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김남길 이준혁 강동원 엑소 샤이니 온앤오프
문달 전체글ll조회 3204l 3

[이동혁/정재현] Paper Tiger, Scissors Rabbit (Re:6 | 인스티즈

 

 

 

 

Paper Tiger, Scissors Rabbit 

w.문달 

  

 

 

 

 

 

 

 

 

 














분명히 딱 정시에 맞춰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들어와 서 있던 영어 선생님은 나와 정재현을 졸리면 서서 공부하라고 배치 해놓은 스탠딩 책상에 나란히 서서 수업을 받게 했다. 반장이 나와 정재현을 돌아보며 입말로 둘이 뭐했냐고 물어왔다. 나는 일단 앞에 보라며 손짓했다. 하여간에 참견할 것도 많다. 옆에서 정재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눈 밑에 애굣살이 드리워졌다. 본문 지문의 여백 부분에 정재현이 무어라고 적더니 내 쪽으로 교과서를 밀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니가 내 짝꿍 된 거 같다ㅎㅎ'





나는 그 아래에 답글을 달듯 니은자 꺽쇠를 달았다.





'ㄴ뭐야ㅋㅋㅋ'





'2학기 때는 나랑 짝꿍하자.'





'ㅋㅋㅋㅋ그게 마음대로 돼?'





'ㅇㅇ 난 무조건 너랑 짝할건데.'





영문장을 해석하시던 선생님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나는 정재현의 교과서를 밀어내고 열심히 듣는 척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시선은 이내 거두어졌다.







"거기 뒤에 학생들 자리로 들어와서 앉아라."







계속 서 있는다고 다리가 딱딱해져서 내 다리가 내 게 아닐 정도가 됐을 즈음에야 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억울한건 둘째치고, 의자에 앉자마자 긴장이 싹 풀렸다. 다음 장을 넘기려는데 언제 그려놨는지 정재현의 낙서가 위쪽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뒤에 있는 정재현을 흘겨보았다. 정재현은 내가 저를 보는 줄도 모르고 정수리를 보이며 교과서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 광대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이게 다 정재현 때문이다. 페이지 한장을 넘기고도 나는 의미없이 정재현이 낙서해 놓은 부분을 수시로 펼쳤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내심 반전이 있길 바랐는데 대절한 관광 버스가 우릴 태우고 도착한 곳은 지리산이었다. 다들 예쁘고 멋진 옷 입고 사진 많이 찍으며 돌아다닐 때, 우리는 땀 흡수 잘되고 나뭇가지나 벌레들을 막아줄 만한 옷차림을 한 채로 등산 가방을 매고 버스에서 내렸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껴 있는 안개에 산에 왔다는 걸 실감하며 부르르 떨었다.







"번호 순 대로 두 줄씩 서!"







반장이 맨 앞에서 흩어져 있는 애들을 모았다. 이동혁이 내 옆에 서서 자기 앞 뒤 번호를 찾아가는 애들을 구경만 하다가 말했다.







"너 오늘따라 하아얗고, 빠알갛다."







등산은 정말 싫지만 그래도 소풍인데 가는 기분만 내자, 하고 아침부터 노래를 틀고(화장 할 땐 반드시 no make up을 들어줘야 잘 먹는다는 속설이) 얼굴을 열심히 두들긴게 화였다. 나는 가방 어딘가에 묻혀 있을 거울을 찾아 뒤적거렸다. 이동혁이 뒤로 가면서 덧붙여 말했다.







"백설 공주냐."







마침내 찾아낸 거울을 들었을 때 비친 내 얼굴은 정말 하얗고 발갛다. 블러셔를 과하게 눌러서 다행이다.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잘도 홍조 행세를 했다.



군대 체험을 하는 것 같다고 누가 그랬다. 그 말을 들으니 아빠가 즐겨보던 군대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거기에서도 종종 산으로 올라가 훈련하는 모습이 나오던데. 처음엔 좀 오를만 하다 싶었다. 경사가 좀 있는 산책길이라 생각하고 걸으니 주변의 취음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있었다. 그만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돌 계단이 나오고 나서부터였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경사에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놓은 음악도 짜증스럽게 튀어오르며 고막을 찔렀다. 쉬척지근한 땀 냄새가 위에서부터 내려왔다. 중간에 허리가 잘린 줄은 듬성듬성 이었다.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비 쏟아지듯 땀을 흘리며 쉬고 있는 애를 보니 나도 앉고 싶었다. 어느 정도로 속도가 느려졌냐면, 기역이라 거의 맨 앞에서 걸었던 내 뒤에 이응인 이동혁이 있었다.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다 멈추고 오르다 멈추고를 반복했다.







"계속 쉬지 말고 많이 올라갔다가 나중에 몰아서 쉬어."







이동혁이 내 가방을 밀어올려주며 말했다. 아까는 옆에 친구랑 힘들다 짜증난다 말이라도 하면서 올라갔는데 그건 진짜 힘든게 아니었다. 정말 힘들면 지금 같이 말도 안 나온다. 그러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이동혁한테 의지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안그래도 가방도 무겁고 힘들텐데 내색 않고 나를 계속 밀어줬다. 종국에는 내 가방까지 저가 든다고 하길래 겨우 거절했다.







"그냥 학교에서 자습이나 하지 왜 왔냐."







"..몰라. 말 걸지 마."







이동혁의 말이 꼭 짐만 되게 왜 왔냐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삐딱하게 말이 나갔다. 이동혁은 그 뒤로 입을 다물었다.







"여기만 올라오면 정상이야!"







거의 90도로 서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파른 돌 계단 맨 위에서 한 아이가 소리쳤다. 빛을 등 지고 서 있는게 정말 정상이 위에 있는게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입 안에서 뭉쳐지는 타액과 텁텁한 목구멍에 나는 살짝 열려있던 입을 꾹 다물었다. 이동혁이 힘 없이 축 늘어뜨린 내 손목을 잡고 먼저 올라갔다. 한 칸 올라가고,뒤 돌아 내가 올라오는 걸 도와서 끌어 올리고, 다시 한 칸 위로 올라가고. 마치 내가 자기 몸의 일부 중 다리 하나라도 되는 것처럼 챙기며 올라갔다.



붙잡혀 있던 손목이 휑해지더니 곧장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떤 사람들은 산을 정복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하나도 공감할 수 없었다. 허무했다. 내려다보는 광경은 탁 트이고 넓고 예쁜 경치임에는 분명하나 한없이 허무했다.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좀 살만하니까 배가 고팠다. 원래는 내려가는 중간에 있는 쉼터에서 점심 시간을 갖기로 되어 있었는데 바로 도시락을 까먹는 애들이 몇 보였다. 나도 몇 개만 주워먹을까 하다가 일단 타들어가기 직전의 목부터 달래자 하고 물만 벌컥 들이켰다.







"4반~ 사진 찍게 모여!"







우렁찬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찍고 가자는 말에 표정관리 하나도 안 하고 대충 입꼬리만 올렸다. 뒤늦게가서야 손으로 얼굴이라도 가릴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완만한 코스가 있다는 걸 진작에 알려주지, 뒤에서 따라 내려오는 아이들의 원성을 듣고도 선생님의 뒷모습은 흔들림 없었다.



다시 만난 애들이랑 나아진 컨디션으로 죽는 줄 알았다고 서로들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살들을 부리며 장터목 대피소 라는 곳으로 내려갔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곳곳에서 탄성이 자지러지게 나왔다. 군침이 도는 김밥과 반찬 과일들에 아이들은 서로의 것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엄마가 김밥과 부수 반찬들을 가지런하게 담아주는 걸 보았을 적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도시락이었는데 내 가방에서 나온 것은 도시락을 가장한 폭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뚱뚱했다. 김동영이 몰래 자기 몫을 빼서 채워 넣은게 분명한 줄줄이 소세지들이 놀라운 압축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얼마나 나오고 싶었는지 소세지 몇 개가 뚜껑을 열자마자 펑 펑 튀어 나갔다.



그것은 김동영이 절대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다. 아직 우리가 입양이 되기 전에 고아원에서 어떻게든 둘이 살아보겠다고 서로를 챙겼던, 특히나 오빠랍시고 툭 치면 바로 눈물부터 똑똑 흘리는 동생을 악착같이 챙겼던 김동영의 고질적인 생존 본능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선 다들 곯아 떨어져 기운이 남아돌아 작게 얘기하는 애들 말고는 조용했다. 나는 약간의 머리 아픔을 느끼며 창 밖만 보았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자 창에 반사된 건너편 이동혁이 보였다. 이동혁도 마찬가지로 차창에 팔을 얹고 기대 밖으로 얼굴을 돌린 채였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왈가닥한 그 성격으로 기어코 우겨서 이동혁 옆자리에 앉은 반장의 머리가 앞으로 까딱 거렸다.



터널은 이제 곧 끝나겠지 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게 은근 길었다. 나는 끝까지 이동혁을, 조마조마한 반장의 푹 숙인 고개를 주시했다. 마침내 앞에서부터 섬광이 일며 터널의 끝이 보이면서 창은 다시 투명해지고 이동혁은 옅어졌다. 반장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창은 내 얼굴을 가까이서 비췄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머리 지끈거리는 광경을 목격할 뻔 했다. 너는 어깨를 그대로 내줬을까. 확인할 용기는 안났다.



부산에 간 김동영은 나 배 아프라고 카톡으로 사진을 계속 보냈다. 내가 보다가 아예 안 읽으니까 (사진) (사진) 하며 어그로를 끌다가 (사짖) 이라고 오타를 내서 걸렸다.

눈두덩이 위로 솔솔 졸음이 쌓였다. 동영상을 마지막으로 사자의 애착인형화가 된 김동영을 애잔하게 여기며 눈을 감았다.

잠의 터널 속을 달리며 나는 내 건너편의 이동혁을 본다.




















































다시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떨어졌고, 버스에서 푹 자고 일어난 아이들은 내일이 토요일임에 신나하며 늦게까지 놀 준비를 했다. 화장을 마치고 화려해진 얼굴의 반장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나에게 한강 가서 애들이랑 놀자고 했다. 나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아쉬운 척을 했다.

잘 가- 월요일에 봐- 학교 가기 싫다- 학교 정문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애들과 작별하고 인파를 헤치며 횡단보도 앞에 섰다. 혼자 집 가는 길이 심심해 가방 속에서 빈 도시락통을 덜그럭 거리며 깔려 있을 이어폰을 찾아 뒤적거렸다.







"김도화, 집 가?"







언제 왔는지 정재현이 발 맞춰 서 있었다.









"아, 응. 너는?"







"나도 집 가지. 잘됐다. 심심했는데."







"너도 버스 타고 가?"







신호가 바뀌었다. 나와 신호등을 번갈아 보던 정재현이 앞을 가리키며 가자고 손짓했다. 내 앞으로 쏟아져 걸어오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몸을 틀며 걸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싸보이는 차 한 대가 서더니 창문이 열렸다.







"저거 이동혁 찬데."







클락션이 한 번 울렸다. 그 소리가 경박하지 않고 차분했다. 정재현이 내 가방을 밀며 가보자고 했다. 떨떠름하게 한 발 두 발 걸어가니 열린 창문으로 이동혁이 타라며 짧게 말했다. 내가 앞에서 어물쩡 거리자 정재현이 대신 문을 열고 턱으로 안을 가리켰다. 건조한 차 안은 괜스레 이미 한번 땀을 흘리고 말라 쉰내가 나는 내 상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재현과 이동혁 사이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그렇게 불편한 동승이 시작됐다. 나는 아직 도착하려면 더 가야한다는 김동영의 연락을 받고서 핸드폰을 허벅지 위에 뒤집어 올려놨다.







"우리 집 어딘지 알지?"







일전에 탄 적이 있는 듯 정재현이 몸을 편히 뒤로 기대며 이동혁에게 말했다.







"응. 네비 기록 있을걸. 정재현 먼저 내려주는게 더 빨라,형."







이동혁이 기댔던 몸을 살짝 들어 운전석에 대고 말했다. 나는 따라서 앞을 봤다가 백미러로 본의 아니게 기사 분과 아이컨택을 하게 됐다.







" 너 김도화 어디 사는지 알아?"







"너 보단 멀리 살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버스에서처럼 차창에 기댄 자세로 이동혁은 대답이 없었다. 선택적 답변에 내가 다 무안해져서 그의 눈치를 보다가 대신 정재현에게 같이 버스를 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와, 새롭네. 이동혁. "







1학년 때부터 붙어다녔으면서 친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둘 사이의 기류에 내가 다 진이 빠졌다. 이러면 스트레스 받는데.







"잘 가 김도화, 야, 이동혁."





"뭐. 들어가."





"사랑해~"







작게 손 하트를 해주는 정재현을 보며 내가 다 엄마 미소가 삐질삐질 나오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원래 애교가 좀 있는 편이었어. 저번의 그 하트는 그냥 친하다고 느껴서 장난으로 내게 한 것이라고 확실시 되는 것 같았다.







"더러워. 형, 빨리 가자."







이동혁이 기겁을 하며 말했다. 나는 이동혁 대신 정재현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점차 멀어지는 정재현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이젠 둘만 남았다. 이동혁이 내 옆에 있는건 너무 당연해진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학교가 아니라 차 안에 같이 있으니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김도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사실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였다. 반장도, 정재현도, 다른 아이들도 다 없는 적재적소였다. 그러나 당장 뭐라고 운을 떼며 시작해야 할 지,뭐라고 불러야 안 어색할지를 고민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먼저 이동혁이 나를 불렀다.







"너 윤리라랑 친해?"







잠시나마 긴장이 들어갔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 반장 얘기다. 이동혁 입에서 먼저 반장 얘기가 나왔다.







"..응. 왜?"







"걔 성격 원래 좀 그래? 귀찮게 치대고."







"그..으런 편이야. 근데 리라는 왜?"





왜 내게 리라에 대해 물었는지 이동혁에게 되물으며, 쿵쾅대는 심장의 흔적을 감추려고 뒤에서 끙끙 거렸다. 이동혁이 반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차라리 그거라도 지금 알고 싶었다.







"그냥. 좀.. 요새 친한척 하길래."







"..그렇구나."









대답은 조각나고 들쭉날쭉했다. 내가 조금만 더 성격이 리라 같았다면 그래서, 싫다는거야 좋다는거야? 라고 물어봤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니 거기서 그쳐야 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찝찝함을 안고 내게 정확한 주소를 물어오는 기사 분께 목적지를 알려드리곤 근처에서 세워 달라고 부탁드렸다.







"태워줘서 고마워. 잘 가."







"김도화."







차가 멈춰서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급하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여는 순간, 이동혁이 나를 불렀다.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언제 떨궜는지 내 핸드폰을 건네 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짧게 인사해주곤 차에서 내렸다.







"정재현이랑 썸 타?"







"무슨 소리야 그게!"







느닷없이 날라오는 직설적인 물음에 순간 억울해서 김동영에게 하듯이 큰 소리를 냈다. 빼액 질러놓고 도리어 놀라 입을 막은건 나였다. 이동혁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윤리라가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같다길래 라는 말을 남기곤 가버렸다.







"리라가 그랬다고..?"







둘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라는 것보다는 나나 정재현도 아니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제 3자 입에서 그런 소리가 가볍게 나왔다는거에 화가 나려고 했다. 당장 리라에게 따질까 하다가 이 얘길 꺼내면 이동혁의 차를 타게 된 정황까지 낱낱이 고해야 할 것 같아 일단 속에 묵혀두기로 했다.

살짝, 아니 조금 많이 고독하고 서러웠다.



따질까, 알고보니 이동혁한테만 말한거면 어떡하지,그러면 이동혁도 곤란해질거잖아. 심란한 마음으로 주말을 허비했다. 맛집을 알아놨는데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고 애원하는 김동영에게 나쁜 기지배 소리까지 들으며 집 밖으로 발 그림자도 안 내밀었다. 뭘 더 물어들고 싶어도 이동혁에게 연락하기가 두려웠고, 반장에게는 더 그랬다.



진흙처럼 잔뜩 엉기어진 상태로 끔찍한 월요일을 맞았다. 5월 말인데 햇빛이 벌써부터 강렬했다. 이번 여름 더위 역시 무시무시하겠구나 하는 전조를 보였다. 우리 집이 석빙고였으면 좋겠다는 엄마 말에 맞장구치며 여름 되기 전에 낡은 에어컨을 갈아 치우자고 하다가 국자로 얻어맞은 김동영의 헤프닝에도 평소처럼 웃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놨다.







"쟤 왜 저래?"







"몰라? 야- 김도화! 같이 가야지!"

나 혼자 등교하는 꼴 이태용한테 들켰다간 그날 부로 걔랑 같이 학교 가야 된다고!



김동영이 이태용이라는 껌딱지를 달고 다니든말든 개의치 않고 나는 다녀오겠습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신발에 발을 우겨넣으며 나왔다. 버스 기다리는 동안 하룻밤 사이에 밀린 내 가수 떡밥들이나 보면서 기분 전환 좀 하려고 데이터를 켰는데, 상단바를 채우는 수많은 알림들 가운데 정재현으로부터 온 카톡이 눈에 띄었다.



안녕 김도화



갑자기 온 인사에 나는 생뚱맞다 여기며 보낸 시간을 확인했다. 와이파이고 데이터고 뭐고 아무것도 확인하기 싫어 다 꺼버렸던 금요일 늦은 밤에 보낸 카톡이었다. 반 단체 채팅방에서 찾아서 보냈나 보다 생각하며 어차피 학교에서 볼 거라 조심스럽게 확인만 하고 바로 나갔다. 그 뒤부터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정재현 생각만 한 것 같다.



손 차가운 정재현,보건실 정재현,요플레 주던 정재현, 계주 뛰고 나서 안아달라던 정재현, 이동혁한테 장난스레 사랑한다고 말하던 정재현, 2학기 때 짝꿍하자던 정재현, 친구들이 잘생겼다고 난리던 정재현, 누군가의 짝사랑일 정재현, 누군가를 짝사랑 할 지도 모르는 정재현, 다정한 정재현.

거의 의무적으로 용모 확인을 위해 보게 되는 뒷문 거울로 보이는 내 얼굴은 폭삭 익어있었다.



늦어서 뛰어 올라온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걸어서 올라온 주제에 혈기가 색색 돌았다. 뒷문으로 들어오던 정재현이 나를 발견하고는 낮은 사물함에 반쯤 기대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말했다.





"못됐어. 읽씹했더라."





"아..그게..미안해."





힛- 소리가 날 것 같은 표정을 하더니 먼저 자리로 가는 정재현이다. 나는 뒤이어 들어오는 아이들에 방해가 될까봐 냉큼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직 이동혁은 오지 않았고, 정재현은 내 뒤에 앉아 있었다.





"김도화."





"응?"





"김도화."





"왜?"





"김도화~"





"...왜애."





"김도화."





"야. 정재현."





마침내 내가 뒤를 돌아 보았을 때 정재현은 형형한 눈을 빛내며 턱을 괴고 있었다. 장난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말간 그 표정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 아침부터 기분 좋구나."







"응. 너는 안 좋아 보인다?"







"후으으, 그래 나는 좀 별로니까 이제 장난으로 부르지 말아줬음 좋겠어."







"알겠어.그러면 김도화, 기분 좋아지면 꼭 말해줘."







나는 대답 없이 뒤돌아 고개만 끄덕였다. 이동혁이 반장과 같이 들어왔고, 월요일은 내 사정은 봐주지도 않고 시작되었다.









정재현은 나한테 왜 이럴까. 오늘은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대신 기분 좋다는 정재현을 관찰하기로 했다. 성적은 그냥 놔버렸다. 미안 내년의 나야. 입시 때 내 욕 많이 해라..



정재현은 예상대로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맞다. 다만 모두에게 공평한 관심을 준다. 정도가 있다. 다른 애들과 쉽게 어울리지만 결국 제일 친하고 잘 붙어 다니는 애는 이동혁이다. 딱 내숭 부리기 좋은 가벼운 장난을 말을 섞는 여자애들에게 쓰지만 호감형이다. 전형적인 카사노반가 싶지만 작년에 있었던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친구, 연애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대가 자신에게 곁을 잘 주도록 만들지만 정작 자기는 곁을 잘 내주지 않는다.

그만할래. 더 어렵다. 캐낼수록 더 아리송했다.

혹시, 나 좋아하,



이런 생각은 진짜 절대 하지 않는게 좋다.

오래전에 데인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착각 하지 말기.





월요일의 시간은 누가 억지로 늘려놓은 것 마냥 엉금엉금 기어갔다. 배는 벌써부터 고프다고 아우성인데 점심 시간이 되려면 두 교시나 더 남았다. 책상에 힘없이 엎어져 있는데 반장이 나를 흔들며 매점 가자고 깨웠다. 주말에 반장 때문에 앓았던 걸 생각하면 괘씸했지만 마침 배가 고팠으므로 그러자고 했다. 여기나 저기나 내 골머리를 썩히는 주범들이 넘쳐났다. 아니면 내가 문제일까. 착각하지 말자면서 나 혼자 깊게 파고들어서 정작 남들은 아무 생각 없는데 내가 오만 데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일까.







"도화야, 멍 때리지 마."





"어? 어어."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벌써 매점 안에 들어와 있었다. 계산한 컵라면을 들고 가던 1학년 애와 부딪힐 뻔 한 걸 반장이 팔을 끌어당겨서 피할 수 있었다.





"어? 이동혁~ 여기 있었네! 너 요새 쉬는 시간마다 매점 내려오지?"





이동혁이 있었는지 목소리부터 발랄해진 반장이 잡고 있던 내 팔을 놓고 한달음에 이동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동혁이 있으면 당연히 정재현도 있겠지? 하는 순간에 정재현이 답이라도 해주듯 내 옆으로 다가왔다.







"김도화 기분 아직도 별로야?"







"응. 너 봐서 별로야."







"방금 좀 섭섭할 뻔 했어."







"미안해. 농담이야."







"농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사 줄테니까 골라봐."







"헐, 아냐, 됐어. 괜찮아!"







정재현은 바로 알겠다고 하고는 이동혁에게로 갔다. 그 점이 나를 시원섭섭하게 만들었다. 내 말을 너무 잘 듣는게 꼭 강아지 같잖아, 설표 주제에. 반장은 매점에 이동혁을 보러 온건지, 물건을 사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이동혁에게 붙어서 재잘댔다. 짜요짜요를 포도맛,딸기맛 하나씩 집어들고 리라야,나 먼저 계산하고 있는다 라고 말해도 대충 어어 거리고는 말았다. 저럴거면 그냥 이동혁이랑 카페를 가지. 이동혁은 무념무상 같아 보였다. 내 상관할 바가 아니다,신경 쓰지 말자, 스스로 세뇌시키며 계산을 마친 짜요짜요를 달랑달랑 들고 나와 문 앞에서 반장을 기다렸다. 쉬는 시간이 3분 남짓 남았다.







"김도화."





"응?"





"김도화."







먼저 나와서 나처럼 이동혁을 기다리고 있던 정재현이 나를 부르길래 또 시작인가 싶어서 한번 더 장난을 치면 진지하게 무서운 표정을 할 준비 중이었다.







"윤리라 쟤,이동혁 좋아하지?"







"그..을쎄?"







그때 이동혁이 짜요짜요 포도맛,딸기맛 하나씩을 들고 반장과 함께 나왔다. 나는 내 손에 들린 짜요짜요를 의식하며 손에 쥔 채로 슬그머니 뒷짐을 졌다. 또 내가 무의식적으로 김칫국 들이킬까봐.







"아 좀 빨리 나오지. 뭐하냐 진짜."







정재현이 바로 이동혁 옆에 붙어서 핀잔을 주는 걸 이동혁은 그래 그래 하며 받아치고는 앞서 걸어갔다. 반장은 빈손이었다. 진짜 얘 이동혁 때문에 매점 가자고 한건가?







"이동혁 존나 튕겨 진짜. 언니 방금 간접 차임 당하고 왔다."







"응? 차여?"







"내가 동혁아 심심하면 나랑 사귈까 이러고 장난하는 것처럼 막 그런 목소리 있잖아. 그렇게 말했는데 바로 아니. 이러잖아. 아, 새끼 존나..그래 어려운 맛이 있어야지."







"헐.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뭘 뭐라고 해. 당연히 농담이야 새끼야 이랬지."







이젠 욕도 가볍게 하는 사이가 됐구나. 반장은 내가 장난식으로 말해서 그런가봐 하며 넘어가려고 했지만 나는 이동혁이 그렇게 유쾌한 애가 아니라고 본다. 분명 진심으로 아니라고 한걸거야.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안도감이 찾아오며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이동혁/정재현] Paper Tiger, Scissors Rabbit (Re:6 | 인스티즈 

 





















점심 시간에 김동영네 반을 찾아갔을 때 김동영은 안보이고, 이민형은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이민형을 깨우며 김동영 어디갔냐고 물었다. 이민형은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영어로 잠꼬대를 하다가 이태용이랑 있겠지 하고는 다시 엎드렸다.








"야, 이민형! 너 밥 먹으러 안 가?"










"도화.. 나 체한거 같아..미안해."










"..보건실 꼭 가, 바보 치타야."












이민형이 손만 위로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코를 들썩이며 간만에 이민형의 체취를 맡다가 머리가 핑 도는 걸 느끼고 황급히 떨어졌다. 어우, 적응 안돼. 이민형은 평소에 친근한데 이럴 때 낯설다. 갑작스럽게 밥 친구를 잃어버린 나는 김동영 찾기는 진작에 포기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김동영 이거 나한테 복수하는거 아니야? 아니면..잡아먹혔나?"






그렇다면 애도한다. 나는 치마 주머니 안에서 따뜻해져서 살짝 부푼 짜요짜요 딸기맛을 꺼내 물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남은 한방울까지 쪽쪽 뽑아내고는 그대로 도서관을 나왔다. 나 왜 여기까지 와서 짜요짜요 먹었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비어있겠거니 한 교실로 올라갔다.






"잘 해봐."






얼마나 빨리 밥을 먹고 올라온건지 교실에 이동혁과 정재현 둘이 있었다. 뭔가 비밀스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같이 온 친구도 없어서 이제 막 온 척 떠들며 들어가지도 못하겠고, 자연스럽게 걸어서 화장실로 갔다.






"배고프다.."






역시나 한적한 화장실은 열어놓은 창문으로 환한 빛이 마구 들어왔다. 나는 창문 쪽으로 가까이 가서 넋 놓고 바깥을 구경하다가 입구에서 들리는 소리에 형이 남았는데 탈옥한 범죄자처럼 맨 구석 칸으로 들어갔다.






"실화야?"






"걔가 그랬다니까? 근데 진짜 사귀는거 맞는 것 같더라. 내가 아까 보니까 아주 눈에서 꿀이 떨어지더만! 누가봐도 썸 아니면 그 이상이라니까? 너도 이따가 봐봐."






친하지는 않지만 우리 반에서 많이 들어본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몰래 엿듣게 된 거 같아 행여나 커서 들릴까, 숨소리까지 저절로 신경쓰게 됐다.






"근데 의외다. 존잘이라서 그림체 비슷한 존예랑 사귈 것 같았는데."






불안했다. 감이 안좋았다. 누구 얘길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아무런 상관 없는 연예계 가십 거리를 가지고 씹어대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몰라,존나 짜증나. 썸 한번 못 타보고 끝났어 나는,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고 이해 안가네? 내가 더 예쁘지 않냐?"






"재수없는 년..인정."






거친 욕설을 입에 담으며 바로 내 옆 칸에서 볼 일까지 다 본 애는 그렇게 사라졌다. 사우나라도 갖다온 것처럼 땀이 났다. 얼른 교실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빠르게 걸었다. 내가 교실로 발을 들이자마자 수십 쌍의 눈들이 나를 향했다. 분위기가 아무래도 수상했다. 내 불안감은 점점 가중되어 커졌다.








"김도화, 따라나와."


































 

 

 

 

 

 

 

 

더보기

 

일주일 동안 혐생 때문에 바빠 글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럽미럽미를 기다리셨던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리며 다음주 중으로는 꼭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년 전
문달
다음주 일요일까지 조금만 기다려~~~저도 빨리 올려드리고 싶네용 ㅎㅎ
6년 전
독자2
아오 윤리라...... 나였음 죽도록 팼다 진짜...
6년 전
문달
킂...리라..그래도 애증의 캐릭터랍니다 나름..
6년 전
비회원50.26
아 말도안돼.. 너무재밌어여 대체... 저기는 무슨일이 일어나고있는거야ㅡㅜㅜㅜㅠㅠㅠㅜㅜ
6년 전
문달
으앙 감사해여~~
6년 전
비회원219.17
헐 담화 너무 기대되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역시 오늘도 가슴졸이면서 잘봤어용 !!!! 빨리 담주되어랑 ㅠ
6년 전
문달
여섯밤만 더 자고 일어나면..ㅎㅎㅎ 빨리 다음주 되오라!!
6년 전
독자3
무슨일이죠 ㅜㅜㅜㅜ 너무 불안해요 ㅜㅜㅜㅜㅜ 리라가 뭔말이라도 한걸까요? 동혁 여주 재현 다 힘내 ㅜㅜ
6년 전
문달
핫띵핫띵 ㅠㅠㅠ >ㅁ<)/
6년 전
독자4
모모모모죠????? 왜그러는것이여.......
6년 전
문달
독리둥절..그르게염..다음주에 확인해 보실 수 있다는...!!!
6년 전
독자5
작가님 여기서 끊으시면 전 여기서 죽습니다...ㅇ-<-<ㅠㅠㅠㅠㅠ담주만 기다려요ㅠㅠㅠㅠ
6년 전
문달
큐ㅠㅠㅠㅠㅠ주그지 말아염...!
6년 전
독자6
헐 뭐죠뭐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마지막이네요..어엉
6년 전
문달
ㅎㅎㅎㅎ 끊기 신공!!
6년 전
독자7
으악 다음편 너무기대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문달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219.219
작가님 이런식으로 저 설레게 하실거에요?? 진짜 하 마지막에 여주손목잡고 나가는 동혁이만 생각나잖아요 자꾸 김여주김여주하는 재현이도 너무 좋아요 흑흑흑 왜 현실에 이동혁 정재현 없죠??ㅠㅠㅠㅠ
6년 전
문달
현실은..삭막하니까여... 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당
6년 전
독자8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뭐지뭐지
6년 전
문달
그루게욤 저도 빨리 알려드리고 싶다..!
6년 전
비회원86.114
이거 무슨 세계관 같은 거 있나요? 처음 읽는 건데 이것저것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가지고요ᅮᅮᅮᅮ
6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년 전
비회원 댓글
앗 감사합니다!! 얼렁찾아보ㅓ야곗어욧
너무재밌게읽고있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208.229
아빨리다음편ㄴ........와진짜재밌어요ㅠ픂ㅍㅍ
6년 전
독자9
하아아가엉ㅇ 넘 재밌어여 다음편 후딱 보고 오겠슴당...!!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19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7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18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0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8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