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캠퍼스.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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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어디론가로 향하는 민형이를 따라 나서려던 쉬시는 잠시 멈칫하더니 먼저 두 손에 들려있는 떡볶이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욕심부려서 두 컵이나 샀는데, 아무래도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떡볶이를 다 먹은 쉬시는 종이컵을 버리다 부스 안에 있던 승혁을 보았다. 저 사람은 뭔데 등장부터 웅성거리고 시끄러운건지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었는데, 왠지 여주가 저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본래 확실한 근거보다는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느낌이라는 것을 더 신뢰하던 쉬시는 꼬챙이로 이를 쑤시며 천천히, 보건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여주가 다쳤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뭔지 모를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손쉽게 보건실을 찾은 쉬시는 벌컥 문을 열기 보다는 잠시 문 옆에 기대어 보건실 안에서 소리가 나진 않는지부터 확인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남녀의 목소리에 쉬시는 핸드폰을 들어 [누나><] 라고 저장되어 있는 목록을 누르려다 말고 문을 여는 쪽을 선택했다.
" 어? 쉬시야. "
" 누나 여기서 뭐해? "
" 응..? 아.. 난 잠깐 볼 일이 있어서.... 그러는 쉬시 너는 어디 다쳤어? "
" 다친건 아니고. 무릎 좀 아파서, "
쉬시는 여주가 나오면서 닫은 커텐 뒤로 보이는 실루엣을 관찰했다. 민형이는 아닌 것 같고, 누구지. 쉬시는 내심 궁금했지만 어느새 뿌리는 파스를 찾아온 여주에게 아프지도 않은 오른쪽 무릎을 가리켰다. ' 누나 계속 여기 있을거야? ' 쉬시의 물음에 파스를 제자리에 두고 온 여주는 난감한 표정으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쉬시는 대충 알고있다는 듯 커텐을 바라보다 여주를 보았다.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온 쉬시는 여주가 쉬시를 따라 나오기까지 걸린 5분 동안 저 커텐 뒤의 남자가 누군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여주가 문을 닫고 나와 보건실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쯤, ' 누구야? ' 물어보았다.
" ....그냥... "
" 걱정했잖아, 누나. "
" 미안해.. 민형이는 어딨어? "
" 몰라, 누나 찾으러 갔는데 못봤어? "
" 응.. 미안해 쉬시야. 걱정하게 해서. "
" 미안하면, "
쉬시는 술을 마시자는 뜻으로 술잔을 움켜쥔 포즈를 취하고 마시는 척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여주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민형은 진짜 어딨는거지? 쉬시는 통화버튼을 누른 채로 두리번 거리며 민형을 찾았다. 그 때 저 멀리서 민형이 보였다. ' 저기있다. 누나! ' 여주 또한 앞에서 걸어오는 민형을 보았다. 민형을 마주한 여주는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 했지만 왜인지 민형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아 차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민형은 여주를 본체만체 하며 쉬시와 대화를 나눴다.
" 민형쓰, 우리 끝나고 삼겹살에 쏘주 어때? "
" 그.. 그래 민형아. 내가 사줄게. 같이 가자. "
" ...누나가 산다고요? 왜요? "
" 아.. 내가 너네를 너무 걱정하게 한 것 같아서.... "
민형은 여주의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 전 괜찮아요. 쉬시 너 많이 먹어. ' 하곤 그대로 둘을 지나쳐 갔다. 잉? 미녕쓰 왜저래? 쉬시는 뒤를 돌아 민형을 불러보았지만 민형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민형인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아. 한숨을 쉬는 여주에게 쉬시는 ' 미녕쓰 저런 얼굴 처음 봐. 그치만 나는 고기 먹고싶어. ' 하며 여주를 보았다. 여주는 애써 웃어보이며 ' 그래, 고기 먹자. ' 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함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먹고 싶다는 쉬시의 말에 여주는 가방을 찾으러 과 부스로 돌아가자 말했다. 하지만 부스에 다다르고 나서야 정우가 말했던 그 선배가 떠올랐고 어디엔가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 선배가 부스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여주와 눈이 마주친 승혁은 한참을 말없이 여주를 보다가 다른 곳을 보았다. 여주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며 더이상 발걸음이 떼지질 않았다. 쉬시는 그런 여주를 보고선 먼저 부스로 들어가 사람들의 가방이 있는 곳을 뒤적거렸다.
" 쉬시 뭐해? 뭐 찾아? "
" 여주 누나 가방. "
" 응? 그건 왜? "
" 몰라. 이건가? "
" 쉬시야, 우리 체육대회 끝나고 회식할건데 너도 올거지? 이거 전체 참석이야. "
" 나 아파서 못 가. 무릎 아파서. "
" 진짜? 쉬시 다쳤어? 어디 무릎? "
" 몰라도 돼. "
쉬시는 여주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그 사이에 여주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고 느끼던 남자와 얘기 중인 여주는 고개를 숙이고 팔을 끌어안은체 위태로워 보였다. 쉬시는 망설임 없이 여주에게 다가갔다. 여주를 자신의 뒤로 숨기다시피 하며 앞에 남자를 마주 본 쉬시는 잘하면 이 사람과 싸울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남자는 험상궂게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표정이나 행동에서 불량한 기운이 다분했다. 쉬시를 발견한 남자는 ' 뭐야 넌. ' 툭 던졌고 쉬시는 웃으며 중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갑작스러운 중국어에 당황한 남자는 옆에 있던 남자와 눈짓을 주고 받더니, 귀찮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뒤로 돌아섰다. 그러다 고개만 돌려서 ' 나중에 보자 여주야? ' 하고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25
" 쉬시야, 너는 궁금하지 않아? "
" 뭐가? "
" 그냥.. 오늘 일들에 대해서. 평소와 같진 않았잖아. "
" 음, 누나가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이게 끝이야. "
쉬시는 소주 잔을 들이켰다. 여주는 소주 대신 맥주를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쉬시는 오늘 여주가 좋지 않은 일에 몇번 빠졌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일이 무슨 일인지 궁금했고, 잘 해결됐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현재 여주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여주는 오늘 오전부터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하는 등의 어딘가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그냥 선수 출전 하지말고 누나 옆에나 있을걸, 속으로 쉬시는 생각했다. 여주는 고기엔 입도 대지 않은 체 맥주만 홀짝였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고선 ' 그래도 쉬시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 하며 웃어보였다. 하얀 피부 때문에 눈가와 코끝이 빨개진 것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쉬시도 씨익 웃어보였다. ' 진짜로, 쉬시가 없었으면 무척 힘들었을거야. ' 여주의 말에 쉬시는 잠자코 있다가 물었다.
" 그럼 쉬시랑 사귈래? "
" ....뭐? "
" 나랑 사귀자고. "
쉬시는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게 활짝 웃고있어서 여주는 혼란스러웠다. 양쪽의 보조개가 깊게 파일 정도로 웃던 쉬시는 ' 사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여주는 속으로 삼켜내며 손으로 부채질을 해댔다. 다 익은 고기를 보며 여주는 술의 힘을 빌려 슬쩍 물어보았다. ' 쉬시야, 내가 좋아? ' 쉬시는 깊은 고민 없이 쌈을 우적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다가도 쉬시의 대답에 무어라 질문을 해야할지 여주는 말문이 막혔다. 진짜로 좋다고 할 줄이야.. 여주는 괜히 빈 맥주잔을 들었다가 놨다. 쉬시는 바로 맥주 한 병을 추가했다.
" 왜 물어봐? 예전에 쉬시가 말했잖아. "
" ....진심이었어? "
" 응. 그럼 안 진심이게? "
" 왜.. 왜 좋은거야? "
" 흠- "
쉬시는 여주의 빈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도 마저 채우곤 잠시 말이 없었다. ' 약간.. 뭐라고 하지. ' 쉬시는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건지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했다. 여주가 다시 반 잔 정도를 비웠을 때 쉬시가 말했다.
" 내가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 "
" ..... "
" 슬프지 않게 해주고 싶어. "
" ..... "
" 그게 다야. "
쉬시는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다시 씩- 웃었다.
더 캠퍼스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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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토리 개연상 분량이 조금 짧습니다! ㅠ_ㅠ 연재텀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더더 재밌는 글 열심히 쓸테니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