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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J씨 전체글ll조회 492l 2
"안녕, 형"

"죄송하지만 장례식장에서 안녕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이렇게 삐딱하게 애기할 필요성은 없었지만 거의 하루종일 구석에 쳐박혀서 온갖 사람들의 수근대는 시선과 말소리를 느끼며 감시를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삐딱하게 나갔다.

"아닐껄. 형은 무지 안녕할꺼야. 하세진 그 인간이 죽었는데 당신이 우울할 일은 없을 거 아니야. 아니다, 자칫잘못하면 형이 그 집안에 끌려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우울할려나?"

"도대체 누구시길래..."

나중에 생각해보자면 참 바보같았다. 이희준의 감시를 뚫고 나에게 말을 걸어줄 사람은 딱 한 명인데 말이다. 항상 나의 곁에 머물러주던 아름답던 햇살.

"오랜만이야, 기범아."

"이태민."

*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손으로 끊내야 하는데 그렇게 가버리다니.. 너무 비겁하잖아.

"이렇게 와 줘서 고맙네. 태민군."

"아닙니다. 당연히 와봐야하는 일인걸요, 뭐."

저 거대 괴물의 장례식인데 와봐야죠. 당연히.

"완전히 들어온건가? 기사를 못본거 같은데."

"아, 일시적으로 들어온겁니다. 저희 집안에서 이곳에 올만한 사람이 없어서요."

"그렇지, 진기군이 그리 되었으니."

아, 역시 부전자전이라더니. 댁은 나의 노인공경 정신에 감사해야해. 내가 그런 것에 헤이했으면 당신은 이 자리에서 한 대 맞았을 거야.

"들어올 계획은 없고?"

"긍정적으로 교려 중입니다. 집안에서도 돌아오길 원하고 저도 슬슬 지겨워져서요."

"그래, 나중에 보자고."

"네."

갑갑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벗어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망할 비지니스. 그걸 위해서 이곳에 있어야 한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나의 눈에 시꺼먼 덩치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무언가 하얀것이 보인다.

*

"이태민."

"헤, 기억은 해주네. 내 이름 다 까먹은 줄 알았는데."

"야, 이노무 쉐리야. 내가 너보다 1살 형이야. 어디서 반말이야, 반말이."

반가웠다. 그런데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어 참 쓰잘데기 없는 변명을 들이대며 후려갈긴것 같다.

"우씨, 내가 고백했었을 때 그랬지. 내 고백을 받아주든 말든 더 이상의 존대는 없다고. 아, 또 왜!"

"그건 니 생각이고."

고백.. 참 껄끄러운 명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 대 더 후려갈겼다.

*

참 변함없는 형이다. 하얀것도, 겉으로는 차가운척 냉혹한척 온갖척은 지가 다 해놓고 안은 겁 많은 여우 그 자체인 것 조차도. 그런건 좀 바뀌었으면 하는데 말이지. 그게 당신 매력이긴 한데.. 그건 당신을 찌를 비수 그 자체이거든.

"들어온거야?"

"어, 장례식 끝나면 당장 뉴욕으로 날라가서 짐 챙겨서 돌아올 거야."

사실 그렇게까지 들어올 생각은 없었다. 그냥 들어올까말까 한 정도였다.

"그래? 집에서 들어오라고 한거야?"

근데 여기 와보니까 그냥 들어와야될 것 같아.

"그것도 그렇고, 향수병 도진거지."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저 벌레들이 당신을 벌레굴에 끌고 갈련다는 거잖아. 난 당신이 그 어두침침한 곳으로 끌려가는 건 절대 사양이야. 당신이 내 옆에 있든 없든 당신은 빛나야돼. 찬란하지는 안더라도 누가봐도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형은 알아?"

아, 형...

"몰라."

"너무 단정적인 대답 아냐?"

"형은 나 싫어해."

"아니야, 진기는 그냥 표현을 잘 못하는 거야."

웃기고 있네. 이것도 안 변했어. 그렇게 데이고도 변하질 않냐.

"그래, 형은 나 좋아해. 내가 형을 싫어하는 거야. 됐지. 아, 왜 또 때려"

"그런 말이 어딨어. 내가 널 그렇게 키웠냐!"

"아, 형이 내 엄마야?!"

나랑 한 살 밖에 차이도 안나는 주제에 그렇게 엄마 노릇을 할려고 해. 아, 그만 좀 때려!!!

*

"진짜 갑갑해. 대체 왜 이런 걸 챙겨?"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사랑했던 사람일테니까요. 그런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곳 정도는 필요한거잖아요."

"이런걸 바로 꿈보다 해몽이다 라고 한다지."

도대체 저 김종현 회장님은 언제쯤 입을 다물라나...

"최민호 너 지금 내가 언제쯤 입 다물지 생각하고 있었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셨으면 좀 입 다물어 주세요."

"독한것... 근데 너 기범이한테 안가봐도 되겠어?"

"회장님이 궁금하셔서 가보시고 싶으신건 아니구요?"

"반은 정답."

"그렇다면 가지 마세요."

"왜?"

왜..그렇게 물으시면 저는 할 말이 없어요. 다만 그래서는 안될 것 같거든요.

"금기사항이에요."

"무엇이?"

"김기범."

"응?"

"기범이한테 김기범은 그 자체로서 금지사항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진이를 보지 못한거에요."

*

금지사항... 꽤 골치아픈 이야기이다.

"가끔은... 선을 넘을 필요도 있는거야."

돌아오는 차 안. 나의 말을 들은 최민이 안경을 벗는다.

"그래, 그럴지도."

안경을 벗은 최민호는... 나의 친구이다. 비서가 아닌 친구. 그냥 오래간만에 만나도 마치 아까전까지 함께 했던 것 같은 친구. 그런 아주 편한 친구.

"그런데 왜 주저하는 거야."

"그 선은 기범이를 지키는 마지막 철갑이거든. 그것이 다 헤져서 찢어지기 직전이지만 난 차마 그걸 건드릴 수 없어. 그것마저 없으면 기범이가 그대로 쓰러질 것 같거든. 그래서 난 그 선을 건드릴 수 없어."

단호해 보이지만 흔들리고 있다.

"넘어. 용기를 내. 내 눈에 진이는 기다리고 있어. 누군가 그 손을 잡아주기를."

"네가 기범이에 대해 뭘 그렇게 많아 안다고 그런 판단을 내리는거지?"

"내가 김기범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이런 판단을 내리는 거야. 그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제3자의 시선으로 본 김기범은 위태로웠다. 마치 철갑으로 무장한 기사인듯 싶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철갑은 이미 망가진지 오래였다. 마치 장미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는듯 싶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 가시는 자신을 찌르는 손잡이 없는 검일 뿐... 남을 아프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 가서 잡아줘.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야."

*

지친다. 정말 꼴도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는 명목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비마저 온다. 난 비가 싫다. 비오는 날은 항상 나쁜 일이 생겼다. 미신 따위가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비오는 날은 항상 그랫다.

"더러워."

마치 중얼거리는듯 하지만 그건 나를 겨냥한 말이었다. 나의 귀에 들어가길 원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모님."

돌아오는 건 경멸어린 시선이지만 이런 인사를 건널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되든 나의 법적 어머니이니까. 상황이 그러니까.

"그래, 참 오래간만이구나. 영원히 보지 않기를 소망했는데 말이다."

저도 그렇게 열렬히 소망했는데 말입니다. 역시 신은 제 소원따위는 개 무시하나보네요. 7살에 그랬고 15살에 그랬고 26에 그랬듯 말입니다.

"세진이가 죽었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거겠죠.

"그리고 회장님은 널 부르실거다."

숨이 막혀온다. 예측은 해왔지만 저 입에서 직접 들으니 피부에 와 닿는다. 마치 누가 내 폐를 쥐어짜는 느낌이다.

"하지만 난 널 인정하지 않아."

언제나 그러셨잖아요. 그리고 그건 회장님 또한 마찬가지죠.

"너 따위에게 갈 회사라면... 내 아들에게 갈 수 없다면..."

당신의 아들은 딱 한명.. 지금 땅에 묻힌 하세진 하나. 당신의 아들에게 갈 수 있는 건 없죠.

"내 손으로 산산조각 내주마. 그러니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현재 BI그룹은 사모님의 기업이 인수합병 된 곳이어서 사모님의 애정도 엄청난 곳이다. 그렇게 내가 싫은 건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숨 막히도록 어두운 하늘에서 숨이 막히도록 비가 내린다.

비가 온다.

*

"괜찮냐?"

창백하다. 가뜩이나 하얀 사람이 더 하얗게 질려 있으니 겁이 난다.

"아니. 너 언제 가?"

"이거 다 끝나고."

"이건 언제 끝나?"

꼭 아이 같은 질문이다.

"지금."

지금 막 모든 것이 끝났고 회장님과 사모님은 이미 출발하셨다. 이제 나도 기범이도 출발해도 되는 시간이다.

"믿어도 되는거지."

"응."

무엇인지 몰라도 넌 날 언제든 믿어도 돼. 네가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시간이더라도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는 시간이더라고 넌 날 믿어도 돼.

"나 좀 집까지 옮겨줘."

"그래, 이제 자."

항상 그랬다. 넌 이상하게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가도 내 옆에서면 항상 편안하게 잠들었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나도 오랜시간이 걸렸다. 너에게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런데 내 곁에서는 편안히 잠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 때 였을까? 내가 너의 곁을 지키고 싶어지기 시작한게?

"고맙다, 이태민."

나는 항상 너에게 수면제가 되고 싶어했다. 그리고 어쩌면 성공한걸지도? 사춘기 시절에는 유치하지만 널 내게 중독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자면 참 오글거리는 멘트다.

그리고 지금 난 생각한다. 아무래도 중독된건 네가 아니라 나인 것 같다고. 중독 된걸 끊으려면 너부터 끊어야 할텐데 치료약도 너뿐이라 차마 끊을 수가 없다고.

*

"여보세요?"

"그거 김기범 핸드폰 아닌가요?"

"맞아요, 민호형."

"혹시 태민이니?"

지금 진이 주변에 있을만한 인간 중 날 민호형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딱 하나 태민이뿐이다.

"네. 무슨 일이세요?"

"기범이 데리러 가고 있어서. 기범이 화장실이라도 간거야? 왜 네가 받아?"

"자요."

"잔다고? 김기범이?"

참 이상한 일이지만 기범이는 태민이 옆에서만 잘 잤다. 묘하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네. 데리고 가실거레요?"

"그래."

"아직 묘지 초입이니까 데리고 가세요."

"그래."

그냥 태민이가 데리고 가게 해도 될텐데 무슨 오긴지 나섰다. 잠시 후 묘지 초입에서 만난 태민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아직 비가 내려 내가 우산을 바쳐주고 태민이가 기범이를 내 차 조수석까지 옮겼다.

잠든 기범이의 안전밸트까지 메주고 차를 출발시켰다. 출발한 차 안 옆을 보니 기범가 참 푹 잠들어 있다. 그 모습에 묘하게 심술이 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탁 트인 하늘에서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모든 것을 식힐듯.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

민호형에게서 온 전화를 받을까 말까 하다 곤히 잠들어 있는게 깰 것 같기도 하고 내일 있을 잔소리가 골때려서 받아서 기범을 넘겨주기로 하고 끊었다

사실 내 생각대로라면 딱히 넘겨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니까. 참 거지같은 일이지만 내가 아직 김기범을 좋아하니까. 김기범이 최민호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넘겨줄 수 밖에 없다. 아니 아니까 넘겨줄 수 밖에 없다.

참 웃기는 애기지만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으니까. 김기범이 웃어야 내가 좀 편해지는데 이 망할 인간은 최민호 옆에서만 웃으니까. 그래서 내가 꼴 같지 않게 둘의 오작교 노릇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비가 온다. 먹구름으로 가려져 답답한 하늘에서 비가 온다.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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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바로정독했어요 ㅠㅠ 아련아련하네요...ㅎ....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J씨
흐흐... 그래 주시면 감사하고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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