02
W. 月夜
백예린 - 우주를 건너
“내가 당연히 침대 아니에요? 우리 집인데, 내 집인데?”
당연히 잠들기 전에 침대로 향한 내 눈은 놀라서 동공이 커지고 말았다. 거기 제 침대인데요. 왜 님들이 침대 가지고 싸우시는 거예요. 싸우고 있는 김태형과 전정국이 내 말에 아차 싶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해도 침대는 내 거야. 나머지 둘, 남준 오빠와 지민 오빠는 그냥 바닥에서 자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지 이불을 깔고 누워 있었고.
“이름아, 오빠는 침대 없으면 못 자는데?”
“바닥에서 잘만 자는 사람이 무슨. 형, 나야 말로 침대 없으면 못 자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둘 다 바닥으로 간다, 실시. 여기 내 침대, 오케이?”
둘을 밀치다시피 바닥으로 밀어버리곤 침대에 누워버렸다. 내 침대인데 무슨.... 나로 인해 바닥으로 간 둘이 날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뭐, 뭐, 내 침대라니까. 둘의 눈빛을 무시하고 그냥 옆으로 홱 누워버렸다. 그제야 그 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나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리며 바닥에 깔린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몇 분 안 지나서 들리는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다시 등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자 서로 안고 자더라. 침대에서 몸만 일으켜 앉아 잠을 자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될 것 같다.
“잘 자네, 아무것도 모르고. 그나저자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으려나….”
근데 사랑이라. 내가 사랑에 빠져야 저들이 결혼을 할 수 있다니, 그건 또 무슨 조건인지. 아, 진짜 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한테 일어난 건지. 일단 잘생긴 남자들을 마주하는 건 내 눈 건강에는 좋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는 나였기에 걱정이 컸다. 무작정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생각은 일단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떤 기분인지 그런 건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심하게 깊어가는 밤의 하늘을 바라봤다. 고민이 많은 날에만 더럽게 달이 밝다. 내 마음도 모르는 주제에.
"일단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재미있는 추억만 만들어 주고 싶네."
황궁에서만 겪었을 일들 말고, 내가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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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늦게 일어나는 건지, 내가 그나마 일찍 일어난 건지.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네 명의 남자들을 바라봤다. 일단 아침이라도 뭘 먹여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으로 머리를 묶고 대충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찾아봤다. 진짜 혼자 살아서 그런가, 먹을 게 별로 없네.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을 때 잠긴 목소리 하나가 들려온다. 필시 박지민의 목소리다. 뒤를 돌아 그를 보니 눈을 비비며 나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 뭐 하는 거야?"
"깼어요? 좀 더 자요, 아직 일러. 아, 나는 아침이라도 하려고요, 일어나면 배고프잖아. 근데... 먹을 게 없어서 마트 가려고요."
"아, 어, 그래."
"좀 더 자요, 피곤해 보이네. 마트 다녀올게요, 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 아이스크림."
아, 진짜 귀여운 면도 있으시네. 고민하다가 말하는 게 아이스크림이라니, 황자님 귀여운 매력도 보았으니까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지갑을 챙기고 신발을 신자, 박지민은 나한테 자리에 누우면서 한 마디 더 한다. 그 말은 더 귀여웠고, 은근 기분 좋게 만들기도 했다. 아, 좀 귀여운 오라버니 가진 느낌이랄까.
"김이름, 그... 다음에는 나랑 마트 같이 가."
마트에 다녀와서 이것저것 많이 산 것 같다. 아, 지민 오빠가 사 달라고 한 아이스크림은 덤으로. 내가 배스킨라빈스까지 가서 이것저것 많이 담느라 하프갤런을 샀다. 대학생의 가난한 지갑에서 하프갤런은 얼마나 큰 지출인가, 싶으면서도 맛있게 먹을 황자들 생각에 기분이 좋아셔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집에 돌아왔더니 아직도 잘 자고 있는 네 명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빠르게 아이스크림은 냉동실로. 다른 식재료는 냉장실로 다 채우고 김치와 밥, 날치알을 꺼내서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오랜만에 하는 건데... 맛 괜찮겠지. 이 생각을 하고 열심히 만들고 있었을까, 한 명씩 서서히 맛있는 냄새에 일어나더라.
"다들 일어났으면 한 명씩 씻으시고, 밥 먹을 준비해요. 그리고 오늘 다같이 회의할 거니까 모이세요."
내 말에 네 명 다 벌떡 일어나서 씻을 준비를 하는데, 좀 귀엽더라. 이러다 사랑 말고 모정 생기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면서 볶음밥을 그릇에 담고 상을 펴서 각각 하나씩 놓아 주니 딱 알맞게 차는 상에 좀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제일 먼저 씻고 나온 김태형이 내 뒷모습을 보고 한 마디 던지는데, 그게 왜 낯부끄러운지.... 아, 몰라. 나 남자들이랑 이렇게 있어 본 적도, 있어 볼 생각도 안 했으니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아, 너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부인 같다. 꼭 신혼집 같아."
... 그런 말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라고요, 님아.
"얼굴 붉어진 건 같은데, 오빠한테 반하면 시집 각?"
어휴, 그냥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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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겠다니까…."
"됐다니까요, 오빠는 가만히 있는 게 세상 도와주는 거나 다름없어요."
밥을 다 먹고 설거지도 당연하게 내가 했다. 내 뒷모습을 바라보던 황자들이 나한테 자기들이 하겠다면서 오는 걸 간신히 막았다. 마지막까지 자기가 하겠다면서 칭얼거리는 김태형에 됐다고 하니, 전정국과 박지민은 꺄르르 웃었고 김남준 또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는지 큭큭거리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웃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설거지를 끝내고 상 앞으로 모여서 대충 규칙을 정하자는 의미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러니 종이와 나를 번갈아서 보는데, 뭔가 강아지 같달까. 하마터면 머리 쓰다듬을 뻔.
"규칙 정하자고요, 우리 집 같이 사는 동안. 일단 나는 대학생이라 학교 다니니까, 일어나는 시간이 매일 달라요. 집 오는 시간도 다르고, 이건 알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네 명을 보고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아침은 대충 내가 해 놓을 테니까, 일어나면 데워서 먹으면 돼요. 아, 내가 과제가 좀 많은 과라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건 이해해 주고요. 또 씻는 순서는 오빠들이랑 정국이랑 알아서 정하고. 그리고 침대는, 음, 주말에는 내가 비워 줄게요. 두 명씩 침대에서 같이 자요, 토요일이랑 일요일 나눠서. 그러면 한 달 동안 침대에서 자는 건 똑같으니까. 이걸로 협상 어때요."
침대라는 말에 김태형과 전정국의 눈이 반짝였다. 저렇게 침대가 좋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 내 말에 네 명은 다 끄덕이면서 협상을 하자는 말을 하더라. 종이에 대충 협상할 내용을 쓰고, 주머니에 늘 가지고 다니던 인주를 꺼내들어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으니 다들 나를 뭐 하냐는 시선으로 바라보더라. 뭐긴요, 계약이지 이게. 펜과 인주, 종이를 주면서 얼른 이름이랑 인주 찍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남준 오빠부터 순서대로 이름을 쓰고 인주를 찍더라. 마지막으로 전정국이 날 보더니 인주 찍기 전에 나한테 뱉은 말은 소리를 지르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이거 찍으니까, 혼인신고 하는 느낌인데. 형들 인장만 없었으면 너랑 나랑 혼인신고 하는 거랑 다름없는데. 아쉽네. 다음에는 같이 찍으러 가자, 구청으로."
"아, 전정국!"
사람 설레게 하지 말라고요, 저 심장 터져요. 아침부터 폭격 오졌다니까, 진짜. 얼굴이 붉어져 소리지르는 내 모습을 보며 샐쭉 웃으면서 인장을 찍는 전정국까지. 진짜로 평범했던 나와 네 명의 황자들의 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사담
폭풍 업로드! 양이 좀 적어요, 그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빠르게 빠르게 업로드하고, 얼른 새로운 작품도 연재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얼른 얼른 남주를 찾아서 가 봅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ㅁ^
그리고 웬만하면 에피소드 형식으로 짧게 짧게 이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