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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정재현] Paper Tiger, Scissors Rabbit (Re:3 | 인스티즈 

 

 

 

 

 

 

 

 

 

 

Paper Tiger, Scissors Rabbit 

w.문달 

  

 

 

 

 

 

 

 


 

D의 시선  


 


 


 

 


 


 


 

 


 


 


 

 


 


 


 

 


 


 


 

 


 


 


 

나한테 쪼는 모습은 희열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오물이 튀긴 것처럼 기분을 더럽혔다. 그래서 나보다 약한 애들을 못살게 괴롭히며 한심하게 여기는 걸 취미 삼아 잘했다.  


 


 


 

 


 


 


 

아버지 경쟁 회사인 티와이의 끔찍이 아끼는 장남이 다른 데도 아니고 일반 인문계에 진학하려 한다는 말이 들리면서 아버지 역시 나를 같은 곳으로 보내셨다.  


 


 


 

뒤에서 따라가기를 싫어하시면서 나를 거기로 등떠미는건 뭔가.  


 


 


 

그렇게 꿍얼거리며 억지로 입학한 곳이 그 학교였다.  


 


 


 

 


 


 


 

이태용은 실제로 별로 접촉할 기회는 없고 웬 가냘픈 토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생긴게 딱 토끼같아서 장난으로 너 존나 토끼 닮았다 했더니 애가 뜰 수 있는 크기의 최대로 동공을 확장하길래 뭔가 싶어서 어흥, 장난을 걸었다. 있는 힘껏 움츠리는게 꽤 흥이 났다. 지루한 하루의 반복 속에 유일한 오락이었다,그 토끼는. 알고보니 진짜 토끼 맞고.  


 


 


 

 


 


 


 

정재현은, 중학교부터 같이 다녔었다. 나름 명문이라고 비슷한 부류의 소위 있다는 집 애들이 몰린 곳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은행장 아들, 설표인 정재현이랑 어쩌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정재현은 그래도 다른 고등학교로 갈라설 줄 알았는데 입학하고 배정받은 교실에 가보니 자기네 반도 아니면서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정재현까지 껴서 토끼랑 같이 셋이서 잘 놀았는데, 아마 그 토끼는 노는 게 노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토끼는 하교는 몰라도 등교는 꼭 같이 하는 애가 있다며 같이 등교하기를 거부하는 하찮은 뚝심을 잘 부렸는데, 그 애가 지금의 김도화 일 줄은 그 당시에는 몰랐다. 누구랑 등교하는데 그러냐며 징하게 물어보니 그제야 새침하게 동생이랑 한다고 간단하게 답하고 말았다.  


 


 


 

토끼 주제에 치타 친구도 있었는데 이민형, 친화력이 좋고 곰살궂게 굴길래 적당히 인사하는 사이로 지냈다. 걔랑도 별 거 없었다. 그게 끝.  


 


 


 

그리고 내가 만난건 토끼 김동영이 별나게도 아끼는 김도화였다.  


 


 


 

쌍둥이는 쌍둥이가 맞는지 조금 더 선이 동그랗고 부드러운 김동영이었는데 처음엔 작년 내도록 못살게 굴었던 김동영이랑 너무 닮아서 밀려오는 죄책감 비스무리한 것에 절로 얼굴에 구김이 갔다.  


 


 


 

그러면서도 귓전에 하르르 인 솜털이나 도도록한 볼을 보면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김도화는 묘하다고 설명하는 게 맞다. 예쁜 건 아닌데 자꾸 보고싶게 했다. 처음에는 그게 김동영 때문인 줄 알았다. 하여간에 도움이 잘 안되는 놈이다. 


 


 


 

 


 


 


 

 


 


 


 

 


 


 


 

"존나 졸리네."  


 


 


 

 


 


 


 

 


 


 


 

 


 


 


 

십자로 된 곧은 막대가 4등분한 유리 창문으로 빛이 투과되어 들어왔다. 김도화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나에게는 차마 다 보이지 못하게 왼쪽 가슴에 달린 아크릴 명찰이 빛을 튕겼다. 사실 그 날은 일어나서부터 기분이 별로였고 몸도 축처지는 날이었다. 두개골 안에서 달각거리는 뇌로 무거운 머리를 팔에 얹고 김도화 반대쪽으로 엎드렸다. 어릴 때부터 잘 훈육을 받았어도 깊은 수면 상태로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기가 미처 다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처럼 줄줄 샐 때가 있는데, 하필이면 타이밍이 재수 없었다.  


 


 


 

김도화가 얼마나 공포에 질렸을 지는 그 무게감을 잴 수는 없지만 그 전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많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애초에 나는 남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 세상은 내 위주로 돌아간다는 의식이 박혀 있었으니까.  


 


 


 

 


 


 


 

 


 


 


 

 


 


 


 

"넘어오지 마."  


 


 


 

 


 


 


 

 


 


 


 

 


 


 


 

애새끼 적인 심리였다. 굳이 김도화 책상까지 손을 뻗은건.  


 


 


 

너한테 관심이 있는데 너는 안그런거 같으니까 반응 좀 보여봐. 뭐 이런, 유치한. 소심하지만 소신 있게 책상을 떼면 되지 않느냐고 다른 방향을 제시 해왔다. 처음부터 내가 그걸 계산 다하고 벌인 행동인데 순순히 응해줄리가 없었다.  


 


 


 

나름 긴장했지만 첫 대화는 그렇게 텄고, 김도화는 내 말이라면 그 뒤로도 쉽게 단념을 잘했다. 그건 다른 애들이랑 별 다를 게 없었다. 김도화도 똑같이 같잖은 마음이 들게 했다. 


 


 


 

 


 


 


 

3월달을 김도화 제일 가까이에서 있으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멍을 잘 때리고, 내 눈치를 잘 보고, 책상에 간간히 낙서를 하는데 잘 그려져서 미술적으로 기질이 있어 보이며, 배경화면이 화장 진하게 한 남자고(아이돌인가겠지), 김동영이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친하고-놀라웠다. 난 절대 형제자매랑 그렇게 지낼 수 없다.- 말수가 적고, 반에서 어울리는 애들이 몇몇 없고, 점점, 


 


 


 

 


 


 


 

짜증난다. 김도화를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는데. 그리고 4월엔 이상함이 더 증폭되었다. 짝배구를 한다면 내 짝은 김도화여야 했고, 김도화 짝은 나여야 했다. 절대적인 공식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아니고 내 이치로는 그래야한다. 옆에 김도화가 없는게 허전하고, 그래서 안 맞는 조각을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았다. 마침 김도화 짝이 뭣도 아닌 애길래 바꿔, 한마디 했더니 순순히 내 짝이였던 애에게로 갔다. 김도화는 특유의 그 어벙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집안 싸움에서 나는 눈치를 많이 키웠다. 이 사람이 나를 반기는지 적대하는지는 표정만 보고도 읽혔다.  


 


 


 

어처구니 없어하는 김도화를 무시하고 억지를 쓰니까 또 그대로 따라준다. 


 


 


 

멍청하게 내가 하란대로 쟤는 다 따른다. 뒤에서 씹는 것 밖엔 못하는 약자가 강자 앞에서 빌빌 거리는 거나 다를 게 뭐야. 이기적이게도 난 권력을 손에 쥐고서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잘도 했다. 나도 이 구조가 잘못된다는 건 인지한다. 그런데 뭐, 타고난 건데 어쩔거야. 


 


 


 

 


 


 


 

김도화는 그런 면에서 나를 화나게도 했고, 한편으로는 형용 못할 어떤 신뢰를 주기도 했다. 울긋불긋한 그 가녀린 팔목을 보고도 모른척 했다. 사실 어쩔 줄 몰라서 바로 등을 보였다. 익숙치 않다. 나로 인해 누군가 다친다는 건. 내가 핑계를 대고 도망치고 그 틈에 정재현이 들어왔다. 다시 말하지만, 김도화를 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흐지부지 흐트러졌다.  


 


 


 

정재현과 김도화를 보았을 때, 음, 그 이상함은 알 수 없는 분노가 되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그런 감정을 정말 관련없는 타인을 통해 겪게 될 줄은 몰랐다. 김도화는 여러모로 이상하다. 허옇게 질려버린 낯빛깔은 일전에 엄마가 아빠와 크게 싸웠을 때 본 적 있던 익숙한 얼굴빛이었다. 김도화 머리가 뒤로 넘어갈 때 정재현이 붙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딱딱한 바닥과 그대로 부딪쳐 상처입었을 수도 있었다. 머릿속이 혼곤해지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정재현의 손에서 김도화를 빼내어 들쳐업고 하필이면 1층 제일 구석에 위치한 보건실로 미친듯이 휘달렸다. 그나마 한움큼이라도 쥐고 있던 힘이 있었는지 김도화의 팔이 들려 내 목을 약하게 조여왔다. 오래 신었는지 날깃날깃한 슬리퍼 코가 아슬하게 발끝에 걸려 있길래 확 빼들어 한 손에 구겨잡고 뛰었다.  


 


 


 

 


 


 


 

문이 휘어질 듯 걷어차고 들어간 보건실엔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필요도 없었다. 창가쪽 침대가 남길래 김도화를 뉘이고 아래 깔린 이불을 조심히 꺼내서 그럴듯하게 덮어주고 한숨 한번 돌렸다. 그제서야 숨이 몰아서 내쉬어졌다. 창문의 블라인드도 끝까지 내렸다. 침대라곤 김도화가 누운 침대를 포함해서 4개뿐이 안되는데 그 중 2개를 마주 누워 있으면서 노는 애들이 있길래, 몇마디 험한 소리를 뱉어주고 내쫓았다. 김도화가 절대 안정해야 하니까. 반대편 침대에 쓰러지듯 걸터앉아 숨을 편히 고르며 김도화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고이 놓아둔 손가락이 까딱 거리길래 괜찮아지려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려다 관두었다. 지금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김도화가 더 힘들 것만 같았다. 


 


 


 

 


 


 


 

 


 


 


 

 


 


 


 

 


 


 


 

"김도화.."  


 


 


 

 


 


 


 

 


 


 


 

 


 


 


 

 


 


 


 

"미안해."  


 


 


 

 


 


 


 

 


 


 


 

 


 


 


 

 


 


 


 

 


 


 


 

원래 사과같은 것도 잘 안하는데.  


 


 


 

어차피 김도화는 지금 듣지도 못하는데 나 혼자 부끄러워져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보건실 막 들어온다고 몰랐는데 엄청 후덥지근했다. 깨어날 때까지 있어줄 자신도 없고,그런거 하지도 못하겠어서 걸음을 옮기려다가 기왕 못 들을거 멀쩡한 정신으로는 못하겠는 말 좀 쏟아붓고 가야지 하는, 나중을 생각하면 수치스러운 결심이 들었다.  


 


 


 

 


 


 


 

 


 


 


 

 


 


 


 

"그치만 나 무서워하진 마."  


 


 


 

 


 


 


 

 


 


 


 

 


 


 


 

내가 네가 토끼인지 알고 있다는 걸 넌 알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걸 넌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무서워하지 마. 나 그렇게 무서운 애는 아니야."  


 


 


 

 


 


 


 

 


 


 


 

 


 


 


 

엄마가 쓰러져 의식이 없었을 때도 침대 머리맡에 아빠 몰래 다가가 눈물을 훔치며 그렇게 울먹였던 것 같다.  


 


 


 

 


 


 


 

 


 


 


 

 


 


 


 

엄마 미안해 동혁이가 대신 사과할게  


 


 


 

엄마 아빠 떠나지마 아빠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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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사는지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르지만 최근에 남한테 관심 많은 이민형이 뉴스 좀 보고 살라며 말해준 바로 이태용 집안인 티와이 다음으로 잘나가는게 이동혁네 해찬그룹이라 했다. 뉴스에 심심찮게 나온다며.  


 


 


 

좋은 일로 나오는거야,나쁜 일로 나오는거야? 라고 물으니 당연히 좋은걸로 나오니 그렇게 브랜드 평판이 좋은거 아니겠냐고 한다. 어쨌거나 그사세들의 이야기는 정말 다른 세상 사람들 얘기이므로 관심 없다.  


 


 


 

그저 이동혁은 야자를 월, 수만 하고 야자가 끝나기 10분전쯤에 도착한 검은 세단이 기다린다는건 알았다. 차 이름만 많이 아는 김동영은 이동혁 차가 캐딜락이라고 말해줬는데 쓸데없는 정보였다.  


 


 


 

아무튼 그 높으신 부잣집 도련님은 무려 서민들과 같이 야자까지 하시다 가는 겸손한 분이신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야자하는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남아 있었다. 혹시 내가 책걸상 높이가 이동혁께 훨씬 조화로워서 야자 시간에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잠도 자고 그런다는 걸 눈치라도 챈걸까, 하는 엽기적인 생각을 하며 내 옆자리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이동혁을 은근 신경썼다. 


 


 


 

 


 


 


 

 


 


 


 

 


 


 


 

 


 


 


 

'뭘 자꾸 훔쳐봐.'  


 


 


 

 


 


 


 

 


 


 


 

 


 


 


 

 


 


 


 

노란 포스트잇 메모지 한 장이 내 책상 위에 딱 붙여졌다. 붙인 장본인은 내가 쳐다보든 말든 시종일관 같은 자세로 샤프만 놀리고 있었다 


 


 


 

 


 


 


 

 


 


 


 

 


 


 


 

 


 


 


 

"오늘 왜 남아있어?'  


 


 


 

 


 


 


 

 


 


 


 

 


 


 


 

 


 


 


 

포스트잇을 최대한 방해 안되게 이동혁이 받치고 있는 왼쪽 팔꿈치보다 좀 더 밑에 조심스레 붙였다. 이동혁은 슬쩍 보기만 했다. 한참을 답을 안해주더니 내가 답을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제야 떼어내서는 슥삭슥삭 무어라 써서 다시 아까 붙인 자리에 그대로 붙였다. 포스트잇 가장자리가 동그랗게 말아올라갔다.  


 


 


 

 


 


 


 

 


 


 


 

 


 


 


 

'그냥. 오늘만.'  


 


 


 

 


 


 


 

 


 


 


 

 


 


 


 

이건 뭐. 닫힌 대답이라 더 할 말이 없었다. 버릴까 하다가 지금 내가 준 걸 버리냐고 할까봐 그대로 붙여두기로 했다. 나는 어지간히도 이동혁 눈치를 많이 보는구나.  


 


 


 

 


 


 


 

어느새 오늘의 야자도 끝나기 10여분 전이었다. 지금쯤이면 이동혁을 데리러 그놈의 캐딜락인지 뭔지가 바퀴 소릴 내며 운동장 흙바닥을 잘근잘근 밟아줘야하는데 고요하기만 했다. 아이들은 슬금슬금 자기 짐을 챙기며 약간의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운동장의 적막에 작게 당황하며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이동혁은 야자가 5분 정도 남았을 때에서야 책상 위를 정리하고 가방을 맸다. 종이 치자마자 굶주린 들개처럼 우르르 몰려 나가는 애들과 달리 이동혁은 아주 느긋했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서둘러 나도 나가야지 하고 앞문을 잠그고 어기적어기적 짐을 챙기는 친구에게 문단속을 부탁하고 나가려는데 벽에 박힌 못에 옷자락이 걸리듯 누군가 뒤에서 가방을 채었다. 보나마나,  


 


 


 

 


 


 


 

 


 


 


 

 


 


 


 

 


 


 


 

"김도화, 같이 가기." 


 


 


 

 


 


 


 

 


 


 


 

 


 


 


 

 


 


 


 

 


 


 


 

이동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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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을 데리러 오는 캐딜락은 결국 오지 않고 나는 이동혁과 나란히 교문 통과 까지 해버렸다..! 오늘이 날인가. 어디 사는지 모르겠지만 이 불편한 동행이 길게 이어지지 않길 바라며 내가 조심스레 먼저 말을 꺼냈다.  


 


 


 

 


 


 


 

 


 


 


 

 


 


 


 

"어디..살아?" 


 


 


 

 


 


 


 

 


 


 


 

 


 


 


 

 


 


 


 

"뭐?"  


 


 


 

 


 


 


 

 


 


 


 

 


 


 


 

이새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나는 무안해져서 아니라고 손사레를 쳤고 이동혁은 한쪽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낸 상태 그대로 계속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이동혁. 나는 2606번 타고 가."  


 


 


 

 


 


 


 

 


 


 


 

 


 


 


 

 


 


 


 

그러니까 너는 제발 2606번 안 탄다고 말해줘.  


 


 


 

 


 


 


 

 


 


 


 

 


 


 


 

 


 


 


 

"나도 그거 타."  


 


 


 

 


 


 


 

 


 


 


 

 


 


 


 

아아- 나는 이미 와르르 무너진 젠가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아 그렇구나 대꾸하곤 바로 버스 도착 정보 표시판만 올려다봤다. 2606번이 오려면 아직 네 정거장이 더 남아있었다. 많은 아이들을 싣고 버스는 떠나고, 오고 했다. 타야 할 버스가 올 때까지 나와 이동혁 사이에는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부스럭 거리는 빗소리와 탈탈 터는 우산들의 알록달록한 머리들이 있다면 그나마 참기 힘든 이 기류가 좀 느슨해질 것 같았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는 약 3분이 남았고, 자리가 남는대로 앉아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 정류장 기둥벽에 기대 있던 이동혁 옆으로 가 섰다.  


 


 


 

 


 


 


 

내가 매일 타는 이 버스는 노선이 길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타는 버스 중 하나다. 지금 이 시간대에는 우리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다른 학교 학생들도 붐벼대서 앉아서 갈 생각은 애초에 접어두는게 낫다. 가다가 중간쯤에 앉으면 다행이다. 역시나 불켜진 밝은 버스 안으로 엄청난 머리통들이 보였다.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버스가 서서히 멈춰섰다. 줄 서서 차례대로 타는데 바로 내 뒤에 있던 이동혁은 짝배구 할 때의 그 조급함으로 내가 계단을 막 밟고 올라서고 있는 중에 벌써부터 버스 벽에 손을 대고 있었다.  


 


 


 

 


 


 


 

 


 


 


 

 


 


 


 

"으어..!"  


 


 


 

 


 


 


 

 


 


 


 

글러브에 야구공이 턱- 하고 박혀들어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책가방이 무거워 뒤로 휘청거리는 나를, 여전히 버스 벽을 한 손으로 짚은 채로 이동혁이 다른 손으로 받아 안으로 밀어주었다.  


 


 


 

고마우어.. 진심으로 우러나온 목소리는 뒤에 빨리 올라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동혁은 아마 듣지 못했을 것이다. 카드를 찍자마자 질식할 것 같은 광경에 심호흡을 한번 해주고 무기 같은 백팩을 이용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만큼 들어갔다. 절대 내가 작아서가 아니다 이것은. 다들 자기 몸통보다 더 큰 거북이 등딱지들을 매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내가 위축되어보이는 것 뿐일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내가 작은게 아니야.  


 


 


 

강조하는데 내가 지금 키가 작아서 버스 한가운데에 표류해서 파묻혀 있는게 아니다. 그저 2606번이라는 콩나물 지옥에 빠져 있는 것이다. 여하튼 나는 다른 사람의 가슴팍이나 등짝에 얼굴이 눌려 숨쉬기가 힘들었다. 나랑 키 차이도 얼마 안나는것 같았는데 이동혁은 잘도 서서 핸드폰이나 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나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 보였다. 좋겠다. 오늘따라 더 많이 탔나봐 따위의 핑계를 꽁알대며 특히나 부담스러운 중년 아저씨의 가슴팍과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고개를 반대쪽으로 낑낑대며 돌렸다.  


 


 


 

이 아저씨는 왜 몸을 내 쪽으로 틀고 그래! 오랜 직장 생활과 회식문화 탓인지 크고 처진 가슴살에 겨우 잠가놓은 단추들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치 이 버스처럼 버스가 정차하고 다시 움직일 때마다 완전 밀집된 상태라 어디로 크게 쏠리고, 나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이 아저씨의 가슴보다 더 볼록 나온 뱃살이 내 허리를 파고들어왔다. 기분 탓인가, 근데 되게 별로다. 


 


 


 

 


 


 


 

 


 


 


 

 


 


 


 

"이동혁, 너 어디서 내려?"  


 


 


 

 


 


 


 

 


 


 


 

 


 


 


 

핸드폰만 계속 쳐다보고 있더니 언제부터 물끄러미 나를 마주보고 있길래 뻘쭘해서 힘겹게 말을 꺼냈다. 이거야 원 인간들도 많고,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는 들렸을라나 모르겠다. 이동혁의 왼쪽 어깨엔 한참 전에 빼놓은 이어폰 귀가 흔들거렸다. 


 


 


 

 


 


 


 

 


 


 


 

 


 


 


 

"너는 내리려면 얼마나 더 가야 되는데?" 


 


 


 

 


 


 


 

 


 


 


 

 


 


 


 

"어..나는 좀 많이 가야 돼." 


 


 


 

 


 


 


 

 


 


 


 

 


 


 


 

"나도 많이 가야 돼."  


 


 


 

 


 


 


 

 


 


 


 

 


 


 


 

 


 


 


 

이동혁 오늘따라 진짜 알 수 없음이다. 또 할 말 없게 만드는 대답에 나는 으응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슬슬 짜증이 나려 했다. 이동혁은 이동혁대로 내 신경을 콕콕 쑤셔댔고, 옆에 있는 아저씨는 대체 언제 내릴 작정인지. 그냥 뒷문이 열림과 동시에 옆에 있는 아저씨를 걷어차면 데굴데굴 잘도 굴러가겠다 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다가 너무 개념없는 것 같아 하나님께 회개했다. 주님, 죄송합니다. 비인도적인 생각을 했어요 , 용서해주시고 이 아저씨 좀 빨리 내리게 해주세요.  


 


 


 

 


 


 


 

 


 


 


 

 


 


 


 

"야, 김도화." 


 


 


 

 


 


 


 

 


 


 


 

 


 


 


 

"응?" 


 


 


 

 


 


 


 

 


 


 


 

 


 


 


 

 


 


 


 

별안간 날 부르는 이동혁 목소리에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이동혁을 바라보니 그대로 내 손목을 끌어 자기 쪽으로 당겼다. 친함의 정도를 증명하듯 떨어져 있던 거리는 5미리는 될까말까 한 틈으로 좁혀졌다. 이동혁의 얼굴을 어째 짝꿍으로 옆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가까이 보는 것 같았다. 공기가 확 더워져서 손부채질을 하며 김동영에게 열심히 문자를 날렸다. 제발 즉각즉각 답장해라 김동영, 민망하니까.  


 


 


 

 


 


 


 

 


 


 


 

 


 


 


 

"딸 뻘 되는 학생 몸에 자기 중요 부위 막 비비면서 느끼고 그래도 되는건가." 


 


 


 

 


 


 


 

 


 


 


 

 


 


 


 

시장통같던 그 버스가 이동혁의 한마디에 찬물을 끼얹은듯 정적이 흘렀다. 제일 당황한건 나였고, 그 다음으로 당황하며 씩씩 거리는건 이동혁의 시선을 따라 다같이 돌아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눈초리를 받고 있는 아까 그 배불뚝이 아저씨였다.  


 


 


 

 


 


 


 

 


 


 


 

 


 


 


 

"쪽팔린 줄 알면 알아서 내렸으면 좋겠다."  


 


 


 

 


 


 


 

 


 


 


 

 


 


 


 

그 아저씨는 정말 이동혁의 말대로 버스가 멈춰서자마자 욕지거리를 뱉으며 내렸다.  


 


 


 

처음으로 이동혁이 멋있다고 그렇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도 오늘 하루종일 이동혁과 있었던 크고 작은 접촉들이 계속 오버레이 돼서 이불을 얼마나 팡팡 때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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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가 내리고 나서도 동혁은 계속 버스를 타고 목적지 없이 나아갔다. 사람들은 어느덧 많이 빠져나가 한산해졌고, 동혁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통화연결음이 2초 정도 갔을까, 곧바로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네,도련님- 어디세요. 동혁은 반질반질 깨끗하게 잘 닦여 선명하게 잘 보이는 바깥 풍경을 문질렀다. 수채화 처럼 빨갛고 노란 불빛들이 밤하늘 별처럼 총총 박혀서 번져 있었다. 


 


 


 

 


 


 


 

 


 


 


 

 


 


 


 

 


 


 


 

"나, 일단 내릴건데 내려서 정류장 확인하는대로 위치 찍을 테니까 데리러 와."  


 


 


 

 


 


 


 

 


 


 


 

 


 


 


 

 


 


 


 

알겠습니다. 김도화 때문에 별 짓을 다해본다고, 동혁은 생각했다. 스스로가 참 낯설고 한심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동혁은 도화가 집은 제대로 잘 갔을까 하고 뽈뽈 거리며 교정을 돌아다니던 토끼의 움직임을 떠올린다. 저는 도대체 김도화를 뭐라고 생각하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토끼를 떠올렸을 때 선명해지는 장면들엔 어쩔 수 없이 안면 근육이 율동친다. 


 


 


 

 


 


 


 

 


 


 


 

 


 


 


 

 


 


 


 

 


 


 


 

"아 씨발, 내렸어야 했는데."  


 


 


 

 


 


 


 

 


 


 


 

 


 


 


 

 


 


 


 

 


 


 


 

그만 벨 누르는 것까지 깜빡할 정도로. 동혁은 정류장 하나를 아쉽게 보내고 곧장 벨을 누르곤 머리 뒤로 손깍지를 꼈다.  


 


 


 

 


 


 


 

 


 


 


 

 


 


 


 

 


 


 


 

 


 


 


 

 


 


 


 

 


 


 


 

 


 


 


 

 


 


 


 

 


 


 


 

 


 


 


 

 


 


 


 

 


 


 


 

 


 


 


 

 


 


 


 


 


 


 

 


 


 


 

 


 


 


 

 


 


 


 

 


 


 


 

 


 


 


 

 


 


 


 

 


 


 


 

 


 


 


 

 


 


 


 

 


 


 


 

 


 


 


 

 


 


 


 

중간고사가 당장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애들이 기다리고 있는건 체육대회라든지 소풍이라든지 하는 5월 행사였다. 4월의 허리춤을 지나고,중간고사를 며칠 앞둔 이 시기에 그래서, 교실 분위기는 반마다 다 다르겠지만 일단 우리 반은 공부 분위기는 아니다. 4월 초까지만 해도 자진해서 손을 들고 임시 반장 부반장을 맡았던 아이들은 그대로 고정이 되었다.  


 


 


 

반장이 된 애는 키가 크고 비율도 좋으면서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붉은 여우였다. 그 애의 탐스러운 꼬리를 화장실에서 우연히 봤거든. 무안해서 치던 눈웃음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 나도 토끼라고 알려주니까 귀엽다며 좋아했었다. 


 

반장은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내 건너편에 있었는데,그래서 소소하게 말을 잘 붙였다.  


 


 


 

먼저 다가가기보단 다가오는 걸 기다리는 편인 나에겐 좋은 타입의 친구였다. 반장과 내가 친해지게 된 데에는 결정적으로 좋아하는 관심사가 같다는 것이 계기였다. 이 나이 때 애들이 다그렇지 뭐.  


 


 


 

 


 


 


 

 


 


 


 

 


 


 


 

 


 


 


 

"야...도화야... 좀 있다가 1시 1분에 티저 뜬다..."  


 


 


 

 


 


 


 

 


 


 


 

 


 


 


 

 


 


 


 

"아 미쳤다. 잊고 있었는데 ,감사링."  


 


 


 

 


 


 


 

 


 


 


 

 


 


 


 

 


 


 


 

"나 아직 어제 티저도 다 못 삼켰는데 토 할 듯."  


 


 


 

 


 


 


 

 


 


 


 

 


 


 


 

 


 


 


 

덕질은 세계 평화, 우주 대통합. 난 데뷔가 코앞인 내새끼들 데뷔 전 떡밥 받는 것만으로도 현생이 충분히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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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사건 이후로 나는 이동혁을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러다가 얼굴로 화형 당할 것 같았다.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이동혁이 가진 바다의 밑바닥 같은 눈동자는 여전히 서늘하고 오묘했다. 1시1분이 되려면 아직 멀었고, 오늘따라 수업도 집중이 안되고... 책상 여기저기에 팬 홈을 볼펜으로 까맣게 채우며 붕 떠버린 시간을 채웠다. 이동혁이 그어버린 새까만 선은, 좀처럼 옅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후,빨리 방학이나 왔으면.  


 


 


 

 


 


 


 

이동혁은 어쩐 일인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지 않고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뒤돌아서 훑다가 뒷문 쪽에 걸린 거울 앞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던 정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정재현은 눈웃음을 치며 쭉 뻗은 팔을 안으로 오므려 하트 비스무리한 모양을 만들었다.  


 


 


 

뭐야..? 나는 내 양옆을 두리번 거리다가 확장된 동공을 감추지 못한 채로 몸을 돌렸다. 뭐지. 지금 쟤 뭘 한거고 난 뭘 본거지. 카오스 상태에 빠져있는 내 옆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반장이 다가와 앉았다.  


 


 


 

 


 


 


 

 


 


 


 

 


 


 


 

"야! 뭐해!"  


 


 


 

 


 


 


 

 


 


 


 

 


 


 


 

"악! 어?깜짝이야,놀랬잖아아~ 나 진짜 잘 놀랜단 말이야." 


 


 


 

 


 


 


 

 


 


 


 

 


 


 


 

"어,그런거 같다."  


 


 


 

 


 


 


 

 


 


 


 

 


 


 


 

입을 가리고 키킥 거리는 반장에 나는 주먹을 드는 시늉을 했다. 반장이 내 옆에 앉으니까 나머지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우리 주변으로 몰려 왔다. 누구는 책상에 걸터앉고,누구는 서 있고. 모두의 주제는 다 달랐지만 얘기는 다 통했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카더라, 그 아이돌이랑 배우랑 사귀는거 구라라더라, 오늘 급식 맛없다 등등. 그래도 그 중에서 매우 열을 올리는건 역시 우리 반 남자애들 얼평이나 누구 흉보기, 자기 외모 얘기가 아닐까 싶다.  


 


 


 

 


 


 


 

 


 


 


 

 


 


 


 

 


 


 


 

"정재현 진짜 잘생겼지 않아..? 하..가끔 눈 마주치는데 심쿵." 


 


 


 

 


 


 


 

 


 


 


 

 


 


 


 

"아 미친. 인정. 눈 마주치면 웃어줌. " 


 


 


 

 


 


 


 

 


 


 


 

 


 


 


 

"으아 맞아맞아! 으아아앙! 개설렌다고!" 


 


 


 

 


 


 


 

 


 


 


 

 


 


 


 

" 너 목소리 너무 커. 좀 줄여. 들으면 어떡해."  


 


 


 

 


 


 


 

 


 


 


 

 


 


 


 

 


 


 


 

어느새 머리들이 서로 맞대어지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해진다. 다들 정재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기야 저 피지컬에,외모에,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존재긴 했다. 


 


 


 

 


 


 


 

 


 


 


 

 


 


 


 

"정재현 미만 잡임 솔직히. 우리 학교에서."  


 


 


 

 


 


 


 

 


 


 


 

 


 


 


 

" 야,아니야. 이태용 있잖아 이태용."  


 


 


 

 


 


 


 

 


 


 


 

 


 


 


 

"아, 헐. 맞다. 이태용 정재현 미만 잡. 나머지 다 꼴뚜기 행성에서 왔나봄." 


 


 


 

 


 


 


 

 


 


 


 

 


 


 


 

"야, 좀 심했다. 네 얼굴을 생각해라. 그런 말 할 자격 있냐?" 


 


 


 

 


 


 


 

 


 


 


 

 


 


 


 

잡, 잡 거리며 도도하게 턱을 들고 손날로 허공을 가르는 친구에게 반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오히려 옆에 가만히 듣고 있던 내 기분이 나빠지려했다. 물론 미만잡이라고 다른 남자애들을 싸잡아 외모 비하하는 애도 잘못했지만 아무리 장난으로 받아라 하고 던진 말이라도. 어찌됐건 이런 종류의 대화에는 되도록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반장은 다 좋은데 그거 하나가 문제였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근데 얘도 잘생겼어."  


 


 


 

 


 


 


 

 


 


 


 

 


 


 


 

반장이 자기가 앉아 있는 이동혁의 책상을 주먹으로 노크하듯 콩콩 두드렸다. 그녀의 뺨엔 옅게 홍조가 띄어져 있었다. 


 


 


 

 


 


 


 

 


 


 


 

 


 


 


 

"아~ 얘~음..자세히 안봐서 모르겠는데? 맨날 자는 모습만 봄. "  


 


 


 

 


 


 


 

 


 


 


 

 


 


 


 

" 자세히 봐봐. 귀엽게 생긴것 같은데 남자답게 잘생겼음. 특히 코가 존나, 진짜 예쁘게 생겼어. 코수술 뽐뿌온다니까? 맞지 도화야?"  


 


 


 

 


 


 


 

 


 


 


 

 


 


 


 

"어어?어..음...글쎄.음.."  


 


 


 

 


 


 


 

 


 


 


 

 


 


 


 

갑작스레 나온 이동혁 얘기에 버벅대며 말을 흐리니까 반장이 답답하다는 듯 내 팔뚝을 치며 짝꿍한테 관심 좀 가지라고 말했다.  


 


 


 

 


 


 


 

 


 


 


 

 


 


 


 

"난 정재현 짝꿍 다음으로 김도화가 부럽다니까. 아니다. 김도화가 제일 부러워. 짝꿍은 이동혁이지, 뒤 조금만 돌면 정재현 있지. 자리 존나 명당이네~"  


 


 


 

 


 


 


 

 


 


 


 

 


 


 


 

"아하핫..그런가 히히"  


 


 


 

 


 


 


 

 


 


 


 

 


 


 


 

이동혁이 보고싶었다. 그러니까, 그때 버스에처럼 악당을 쫓아내고 여인을 구해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내 자리니까 비키라고 한마디 좀 했으면 좋겠다는 비겁한 생각을 했다. 이동혁은 칼같이 종소리에 맞춰 들어왔다. 이쯤되면 자기 소개를 저는 종입니다.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동혁이 들어옴과 동시에 내 주위에 모여있던 애들은 빠르게 흩어져서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내게 손을 내밀어 오는 반장에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자리에 앉는 이동혁을 넌지시 보았다.  


 


 


 

 


 


 


 

 


 


 


 

 


 


 


 

"의자 뜨끈해." 


 


 


 

 


 


 


 

 


 


 


 

 


 


 


 

"아.." 


 


 


 

 


 


 


 

 


 


 


 

 


 


 


 

 


 


 


 

누가 앉았네,라는 얘길 이런식으로 돌려 말한다. 그래서 뭐,나는 얘한테 미안해. 내 친구가 잠깐 앉았어. 라고 사과를 해야하나? 이동혁은 거기서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영어 교과서에는 오늘 급식으로 나오는 토마토 스파게티 면마냥 꼬부랑 글씨로 가득했다. 날씨는 오늘따라 쾌청해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런 날에 남자친구라는 걸 만들어서 피크닉을 가야하는데 학교에나 썩어빠져있고..  


 


 


 

창문에서 시선을 옮겨 이동한 곳에는 반장의 고운 옆선이 잡혔다.  


 


 


 

직모라 아래로 길게 뻗어 살랑 거리는 진갈색 머리카락과 햇빛에 잔잔히 흔들리는 얼굴의 솜털에 넋을 놓고 쳐다봤다. 예쁘긴 진짜 예쁘다. 턱을 괴고 있는 팔은 적당히 가녀리고 탄력있어 보였다. 반장은 하얀편은 아니고 약간 피서 갔다가 이제 좀 밝아지는 듯한 노란끼 도는 피부였는데 하얀 피부를 늘 갈망하는 나조차도 반장의 그 건강미 넘쳐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치마 아래 한참은 뻗어 있는 다리 역시 길쭉길쭉하고 선이 고왔다. 참, 마냥 예쁘장한 애다. 저런 애가 아까 전 쉬는 시간에는 내 옆에 앉아서 얼굴이 붉어진 채로 이동혁이 잘생겼다고 말했다.  


 


 


 

반장은 이동혁에게 같은 반 친구 이상의 사심을 가지고 있어보였다. 내 머릿속에선 이미 반장이 고백하고 이동혁이 쿨하게 받아줘서 둘이 사귀고 그런 망상들이 한가득 그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동혁이 반장이랑 키가 비슷하지만 뭐,비주얼로 보면 잘났다. 나 도대체 누구랑 누굴 엮는거지. 나 엮이기도 바빠죽겠는 세상에. 그렇지만 아까의 그 반짝이는 반장의 눈빛과 도톰한 입술 새로 나온 이동혁이라는 이름이 자꾸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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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알림 뜨자마자 와서 천천히 한 문장씩 읽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작가님 글이 최고라는 건 당연히 알겠고 버스 같이 타고 가는 동혁이 모습, 평소 눈빛 이런 거 생각하니까 진짜 최고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
으으뮤ㅠㅠㅠㅠㅠ 여주야 얼른 너의 맘을 깨우쳐봐 내가 안달난다야.... 동동이는 누구봐도 고여..고.... 너도 어서 동동이를 따라야하쥐않겠늬?? 하지만 난 변태취향이라 너희가 좀더 삽질을 하면 좋겠구나...ㅎ 난 다좋아 하고싶은거다해~! 그나저나 작가님 암호닉은 안받으시는건가요ㅠ?
6년 전
독자4
으아아아앙 ㅠㅠㅠㅠ 아 이번 편 너무 설레요 진짜 ㅜㅠㅠ
6년 전
독자5
진짜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랄까용ㅋㅋㅋㅋ 삐지엠이랑 넘 잘어울리는... ㅠㅠ
6년 전
독자6
우와ㅏㅏㅏ 동혁아 아 이거 넘 설렌다 비지엠도 넘 좋아요!!!
6년 전
비회원132.97
간질간질하네요...ㅠㅠㅠ
5년 전
독자7
으억트엉 작가님 저 죽어가고 있어요ㅜㅠㅠㅠ 이번편 너무 설레는데요ㅜㅜㅜㅜㅜ 진짜 너무 재밌어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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