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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M/임영민]1%의 사랑법 A
A
부산에 도착하니 예전의 모습은 거의 사라진 듯했다.
부산의 번화가는 서울만큼이나 북적였지만 내가 살던 동네는 도시에서 조금 많이 떨어진, 그런 곳이었는데 이젠 그곳마저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나를 반겨주는 건 빛나는 건물들뿐이었다.
이 도시의 사람들도 서울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고향보다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냥 어디 놀러온 느낌, 여름이 지난 후 커진 파도에서 나는 소리보다는 도시의 경적소리가 시골 같던 이 도시를 채웠다.
하지만 바다의 특유의 향기가 어서 오라는 듯이 코 끝을 스치고 있었다. 다 낯설어도 하나만큼은 낯설지가 않은 이곳, 내가 살던 동네라는 걸 하나라도 표현해주고 싶었나 보다. 이 낯선 도시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이곳 부산에 도착했다.
*
그게 시작이자 마지막이었을까, 임영민은 나에게 그 말을 한 뒤로 전혀 낯간지러운 말을 꺼낸다거나 날 그때처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저 일상적인 대화들, 공부는 뒷전인건가, 점심시간이면 어딜 간건지 넌 나가고 자리에 없었다. 농구를 잘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같다. 그래서 그렇게 키가 컸나봐- 아무튼 그 발언이후 나만 신경쓴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던 건 말을 할수록, 대화를 하며 느낀 건 괜찮은 아이구나 싶었다.
너의 거친듯한 억양에서는 어느 욕도 들리지 않았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친듯한 너의 친구들 속에서도 유독 빛나 보였다.
"뭐 여자친구 있겠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마음의 소리가 영어 단어를 외우다 영어 단어를 중얼거리던 내 입에서 이 말이 입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다행히 쉬는 시간이라서 아무도 안 들은 것 같았다. 여자친구가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시끄러워도 모두가 공부를 하던 특별했던 오늘의 분위기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진짜 누가 보면 임영민이 나한테 고백이라도 한 줄 알겠네, 너무 신경쓰이고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 너무 도끼병 환자 같다. 처음 본 남자애를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 걸까 괜스레 죄책감이 들었다.
*
다음날 아침, 역시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제일 힘들다.
오늘은 한 3시간 잤을까, 잠이 항상 부족한 대한민국의 고3이기에 아니 물론 언제나 잠은 부족하다,12시간을 푹 자도 졸릴 것 같은 오늘도 나의 숙명으로 안고 살아간다. 오늘따라 더욱 피곤하고 쌀쌀한 등굣길, 대문을 열었다,
집 앞에서 오늘따라 안 묶이는 신발끈과 오랜 사투를 끝내고 일어서는데 거짓말 같게도 내 눈앞에 임영민이 서 있다.
" 너가 왜 여기 있어? "
" 지나가던 길인데 그냥 네가 보여서 "
" 근데? "
" 그냥 어차피 가는 길인데 같이 가면 좋잖아- "
와 이게 바로 남녀공학의 묘미..인가. 아 뭐래, 남자 사람 친구와의 등교는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라 그냥 어색하게 둘은 걸었다. 어색하면서도 말이 끊이지 않는 게 신기했다. 할말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 대구는 어때? "
" 그냥 너~무 더워 미칠 것 같아 지금 9월이잖아, 대구는 다 반팔입고 다녀, 또 겨울은 얼마나 추운지,, "
그냥 일상적인 대화 속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중이었다.
*
버스 안, 생각보다 한적한 버스 안이었다. 우리 학교 애들은 타려면 한참 남은 정류장 개수였고, 우리 동네엔 애들이 안사는건가- 버스엔 직장인,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둘이 타고 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점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았다.
" 저기, 전화번호 좀 주라, "
딱 봐도 성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날 향해 물었다. 교복 입은 게 눈에 안 보이는 걸까, 그리고 갑자기 하는 반말부터 참 어이가 없었다. 누가 보면 10년간 알고 지내던 옆집 아저씨인 줄 알겠네,
" 아, 죄송해요 제가 아직 학생인데- "
그 말을 하고는 임영민쪽으로 몸을 돌려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다시 나를 불렀다. 그 남자의 도를 넘는 언행과 행동은 멈출 줄 몰랐다.
" 괜찮아~ 남자친구 없지? "
" ,,,,,아뇨- 남자 친구 있는데요? "
" 에이 너무 없는 거 티나는데? 그러지말고 좀- "
안 그럼 자기가 전화번호를 주겠다며 내 손목에 손을 대려는 순간 표정이 굳어진 네가 말없이 남자를 향해 내 앞을 가로섰다. 싫으면 싫다는건데 계속 권유하는 그 남자는 밀을 통 알아먹지 못했고, 순간적으로 그런 상황이 닥쳐버리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얘에요, 제 남자친구 "
엎질러졌다, 물이, 드디어 미쳤다. 성이름, 어떤 생각으로 그런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엎질러진 그 물의 결과는 갑자기 나타나서는 무슨 남자친구냐며 비아냥대는 남자였다. 짜증나고 한편으로는 또 겁이나 말도 차마 안 나왔다. 무슨생각으로 그랬는지, 덥석 임영민의 팔에 팔짱을 끼웠다.
큰 실수를 했기에, 아니 해버렸다. 그래 나 편하자고 해버렸다. 기분 나쁠 임영민을 생각해 얼굴을 쳐다보았다. 상황판단을 끝낸 임영민이 너무 어정쩡한 내가 좀 웃겼는지 나를 보며 한번 웃더니 " 성이름, 이게 뭐야ㅋㅋㅋ " 라고 나를 보고 살짝 속삭이고는 다시 그 남자를 쳐다보고 누가봐도 어색하게 낀 듯한 팔짱을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자기 옆에 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조금은 떨리는 갈 곳 잃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 싫다는데 왜 말을 못 알아먹어요, "
임영민의 한마디에 쪽팔리다는 듯, 말이 없던 남자가 마침 내릴 곳이 었는지 다행히 그냥 버스에서 내려버린 남자였다.
너의 굳은표정과, 엄청 강한 경상도억양을 그날, 처음 들었다.
너무 당황했는지 의사선생님만 들을 수 있었던 내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다. 심장이 터져버린다는 표현은 이날을 위해 만든 건가, 여전히 맞잡은 두 손에서도 심장이 뛰고 있는 듯했다. 초가을에 버스기사 아저씨가 히터를 틀어놓은 것처럼 덥고 카페인을 많이 먹은 것 같은 지금,
피곤한탓에 5분정도 늦게 나온일도, 신발끈이 안묶이던일도 그저 작은 일에도 이유가 있었던 걸까. 아침잠이고 뭐고 유난히 피곤했던 오늘, 잠은 다깼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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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