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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般若)












“아-”



본능적으로 그에게 가려 한 발짝 내딛고는 곧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고운 한복을 입고 예쁜 당혜를 신은 ‘반야’였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숙인 고개를 들어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이곳에서도 말이 없는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 보고싶었다.
그 따뜻한 손을 잡고서 엉엉 울고싶었다.
나를 달래는 다정한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아....”




눈앞이 흐려지면서 한두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가득찼다.
안채를 가르는 문을 두고 이쪽으로 넘어오지도 못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살짝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푹신한 이불에 대고 엉엉 울었다.
혹여나, 그 얼굴을 볼 때 울어버릴까봐 슬픔을 빼내듯 더욱 더 크게 울었다.
아침해가 뜨고 지암이가 얼굴이 퉁퉁 뿔어 기절한 나를 깨우기 전까지.




“아휴......요새 괜찮으시더니 또 이러시네....”

“지암아....”

“네, 아기씨.”

“어제 온 손님은 누구야?”

“아...황태자님이셔요. 아기씨는 모르시겠지만
경수도련님과 형아우 하면서 지냈던 분이셔요.“

“황태자...?근데 왜 오신거야? 그....경수.....오라버니도...오셨어?”

“그건 저도 모르지요. 경수도련님도 없이 혼자 불쑥 찾아오셔서 저희들도 놀랬어요.”




눈 위에 대고있던 얼음이 녹아 눈물처럼 흘렀다. 
흐르는 물을 계속 닦고 닦던 지암이가 얼음이 다 녹았는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파김치처럼 늘어진 내 몸뚱이를 일으켜 옷과 머리를 다듬었다.
경대와 옷들을 정리하고 일어서는 지암이가 확!하고 열리는 방문에 어마나!!하며 주저앉았다.


반야(般若) 03 | 인스티즈



“누나!!!!!!”

“세훈도련님!!! 이렇게 기척도 없이 방문을 열면 어떡하십니까!!!!!!!!”

“미안 미안, 누나가 아프다길래 걱정되서 그랬지. 아! 누나 괜찮아? 어디가 아픈데? 또 밤에 달구경 한다고 찬바람 맞은거 아냐? 얼굴은 또 왜이래.”

“세훈아...”

“아휴....못살아 진짜...”

“응응, 왜 누나. 나 여깄어.”
 




제 말은 이미 들리지 않는 세훈에게 혀를 쯧쯧 차며 방을 나가는 지암이는 눈에도 안보이는지 내 얼굴을 붙잡고 안절부절이다.
그 큰 손을 붙잡아 내리자 이번엔 손을 조물딱 거리며 내 말을 기다린다.




“나....또 만났어.....”

“또 만났다고? 누굴?”

“세훈이 너 말고.....또 다른사람.....”

“나 말고? 누군데? 그 사람도 아는 사람이야? 응?”

“응.....아는 사람이야....”

“언제? 누구야?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잖아.”

“어제 손님이 왔어....”

“손님? 누구지? 많이 울었어? 응? 눈이 붕어가 됐네....”

“괜찮아...황태자래...너 알아?”

“황태자? 민석이 형? 진짜야? 지금 여기 와있다고?”

“응...이름이...김민석....맞아?”

“응. 이번에도 이름이 같아?”

“....응...”




떨궈지는 고개에 세훈은 안절부절 손만 조물조물거린다.
입술을 꾹 깨물며 고민하던 세훈이 갑자기 반야를 일으켜 세웠다.
그 손을 꼭 잡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워낙 큰 키에 뛰듯이 뒤따랐다.




“세훈아, 어디가?”




사랑방 앞에서 멈춘 세훈이 그녀를 앉히고 신을 벗겼다.
뭐하는 거냐는 물음에도 그냥 묵묵히 손을 잡고 방문 앞에 섰다.



“저 세훈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방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김민석, 그가 있었다.
같이 들어오는 내 모습에 다들 놀라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그 모습에도 세훈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형, 형도 잘 있었어?”

“그래, 세훈아 많이 컷구나.”

“우리 안본지 오래됐잖아. 아, 어머니 아버지 누나 소개시켜주려고 데려왔어요.”

“....누나?”

“응, 이야기 하자면 좀 긴데. 경수형 동생이야. 도반야. 예쁘지?”

“경수 동생이라고?”

“어머니, 말씀 안하셨어요?”

“어제 애가 자고 있어서 인사를 못했어. 반야야 인사드려. 네 오라비의 오랜 벗이다.
황태자님이시지.“

“안녕하세요....”

“이쪽은 내 딸 반야에요. 뒤늦게 만난 아이지만 이젠 내 딸이니 잘 대해줘요. 
이제 볼 일도 많을텐데...“ 

“예. 어머니.”

“아아- 어머니, 아버지 민석이 형 데려가도 되죠?”

“그래, 이야기는 끝났으니.”

“형, 나가자. 할 이야기가 많아.”




그렇게 김민석과 나는 세훈이 손에 이끌려 집 밖 정자에 나란히 앉았다.
둘은 신나게 농담을 하더니 어느새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나는 살짝 빠져나와 예쁘게 핀 꽃들을 구경했다.
봄이라 그런지 알록달록 예쁘게 산을 물들여 놓았다.
조금 외진 길을 따라 걸으니 넓은 들판에 이름모를 하얀 작은꽃이 끝없이 피어있었다.
작은 아기 사슴 한마리가 열심히 나비를 따라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주저앉아 그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따스한 햇볕에 어제 못잔 잠 때문인지 졸음이 몰려왔다.





“여기서 자면 안돼요.”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깼다.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굽혔던 몸을 세워 손을 내밀었다.
아직 멍한 눈으로 손만 쳐다보자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움직일 생각 없는 내 모습에 다시 무릎을 굽혀 눈을 마주했다.





“나 싫어요?”




다시 붉어지는 눈시울에 고개를 숙이며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데 왜 날 피해요.”




아니에요. 하는 말은 뱉질 못하고 고개만 흔든다.
당신을 알고있다고, 조금 더 보고싶다고.
하는 말은 꾹 눌러 눈물과 함께 목 뒤로 삼켰다.





“일어나요. 세훈이 기다려요.”




내가 아는 그 따뜻한 손길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따스함이 내 옷 여기저기에 묻는다.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멀어지고, 내 옷 매무새를 정리하던 그가
나를 마주보았다.




“경수 동생이라면서요. 난 경수 형이나 다름없어요.
나 남동생들은 많지만 여동생은 처음이에요.“

“아...”

“내 이름은 김민석.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되려나...”




오라버니라는 말이 쑥스러운지 머쓱하게 웃어버린다.
그 모습이 내가 알던 모습과 너무 닮아서.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두 번째 사람을 만났다.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당신.
사랑했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당신.

달큰한 꽃내음이 눈물에 섞여 떨어지고,
당신은 어쩔 줄 몰라 어색하게 등을 두드렸다.




















하......글이 똥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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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죠? 혹시 여주가 타임슬립 같은거 한건가요?
10년 전
만두간장
핡 그런걸까요? 담편에서..☆☆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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