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에 누구야?
W. 내 절대적 구원
대학교 2학년, 인생개노잼 시기라고 부르는 때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봄날의 캠퍼스 로맨스를 꿈꾸던 1학년도 지나갔고, 주변에서 더 이상 애인을 사귀라며 보채지도 않는다. 특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집-학교-알바를 반복하며 재미없는 시기를 더 재미없게 보내고 있었다. 4월이 되기가 무섭게 새록새록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워낙 남자에 덴 터라 누구를 쉽게 만날 생각은 없었다. 가끔 친구들과 이곳저곳 놀러다니는게 재미있으니까 그걸로 됐다며 스스로 위안 삼기도 했다. 그러니까 특별히 이성을 만날 생각이 있었던건 아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강의라고 늘어놓는 교수님의 자랑을 3시간 내내 들어 기가 빨린 상태다. 대부분이 수업을 마칠 시간이라 사람들이 가득한 정문을 나서며 오늘은 뭘 먹으며 기를 보충할지 친구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정문 앞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듯 낯선 인영이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여주!”
전정국?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신호가 바꼈다.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전정국은 이쪽으로 뛰어와 내 앞에 섰다. 동시에 상쾌하고 달달한 향기가 훅 밀려왔다.
“무슨 일이야? 너 이쪽에 잘 안 오잖아.”
나보다 1살 많지만 과즙미 팡팡터지는 전정국이다. 신촌의 Y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니 또 피지컬은 어떻고. 극악의 성비를 자랑하는 미대에 다니면서 남자에 괴리감을 느끼는 친구들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잔뜩 어색한 표정이다.
“아니……. 알바가기 전에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전정국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해맑게 달려왔던 것과 다르게 흐물흐물 흐리며 말했다. 그 말에 휴대폰을 보니 전정국에게서 온 카톡과 부재중 전화가 쌓여있었다.
“아, 미안해. 정신이 없어서 휴대폰 확인을 못했어.
일단 친구들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슬쩍 애들을 쳐다보면 스물스물 언제 빠져나갈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친구들에게 전정국이랑 먹어야겠다고 심심찮은 사과를 하려는 찰나, 다른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여주야!”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가 보면 뒤쪽에 사람들을 주렁주렁 단 태형 선배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하필 홍문관에서 수업이 있었는지 나오다가 딱 마주쳐 버렸다.
“...정국이도 있었네. 넌 여긴 무슨 일이야?”
신촌 소재의 학교에 다니는 전정국이 이쪽에 올 일이 별로 없는 건 맞지만 태형 선배의 목소리는 그런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누가 들어도 경계하는 목소리였으니까.
“여주랑 같이 저녁 먹으려고요.”
전정국이 그걸 못 느낄 리가 없다. 굳은 표정으로 태형 선배에 대답하는 전 정국에 나도 난감해져서 슬쩍슬쩍 눈치를 봤다. 이쯤 되면 친구들이랑 먹는게 더 편할 것 같은데... 친구들을 바라보니 내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 눈초리를 보니 내일 무슨 일인지 해명해야 될 것이다.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얘들아…….
“김태형!”
핵인싸 태형 선배답게 모여 있는 사람들이 그를 불렀다. 아 젭알... 속으로 셋이 먹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으나 기도는 닿지 않았나보다. 태형 선배가 손을 설레설레 젓는 걸 보니.
“그럼 나랑 셋이 먹자.”
그렇게 그날 우리 셋은 불편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날 싸늘한 분위기에 엄청나게 체해서 나는 알바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둘 중에 누구야?”
다음날 나를 추궁하는 친구들은 덤이고.
둘 중에 누구야?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나.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 전정국.
홍익대학교 섬유패션디자인과 김태형.
모두 나이도 다르고 과도 다르다. 뭐 태형 선배와는 같은 미대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친한 동기 몇 명을 제외하곤 사람들과 데면데면한 나와 인싸 중의 인싸 태형 선배는 거리가 멀다. 특별히 과 간의 교류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우리 셋이 엮이게 된 것은 알바 때문이었다.
사실, 말이 알바지 정직원이나 마찬가지라서 뭐라하기가 참, 애매하다. 아무튼 내가 그 정체불명의 알바를 하게 된 원인은 윤기 오빠때문이었다. 윤기 오빠는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힙합레이블의 사장이다. 몇 년 전 윤기 오빠는 언더에서 꽤 잘나가는 랩퍼였다. 그쪽에 관심 많았던 나는 ‘어거스트 디’로 활동하는 윤기 오빠의 팬이었다. 꽤나 열성팬이어서 고3이 되기 전까지 그를 쫓아다니면서 직캠도 찍고,영상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는게 취미였다. 나도 그쪽으로 꽤 자신 있고, 사람들도 알아줘서 조회수도 높은 편이었다. 물론 윤기 오빠도 내 카메라가 보이면 인사도 하는 등 그쪽에서 알아주는 편이었다.
고3이 되면서 민윤기의 무대를 보러 다니는 것도 중단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준비해서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했다. 그때 잊고 살았던 윤기 오빠가 어떻게 알음알음해서 나를 찾아 연락을 했다. 자기가 힙합레이블을 세웠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워낙 작은 회사라 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취미생활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일하게 되었다. 가끔 사진도 찍고, 영상 편집하고 하는 게 주로 내가 하는 일이었다. 회사가 좀 커지고, 업무량이 늘어나자 윤기 오빠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나랑 같이 일할 알바 한 명을 더 데리고 왔다. 그게 태형 선배였다.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앤데, 알지도 모르겠다. 얘가 워낙 튀는 스타일이라.”
고향이 대구인 윤기 오빠가 아는 동생이라고 했다. 남자가 아주 드문 미대에서 잘생기고 성격마저 좋은 김태형은 유명인이었다. 작년 내가 새내기일 때 복학한 김태형이 미대 연합 오티에서도 워낙 시선을 끌기도 했고, 대숲에 허다하면 제보되는 그를 모를 수가 없었다.
“안녕.”
아무튼 처음 대면해서 인사하는 김태형을 알아봤는데, 일방적으로 아는 터라 아는 척하기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가만히 김태형을 쳐다보자 그가 환하게 웃었다.
“나 너 알아!”
에?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김태형이야 워낙 유명해서 다 안다하지만 나는 대형과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알더라도 대부분 데면데면한 아싸다.
“너 유명하잖아!”
아, 사실 유명세라면 입학할 때쯤 아주 잠깐 치른 적이 있다. 새 학기가 되면 무슨 수업에 누가 예쁘다 잘생겼다 페이스북 대숲에 올라오지 않나. 갓새내기였던 나는 시디과 연예인 닮은 누구로 불리며 첫학기 꽤 제보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데인 적도 많아서 언급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너 영상 잘 한다며. 사진도 잘 찍고. 나 그... 교수님한테 들었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라 놀라긴 했지만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아무튼 김태형은 누구보다 순진한 얼굴로 칭찬 했으니 첫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대로 전정국의 첫인상? 아무튼 초반 전정국과의 관계는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전정국은 회사 댄스팀의 박지민이 지인인데 노래를 끝내주게 한다며 데리고 왔다. 워낙 작은 회사라 같이 일하다보면 다 알 수밖에 없는데, 나와의 첫만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여주야, 우리 이번에 같이 작업해볼 보컬 들어왔다고 했잖아. 인사해”
회사에 속해있는 랩퍼이자 프로듀서인 남준 오빠가 영상 작업하고 있던 나를 톡톡 두드리더니 우리 둘을 인사시켰다. 나와 또래라는 언질이 있었기에 꽤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것 같다.
“아, 안녕하세요. 이여주에요.”
“...”
내 인사에 전정국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네.”
정적이 흐르고, 남준 오빠가 뭐라 하기 직전 전정국은 내게 대강 인사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거라고 미안해하는 남준오빠의 말에도 기분이 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나한테만 낯을 가리는 건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예의 그 토끼 웃음을 지으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매번 더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전정국이 이렇게 변한게 언제부터였더라...
아마 전정국이 남준 오빠와 처음 작업했을 때일 거다. 그때 앨범아트를 만들어야해서 직접적으로 대면해야했다. 첫인사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데다가 전에 불편한 일까지 있어 회의를 하기 전까지 계속 걱정만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 초반 내내 전정국은 아무 말 없이 나와 남준오빠가 내는 의견을 듣고만 있었다.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혔는데도 말 한마디 없는 전정국에 오기가 생겼다.
“정국씨는 어때요?”
말과 동시에 대강의 스케치를 하기 위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전 정국을 쳐다봤다. 나를 빤히 보고있었는지, 눈이 바로 마주쳐버렸다. 혹시 티났을지도 모르지만 애써 당황스러운걸 숨겼다. 갑자기 눈이 마주쳐서인지, 날 빤히 보고있던걸 들켜서인지 전정국도 토끼눈을 떴다가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 저러니까 더 토끼 닮았네.
“저는... 색조가 좀 더 푸른 계열이면 좋겠어요. 노래가 낮보다는 밤에 듣기 좋은... 감성적인 노래니까. 새벽의 느낌이면 좋겠어요.”
“그래, 그게 더 좋겠다.”
전정국의 말에 남준 오빠가 몹시 흡족한 눈치다. 그 의견이 마음에 드는 건지, 낯가리는 전정국이 자기의견을 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전정국과의 분위가 꽤 풀어졌다. 그 이후 내가 잘 찾아가기도 하고, 전정국이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냐며 날 찾아오기도 했으니까.
덕분에 전정국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갔다. 연세대 체교과에 다닌다던지, 작년이었으니까 전정국이 21살이라든지 이런것들. 우리가 작업실 막내인 덕분에 말도 놓게 되었다. 나보다 1살 많은 전정국이 먼저 편하게 지내자고 한 덕분이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전정국이 나를 좋아할 줄 몰랐다. 사실 꿈에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니겠지 싶었다.
전정국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 회식 때였다. 회사가 워낙 남초이기도 하고,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민윤기가 굳이 참여를 권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때 태형 선배와 모종의 사건이 있던 직후이기도 해서 그를 마주치고 싶지 않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리 크지도 않은 회사에, 자주 있지도 않은 회식을 빠지기는 싫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옆에 앉은 태형 선배를 신경 쓰는 바람에, 댄스팀 지민오빠가 건네주는 술을 모두 받아마셨다. 첫 회식이라 내가 끔찍한 알쓰라는 것을 모두 모르고 있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몸에 힘이 풀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라면 한 마리의 개가 되어 집에 기어들어갈 수 있겠다 싶을 때였다.
“여주야 괜찮아?”
“...조금. 잠깐 바람 좀”
지민 오빠와 얘기하던 정국이 별안간 나를 쳐다보며 취했냐고 물었다. 그 바람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쏠렸다. 나를 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바람을 쐬기 위해 일어나는 나를 따라 전정국이 일어섰다. 사실 취기가 오르기도 했지만 나를 향한 시선 중 김태형의 것도 있어서 불편했던 참이었다. 상대적으로 편한 전정국이 따라 일어서니 나로썬 나쁠 것도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이 일어서자, 지민 오빠와 태형선배가 말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도 태형 선배의 시선은 전정국과 함께 나서는 나를 향해 있었다.
“...아 춥다...”
“겉옷 없어?”
아무리 봄 날씨니 뭐니 해도 3월의 저녁은 추웠다. 술에 취해 평소라면 전정국이 신경 쓸까 꺼내지도 않던 말이 줄줄 나왔다. 춥다는 내 말에 전정국은 제 겉옷을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내가 이럴까봐 말 안하는 건데... 평소 전정국이 다정한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내 어깨에 걸쳐진 전정국의 겉옷에선 달달한 향기가 났다. 평소 향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전정국다웠다.
“지민이 형이 술을 잘해. 그렇게 막 받아 마시면 안돼. 나도 저번에...”
이번 회식 전에 댄스팀 회식에 끼어서 지민 오빠와 한 번 마신 적이 있다는 정국이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그 때 지민 오빠 페이스에 맞춰서 마시다가 얼마를 마셨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 전정국이 웃기기도 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왜?”
내가 웃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전 정국 때문에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렇게 이상하게 웃었나…….
“아니……. 그냥……. 술 좀 깼으면 나온 김에 편의점이나 가자.”
전정국은 내 말을 그냥 웃어넘기곤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내가 웃을 때 날 보던 그 표정이 좀 걸렸지만 따라나섰다. 아직 술이 완전히 깬 건 아니라 세상이 빙글빙글 어지러웠다. 음료수와 복숭아맛 젤리를 사들고 다시 편의점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전정국은 여전히 복숭아맛 젤리를 입 안으로 밀어 넣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자 전정국이 따라 앉았다. 그 긴 다리를 접어서 앉으니 불편해보이기도 했다.
“너도 먹을래?”
나만 먹고 있기가 좀 그래서 전정국 앞에도 젤리를 들이댔다. 투명하고 진한 분홍색. 하트 모양 젤리가 전정국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전정국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바람에 내 입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너 닮았어, 젤리.”
내가 전정국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전정국의 입에서 나왔다.
“...아니. 너 닮았는데.”
취기 때문에 느리게 대답하는 내 입술 위로 전정국의 시선이 떨어졌다. 눈이 마주치자 전정국이 다가왔다. 취해서인지, 설렜던건지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 같았다. 입술이 마주 닿았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벼운 입맞춤을 하듯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입술이 포개지고 혀가 얽혔다.
솔직히 그날의 키스는 나쁘지 않았다.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전정국의 팔은 따뜻했고 알코올 냄새와 달달한 복숭아향이 섞인 키스는 무엇보다 달달했다. 잠깐 설렜나보다 싶은 내 마음과 다르게 전정국의 마음이 꽤나 무거웠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냥 가볍게 한거 아니야. 나 너 계속 좋아했어, 아, 진짜 이렇게 고백하고 싶지 않았는데...”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횡설수설 내게 말하는 전정국을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 전정국이 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전정국의 말이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그 문장만이 내 머리 속에 명제처럼 남았다. 그동안 그가 베풀어오던 호의가 단순히 친구로 그랬던 건 아닐테다. 어쩌면 이미 알고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술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전정국은 내게 천천히 생각해도 좋다고, 불편해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해달라는 얘기를 했다. 나는 그렇게 못할 걸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이 내게 안절부절 부탁하는 모습이 애절해보여서. 그래서 그랬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채로 술집 앞에 다다르자, 태형 선배와 지민 오빠가 밖에 나와 있었다.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차가 끝났나보다. 우리를 발견한 박지민은 김태형을 이끌고 다가와 전정국에게 2차를 권했다.
“여주야, 네가 그렇게 술을 못마실 줄 몰랐어 미안해. 태형이 지금 간다니까 같이 가. 둘이 같은 동네 아냐?”
지금은 합정이다. 김태형과 내가 자취하는 상수까지는 걸어서 족히 15분은 걸린다. 늦은 시간이니 지하철이 다닐 리는 없고. 김태형과 모종의 사건이 있었다 하지 않았나. 지민 오빠의 말을 거절하고 싶었는데 김태형이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그렇게 하는 걸로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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