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는 이제 세 달이 조금 지났고, 나재민과의 연애는 한달 반 쯤이 되었다.
이 세 달 동안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연락이 끊기다시피 하고 살았다.
물론 내가 끊은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연락이 없으니 나도 자연스레 연락할 생각을 안한거지만.
가족 치곤 너무 뜸한 교류에 처음엔 그래도 언니라고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런걸거라며 엄마를 변호하던 이모도 한달 반이 지나자 너무하다며 혀를 찼다.
난 괜찮은데.
차갑고 가끔씩 나누는 대화라곤 성적 얘기 뿐인 삭막한 한국에서의 삶과는 달리 이곳의 삶은 대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누군가는 늘 행복하게 웃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까.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왔을 땐, 솔직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가 보고싶어서 미국에 온다니.
살면서 부모님께 살가운 말을 들어본 게 손에 꼽을 정도라 하루 종일 그 문자에 꽂혀서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누나."
"..."
"누나,"
"..."
"...김여주!"
"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자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재민과 이동혁이 보였다.
"누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모랑 이모부 오시는거?"
"누나네 부모님 오신대?"
"으응...미안. 내가 집중이 안되네."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푹 쉬자, 재민이의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물음표가 그려졌다.
부모님이 오시는게 무슨 문제야? 라는 표정이길래 내가 턱을 긁으며 말을 고르자 이동혁은 눈치껏 음료수를 가져 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는, 엄마 아빠랑 안친해."
"..."
"우리 엄마 아빠는 사랑해서 만난게 아니라 일 때문에 만난거야. 파트너 관계로. 그리고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불리는거고."
"..."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님한테 사랑한다는 소리를 한것도 별로 없고 들어본 것도 별로 없어. 그 정도야. 내가 너한테 우리 엄마 아빠 얘기 안하지? 딱히 해줄 말이 없었거든."
흘끔 이동혁을 곁눈질 하고 충분히 멀리 있는걸 확인 한 후에 나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너랑 사귀는걸 고민한 것도 그런 이유야. 나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하는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하면 상처주지 않는건지,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 수 있는건지. 사실 잘 몰라. 그래서 난 네가 나 때문에 언젠가 상처받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걸 모를 수도 있어. 그래도 재민아."
"..."
"나 밉다고 그냥 버리고 가면 안돼. 알았지?"
최대한 담담하게 말 했는데도 목소리 끝이 조금 떨려왔다.
사실 만난지 일년도 안된 사람한테 할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가벼운 얘기가 아니니까.
그래도, 이건 내가 너를 믿는다는 얘기야. 말을 마치며 나재민을 흘끔 올려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동정도 위로도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내가 왜 누나를 버릴거라고 생각 해요."
"내가 널 힘들게 할 수도 있잖아."
"힘들면 말 할게요. 그러니까 누나도 무서운게 있으면 말 해줘요.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말 해주다보면 모르는 건 없을테니까."
"...응."
"난 누나랑 헤어질 마음 없어요. 누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
"그리고, 지금 너무 잘 해주고 있는걸. 완전 최고로 멋있는 여자친구라구요."
나재민이 웃었다.
나를 완벽하게 안정시키는 그 웃음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불안하게 요동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엄마 아빠가 온대. 여기. 나 보러."
"정말요?"
"응. 내가 보고싶대. 깜짝 놀랐어. 그런 말을 안하시는 분들이거든."
"좋겠다. 잘됐네요."
"부모님께 널 보여드리고 싶은데, 솔직히 아직은 좀 무서워. 분명히 공부는 안하고 연애한다고 화를 내실 분들이라서."
미안함에 재민이의 눈치를 보자, 나재민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누나가 준비 될 때 까지 준비 안됐어요. 나중에 조금 더 멋있는 사람 됐을 때 볼래. 나 지금은 그냥 동혁이 친구잖아요."
"...미안."
"It's okay."
내 마음을 다 헤아려주는 것 같은 나재민에 마음 한쪽이 따스해졌다.
어설픈 위로 따위가 아닌 그저 내 말을 들어주고 내게 공감해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는 이동혁 몰래 나재민의 손등에 쪽쪽 입을 맞췄다.
너도 참 멋있는 남자친구야.
이동혁 덕분에 입 밖으로는 나오지 못한 칭찬이었다.
========
10-2는 빠른 시일 내에 올리겠습니다!
오늘의 재민이는 조금은 오빠미 뿜뿜...연하미 뿜뿜도 좋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성숙함은 사랑입니다...크으으으
10편은 달달한 연애 뿐만 아니라 여주의 성장...이랄까요...(본격 성장물) 둘 사이가 조금 성숙하게 깊어지는....? 그런거 보고 싶어서 사실 별로 계획은 없는디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독자님들 사랑하고요...또 사랑하고...들숨에 재력과 날숨에 건강...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 사세요ㅠㅠㅠㅠㅠ
+암호닉
쟌니
재민이랑 설렘 주의보
재민아
쥬아앙
코발트블루
반쪽즈
포카리
나나완댜
푸른달
허쉬초콜릿
도토리
나나공주
나나강봄
엔조이
나나
또잉
유닝
@불가사리
암호닉 열허분 사랑하고 언젠가 이 글을 텍파로 만든다면(과연...)꼭 보내드리겠슴다 감삼다.
*암호닉은 가장 최근 글에 신청 해주시면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