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해효 썰 1~4 햇님이♥ |
1. 부제 [지호야 어디가]
야? 어따대고 반말이야. 현관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신발끈을 묶고 있던 지호가 귓가를 때리는 지훈의 걸걸한 목소리에 슬쩍 뒤를 돌아봤다.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체 드러누워서는 리모콘을 들고 의미없이 같은 채널만 몇십번째 돌리고 있다. 어휴..할짓 없는 백수. 쯧쯧 혀를 차는 지호의 야릿한 입매를 쳐다보던 지훈이 표정 없이 기계적으로 입만 움직였다.
어디가냐고. 어떻게든 말을 돌려 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지훈의 말에 살짝 쫄아 움찔한 지호가 더듬 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너 그놈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 들끓어오르는 화를 꾹참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호를 협박하던 지훈이 티비 전원을 껐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린다는듯 누워있던 몸을 일으 켜 앉아 지호쪽으로 돌렸다. 신발끈을 마저 묶고있던 지호의 분주한 손이 뚝 멈추고 얄쌍한등이 잠시 굳었다. 고민 고민 또 고민을 해봐도 대답은 한가지.
작게 욕을 읊조리다 식탁의자위에 걸려있던 파란색 패딩 조끼에 팔을 끼워넣고는 급하게 집을나섰다.
2. 부제 [쟈가운 부산남자]
"한해야.. 나 잠깐 어디좀 나갔다오면 안될까? "
"누구 만날라카는데."
..지..호.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꺼내 그대로 꿀꺽꿀꺽 삼키던 한해가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레가 들려 콜록였다. 뭐라카노! 신경질적으로 패트병을 채소칸에 밀어넣고 눈썹을 일그러 뜨린체 재효를 바라보던 한해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폭발할듯이 변했다.
이글이글 타버릴듯한 시선에 재효가 티나지 않게 은근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뭉게지는 발음으로 열심히 항변하기 시작했다.
우스꽝스럽게 올라갔다. 참으려고 노력을 해도 요정같이 생긴 예쁜이가 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뜨고 반짝이는데 그누가 안좋아할수 있겠을까.
아이 씨발 진짜.. 나오는말은 험하기 그지없으면서 아이러니하게 입은 웃고있는 한해를 유심히 관찰하던 재효가 이때다 싶어 단단한 어깨에 손을 올렸다.해야아 응? 이번 한번만이야. 진짜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자연스레 뒷목에 둘렀다.
"지금 니 끼부리는 기가."
몰라 한해는 가까이 다가온 재효의 뒷머리칼을 부드럽게 쥐고 입을 맞췄다. 간간히 혀가 섞이고 춉춉 거리는 소리가 텅빈 집안을 가득 메웠다. 서로의 코끝이 마주닿고 조금만 고개를 틀면 더 진한 키스를 할 수 있는 각도에서 재효가 한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놀러가게 해줘."
같이가,그럼. 인심써줬다는듯 한해의 단호한 목소리에 안그래도 큰눈을 더 크게 뜨고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재효.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휘파람 까지불어대며 방으로 들어가는 한해의 건들건들한 폼새를 아니꼽다는듯 바라보다 곧 시무룩해져서는 핸드폰을 들어 자판을 꾹꾹 눌렀다. 지 호야, 망했다.
3. 부제 [피자먹고 싶다]
을 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되려 안재효가 어디있냐며 버럭 화를 내는 지훈을 볼 수 있었다.
미쳤어 진짜? 여기가 어디라고 따라와! 지호가 씨발씨발 욕을 하는 지훈의 입을 억지로 틀어 막았다. 점심시간 손님이 바글바글한 식당에서 차마 소리를 지를 수는 없어서 작은 목소리로 큰 모션을 취하던 지호가 웬 남자 옆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는 재효를 캐치하고 행동을 멈췄다.
그런 지호의 시선을 눈치챈 재효가 소심하게 손을 올려 살짝 흔들었고, 차가운 음료를 잡고있던 한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쪽은 남친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자꾸 가만히 있는 우리 지호 불러내고 그러는 거에요? "
었다. 으아아어어엏..하내야.. 어무커 뜨거..
늘어난 치즈를 입에 잔뜩 걸고 어버버거리는 재효에 지호가 한심하다는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티슈를 몇장 뽑아 몸을 일으켜 재효의 입술에 묻은걸 거칠게 닦아 냈 다. 팔푼이도 저런 팔푼이가 없지. 입에 그런걸 묻히고도 암것도 안하고 있냐?
불만스레 중얼거리는데 의자 쿠션에 받히고 있던 반대손을 꽈악 움켜쥐는 아릿한 느낌. 지훈을 돌아봤더니 표정이 가관도 아니다. 니가 왜 재 입을 닦아주고 있어. 난 안보 여? 어? 대놓고 바람핀다 이거냐?
샐러드를 퍼올리던 사람들이 굵직한 목소리에 하나둘씩 지호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힐끗 힐끗 쳐다보기 시작했다.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미친놈아, 제발 공공장소에선 자 제하라고. 입모양으로 열심히 전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아직도 분이 가지시 않는지 씩씩 거리며 피자를 입안에 구겨 넣었다.
그냥 멀쩡하게 셀러드를 떠먹고있던 지호에게 불똥이 튀어 버렸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나? 하는걸 재효가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고 대꾸했다. 그럼에도 맘에 안 든다는듯이 지호를 노려보는 한해.
한해와는 언더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라 이런 상황이 어색하기만한 지호였다. 재효랑 이어준것도 자신이었고, 욱하는 성질에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생각은 들지만 서운 함이 밀려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진짜. 그만해 한해야. 왜그러는데- 금방이라도 포크를 지훈에 얼굴에 던져버릴것 같은 한해의 포스에 옆에 앉은 재효만 고생이었다. 재효가 어깨만 잡고있지 않았으 면 아까라도 튀어나가서 멱살을 잡을 태세였으니 말 다한셈.
조온나 짜증나 표지훈. 시발놈아. 분위기를 이런식으로 만들어 놓은 자신의 애인을 죽어라 흘겨 봤지만 , 눈치없이 콜라만 쭉쭉 빨고 있으니 한없이 올라오는 짜증에 지호 가 지훈의 노란 뒤통수를 퍽소리나게 후러 갈겼다.
다음? 다음에 또보겠다고? 돌았구만 ! 이를 으득으득 갈며 발버둥을 치는 지훈의 목덜미를 움켜쥔 지호가 피자집을 나가는것으로 1차전이 끝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