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달 월 전체글ll조회 792l 1







정말 정말 너무 많이 늦었죠ㅠㅠ 죄송합니다

오늘, 내일 안으로 자각몽 완결을 내려고 해요 ㅎㅅㅎ 몇달만인지 모르겠네요ㅠㅠ

아마도 스압... 입니다 ㅎㅎ 브금도 꼭 들어주세요!







-첫번째 브금입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자각몽   

w. 달 월 















07.






6월이 되었다.
현실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꿈 속에서의 시간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2월의 발렌타인데이, 3월의 화이트데이, 그리고 9월의 내 생일을 지나 어느새 11월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달라진 건 없었다. 매일 밤 그녀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런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고.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알아보지 못한 건 여전했지만, 꿈속에서는 서로 닿을 수 있었고, 잠에서 깨기 전까지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 깨어나면 힘들었지만, 적어도 꿈속에선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지경이었다. 언젠가는 없었던 일처럼, 정말 한낮 꿈처럼, 마른 꽃잎처럼 흔적없이 바스라져 버릴까 두려웠다. 이 상황에 적응을 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그 방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하는데 문득 장미 공원이 떠올랐다. 나를 알아봤던 그녀와 그녀의 손에 들린 장미와 함께. 그때 어떻게 알아 본 걸까. 내가 장미공원을 만들어냈고, 그녀를 마음속으로 되뇌었고, 그녀가 걸어들어왔고... 뭐가 평소와 그렇게 달랐을까. 그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고 싶었다. 벌써 몇 개월 전 일이라 흐릿해진 기억에 답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그녀를 찾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녀를 공원으로 데려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지 제발, 어떤 일이 일어나 내가 자각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 한참을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언제나와 같이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대로 눈을 감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저 그녀를 믿는 수 밖에는. 













딱딱한 바닥이 불편해 몸을 뒤척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찜질방이네. 머리맡을 보니 먹다 만 식혜와 깐 계란이 덩그러니 있었다. 태형이랑 있었는데 어디 갔대. 주변을 두리번 거려봤지만, 모르는 사람들뿐, 익숙한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먼저 갔나?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뻐근한 느낌과 함께 몸을 일으켜 탈의실로 발을 옮겼다. 팔목에 걸려있는 열쇠에 있는 번호를 찾아 사물함을 열고 윗옷을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누군가가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내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눈을 꿈벅이며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여자에 잡고 있던 옷자락을 놓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빤히 쳐다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 여긴 남자 탈의실이었으니까. 그나마 나밖에 없으니 다행이었지만 언제 다른 사람들이 내려올지 몰랐다. 내게 무슨 용건이 있는 건지, 우물쭈물 거리는 여자에 먼저 입을 뗐다.




"... 저기. "


"네, 네? "


"저, 지금 옷 갈아입어야해서요. 여기 계속 계실 거예요? "




내 말을 듣고는 오히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보는 여자의 행동에 손가락으로 반대편에 있는 탈의실 표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남자 탈의실인데. "



그제야 알아듣고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입이 떡하니 벌어지는 여자다. 그 모습이 조금은 우스워서 웃음이 터질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들어와도 하필 여기야, 죄송합니다. "



고개를 꾸벅 숙여 크게 사과를 하고는 돌아서는 여자의 말에 한 번 더 의아했다. 마치 여기가 탈의실이란 걸 모르고 문을 연 것처럼 말하네. 어깨를 으쓱하고는 옷을 갈아입으려 다시금 옷을 올리는데 열렸던 문이 빠르게 닫침과 동시에 느껴지는 쓰라린 통증에 잡았던 옷자락을 다시 놓게 되었다.



"아, " 



발등에서 느껴지는 짧은 통증에 반사적으로 몸을 굽혀 상처를 살폈다. 문 바로 앞에 서있었던 탓에 닫치면서 모서리에 긁혔나 보다. 큰 상처는 아니었는데 복사뼈 위쪽이 깊게 패어 살이 벗겨져있었다.



쓰라린 느낌에 상처 주위를 매만지니 새 빨간 핏방울이 새어 나온다. 흉터 남겠네. 사과 한 번 더 제대로 받아야겠는데. 조그맣게 새어 나온 피가 동그랗게 맺혀있었다. 그걸 보고 왜 장미를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색깔 때문인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옷을 옷장에 있던 본래 내 옷으로 갈아입고는 멍하니 서있었다. 





그것도 잠시, 가슴을 메우는 묵직한 느낌과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기억들에 실소가 터졌다. 드디어 찾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던 그런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의도치 않은 상황 속 내가 아닌 그녀에 의해서. 



"이거 였구나."


"... 미치겠네. "



베실베실 나오는 웃음과 벅찬 마음에 입술을 꾹 물었다. 꿈속이 아닌 실제인 양, 혈관을 타고 온몸에 저릿한 전율이 퍼졌다. 죽어있다가 살아난다면, 이런 느낌일까. 당장 나가서 그녀를 붙잡아 나 다 기억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까 봤던 당황한 얼굴이 인상 깊었나. 아마도 그 얼굴이 귀여워 한 번더 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고는 무표정을 만들어내고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아마, 이 문 뒤에 바로 있겠지.












문을 열자마자 의자가 있는데도 앉지도 않고 서서는 안절부절하며 신발코를 바닥에 찍어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위기였다. 비죽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는 신발장으로 가 신발을 꺼내어 바닥에 놓고는 숨을 고랐다. 



"아깐 죄송했어요. "


"... 괜찮아요. "



뭐가 미안하단 건지. 지금 상황을 전혀 모를 그녀와 그런 그녀를 알고 있는 내 상황이 웃겼다. 개미 만한 조그만 한 목소리에 시선은 신발로 둔 채로 무뚝뚝한 대답을 내뱉었다. 얼굴을 마주하면 못 참고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먼저 무슨 말을 할 상황도 아니었고, 언제쯤 말해줘야 좋은 타이밍일까, 하고 생각하느라 흐르는 정적에 안절부절못하는 그녀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보였다. 그러다가 내 발등의 상처를 발견했는지 눈에 띄게 표정이 굳는다. 전에 강아지한테 물렸을 때도 그러더니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그녀에 신발 끈을 꽉꽉 조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아까 그쪽이 문 열고 나가면서 만들고 간 건데. "


"... 네? 제가요? 어떡해. 진짜 죄송해요. "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내게로 다가와 스스럼없이 상처 부위를 매만진다.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놀리고 싶은 마음에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연신 어떡하냐며 상처를 매만지다가 주머니에서 급하게 약과 밴드를 꺼내서는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그녀에 결국 살짝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상처에 정신이 팔려 내 웃음은 발견하지 못한 듯 했다. 내가 해준 거랑 똑같이 하네. 간질거리는 설렘이 가슴께에 퍼졌다. 얼른 말해주고 싶었다. 전혀 알아채지를 못하니, 오히려 이젠 내가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그쪽 오늘 딱히 뭐 약속 없죠. "

 

 

그래서 뻔히 알고도 질문을 했다. 오로지 나만을 찾으러 이곳으로 와준 그녀였으니.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상처 부위에 밴드를 살포시 붙이고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의 시선을 돌리려 자리에서 일어나 불쑥 손을 건넸다. 내 행동에 놀라서 동그랗게 눈이 커져선 천천히 내 손위에 손을 포개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방금 내가 나왔던, 그리고 그녀가 열었던 그 문 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당황한 듯 뒤로 주춤하던 내 뒤에 있는 그녀의 표정이 궁금했다.















문 너머로는 내가 만들어놓았던, 그토록 다시 한 번 오고 싶었던 새빨간 꽃들이 수놓아진 장미 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햇살은 그녀를 처음 봤던 그 버스에서 느꼈던 것처럼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맞잡은 손은 그에 못지않게 따뜻했다.






그리고 뒤돌면 보이는 그녀는 내가 보고 싶었던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꿈을 더 꿈처럼 만들어주었다. 더더욱이 실감이 나지 않게. 오고 싶었던 공간에도 왔고, 보고 싶었던 표정도 봤고, 모든 목적을 이룬 나는 표정을 풀고 한껏 웃음을 띠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로 주변에 펼쳐진 장미와 나를 번갈아보는 그녀에 입을 열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여기, 알죠? 이번이 두 번째 데이트가 될 거 같은데.




내 말에 한 번 더 아까와 같은 표정을 지은 그녀가 이리저리 돌리던 시선을 내게로 고정을 한다. 작게 울림을 내던 심장이 뜀박질을 시작한다. 




"... 잠깐만, 지금 나 알아보는 거예요? 대체 언제부터요? "


"아까 그쪽이 문 열고 나갈때. 피 보고 나서부터. "


"... 어떡해. "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뚝뚝 떨어진다. 그 눈물이 무얼 말하는지, 어떤 감정들과 기억들이 얽혀 만들어 낸 것인지 너무 잘 아는 나였다. 코끝이 찡해졌다. 너무 고맙고, 벅차서. 고생했을 그녀를 알았다.




"울지마요. 고마워요. 나 놓지 않고 이렇게 끝까지 찾아줘서. "  


"... "


"그리고 내가 못 알아봐서, 기억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 "




여전히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상처를 줬을까. 내가 전에 느꼈을 감정을 느꼈을 그녀가 안쓰러웠다. 울음이 차올라서인지, 아님 내게 힘들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건지 조용히 눈물만 뚝뚝 흘리는 그녀가 너무 작고 여리게 느껴져 어깨를 감싸고는 내 품에 담았다. 그리고 이제 괜찮다고, 계속 옆에 있겠다는 의미가 전달되길 바라며 느릿하게 토닥여주었다. 그제야 꾹꾹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다. 그 울음이 안도감을 뜻하는 걸 알았기에, 말없이 한참을 토닥였다. 정말 괜찮아요. 이제.


   








어느 정도 울음이 그쳤는지 코를 훌쩍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주춤주춤 내게서 벗어나는 그녀에 푸스스 웃음이 났다. 나를 올려다보지 못하는 그 눈은 새빨갛게 변해서는 부어있었다. 



"퉁퉁 부었어요. 붕어 같아. "



내 말에 휙 뒤돌며 얼굴을 가리곤 저만치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가 애교스럽게 다가와서 그녀에게로 가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작게 움찔하는 그녀의 목 부근에 고개를 묻고는 웅얼거렸다. 




"나 지금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


"... "


"그럼 조금 서운할 것 같은데. "




이대로 모든 게, 시간이든 장면이든 모든 게 멈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꿈이었고, 곧 깨어날게 뻔했으니까. 살짝 흐릿해진 배경을 뒤로, 감싸 안은 그녀를 돌려세워 눈에 담았다. 한순간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설령 앞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 해도, 그거랑은 별개로. 그 여느 때보다 완벽한 꿈이었다. 말로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이 감정을 담기에는 그 어떠한 말도 모자랐다.



그래서 한 발자국 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를 올려보는 갈색의 눈동자에 내가 담겼다. 그 반짝이는 눈동자가 좋았다. 그 속에 담긴 사람이 나라는 것은 더 좋았고.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나를 담고 있던 그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대로 가볍게 작고 장미보다 새빨간 빛을 내는 입술에 입을 맞췄다. 스러져가는 잔잔한 장미향과 내 기억을 한 번 더 붉게 덧칠할 그녀의 향이 맴돌았다.


처음으로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으로 맞닿는 순간이었다.     


 
















-두번째 브금입니다




















배경이 흐릿해져가고 그녀 또한 희미해지다가 이내 빈 하얀 도화지 같은 공간에 나만이 남았다. 보통 동시에 깨거나 몇 분 간격을 두고 내가 늦게 깨어나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저 잠에서 깨길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차가운 복도를 울렸다. 작았던 발소리는 점점 커졌고, 검은 형체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였다. '디스맨. '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왜 매번, 너무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을 때, 그럴때마다 이 남자가 나타나는 걸까. 그저 터무니없는 꿈일 뿐이라고, 난 그 꿈속에서 마저도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차가운 발소리가 내 바로 앞에서 멎었고,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두려움에 발길이 얼어붙은 것도 잠시, 다시 자각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또다시 나를 알아보는 그녀를 두고 미로 속을 헤매는 그 일을 하게 될 두려움이 더 커서 내 앞에 있는 남자에게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끝이 없는 흰색 복도를 달리고 또 달렸다. 간간이 뒤를 돌아 남자의 행동을 확인해보았지만 남자는 아까 멈춰 선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올곧게 멈춰서있었다. 한참을 달려, 남자가 작은 점처럼 보일 때 즈음, 멈춰서 가쁜 숨을 고랐다. 이제는 괜찮겠지, 잡히지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 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내 뒤에 서있는 남자의 형체를 확인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할 때, 남자가 내 팔목을 거칠게 잡아챘고,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 마치 무언가를 경고하듯.





그대로 그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고,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내 방 침대 위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꿈에서 느낀 두려움과 불안감은 깨어나서까지 계속되었고, 심장이 불안정하게 삐걱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릿한 느낌이 나는 손목을 이불 속에서 꺼내 확인을 하고 나니 더더욱 와닿았다. 또 한 번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 팔목위에 선연히 남아있는 손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




















-세번째 브금입니다














08.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학교에 가고 오후가 될 때까지도 자국은 점점 더 선명해질 뿐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경이 쓰여 계속 소매 부근을 만지작거리던 내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태형이가 내게 말을 건넸다.



"왜 자꾸 그래? 어디 아파? "


"... 아니. 아픈 건 아니고, 이거 봐봐. "



소매를 걷어붙이고 불그스름한 자국을 태형이에게 보여주니 깜짝 놀라며 왜 이렇게 됐냐며 내 팔을 살핀다. 그러게 나도 그걸 모르니 문제였다. 뭔가를 경고하는 듯했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너 그 아저씨 기억나지. "


"또? 저번에도 나왔다 하지 않았어? "


"응. 이번에도 그 사람이 이런 거야. "


"뭐가 또 잘못됐어? "


"그걸 모르겠어. 어제 내가 꿈속에서 다시 알아볼 수 있게 됐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나타나서 이러니까. " 


"...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닐까? "


"어떤? "


"그때, 너랑 나랑 둘이 꿈꿨을 때 그 아저씨 나왔었지. "


"응. "


"그 다음은 그 네가 좋아하는 여자분이 너 알아보고 나서 만났다고 했지? "


"... 어. "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이번엔 네가 그분을 알아봤고. "


"근데? "


"공통점 하나 있는 거, 모르겠어? "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고 턱까지 괴고는 내게 질문을 하는 태형이의 다음 말을 침을 꼴깍 삼키고 기다렸다. 도무지 뭔지 모르겠는데, 무슨 공통점이 있다는 거지.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둘 이상. 자각을 한 사람이 둘 이상이야. 그거에 대해 경고를 하는 거 아닐까.




태형의 말에 뒤통수에 뭔가를 맞은 듯  띵해졌다. 이런 면에서 예리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태형이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둘 이상인 게, 그게 무슨 문제지.



"그게 왜 문제가 되는데? "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그냥 딱 보이는 공통점이 있어서 거기까지 밖에 모르겠어, 나는. "



그렇지, 이건 내 문제였지.

세부적인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커다란 단서를 손에 쥐게 된 것은 확실했다.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에 꽁꽁 얽혔던 실타래 중 시작 부분의 한 가닥의 실을 거머쥔 듯했다. 나머지는 내가 풀어가야 할 문제였다. 잠들기 전,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다소 촉박한 시간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앞에 공책을 펴고 앉았다. 지금이 여섯시니까, 잠들기 전까지는 네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그전까지 이 실마리를 풀어 그 속에 있는 뭔가를 꺼내내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처음부터, 어제까지 쭉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공부를 할 때 처럼 쭈욱 수직선을 그려 연도와 날짜별로 기억나는 모든 사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11일 그녀를 버스에서 처음 만난 날.

이때부터 그녀가 나오는 꿈이 시작되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나 첫 만남 이후 딱 한 달을 채우고 그녀를 더는 볼 수없었고. 하지만 꿈에서는 여전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자각몽의 시작. 그 후로 쭉 자각몽을 이어나갔고,  2016년 9월이 되어 태형이와 자각몽을 시도. 그 이후로 두 달간 제대로 만나지 못했고...



쭉쭉 정리를 하다 보니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 겨울부터 시작되어 현재 2017년, 6월의 하루인 어제까지 몇 개월이 지난 현재와는 상관없이 꿈속에서도 그녀를 처음 만난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2월, 9월, 11월 3일. 꿈속 시간이 현재보다 는 일년정도 느린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서로 어긋난 일 년을 지나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확연한 주기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정말로, 마지막. 또다시 반복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으니까. '디스맨'이라는 작자가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팔목에 선명히 남아있는 자국을  한참 보고 하나하나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태형이랑 자각몽을 하고 난 후에 자각몽을 시도할 수조차 없게 통로가 막혔었고,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자각했을 때, 그리고 내가 그녀를 알아봤을 때. 자각몽을 꾸는 사람이 두 명일때, 모든 상황에 특정한 제지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전에 읽은 책에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꿈은, 특히 자각몽의 주인은 누구라고 해야 할까? 그 꿈을 만들어내는 주체? 또는 꿈을 꾸고 있는 본인? ...


정의를 내기에 매우 애매한 문제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와 같은 문제와 같은 그런 난제. 그렇다면 상황을 조금 바꿔본다면 어떨까? 자각몽을 하다보면 이게 꿈인가,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자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


잠시 가정을 해보자.

꿈을 만들어내는 주체자가 있는데, 그 꿈을 꾸고 있는 본인이 이게 꿈이구나, 하고 자각을 하게 된다면? 꿈속에서, 즉 자각몽에서의 자각자가 두 명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동등해진 역할에 꿈의 주인을 가려내기에 더더욱 어려워진다... '

 



당시에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복잡한 내용이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복잡해지기 때문에 제지를 하는 건가? 꿈속의 자각자가 두 명이 되면 상황이 복잡해져서? 그게 꿈 속의 규칙이라면 지금까지의 '디스맨' 의 등장이 납득이 간다. 혼란을 주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그의 일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이렇게 아직까지 내 손목에 남은 자국은 마지막 경고를 하고 있는 듯했다.




어찌 되었건, 확실한 건 오늘이 그녀를 마주 할 수 있는, 꿈 속에서 마저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이라는 것. 그것은 불 보듯 확실한 듯했다. 정말 많이 돌고 돌아 만난 우린데, 한 시도 가만히 두질 않는 상황이, 꿈마저도 못 꾸게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서러웠다. 아니길, 마지막이 아니길 바랐지만 불현듯 스치는 불안감에 쥐고 있던 볼펜 뚜껑을 잘근잘근 씹었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시간이 지나고, 잠들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더욱 확실해져만 가는 듯했다. 마지막 데이트겠구나, 이젠 정말로.










여느 때보다 더 정갈하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계속 되풀이하며 생각했다. 절대로 헤어지기 전까지, 티 내지 말자고. 이 서러운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마지막 데이트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불을 끄고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짙은 보랏빛 하늘에 덩그라니 떠있는 달이 창을 통해 보였다. 정말 예쁜데, 어쩐지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감정 상태가 이래서 그런 거겠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영영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꿈이 다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네번째 브금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깜깜한 복도의 끝에 있는 문 앞으로 다가섰다. 이 문 뒤엔 그녀가 있을 것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를 가엾게 여긴 누군가가 오늘 만큼은 헤매지 않고 만나게 해주려나 보다. 기뻐야 하는데, 마냥 기쁘지 않았다. 애써 괜찮은 척,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만들어 보았지만 씁쓸한 웃음만이 자리했다. 안되는데,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길 바라며, 철컥, 하고 돌아가는 손잡이를 내 쪽으로 당겼다. 그와 동시에 깜깜했던 배경은 밝아지고 황홀하기 짝이 없는 그런 풍경으로 변했다. 내 예상대로 문 뒤에는 그녀가 서있었고  나를 발견하고는 어여쁜 웃음을 짓는다.



"오늘은 내가 먼저 왔네요. 다행이다. "



마지막을 그녀에게 했던 말처럼, 그녀를 데리러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살짝 들떠 보이는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내 세상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손을 꼬옥 잡고, 내 표정을 가리기 위해 뒤돌아서 먼저 앞서 걸었다. 야속하게도 맞잡은 그녀의 언제나처럼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11월.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 서있는 그 계절을 우리는 가로질러 걸었다. 앞서 걷던 나와 보폭을 맞춰 어느새 내 옆에선 그녀가 나를 슬쩍 곁눈질하고는 웃으며 물었다. 



"우리 어디가요? "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평범하게 데이트하러.




그토록 바라던, 현실이었으면 더 좋았을. 그런 데이트를 하러 간다 답하니 만족스럽다는 듯 빙글 웃는 그녀를 따라 웃었다. 불안함과 두려운 마음은 꾹꾹 눌러 담은 채로. 벌써부터 이 감정에 사로잡히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함께하는 이 순간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달콤하게 만끽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러 가서 영화를 보는 그녀를 보고, 밥을 먹으러 가서 맛있게 먹는 그녀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몇 번이고 매만졌다.



잊고 싶지 않아서. 너무 행복했지만 스러져가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낮이었던 시간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밤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앞에 예쁘게 꾸며진 산책로를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여전한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드니 황홀하기 짝이 없는 은하수가 담긴 묘한 색감의 하늘이 우리 둘 위에 있었다. 왜 이렇게 완벽해서, 모든 순간이 예뻐서 우릴 더더욱 비참하게 만드는지. 서러웠다. 그럼과 동시에 느껴지는 이 행복감은 아이러니할 정도로 가슴에 가득하게 피어올랐다. 저릿한 아픔과 함께. 그래서 어쩌면 거짓말, 어쩌면 진실 그대로인 말을 나직하게 내뱉었다. 



"행복해요. "



내 말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가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곤 내게 말을 한다. 어쩌면 오늘 만나자마자부터, 숨긴다고 숨겼지만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를 그녀였다. 내가 그녀를 봐온 만큼, 그녀도 나를 봐왔으니 뭔가를 감추는 내 표정을 읽지 못할 거라 생각 한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지금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서 언뜻 보이는 불안감을 읽어내었으니 말이다. 




"... 나한테 뭐 숨기고 있죠. 말해주면 안 돼요? "


"티났어요? "


"... "


"혹시, 오늘 며칠인지 알아요? "


"... 11월, 3일. "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 이제 못 만날지도 몰라. "




이미 못 만난다는 건 확실했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했다. 어쩌면 정말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도, 있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눈에 띄게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를 보던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는 눈물을 가득 매달고 있는 눈망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참 애처로웠다.

지금껏 우린 무얼 위해, 단지 이 하루만을 위해 달려왔단 게, 그동안의 우리의 노력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짓밟힘 당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 왜... 왜 마지막이라고 그래요. 다시 내가 찾으면 되잖아요. 사라지려 하지 마요. "



결국 가득 고인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뚝뚝 떨어졌다. 어제와는 다른, 정 반대의 의미를 가진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아무 소리 내지 못하고 몸을 떨며 눈물을 떨어뜨리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리고 그 모습은 곧 나였다.



울지 않으려 눈을 똑바로 뜨고 참고 있었지만 나 또한 눈물이 가득 차 앞이 흐릿했다. 손을 들어 나대신, 내 몫의 슬픔까지 담겨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어제와 같은 행동이었지만, 내 손끝에 담긴 감정과 떨림은 사뭇 달랐다. 느끼고 싶지 않았던, 그토록 미뤄두었던 슬픔이 커다랗게 몰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사실의 일부를 내뱉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매일 보기로 해놓고선,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내가 미웠다. 



"서로 자각한 상태에서 만나는 거, 불가능해요. 지금 여기는 내 꿈인 거 알죠? 내가 자각을 해서 이제 더 이상 그쪽은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이게 이곳의 규칙이래요. " 


"... 말도 안 돼. "



울먹이며 혼잣말하듯이 웅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계속해서 생각이 날 것 같았다. 꿈에서 깨어나 휘몰아칠 소용돌이가 겁이 나고 무서워서 그녀에게 내어주었던 내 손을 다시 내 쪽으로 가져와 무거워진 머리를 받혔다. 그녀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하면 가려질까 해서 이마에 손을 대고는 천천히 숨을 고라보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계속해서 눈가에 고였다. 참아야 했다. 나마저 울면, 그러면 그녀의 마지막 기억에 우는 모습으로 새겨질 터였다. 그건 싫었다.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눈물이 아닌.



하지만 내 이런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내 팔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고 팔목에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걸어주는 그녀의 행동에 의해 무참히 실패했다. 결국은 그녀의 손길이. 따뜻한 마음이 나를 울렸다. 흰색과 하늘색이 엮인 아기자기한 정성 가득한 팔찌가 알맞게 내 팔목에 걸려있었다. 



"... 이게 뭐예요. "


"소원 팔찌. 오늘 아침에 주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매일 끼고 다녀야 해요. 끼고 다니다가 끊어지면 소원을 이뤄준대요. "



고개를 그녀에게서 반대로 돌렸다. 결국은 투둑 고였던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반대쪽에 둔 시선의 끝에서부터 흐려져가는 배경과 그리고 내 손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때문인지 오늘은 그녀가 아닌 내가 먼저 흐릿해져간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난 매번 봐왔지만 그걸 보는 건 매번 익숙지 않은 일이었고, 늘 아팠으니까. 그래서 멀어지려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반대로 옮겼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그런 나를 너무 간절하게, 불행 속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간절히 바라던 동아줄을 잡아내는 것과 같은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은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 이렇게 끝이구나. 마음이 찢어진다는 게, 그 느낌이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날카로운 무언가로 갈기갈기 찢어놓고는 그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그런 아픔이었다.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마지막이란 게, 그 마지막이란 게 뭔지 이토록 우릴 힘들게 만들었다. 다 끝이라는 걸 알지만, 장담할 수 없는 매일 같이 끝인사로 했던 그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소원을 빌 듯이. 제발 들어달라고 하소연을 하듯이.







[방탄소년단/전정국] 자각몽 외전 D | 인스티즈

잊지 말아요. 내가 내일도, 모레도 데리러 갈게요. 매일 봐요. 우리...


 


내 말에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린 그녀의 모습을 끝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끝까지 옆에서 있어주지도 못하고 도망치듯이, 이렇게 먼저 공간 속에서 나와버렸다. 너무 커져버린 불안감이 내가 그녀보다 먼저 잠에서 깨도록 만들었나 보다. 먼저 깨어난 다는 게 이토록 미안한 일이 될 줄 몰랐다. 내가 먼저 뒷모습을 보여버린 셈이었다.






끝없이 흐르는 눈물에,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지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빛을 피하려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팔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에 살짝 팔을 들어 확인하니, 하늘색의 팔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팔찌 덕인지, 아니면 이젠 자각몽은 끝이라고 종지부를 찍는 것인지 어제부로 쭉 문신처럼 새겨져있던 남자의 손자국은 물에 씻은 듯이 사라져있었다.







숨이 턱하고 막혀오는 느낌에 돌아누워 바닥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바닥 위에 여지껏 보지 못했던 조금은 너덜거리는 종이 뭉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힘없이 손을 뻗어 그 종이들을 집어 들어 한 장씩 넘겼다.




'어차피 기억도 못할 거, 왜 그리 마음을 주냐고 남자에게 말하는 그의 친구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제부턴 기억을 하려 기록을 하려 한다.

아마 매일 같은 남자인 것 같다. 마지막 말은 뭉그러져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미안해요, 매번 기억 못해서. 


- 2016. 09. 01 '


...



'크리스마스이브, 열일곱 살의 그. '


...


'2017년 1월 28일, 그와 애견 카페. '


...




쓰인 20장 남짓한 기록들을 정신을 차리고 하나씩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또박또박한 글씨와 함께 기억을 하려 애쓴 그녀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런 식으로 기억을 해왔구나. 잊지 않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왔구나. 고마움과 미안함에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쓰인 마지막 문장에 머리가 핑 돌았다. 



'2017년 6월 7일. 

장미 공원에서의 그와의 만남. 두 번째. 


... 이제 계속 함께 할 수 있기를. 알아봐 줘서 너무 고마워요. '




이 기록들이 내게로 온 걸 보니, 결국 답이 이렇게 났구나. 처음으로 자각몽을 시작한, 그녀의 꿈을 만들기 시작한 주체자였던 내게 꿈의 주인이라는 자격을 내렸다. 다행이었다. 이 쓰린 기억을 내가 품을 수 있어서. 차라리 그녀는 이 꿈에 대해 모두 잊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다 아플 테니, 제발 울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다섯째 브금입니다











09.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살아간다는게 의미가 없고 무기력하기만 한데, 그런 나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세상은 잘만 돌아갔다.



날 이후로도 계속해서 자각몽을 시도했다. 이젠 시도를 해도 굳게 닫힌 문 뒤에 까맣기만 한 공간에 홀로 갇혀있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만두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저 문을 열고 그녀에게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허황된 괜한 기대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믿지 않고서는 내가 살아갈 수가 없었다. 티끌만큼의 희망이라도, 아무도 없는 까만 방에 갇혀있는게 끝인 이 꿈마저도 내겐 희망이었다. 여전히 팔목에 걸려있는 팔찌를 매만졌다.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빼지 않았다.



"... 매일 끼고 다녀야 해요. 끼고 다니다가 끊어지면 소원을 이뤄준대요... "



조금은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일렁이는 목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포기하지 말자고. 매일 같이 끼고 다녀서 인지 헤지고 헐거워진 게 눈에 띄게 보였다. 곧 끊어질 것 같은데. 



"... 정말로 이뤄줄까. "



이무도 없는 내 방에서 내 목소리만이 작게 웅웅 거렸다. 희망을 걸 곳이 이 팔찌밖에 없는 상황이 싫었다. 



"보고 싶다. "



꾹꾹 눌러놓았던, 간절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소원을 빌듯이 눈을 꼭 감고 내뱉었다. 하지만 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런 소원을 들어줄 리가 없지. 힘이 쭉 빠져서 벽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는데 옆에 놓았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짧게 두어 번 정도 울리다 끊긴다. 화면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니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다.









누구지. 잘못 걸었나.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을 난데, 왜인지 이번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그냥 무시하기엔 너무 찝찝한 느낌. 그렇지만 전화를 걸기엔 애매해서 부재중을 알리는 빨간 번호만 한참을 보다가 그 번호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찝찝할 바에는 확인을 하고 마음을 놓고 싶었다. 안 그래도 마음에 자리하나 없는데 사소한 것조차 비집고 들어오는 게 싫었다. 뚜-하고 몇번 신호음이 가더니 신호음이 멎고 짧은 정적이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와 내 사이에 감돌았다. 이 정적에 왜 긴장을 하고 마른침을 삼키게 되었을까.



"... 여보세요. "



너무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일러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질문을 건넸다.



"... 어, 부재중이 떠 있길래요. 누구세요? "


"아, 일단 저는 이여주 라도 하는데요, 그쪽 친구분들이 장난을 쳐가지고... "



이여주. 

다른 내용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간절하게 찾던 사람의 이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서 커다란 떨림을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맞나. 꿈이 아닌, 현실에서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목소리가, 지금 수화기 너머로 나와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그녀가 맞나. 믿기지 않았다. 



"여보세요? "



답이 없는 나를 찾는 목소리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질문을 했다. 이미 확실했지만, 믿기지가 않아서, 한 번더 확인받고 싶어 듣지 못한 척,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아, 죄송한데 누구시라고요? "


"... 네? 저 이여주요. "



얼굴 만연에 꽃이 피어나듯 웃음이 가득 번졌다. 고개를 옆으로 하고 수화기를 어깨에 걸쳐놓은 채로 의자 위에 있던 코트를 걸치며 말을 했다.  

 


"저, 잠시만 거기 근처 카페에 있어 주세요. 금방 갈게요. "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오래 뛸 수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 놀랄 정도로 쉼 없이 뛰다 보니 그녀가 말했던 카페 앞에 도착했고, 잠시  멈춰서 카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매무새를 다잡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페 안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찾을 필요도 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주책맞은 웃음을 띠고는 앞으로가 앉았다. 나를 알 턱이 없는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비실비실 저를 보고 웃는 내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질문을 하는데, 오밀조밀 움직이는 입술이 붉다. 






"이름이 전정국 씨, 맞죠? "


"네, 맞아요. "


"근데, 나 알아요? "




예상대로 나를 알아보지 못한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한 눈을 하고 내게 질문을 한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손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하네. 여전히 따뜻할지 궁금했다. 



"알고말고요. 너무 잘 알죠. "



내 말에 흠칫 놀라서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생각했던 것 그대로, 꿈속과 똑같이 그 손은 부드럽고 봄날의 햇볕처럼 따사로웠다. 그녀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지만, 혹시나 이 말을 하면 기억을 할까, 싶어 한마디를 보탰다. 




"기억 못해도 괜찮아요. 이제 내일도, 모레도 내가 데리러 갈게요. 매일 봐요, 우리. "





내 말에 아래로 두고 있던 시선을 들어 나와 눈을 맞추는 그녀다. 그 눈빛이다. 나를 알아볼 때, 나를 찾아왔을 때의 눈. 그 눈빛은 몽글거리는 구름이 내 속에 가득 차오르게 만들었다. 아무 말 않고 가만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내가 또 늦었네요. " 



그 말에 괜찮다고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코트를 걷어 팔목에 자리하고 있는 팔찌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내 행동에 그녀의 표정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눈가에 살짝 촉촉이 눈물이 어렸다.








 -----------------------------------------------------



안녕하세요, 도짜님들 달 월 입니다

제가 너무너무너무 늦었죠ㅜㅜㅜ 자각몽 완결을 앞두고 도무지 글이 안잡혀서 이제야 왔네요ㅠㅠㅠ

오래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이미 글은 다 써둔 상태니까 내일 마지막편! 완결편 올리러올게요 ㅎㅅㅎ

편안한 밤 되세요 사랑합니다 !!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ㅅㄷ
6년 전
달 월
헝엉 ㅠㅠ 너무 간만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헉 작가님 ㅠㅠㅠ완전 오랜만이에요 근데 오늘 분량 완전 짱짱 대박인거 아시죠...넘나 행복합니다ㅠㅜ읽는 내내 완전 집중해서 봤어요 자각몽이 이렇게 끝이 나네요 시원 섭섭합니다 그래도 결국 둘이 만나서 다행이에요 애들울때 넘나 속상했습니다...오늘도 너무 잘 읽고가요 또 작가님 감사합니다 늦게나마 와주셔서 엄청요ㅠㅜ
6년 전
달 월
너무 많이늦었죠ㅠㅠㅠㅠㅠ 금방 또 다음편들고올게요 기다려조요❤️❤️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2
전스티니
흐흐러허ㅓ나어라허헝허너헐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드디어 현실에서 만났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이날만을 기다려왔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싶었어여 자까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달 월
드디엏ㅎㅎㅎ 이제꽁냥거릴일만남았네요 곧 다시봐요❤️❤️
6년 전
독자4
작가님 제가 본편부터 이번 편까지 보면서 정말 제삼자가 보는 정국과 여주의 만남이 아닌 정국의 입장에서 보는 둘의 만남을 정말 기다려 왔는데ㅠㅠㅠ
이번 편에 다 해결되었습니다.ㅠㅠ 저 오늘 착한 일 했는데ㅠㅠ그래서 선물을 받은 건가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해서 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작가님 언제 오시나 기다렸단 말입니다.. 언제 신알신뜨나ㅠㅠㅠㅠ기다렸단말이에요ㅠㅠㅠ
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또 한 꿈에서 두 명의 사람이 자각을 하면 그 꿈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려내기가 복잡해진다 이런 포인트로 이런 대작을 쓰시다니ㅠㅠㅠㅠ하ㅠㅠㅠ작가님 정말 제가 많이 아껴요ㅠㅠ 저 오늘 몇 번 우는걸까요ㅠㅠㅠㅠㅠㅠ

6년 전
달 월
히히 이번편 정말 완결편 바로전이라 그런지이제 끝이보이지요...?너무 늦었죠ㅠㅠㅠ정말 너무 기다리셨을거같은데 죄송해요ㅠㅠ얼른완결가지고올게요 ㅎㅅㅎ 히히 포인트잡아서 봐주시니...너무감사할따름이구...사랑해요 마니마니요❤️❤️❤️
6년 전
비회원244.248
드디어!!!!!!!!!! 그 과정이 너무 생생하고 아픈데 또 이렇게 이어지는게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돌고 돌아 .... 이제 완결이라니 ㅠㅠㅠㅠ 벌써부터 눈물 또 훔칠준비,
(분더캄머

6년 전
달 월
드디어드디어드디오!!!!!!!돌고돌아이제야ㅜ만났습니다 ㅎㅅㅎ 얼른 다음편가지고올게여 좀만 기다려주세요 너무늦어서죄송해요ㅠㅠ❤️
6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 와 이렇게 둘의 만남을 쭉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여주의 시선, 정국이의 시선으로 보는 자각몽은 자세하게 보면 느껴지는 게 달라서 볼 때마다 아 그랬지 이건 그랬구나 하면서 봤어요 외전을 정말로 사랑입니다💜💜 이런 소재에 이런 이야기라니 저 정말로 자각몽 애정 합니다!! 진짜로 매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막 그 애틋하면서도 절절하고 그 특유의 감정이 있어요 그럼 얼른 마지막회 보러 갈게요
6년 전
독자5
핫초코입니다
이게 얼마만의 자각몽인건쥬ㅠㅠㅠㅠㅠㅠ
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 드디어 둘이 돌고돌아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구먼 ㅠㅠㅠㅠㅜ

6년 전
독자6
꿀레몬청입니다! 현생 때문에 늦게 들어왔는데 자각몽이 올라와 있네요ㅠㅠ 현실에서 만난 것에 제가 왜 이렇게 벅차고 기쁜지ㅠㅠㅠㅠ 둘이 너무 돌고 돌아온 걸 전부 지켜봐서 그런 걸까요ㅠㅠ 얼른 다음 편 읽으러 갈게요!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05.05 00:01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트렌드 🔥
전체 인기글 l 안내
5/7 10:52 ~ 5/7 10:54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