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 이러다 늦으십니다.”
“그런가? 왜 늦는다고 생각해?” 우리는 곧 바로 왔잖아, 하고 그가 웃으며 말하니 신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왕비를 찾아왔잖아, 굳이 번거롭게 온 왕국을 들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에 드시는 신부감이 있으신 겁니까?”
“줄리엣, 나는 그녀가 좋다.”
“금발의 공주님 말이십니까.”
그러자 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줄리엣이 아니지 않아?
“나는 검은 줄리엣이 좋아, 이 머리색과 닮지 않았느냐.” 민호가 웃으며 곱슬거리는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처음보는 사람인데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계속계속 보고 싶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 느낌이 아버지가 말씀하신 느낌 같다. 너도 느끼지 않았느냐, 선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데 어쩔 수 없이 사랑할 것 같은 기분이였다. 그녀가 왕족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아버지가 신분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을 분이라는 걸 잘 알지 않느냐. 나는 그 사람이 좋다. 민호가 얘기를 할 때마다 웃음꽃이 피어났지만 신하는 애꿎은 입가를 만지작거리며 손가락을 뜯고 있었다.
“손이 상한다. 흉하구나.”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왕국의 공주와 담소를 나눌 시간이라지? 지루하겠다, 그녀가 보고 싶어.”
“이동… 하시겠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가뿐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민호를 바라보던 신하는 손가락을 다시 물어 뜯었다. 살점이 뜯기고 손톱이 갈짝거리면서 강단하게 깎인 모양을 잃어간다. 민호는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걸어간다. 그런 민호의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는 이름모를 신하가 허리를 굽히며 그를 배려하며 따라간다. 민호가 왕국에 빠르게 도달할수록 그의 심장도 도달해가는 기분이다. 나락으로 저 끝자락으로 낭떨어지 아래로 누구도 손을 내어 꺼내줄 수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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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 대로 아름다우시군요.”
“줄리엣 공주님은 왕국의 가장 아름다운 금발을 가지신”
“그렇게 칭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왕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줄리엣이 신하에게 살짝 눈길을 주자 그는 다시 허리를 굽신거리며 잠시 정원에 서 있겠다고 말한 뒤 남은 사람은 민호와 줄리엣일 뿐이다.
“예쁜 눈망울을 가지셨군요.”
“줄리엣 공주님이야말로 너무나도 아름다우십니다.” 왕자는 진심어린 칭찬을 하자 줄리엣이 수줍은 아가씨처럼 볼을 붉혔다.
“시종이 왕국을 안다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직접 구경시켜드리지 못해 매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신기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야기라면 어떤?”
“뒷산에 마녀가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려 갔었습니다.”
줄리엣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의 말 한마디에 줄리엣은 들었던 홍차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새하얀 대리석에 씻을 수 없는 자국이 남았다. 홍차가 떨어져 줄리엣의 새하얀 구두에도 튀었다. 그녀는 구두를 내려다보다 대리석을 부술듯이 꽝, 하고 내리쳤다. 그녀의 이상한 행동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줄리엣 공주님?”
“로미오”
“제 이름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로미오가 아니라”
“로미오가 가장 낫지 않습니까.”
“줄리엣과 로미오처럼 아름다운 한 쌍이 될 테니 로미오라 부르겠습니다. ”
“그게 무슨,”
“지금부터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재미없고 지루한 소녀의 이야기니까요.”
줄리엣이 말을 할 수록 시야에서 사라지는 느낌, 민호는 눈을 소처럼 천천히 꿈뻑거렸다. 아름다운 금발이 형체도 없이 빛나고 있다. 끊임없이 감겨지는 눈꺼풀. 자신의 하인을 부르려고 하지만 이내 입이 벌어지다 다시 닫히고야 만다. 햇빛에 강렬히 빛나는 줄리엣의 머리카락만이 눈부시게 그의 시야에 가득찼다. 따뜻한 손길에서는 벚꽃향기가 났다. 줄리엣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진부한 이야기에요. 그 말이 끝나면서 민호 눈에는 더욱 빛이 가득 찼다.
-
“유모, 나는 알아요.”
“무엇을 말입니까 아가씨.”
“줄리엣이 왜 나를 미워하는 지 알아요.”
“……”
“유모도 알잖아요. 내가 나쁘다는 거.”
“아가씨가 무엇이 나쁩니까, 다 빼앗기고 말아서”
“그 아이한테는 내가 다 빼앗았던 거 잖아요.”
“그 아이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요.”
“공주님”
“내가 로미오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건, 순전히 내 사랑 뿐만이 아니였어요. 검은 머리카락.”
“……”
“온 왕국의 사람들 모두가 나를 모함하고.”
“줄리엣”
“죽어버려야했어요.”
누가 모른다고 했나요, 나에게는 귀가 있고 두 눈이 있는데. 아무리 어렸다 할지라도.
-
“민호, 아니 로미오.”
“……”
“뒷산에 가셨다면서요.”
“그게, 저어”
“천한 네 입에서는 듣고 싶지 않다만.”
그의 신하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했다. 그 역시도 밝은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곤히 자고있는 민호의 얼굴을 그녀의 긴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이 잡아먹힐 뻔했잖아, 응? 그녀가 조근조근 말하는데에도 민호의 신하인 그는 몸을 곱추처럼 굽히다시피 엎드려 조아렸다.
“쓸데없이 탑으로 왜 갔어?”
“그게 저도 잘,”
“로미오는 내 거라고 했잖아.”
“절대로 가짜한테는 내가 안 뺏긴다고 했잖아.”
“공주님”
“줄리엣”
민호의 뺨을 만지작거리는 줄리엣이 살짝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하고 찔렀다. 불쌍한 나의 로미오. 그녀가 웃으며 민호의 입술을 만지작거렵다. 따뜻하고 혈색이 도는 입술의 체온. 그녀가 조심스럽고 성스러운 듯이 그 입술을 핥았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
“우리 로미오는, 벌써 죽어버린 거에요?”
“공주님,”
“시끄러워.”
“……”
“처형식을 거행해야지.”
이 왕국의 줄리엣은 하나로 충분해. 줄리엣이 웃었다, 아름답게 자고 있는 나의 로미오. 네가 있어야만이 내가 진정으로 가질 수 있어.
신하가 눈을 감아 줄리엣이 웃고 로미오가 잠들었으며 줄리엣이 미약한 숨을 뱉는다.
진짜똥글인것같네여...ㅠㅠㅠ |
스토리북에 쓰다보니 쓸 내용이 많아져서 상하가아닌 상중하가 되었어여ㅠㅠㅠㅠ 죄송해요..ㅠㅠ 무엇보다 오늘 내용이 이해갔을 지 잘 모르겠어요 과거가 들어가기에는 어중간하기도 하고 뭔가 B급 치정싸움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흔하디 흔한 비극적인 이야기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조금 고민되네요. 하는 빵빵하게 올게여!!!!!!1 꼭!!!!!!!!!!1 이번편은 부제로 일명 분노한 줄리엣!!!!!!!!11 이에요 잠깐 줄리엣 과거도 첨부되어 나오고 무엇보다 민호우가 적극적으로 검은 줄리엣을 좋아하게 되는데...! 포인트 아까우니까 다시 반환해서 받아가세여! 꼭꼭! 그럼 하에서 봐여! 여러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글이라 죄송해여..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