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엘을 본 켄은 잠시 머리가 아찔해짐을 느꼈다. 신전을 오기 전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미카엘을 만나는 것 이였는데. 켄이 한숨을 쉬며 무거워지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켄이 생각치 못 한 또 다른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위태로운 혁의 뒷 모습을 흘끗 바라본 켄이 혁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뒤로 이끌었다. 아마 혁이 나선다면 일이 바로 잡을 수 없이 커지리라. 켄이 고개를 바로하며 천천히 라지엘에게 걸어갔다. 대천사 라지엘을 한낱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해야만했다. 주먹을 쥔 켄의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켄을 바라보는 라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켄은 전혀 싸울 생각이 없어보였다. 라비가 상상했던 전개와는 굉장히 다른 전개였다. 자신을 보자마자 덤벼올거라 생각했던 어린 두 꼬마는 전혀 싸울 태세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라비가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들어오는 걷잡을 수 없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생각들에 라비가 헛움음을 지으며 눈을 떴다. 지금 제게 걸어오는 켄과 조용히 서 저를 바라보는 혁의 머릿 속에는 오롯이 엔만이 가득차있었다. 엔이 제게 부탁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직은 보고싶지 않아요. 어느새 켄은 바로 제 앞까지 걸어와있었다. 마주한 켄의 눈동자가 올곧았다. 라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눈을 감았다. 미안해.
"오른쪽 다섯번째 방."
지금 라비가 마주한 두 명은 누구보다도 진실해보였다. 악마에게 진실이라, 라비가 벙쪄 자신을 바라보는 켄에게서 몸을 돌려 다시 신전 안 복도로 걸어갔다. 아마 홍빈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엔, 잘 부탁해. 복도로 걸어가는 라비의 목소리를 들은 켄의 눈동자가 작게 일렁였다.
아직도 누워 울고 있을 엔의 방 문을 잠시 쳐다보던 라비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엔에게는 저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홍빈에게는. 얼마안가 보이는 홍빈의 방문 앞에 라비가 몸을 세워 문고리를 잡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던 홍빈이 끼익, 하고 열리는 제 방문의 조심스럽게 고개를 올렸다.
제가 있었다. 라비가 마주친 홍빈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멍하게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지는 라비를 보던 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여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정쩡하게 웃으며 뒤를 돈 켄이 혁을 바라보았다. 혁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긴장에 차 있는 모습이였다. 혁에게 말 해봤자 정답이 나올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켄의 어정쩡했던 미소가 지워졌다. 그리고 곧 기대감이 녹아있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모든 곳을 파헤치는 것 같던 라비의 눈이 떠올랐다. 묘하게 믿음이 가는 눈이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게되는 눈이였다. 그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가자, 엔 보러."
긴장하던 혁의 표정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켄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 안에 혼자 남겨진 엔은 가만히 제 자리에 홀로 서 있었다. 단 한치에 빛도 용납되지 않는 이 공간은 이 곳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좁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들어 주위에 물건을 만져보려 허우적댔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잡히는 건 싸늘한 공기 밖에 없었다. 발을 움직여 이 곳을 돌아다녀볼까, 하기도 했지만 발 밑으로 보이는 끝 없는 어둠은 엔 자신이 지금 바닥 위에 서 있는지 어둠 속에 혼자 떠 있는건지조차 헷갈리게 하였기에. 한 걸음 나아가면 끝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엔은 차마 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 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엔의 떨리는 목소리가 알 수 없는 이 공간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들이 보고싶니?
엔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만이 엔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에요? 어디 있는거에요? 엔이 또 다시 시작된 정적에 두려움을 느끼고 다금하게 물어보았다. 누군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웃음소리가 어두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엔의 눈에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엔이 제 두 귀를 막으며 필사적으로 제 눈을 감았다.
내가 누군지 기억하잖니, 나의 엔아. 그새 우리의 약속을 잊은거니?
엔이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엔의 동공은 초점이 맞혀져있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후들거리는 다리가 지금 엔이 느끼는 공포를 생생하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엔의 앞에 엔의 몸집보다 훨씬 큰 눈이 나타났다. 그 눈은 당장이라도 엔을 잡아먹을 듯이 뚫어져라 엔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과 마주한 엔의 눈은 가득 겁에 질려 차마 그 시선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혹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묘하게 웃음이 담겨있는 그 말에 엔의 눈의 한 순간 크게 띄어졌다. 엔과 마주하고 있던 큰 눈이 느릿하게 한 번 눈을 깜빡이니,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수만개의 눈이 어둡던 공간을 가득채워 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엔의 온 몸의 소름이 돋았다. 엔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엔의 몸이 끝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괴이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엔은 그제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우울하니까 글이 안써지네요ㅠㅠㅠㅠㅠ재미없어서 구독료안걸었어요ㅠㅠㅠㅠㅠㅠ미안해요ㅠㅠㅠㅠㅠ
노래도 그냥 듣고 있던 노래 넣었어요ㅠㅠㅠㅠ글이랑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
글이랑 어울리는 브금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ㅠㅠㅠㅠ얼른 고치겠습니당
미안하고 사랑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