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은 03
W. 月夜
효린 & 키썸 - Frutiy
"우와, 진짜 예쁘다."
지금 내가 온 곳은 어디냐 하면 대한민국 황실이다. 황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다들 현운궁이라 칭했고, 현운궁에 황자들을 따라서 오게 되었다. 실은 어쩔 수 없이 끌려서 온 거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예쁜 곳 구경하게 해 줬으니까 그걸로 만족.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예쁘다, 예쁘다 이 말만 연신 내뱉고 있었다. 예전에 살던 한옥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인테리어는 더 말할 것 없이 최고의 운치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나를 구경시켜 주던 황자들이 날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뻐? 나는 잘 모르겠던데. 오히려 이름이 네가 사는 더 집이 더 좋더라."
"남준 오빠, 그거 진짜 이상한 말인 거 알죠. 어떻게 여기가 안 예쁘다고 할 수 있지? 응?"
그래, 오빠는 여기에서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이거예요. 아, 갑자기 회의감 들고, 어? 일단 울고 봅시다, 내 눈아.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더 큰 건물이 날 반기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문이 열리더니 뉴스나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황제가 내 눈 앞에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고개를 숙이자, 옆에서 날 보며 웃는 네 명의 황자들이다. 나는 여기 처음 와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 그래? 울컥하는 눈으로 남준 오빠를 쳐다보자, 싱긋 웃으면서 인사를 드린다.
"황실 첫째, 아버지께 인사 드립니다. 여기는 저희랑 같이 지내는 김이름 씨입니다."
"아, 그, 저 김이름이라고 합니다."
남준 오빠의 소개에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를 하자, 웃으면서 고개를 들라는 말에 1차 심쿵. 그리고 얼굴을 들었을 때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 2차 심쿵. 아, 역시 황제님... 제가 한때 팬이었을 정도 잘생기셨군요. 넋을 놓고 바라보자, 남준 오빠의 말이 옆에서 들리는데 그게 더 부끄러울 수가 없다. 아, 진짜 그런 말 좀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았으면. 제가 외간 남자들한테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니까요. 물론 이런 건 말 안 해서 모르겠지만.
"마치 시댁에 부모님 뵈러 온 느낌이네, 너랑 나. 쟤네들 말고, 결혼은 나랑 할까? 오빠는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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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저녁까지 대접하겠다는 황제와 황후의 말에 이름이는 손사레를 치며 사양했다. 둘 다 너무 아쉽다는 눈빛, 아쉽다는 말투로 이름이를 보내기로 했다. 황제와 황후는 네 황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 먼저 나가 있으라는 말에 이름이가 먼저 나가고, 황제와 황후는 네 명의 아들들을 바라봤다. 이름이 어떻냐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왕자님들, 김이름이라는 아가씨는 너희 마음에 드니? 어떤 것 같아?"
황제의 노골적인 질문에 네 황자가 이름이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했다. 아직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냐니, 약간은 혼란스러운 질문이었다. 황제와 황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너무 부담갖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이만 나가도 좋다는 말에 정국, 태형, 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음을 옮겼지만 지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 황후가 지민을 보면서 할 말이 남았냐는 말을 전한다.
"지민아, 뭐 할 말이라도 있어? 그렇게 생각에 잠긴 표정 오랜만에 보네."
"…그, 김이름에 대한 생각이요."
"응, 그 아가씨는?"
지민은 황후의 말에 잠깐 망설이더니, 배시시 웃으며 대답을 했다. 황후와 황제가 오랜만에 보는 지민의 웃음이었다. 아, 그 여자가 우리 아이들을 웃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지밀의 말에 마음을 놓았다. 이름과 네 아들들 중 누구나 사랑에 빠져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네 아들들의 선택은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둘의 입가에도 웃음이 만개했다, 한겨울의 벚꽃처럼.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건 알겠어요. 우리 넷의 아픔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여자란 것을요. 우리 보고 웃어 달라고, 웃는 거 예쁠 것 같다고 말해 준 사람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더는 안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건 꼭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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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이렇게 오래하는 걸까, 싶을 때 문을 열고 네 명의 황자가 나왔다. 집에 가자는 말을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넷을 보고 뒤를 따랐다. 그러다 갑자기 멈춘 발걸음에 뭐지? 이런 생각으로 바라보자 지민이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더라. 갑자기 이 모션 뭐지요, 좀 설렌다. 발걸음을 옮겨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밖을 바라봤다. 까맣게 물든 도시를 비추는 빛이 오늘따라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왜일까. 잡다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 집에 도착해 있었고, 우리가 내리자마자 그냥 빠져나가는 차에 매정하다는 생각도 좀 하긴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긴장이 풀려버렸다.
"으아, 오늘 진짜 황제 폐하 뵙고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너무 긴장한 거야?
"그건 아니구, 너무 잘생기셔서. 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생겼지."
내 말에 갑자기 네 명의 황자들은 토라진 듯한 느낌을 보내는데, 이거 왜 질투하는 느낌이냐. 아, 진짜 강아지들 같다. 근데 그거 아시나요, 그대들도 잘생겼다는 걸.... 내가 그래서 아침마다 일어날 때 눈호강을 한다니까요. 그 모습에 웃어 주곤, 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자 내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자 지민 오빠가 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더라. 그렇게 바라보면 제가 또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오빠. 제 심장에 무리가 옵니다. 일단 말이라도 걸어 볼까 싶어서 질문을 던졌다.
"왜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우리는 안 잘생겼어?"
"아, 오빠. 진짜, 그렇게 물어보니까 강아지 같다."
조심스레 자기들은 안 잘생겼냐며, 못생긴 거냐며 물어보는 지민 오빠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황자들 매력이 이렇게 넘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요, 오빠가 그렇게 물어보니까. 당연히 네 명 다 잘생겨서 나 처음에 무슨 일인가 싶었잖아요."
"… 정말로?"
"지금도 이렇게 잘생긴 얼굴 들이미시면 제 눈이 좋아라 하고 있는데, 거짓말일 리가 없잖아요."
"근데 이름아, 오빠 이렇게 쓰다듬어 주면 위험해. 그리고 우리 이름이도 가까이서 보니까 예뻐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데, 미쳤다. 아, 선생님... 저 오늘 잠 다 잔 것 같은데요. 아, 네 명 다 사람 설레게 하는 것에 선수구나. 나 오늘 왜 이렇게 많이 설레냐.
- 사담
거의 두 명씩 나눠서 쓸 것 같아요. 에피소드는 태형이 정국이, 남준이 지민이 이런 식으로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구,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4화 올리고 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